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 요약 - 1장

1장 문명이 싹트기 직전의 세계 상황

 

인류 역사가 전개된 보정 연대는 기원전 11000년

각 대륙의 역사 전개를 비교하기에 적합한 출발선은 기원전 11000년 경이다.

(보정 탄소연대 기준이다. 자세한 건 5장에서 다루겠지만, 탄소연대라고 해서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

이 시기는 전 세계에 인류가 퍼진 가장 이른 시기로 보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일부 대륙은 먼저 출발했거나 분명한 이점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전에 인류의 탄생부터 13000년 전에 이르기까지

수백만 년에 걸친 각 대륙의 인류의 역사를 간략히 훑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상세하게 밝히기는 어려우므로 가벼운 동향만 살펴보도록 하자.

 

1-1.png

 

인류 진화의 초기 단계는 아프리카에서 약 700만 년 전에 시작되었다.

인류의 진화계통은 약 400만 년 전에 직립 자세를 갖게 되었고, 250만 년 전 부터는 두뇌 크기도 알맞게 커지기 시작했다.

그런 선행 인류를 일반적으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로 부르는데 각각 순서대로 진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신체 크기로 보면 약 170만 년 전의 단계인 호모 에렉투스가 현대인에 가까웠지만, 두뇌 크기는 아직 절반에 불과했다.

250만 년 전에는 석기가 보편화되었지만, 그것은 아직 조잡한 단계였을 뿐이다.

그 시기의 인류는 아프리카에 국한되어 있었다.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벗어난 인류의 조상은 동남아시아 자바 섬에서 발견된 자바 원인이다.(100만 년 전)

자바 원인도 호모 에렉투스의 범주에 포함된다.

 

약 50만 년 전 인류는 두개골이 더욱 커져, 호모 사피엔스(현 인류과 같은 종)로 분기되었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도 세부 골격은 아직 우리와 달랐는데, 두뇌 크기도 작았고 행동 등도 우리와는 많이 달랐다.

이때는 아직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다.

 

그 이후 13000~40000년 전의 유럽과 서아시아에 살았던 인류는 네안데르탈인 또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라고 불리는 종이었다.

이들은 죽은 자를 매장하고 환자를 돌보았다는 증거를 남긴 인류였다.

그러나 그들의 석기 역시 아직 조잡하고 표준적 형태를 갖추진 못했다.

 

그들과 동시대의 아프리카 인류의 유골파편은 현대인의 골격과 더 흡사한데, 이 것은 아프리카의 인류나 네안데르탈인과는 또 다르다.

그러나 10만 년 전의 이 아프리카 인류 역시 네안데르탈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약진'의 시기에 나타난 현생 인류 크로마뇽인

마침내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약 50000년 전이었는데

그것은 내가 '대약진'이라고 명명한 시기이다.

이것의 확실한 증거로 가장 오래된 것은 동아프리카에서 출토된 유적이다.

곧 근동 및 유럽 동남부, 그 후 유럽에서도 유사한 발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크로마뇽인이다.

크로마뇽인이 만든 것들은 꽤나 이전 인류는 생각치 못했을 유용한 것들이었다.

그런 정교한 것들을 만들면서 인류는 수렵 효율이 증가했고, 추운 기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었다.

또한 정교한 장신구와 꼼꼼하게 매장한 것들을 토대로 심미적/정신적 면에서도 혁명적 발전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예술 작품 역시 지금 봐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신적으로 어엿한 현생 인류라 할만하다.

 

대약진의 이유, 즉 촉발 원인과 지리적 위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촉발 원인은 내가 썼던 "제3의 침팬지"에서 후두의 발달로 인한 것이었음을 밝힌 바 있고

지리적 위치는 의견이 분분하다.

왜냐하면 이것이 어떤 집단에서 발생하고 퍼져 나간 것인지, 아니면 국지적으로 발전해 나갔던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생 인류가 국지적으로 기원한 후 다른 곳으로 퍼져서 다른 인류의 유형을 대체했다는 것은 유럽에서 뚜렷한 증거를 보인다.

