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사마의의 정변, 고평릉 사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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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양과 허창의 거리 -

 

조상 일파가 황제를 모시고 조예의 묘소로 떠난 사이, 사마의와 사마사의 3천 병력이 낙양을 완전히 장악한다.

 

조상 일파의 실정으로 인해, 진군의 아들 진태(陳泰), 태위 장제(蔣濟), 대사농 환범(桓範) 등 대부분의 대신들이 전부 사마의 편에 섰다.

 

그런데 환범이 사마의에게 의탁하러 몸을 이끌던 중, 환범의 아들이 환범에게 이야기한다.

 

"황제는 조상 일파가 모시고 있습니다. 또한 대사농(군수 담당 1인자)의 권한을 아버지께서 가지고 있으니, 조상에게 있는 대장군의 관인을 이용하면 더 많은 병력으로 사마의를 포위할 수 있습니다."

 

환범은 그 말을 옳게 여겨 아직 사마의가 점령하지 못한 서문을 통해 낙양을 빠져나가고, 허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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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예의 무덤, 고평릉 -

 

그 무렵 조상 일파에게도 사마의가 낙양을 점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연하지만 조상 일파와 사마의는 급이 다른 인물이었기 때문에 조상 일파는 모두 갈팡질팡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모르고 있었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조상이 크게 불리한 상황이 아니었다. 사마의를 따르는 병력은 기껏해야 수천명이고, 병력을 소집할 수 있는 군권은 대장군인 조상 본인에게 있다. 또한, 군수물자를 담당하던 대사농 환범이 낙양에서 허창으로 오고 있어 그의 인수가 있다면 얼마든지 군수물자를 보급하여 사마의와 맞서 싸울 수 있었다.

 

혹여 사마의와 일전을 벌여 패배했더라도 당시 변방에는 제갈탄, 관구검, 문흠 등 사마의의 정적 관계인 인물들이 있었으니 황제를 모시고 파천하면 되는 일이었다. 단순히 생각해도 답은 명확했다.

 

이후 환범이 조상에게 도착했고, 환범은 위의 근거를 들어 허창으로 들어가서 결사항전을 주장했다. 허창은 조조가 수도로 사용하던 곳으로, 방어태세와 물자가 충분히 갖춰져 있어 시간을 끌기엔 더 없이 좋은 곳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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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 코에이 삼국지 -

 

그렇지만 조상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환범은 애가 탄 나머지, 조상의 동생 조희(曹羲)에게 다시 한 번 조상에게 한 말을 했지만 조희마저 환범의 말을 듣지 않았다.

 

환범은 정말 마지막으로 조상에게 간했다.

 

"단순히 황제를 모시고 허창에 가 있기만 해도 주위의 자사들이 군대를 이끌고 사마의를 토벌하러 올 것입니다!!"

 

그렇지만 조상은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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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범, 코에이 삼국지 -

 

그 무렵 사마의가 보낸 회유의 사절이 조상에게 도착했고, 대장군 등 직위만 회수하고 조상 일파 전부를 살려주겠다고 제안하였다.

 

조상은 이에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황제를 다시 모시고 낙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환범은 절망하여 미친듯이 웃었고, 아래와 같은 말을 하였다 한다.

 

"조진 장군은 훌륭한 사람이었지만, 그의 아들은 개새끼나 다름없습니다! 이제 조진의 일가와 나의 일가 모두가 멸족당하게 생겼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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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마의 -

 

조상 일파와 환범은 낙양으로 돌아왔으며 모든 관직을 박탈당했다.

 

당연하지만 이후 사마의에 의해 조상, 하안, 환범 등은 처형당하고 그들의 삼족이 멸해졌다.

 

이로써 정권은 사마의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아직 제갈탄, 관구검, 문흠 등의 지방 세력이 남아있긴 했지만..

 

--

 

짧지만 고평릉 사변 편 끝!

14개의 댓글

2020.07.23

아니 황제가 살아있는데

조상은 사마의를 두려워해서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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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병원

ㅇㅇ. 저 당시에 사마의의 위치는 촉의 제갈량에 버금가는 구국영웅인 것도 있었고.

 

그걸 감안해도 조상이 지나치게 형편없는 행동을 한 것도 사실임.

0
2020.07.23
@급공무원준비생

그럼 사마의가 신의 한수를 둔건가

조상이 저런 판단을 둔다는 것을 계획한 것인가 ㅋㅋ

0
@하얀병원

환범이 도망간 시점에서 사실상 반란은 실패로 돌아간 상황이라고 봐도 돼. 환범의 말대로 조상이 황제를 모시고 어딘가에 들어가 처박혀 있기만 해도 곽회, 제갈탄 등 지방 자사들이 사마의를 치러 올 테니까.

 

현대로 치면 사단장 한 명이 반란을 일으킨 상황인데 다른 부대들이 그걸 진압하러 오지 않을 상황이 아닌 거지.

 

문제는 조상은 무대응을 선택했고, 그 결과는 뭐..

0
2020.07.23

유선은 자기 목숨이라도 챙긴 병신이었는데

조상은 아무것도 못하는 씹새끼였네 ㅋㅋㅋㅋㅋㅋ

0
@김츼

다들 간과하는데 유선은 무려 40년정도를 통치했다구. 이후에도 안락공으로 잘 지냈고.. 삼국시대에 태어나지만 않았어도 그냥저냥한 황제로 남을 수 있었던 사람임 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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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3

조상은 진심 ㅂㅅ이야 . 사마의 드라마에서는 아주 찌질하더만 

0
@북두신켄

하안, 하후현 등은 당대의 유명한 문신이었는데 조상과 대단히 친하게 지냈다고 하지. 사람 보는 눈이 없다곤 할 수 없는 걸 보면 아버지의 후광으로 분수에 맞지 않는 너무 높은 자리를 얻은 게 화가 된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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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3
@급공무원준비생

드라마에서 오석산을 하안과 함께 하는거보면 ..

게다가 사마의 쫒아내고 조상일파의 운영이 얼마나.개판으로 했으면 고평릉 사변때 사마의편을 들어주는 조정대신들이 많았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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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신켄

ㅇㅇ 맞아. 진태나 장제 등 주요 대신들이 사마의의 편을 든걸 보면 알 수 있지. 너무 어린 나이에 높은 직위에 오른게 독이 아닐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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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3

진짜 환범의 저 멘트는 구구절절한 후회가 느껴진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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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노예

사마의의 반란이 실패했다면 일등 공신이 될 수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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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4

조상이 생각이상으로 병신이여ㅛ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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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띵온요마인

ㅠㅠㅠㅠㅠ 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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