0. 들어가며

 

공부하면서 상당히 흥미로웠던 주제이기도 했고, 한국사람이나 베트남사람이 공통적으로 가진 오해이기도 해서 글을 쓰게 되었어

 

다만 ㅇㄱㄸ가 들어갈 수 있는 국내정치적 요소는 일절 배제되고 오직 국제정치적 요소만으로 글을 쓰기에 다소 비약이라고 느껴질 부분도 있을거야

 

 

이 글을 관통하는 질문은 딱 하나야

 

왜 한국은 베트남전쟁에 참여했으며 의료지원이나 물제제공이 아닌 전투부대 파병이라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는가?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돈때문에 한국군이 베트남파병을 결정한 지 알고 심지어 베트남사람조차도 그렇게 알고있는 거 같아

 

틀린 이야기는 아니야. 한국은 베트남전쟁을 통해 전쟁특수를 누렸고 군의 현대화가 가능했어

 

하지만 전쟁의 결과로 경제적 이익과 군사발전이 있었던 거였고, 전쟁의 목적으로서 이 두 가지를 추구했던 것은 아니였어

 

그렇기 때문에 돈때문에 베트남전에 참전했다는 말은 지극히 결과론적인 이야기에 불과해

 

당시 한국은 ㅇㄱㄸ가 쿠데타를 통해 이제 막 경제발전을 추진하고 있던 시기야. 북한과 비교해서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모두 열세인 상황이었어

 

당장 미군의 주둔으로 북한과의 군사적 균형을 맞추고 있는 시절이었는데 아무리 미국이 요구한다지만 전투부대를 빼서 베트남으로 보낸다?

 

ㅇㄱㄸ자체가 군인이니 이게 얼마나 불합리한 짓인지 모를 리가 없는데 왜 그랬을까?

 

 

 

1. 한미동맹과 동맹의 본질

 

한국은 전쟁 이후 미국의 보호를 받기 위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고 그 결과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탄생했지

 

따라서 미국과 한국은 서로 조약상대국이 위기에 빠질 경우 돕기위해서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해야 해

 

 

여기서의 헌법상의 절차란 의회의 동의를 구해서 참전을 결정한다는 말이지. 물론 대통령이 긴급명령을 통해서 선 결정 후 동의도 가능하지만

 

나중에라도 동의는 반드시 구해야만 해. 그리고 당연하게도 미국이 위험에 빠질경우 한국 역시 미국을 구하기 위해 '행동'해야만 하지......만

 

사실 한국과 미국의 국력을 생각해보면 상호방위라기보다는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는 동맹이라고 보는게 맞고 불균형동맹이라고 보는게 맞지

 

정말 균형동맹이라면 과거 삼국시대 당시 고구려에 대항한 백제-신라의 나제동맹이 있고 이게 진정한 상호방위조약이라고 할 수 있지

 

어찌되었든 한미동맹은 불균형한 동맹이고 이로 인해 몇 가지의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었어

 

바로 포기의 공포야

 

애초에 한국과 미국 양 측 중 하나가 조약파기를 선언하면 1년뒤에는 조약이 끝나. 미국이 파기선언해버리면 한국이 어떤 반응을 해도 끝나

 

그리고 역사적으로 많은 동맹들이 있었지만 실제로 그 동맹이 잘 지켜진 사례는 절반이나 될까 모르겠어

 

히틀러와 스탈린의 불가침조약이 대표적인 예시고 애초에 예시로 들었던 나제동맹 역시 결국 신라의 배신으로 백제가 멸망하게 되잖아?

 

동맹이니 조약이니 하지만 사실 지킬 의지가 없다면 찢어버리면 그만인 종이쪼가리에 지나지 않지

 

게다가 한국과 미국처럼 압도적인 국력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위기에 빠지면 의회에 동의를 구해서 '행동'하겠지

 

의회가 거부하면? 미국정부, 즉 미국 행정부는 조약대로 '행동'했으니 법적 책임은 없어. 물론 전세계적으로 미국의 신뢰가 사라지겠지만 법적으로는 그래

 

물론 지금으로서는 미국 의회가 한국을 버릴 리가 없고 미국 행정부 역시 한국을 포기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이건 21년도의 상황이니깐 그런거야

 

당시 ㅇㄱㄸ의 상황에서는 강대한 북한과 나약한 한국의 대치상황 속에서 미국이 자신을 언제 버릴 지 모른다는 점은 불안요소였어

 

게다가 ㅇㄱㄸ는 적법한 선거결과를 거친 대통령이 아니고 쿠데타를 통한 집권이었기에 정권의 정당성이 약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야

 

그렇다면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선(=포기의 공포) 어떻게 해야할까?

 

까라면 까는거지. 미국의 요구를 정권에 위협이 되지않는 한 최대한 들어주면서 미국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 그게 전략이었던 거야

 

근데 문제는 베트남전쟁이 터지고 미국 혼자하기에는 명분도 없고 부담도 되었던 거야

 

포기의 공포를 해소하기 위한 한국의 전략은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어

 

바로 연루의 공포야

 

사실 한국은 베트남에 파병할 만한 여유가 없었어. 당장 북한보다 군사력이 약한데 군대를 베트남으로 보낸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

 

게다가 베트남(당시 북베트남)은 공산국가이기는 하지만 한국과는 거리도 멀고 교류도 없어서 전쟁할 이유도 없는 나라였어

 

그런데 오직 하나.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지 않겠다라는 생각만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여하게 되는거야

 

 

 

포기와 연루의 공포는 일종의 딜레마야.