약 40000년 전에 크로마뇽인이 유럽에 진입한 이후 네안데르탈 인들은 몇천 년 이내에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그 둘의 혼혈 증거도 거의 또는 전혀 남아있지 않다.

 

인류사에 크나큰 영향 미친 오스트레일리아 대형 동물군의 멸종

대약진 시기는 우리의 조상이 유라시아에 살기 시작한 이후 인류의 지리적 범위가 처음으로 크게 확대된 시기와 일치한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가 이때 확대 범위에 포함된다.

그 두 곳은 약 30000~40000년 전에 인류가 살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들어온 이후 짧은 시간 이내에 각 지형 전체에 두루 자리잡았다.

빙하기가 계속되는 동안 해수면이 낮아져 인도네시아의 많은 섬이 바다가 마른 땅이 되었으나,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까지 마른 땅이 된 것은 아니다.

즉, 이는 역사상 처음으로 배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것을 두고 한쪽은 배가 사용된 것이 아닌 조난 등의 우연으로 인한 확산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틀린 것인데, 뉴기니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쪽의 다른 섬들까지 사람이 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류가 그렇게 배를 이용해 생활 터전을 넓힌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오스트레일리아의 대형 동물종이 멸종한 사건이 있었다.

즉, 인류가 그곳에 살기 시작하면서 모두 사라졌던 것이다.

아마도 그런 동물종들이 인류를 전혀 겪어 보지 않아 무방비했고, 인류는 그런 인류들을 몰랐던 동물종을 쉽게 수렵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부는 그런 대형 동물종이 인류에 의해 멸종 당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기에 인류가 멸종시킨 것이 아니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사건을 단순히 우연히 그 시기가 맞아떨어졌다고 하기에는 너무 의심쩍은 것들이 많다.

그러므로 나는 우연의 일치라기 보단, 그때 당시 인류가 그 두 지역으로 퍼지면서 수렵을 통해 대형 동물종을 멸종시켰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자 한다.

 

남북아메리카의 인류의 기원을 알려주는 클로비스 유적

그러므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에 비로소 인간이 살게 된 것은 대약진 시기였으며,

곧이어 유라시아의 극한지방까지 인류가 퍼져나갔다.

이것은 네안데르탈인의 기술 부족으로 인해 확산하지 못했던 것에 비해 크로마뇽인은 기술이 충분히 확보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대륙 5개 중 유라시아,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기니를 포함한 3개에 인류가 살게되었다.

 

남북아메리카는 인류가 가장 마지막으로 살게 된 대륙이다.

14000~35000년 전 시대 중 남북아메리카에 처음으로 인간이 살기 시작했는지는 불확실하다.

가장 오래된 유적은 기원전 12000년 경으로 추정되는 알래스카 유적이며, 이후 11000년 경 즈음의 캐나다 및 멕시코 유적도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통칭 클로비스 유적이라고 부르는데, 멕시코 주 클로비스 시 부근의 유적에서 딴 이름이다.

 

이후의 유적은 아마존 강 유역과 파타고니아에서도 나타난다.

즉, 클로비스 유적이 등장할 시점 즈음에 남북아메리카에 처음 사람이 살았으며 두루 퍼졌음이 입증된 셈이다.

그리고 또 알래스카로부터 남아메리카의 파타고니아까지 남하할 수 밖에 없었는지는 그들이 수렵/채집생활을 했기 때문으로 유추가 가능하다.

인구가 급속히 성장하는 것에 비해 수렵 채집으로 식량을 확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에 새로운 땅을 찾아 남하한 것이다.

또한 인류가 남북아메리카의 두루 확산된 일은 인류가 살지 않던 곳에 처음 인류가 살던 각 시기에 확인된 내용과 모든 면에서 일치한다.

 

그런데 클로비스 유적이 16000년 전 또는 21000년 이전이 아니라 11000년 직전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전에는 한대 지방을 살기 어려웠기 때문에 시베리아 지역에 인류가 살지 않았었다.

