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상주시대) 주문왕과 태공망의 만남

-기원전 1100년, 중국 상주시대

 

 

주나라 문왕이 사냥을 나가려 하였다. 그러자 편이라는 사관이 거북점을 쳐보고 말하였다.

 

"위수의 북쪽에서 사냥하시면 큰 수확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용이나 이무기도 아니고, 호랑이나 곰도 아닙니다. 큰 재주를 지닌 대인을 얻을 징조입니다. 하늘은 주군께 스승을 보내서 대업을 이루게 하고, 삼대를 이어가며 돕게 할 것입니다."

 

문왕이 물었다.

 

"점괘가 참으로 그런가?"

 

사관이 대답하였다.

 

"저의 조상인 사관 주가 순임금을 위해 점을 쳐서 명재상인 고요를 얻었습니다. 이번 점괘는 그에 견줄 만합니다."

 

문왕은 사흘 동안 목욕재계한 뒤, 수레에 말을 매고 위수의 북쪽으로 사냥을 나갔다. 그곳에서 한 노인이 띠풀을 깔고 앉아 낚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문왕은 그의 앞으로 나아가 정중히 인사하고 물었다.

 

"낚시를 즐기시는가 봅니다."

 

태공망이 대답하였다.

 

"군자는 자기의 뜻이 이루어짐을 즐거워하고, 소인은 자기의 일이 이루어짐을 즐거워합니다. 제가 낚시질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겠지요."

 

문왕이 물었다.

 

"비슷하다는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태공망이 대답하였다.

 

"좋은 미끼로 물고기를 낚는 데에는 세 가지 미묘한 방법이 있습니다. 후한 녹봉으로 뛰어난 인재를 얻어 지혜와 능력을 다 발휘하게 하며, 많은 상을 내려 병사들이 목숨을 바치게 하며, 높은 벼슬자리를 맡겨 신하들에게 충성을 다하게 합니다. 낚시질은 고기를 낚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지만, 우리는 이를 통하여 세상의 커다란 이치까지도 알 수 있습니다."

 

문왕이 물었다.

 

"거기에 담긴 깊은 이치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태공망이 대답하였다.

 

"물은 샘솟는 곳이 깊어야 잘 흐르고, 물이 잘 흘러야 물고기가 잘 크는 이치입니다. 또한 나무는 뿌리가 깊어야 가지와 잎이 우거지고, 가지와 잎이 우거져야 열매가 잘 열리는 이치입니다.

 

마찬가지로 군자는 군주와 뜻이 맞으면 마음이 화합하고, 마음이 화합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으니 이 또한 마땅한 이치입니다. 꾸밈없는 말로 문답하는 것은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며, 서로 진정으로 마음을 드러내야 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제 신은 지극히 마땅한 이치를 거리낌없이 말하려 합니다. 군주께서는 꺼려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문왕이 말하였다.

 

"어진 사람은 올바른 충고를 받아들일 줄 알고, 그것에 담겨진 이치를 싫어하지 않는 법입니다.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태공망이 대답하였다.

 

"낚싯줄이 가늘고 미끼가 또렷하면 작은 물고기가 물고, 낚싯줄이 튼튼하고 미끼가 향기로우면 중간치의 물고기가 물고, 낚싯줄이 굵고 미끼가 크면 큰 고기가 물기 마련입니다. 무릇 물고기는 미끼를 물어 낚싯줄에 낚이고, 인재는 녹봉을 받아먹고 군주에게 복종합니다.

 

그러므로 미끼를 사용하면 모든 물고기를 낚을 수 있고, 녹봉을 내걸면 천하의 모든 인재를 불러 그 재능을 아낌없이 쓰도록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대부가 한 집안을 미끼로 사용해 나라를 얻으려고 하면 능히 나라를 손에 넣을 수 있고, 제후가 한 나라를 미끼로 사용해 천하를 얻으려고 하면 능히 천하를 아우를 수 있습니다.

 

나라가 겉으로는 크게 성하는 것처럼 보여도 군주가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인심은 반드시 모였다가도 흩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말없이 속으로 힘쓰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면 군주의 덕은 반드시 멀리까지 빛나게 될 것입니다.

 

백성을 위하는 성인의 덕이란 참으로 미묘하여 오로지 성인만이 그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면 천하는 저절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천하를 염려하는 성인의 생각은 참으로 즐거운 것이어서 모두가 마치 자기가 머물 집으로 돌아가듯이 사람들의 마음을 저절로 거두어들일 수 있습니다."

 

문왕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면 천하가 돌아와 복종하겠습니까?"

 

태공망이 대답하였다.

 

"천하는 군주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며 만백성의 천하입니다. 천하의 이익을 백성들과 더불어 나누는 군주는 천하를 얻고, 반대로 천하의 이익을 자기 혼자만 차지하려는 군주는 반드시 천하를 잃게 됩니다.

 

하늘에는 춘하추동의 사계가 있어 음양이 순환하고, 그 덕분에 땅 위에서는 재부가 생산됩니다. 재부를 함께 나누는 것을 어질다고 합니다. 천하의 인심은 어진 사람에게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죽을 처지에 놓인 사람을 살려주고, 재난을 당한 사람을 구해주며, 위급한 지경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는 행동이 덕입니다. 바로 이 덕이 있는 곳으로 천하의 인심이 모두 돌아갑니다.

 

백성들과 시름을 함께 나누고 즐거움을 더불어하며, 백성들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함께 꺼리는 행동이 정의로움입니다. 이 정의가 있는 곳으로 천하의 사람들이 달려갑니다.

 

본래 사람이란 모두 죽기를 싫어하고 살기를 좋아하며, 덕을 좋아하고 이익을 쫓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백성들에게 삶과 이익을 돌려주는데 힘쓰는 것이 도리입니다. 바로 이 도리가 있는 곳으로 천하가 돌아갑니다."

 

이 말을 들은 문왕은 태공망에게 두번 절하고 말했다.

 

"참으로 옳으신 말씀입니다. 제가 어찌 감히 하늘의 명을 받들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태공망을 자신의 수레에 태워 함께 돌아와 국사로 모셨다.

 

 

 

 

-육도(六韜), 문도(文韜) 편 중에서.

 

육도는 주나라의 시조인 문왕과 그 아들 무왕이 태공망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3개의 댓글

2021.01.22

당시 태공망은 아무런 벼슬없이 50을 넘겼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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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2

이런걸 상고시대부터 설왕설래 하던 새끼들 지금 꼬라지가 참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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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2

육도삼략은 태공망이 적은게 아니라 후한때에 만들어진 위서이다

물론 위작이어도 내용만큼은 매우 알찬 책이라

무경칠서의 두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필독서이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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