 

포기의 공포가 두려워서 없애려고하면 다른 나라 전쟁에 참여할 지 모르는 연루의 공포가 증가하게 되는거지

 

반면 남의 전쟁에 끼기 싫어서 동맹으로서의 의무를 회피하면 포기의 공포가 증가하는 거고

 

포기의 공포▲=연루의 공포▼, 포기의 공포▼=연루의 공포▲ 

 

물론 한국이 미국과 대등한 강대국이 되면 이런거 생각할 필요없지만 한미동맹은 불균형동맹이니깐 어쩔 수 없어

 

다만 여기서도 의문은 하나 남지.

 

연루의 공포를 감수한다고 해도 이라크전쟁처럼 비전투부대만 파병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면 안되나? 굳이 전투부대를 해야하는 이유가 뭐지?

 

왜 당시 ㅇㄱㄸ는 굳이 전투부대를 파병했을까? ㅇㄱㄸ는 무엇을 노린걸까? 단순히 미국의 충실한 개가 되었던 걸까?

 

정답은 당시 ㅇㄱㄸ가 보고 들은 게 있었고 그가 봤던 건 일본이었어

 

 

 

 

 

2. 미일동맹과 이를 지켜보는 한국

 

 

일본 역시 전후에 미일동맹이라 불리는 미일안전보장조약을 통해 미국의 지배하에 있었지

 

그리고 일본 역시 불균형동맹이기에 동맹의 딜레마(포기의 공포+연루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어

 

당시 일본은 소련의 공격을 두려워했고 미국이 일본을 지키기 위해 소련과의 전쟁을 감당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라봤으니깐 그렇지

 

 

하지만 기시 노부스케 당시 일본 총리가 1960년에 미국의 무조건적인 개입을 명시한 신 미일안전보장조약 체결에 성공했어

 

이를 통해 일본은 포기의 공포로부터 벗어났고 연루의 공포도 없었기에 베트남전쟁에서 빠질 수가 있었지(물자판매는 해서 돈 범)

 

한국의 ㅇㄱㄸ가 지켜보고 부러워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야.

 

하지만 한국의 상황으로서는 미국의 무조건 개입을 보장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저 부러워만 하고 있었을 거야

 

그러다가 베트남전쟁이 발발하고 미국은 한국의 참전을 요구했지.

 

앞에서 말했듯이 포기의 공포▼=연루의 공포▲ 니깐 한국은 베트남전쟁에 전투부대를 파병하는 초강경수단을 사용해서(초기엔 비전투부대파병)

 

연루의공포를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포기의 공포를 극한으로 끌어내리고자 했던거야.

 

한국은 베트남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테니 이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의 무조건적인 개입이 명시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을 원했어

 

이렇게 바라봐야만 한국의 베트남 파병이 설명이 가능하지.

 

 

 

 

3, 베트남전쟁의 종결과 그로 인한 변화

 

 

물론 한국이 원하는 개정은 없었어. 미국이 SOFA를 개정하면서 한국정부의 체면을 살려주고 주한미군의 보장을 확실히 약속해주기는 했지만

 

오히려 베트남전쟁에서 패배한 미국이 닉슨 독트린을 선언하면서 니들 전쟁은 니들 알아서해라라고 해버리지

 

닉슨 독트린은 한반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어. 당장 주한미군이 주둔은 하지만 감축되어버리면서 한국은 포기의 공포를 느끼게 되었지

 

또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급격히 가까워지면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포기의 공포를 느끼게 되기도 했고.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살아남기 위해서 내부적으로는 군 현대화와 핵개발을 추진했어.

 

또 미중관계가 가까워지기도 했고 남북 모두가 공통된 공포를 느낀다는 점을 이용해서 7-4 남북공동성명에 합의하기도 하지

 

물론 본질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은 불가능했으며 애초에 진정한 남북평화에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지도 않았지만

 

 

 

 

4. 마치며

 

한국은 베트남전쟁에서의 목표였던 포기의 공포로부터의 해방에는 실패했어

 

물론 부수적인 경제적 이득이 상당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성공이라는 점을 기억해주면 좋겠어

 

하지만 당시 참전했던 장병들이 경제적 이득을 본 경험을 말하면서 오직 경제적 이득을 위한 전쟁이었다라는 오해가 널리 퍼지게 되었어

 

내가 이런 말을 현실에서도 하면 항상 듣는 소리가 뭐냐면 "아닌데? 우리 할아버지(혹은 친척)이 참전용산데 돈때문에 한거라는데?"야

 

뭐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같은 이유로 베트남사람들도 이렇게 알고있겠지

 

내가 베트남에 살았을 때 어떤 여자애가 묻더라고 왜 베트남전쟁(베트남에서는 미국전쟁)에 한국군이 와서 싸웠던거냐고

 

설명해주니 처음 듣는 소리라더라 뭐.. 그렇겠지. 호치민전쟁기념관에 가보니깐 미군의 전쟁범죄에 대해서만 보여주던데

 

사실 한국군도 전쟁범죄 당사자지만 지금 베트남 정부가 굳이 뭐라 안하는게 자기들도 그랬거든

 

북베트남이 지금의 베트남인데 자기들이 남베트남에서 한 범죄가 당연히 한국보다 더 많고 잔인하겠지

 

애초에 역사는 승자의 기록물이라고 승자는 북베트남이었으니 자신의 죄는 덮어버리고 정당성을 위해 미군의 범죄만 기념관에 해둔걸테고

 

한국군의 범죄를 굳이 떠벌리지 않는건 그거 조사하다가는 자기들이 한 거까지 다 나올테니 그런것도 있지

 

아 베트남에 대해 관심있으면  동남아의 깡패국가 베트남, 왜 그들은 깡패가 되었는가 이거도 봐주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