그러나 한대 지역에 살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시베리아 지역에 인류가 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시기에 나타난 빙하기로 인해 베링 해협이 육지화되었고,

시베리아에 살던 인류가 베링 해협을 넘어 알래스카로 이동해서 아메리카에 퍼진 것이다.

 

게다가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례와도 거의 유사하게 이 시기에 남북아메리카의 대형 동물종이 멸종한다.

인류가 그 곳에 살게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는 것은 결국 이러한 일에 인류가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단순히 추정이 아니라 그러한 증거들도 많이 포착된다)

그에 따라,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그들이 가축화할 수도 있었을 여러 종의 대형 동물종을 모두 잃고 만다.

 

클로비스 수렵민들은 최초의 아메리카인이었을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과연 클로비스 수렵민들이 정말 최초의 아메리카인이었냐는 점이다.

이러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과학적인 방법으로도 오차가 있어 정확치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그곳에서 발견된 탄소 물질들이 과연 그 시기의 실제로 인류가 남긴 흔적인가 하는 점도 확실치 않다.

그러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증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그런 판단의 어느 쪽이 옳든 간에 클로비스 시대가 그 이후의 아메리카의 선사 시대 역사에 미친 영향을 이해하는 것에는 지장이 없다.

왜냐면 어떤 이유로든 아메리카에서는 선사 시대의 인류의 역사가 가장 짧았기 때문이다.

그 외의 세계의 많은 섬들에 사람들이 이주하게 된 것은 꽤나 현대에 이르러서였다.

 

남보다 '먼저 출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른 출발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면 아프리카는 엄청나게 유리했다.

최소한 500만 년은 다른 지역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생 인류가 10만 년 전 쯤 아프리카에서 발생해서 다른 대륙으로 확산되었다면

다른 곳에서 축적되었던 유리한 점은 사라지고 다시 처음부터 아프리카가 유리한 시점에서 시작했을 터였다.

더 나아가 유전적 다양성조차도 아프리카가 높았다.

 

먼저 출발한다는 말이 그 지역의 조건에 적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면

극단적인 환경에서는 시간이 꽤 걸리는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북극이나 시베리아와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는 사람이 살기까지 아메리카의 모든 지역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시점보다도 9000년이 더 걸렸기 때문이다.

 

아니면 유라시아로 생각해보면 세계에서 가장 큰 대륙인데다 아프리카보다 더 빨리 발전을 시작할 수 있었기에 

그때부터 이미 유라시아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국지적으로 앞서나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는 어떨까?

그곳은 비록 시기는 늦었을 지언정 어느 곳보다도 배를 가장 먼저 가졌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기원전 11000년으로 돌아간 관찰자는 어느 누가 빠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 쉽지는 않다.

모두가 일말의 가능성은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물론 우리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으므로 유라시아 대륙이 가장 빨랐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게 유라시아가 더 빨리 발전한 이면에는 앞서 말한 것들 외에 진짜 원인이 따로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진짜 원인을 찾아보려는 것이 목적이다.

23개의 댓글

2020.06.09

이거 군인일때 읽었는데

 

역설적이지만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독서량이 많던 시기긴 했음 ㅋㅋ

0
@기쓰라

전혀 이상한 상황 아님

 

원래 군대나 감옥에서

 

할거 없으니까 책 많이들 읽음

0
2020.06.09
@저는이만갑오개혁

특히 당직

0
2020.06.09

나중에봐야지 총균쇠

0
2020.06.09

이거 사서 볼까해봤지만... 진짜 막대한 양에 통계나 자료 해석도 해야되는거같아서 손도 못댔음...

0
2020.06.09
@리나인버스

그...건 아님

0
2020.06.09
@숨은음은

그정도 아니야? 서점에서 보니까 이건 술술 읽힐 책이 아니다 느껴지던데....

0
2020.06.09
@리나인버스

그정도는 아닌데

다만 역사에 완전 무지하면 조금 어려울 수는 있음

니가 무지한지 안한지는 내가 알 수 없으니.. 그거에 대한 코멘트는 할 수가 업음 ㅠ

0
2020.06.09
@숨은음은

무지하니까 못읽는거임 ㅋㅋㅋㅋㅋㅋ

0
2020.06.09
@리나인버스

그래서 요약본을 적어주고 있는거임...

혹시나 몰라서 못 읽는 사람들이 이거라도 보고 얉더라도 이해는 할 수 있게끔..

최대한 쳐내고 핵심만 말하고자하는게 내 목표고..

0
2020.06.09
@숨은음은

그래 그래 고마웡

추천줬엉 잘 읽을게 재밌게 읽었어

0
2020.06.09
@리나인버스
0
2020.06.09

고생이 많다. 오랜만에 요약본 보니 재밌네.

0
2020.06.09

이 책 재밌고. Why Nations Fail 이라는 책도 같이 읽어보면 더 재밌음

0
2020.06.09

다시 총.균.쇠 읽어볼까 고민중이었는데

 

깔끔하게 정리해줘서 고맙다.

0
2020.06.09

이거읽고 작가한테 반해서 작가 다른책 3권 더삼

0
2020.06.09

말이 이상한 부분은 조금 수정을 했음

읽어보시고 말이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수정 제안을 해주세용

0
2020.06.09

문명하면 총균쇠 이해 200퍼센트 가능

1
2020.06.10
@김츼

이거 맞다

0
2020.06.10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퍼타일 크레센트'라고 불러야 한다던 교수님이 생각나네. 고유명사라서 번역한 이름을 쓰면 안된다고 하시더라. 초승달 지대라고 부르는 건 광주를 '빛의 도시'로 번역하는 거랑 다름이 없다며..

0
2020.06.11

총듄괴 ㅇㄷ

0

총쇠균 옳그떠야?

0
2020.06.12
@초강력먼지제거제

그냥 책인데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08 [역사] 송파장과 가락시장 1 Alcaraz 3 4 시간 전
1207 [역사] 미국인의 시적인 중지 2 K1A1 11 2 일 전
1206 [역사] 역사학자: 드래곤볼은 일본 제국주의사관 만화 16 세기노비추적꾼 13 5 일 전
1205 [역사] 애니메이션 지도로 보는 고려거란전쟁 6 FishAndMaps 6 15 일 전
1204 [역사] [English] 지도로 보는 광개토대왕의 영토 확장 3 FishAndMaps 4 20 일 전
1203 [역사] 지도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2년 동안의 기록 9 FishAndMaps 12 22 일 전
1202 [역사] [2차 고당전쟁] 9. 연개소문 최대의 승첩 (完) 3 bebackin 5 27 일 전
1201 [역사] [2차 고당전쟁] 8. 태산봉선(泰山封禪) 3 bebackin 4 28 일 전
1200 [역사]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이야기 3 에벰베 6 29 일 전
1199 [역사] [2차 고당전쟁] 7. 선택과 집중 bebackin 4 29 일 전
1198 [역사] [2차 고당전쟁] 6. 고구려의 ‘이일대로’ 2 bebackin 4 2024.02.27
1197 [역사] [2차 고당전쟁] 5. 예고된 변곡점 1 bebackin 3 2024.02.26
1196 [역사] [2차 고당전쟁] 4. 침공군의 진격 1 bebackin 3 2024.02.25
1195 [역사] [2차 고당전쟁] 3. 몽골리아의 각축 1 bebackin 5 2024.02.24
1194 [역사] [2차 고당전쟁] 2. 당나라의 ‘수군혁명’ 4 bebackin 9 2024.02.23
1193 [역사] [2차 고당전쟁] 1. 서설 & 참고문헌 목록 2 bebackin 6 2024.02.23
1192 [역사] 광개토대왕의 정복 전쟁 애니메이션 맵 14 FishAndMaps 5 2024.02.16
1191 [역사] 비트코인 화폐론, 나무위키를 곁들인. 23 불타는밀밭 14 2024.02.13
1190 [역사] 역사) 한산, 망국을 막아낸 전투. 5 2NAUwU 7 2024.01.30
1189 [역사] 해리 터틀도브의 대체역사소설 열전 시리즈 1부 5 식별불해 6 202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