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히틀러의 결단] ③ 루마니아의 추축국 가입편 1/2

 

 

 

 

독일은 방공협정, 강철동맹 체결을 통해 이탈리아·일본과 동맹을 형성했습니다. 이들 추축국이 내건 반공의 기치에 매료됐거나, 혹은 독일 편을 들어 한 몫 챙겨보려는 여러 국가들이 독일과 동맹을 체결하고 추축국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유럽에서 추축국의 세력은 점차 늘어났습니다. 19401120일 헝가리가, 19401123일에는 루마니아가, 194131일 불가리아까지 독일과 동맹을 맺고 추축국이 됨으로써 남동부 유럽에서 독일의 발판을 공고히 했습니다.

 

Map_8.1_Europe_ME_1941.jpg

<1941년의 유럽.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는 독일에게 소련 침공을 위한 중요한 포석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결과는 히틀러의 과감한 결단이 가져온 외교적 승부로써, 흔히 생각하듯이 히틀러가 마냥 무력시위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적절한 때에 당근을 제시하는 것이 원하는 바를 더 쉽게 얻어낼 수 있게 한다는 교훈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1940년 말의 상황을 고려해봅시다. 폴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베네룩스 3국에 이어 프랑스까지 성공리에 침공한 독일은 194010월까지 영국과 영국 본토 항공전을 벌였으나 영국의 전쟁수행의지를 꺾는 것까지는 실패했습니다. 히틀러는 이때부터 이미 소련에 대한 침공을 감행하기로 결심했는데, 대소 개전이 시작되는 1941년 여름 이전까지 교통정리를 먼저 완수하고자 했습니다. 독일이 소련을 침공해 동쪽으로 치고 나간다면 필연적으로 남동부 유럽을 거쳐야 하는데,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남동부 유럽 국가들을 독일 편으로 포섭해야 마음 놓고 소련을 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교통정리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는 히틀러의 결단에 달려있었습니다.

 

결단

사건 : 루마니아의 추축국 가입

시기 : 194011

배경 : 루마니아의 이온 안토네스쿠 정권이 자국의 이익을 바라며 독일과 협력하고자 함.

선택 : 루마니아의 추축국 포섭을 위해 무엇을 제시해야 하는가?

결단 : 소련이 루마니아로부터 강탈(19406)한 베사라비아와 북()부코비나 지역을 되찾아주기로 약속하고, 안토네스쿠가 바라는 군사 지원을 제공하라.

 

지도1번.png

 

<소련이 루마니아로부터 강탈한 북부코비나와 베사라비아 지역. 오늘날의 몰도바 일대로, 당시 루마니아 영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안토네스쿠는 루마니아 왕국의 총리였습니다. 그는 극우세력인 철위대를 이용해 권력을 잡았는데 그의 우익 성향은 그가 나치 독일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루마니아는 소련에게 베사라비아와 북부코비나 지역을 강탈당한 상황이었지만 루마니아의 국력으로는 이를 막을 만한 힘도, 되찾아 올 만한 힘도 되지 못했습니다. 이때 안토네스쿠의 눈에 들어온 것은 서유럽 전역을 석권하며 승승장구하던 독일군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독일군의 힘을 이용하면 베사라비아와 북부코비나 지역을 되찾아 오는 것은 물론 불안한 국경 상황을 잠재울 수 있다는, 일종의 이이제이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토네스쿠는 194011월 베를린을 방문하고 이러한 의중에서 히틀러의 반응을 살폈습니다.

 

안토네스쿠.jpg

<루마니아의 총리이자 독재자(콘두커토르)였던 이온 안토네스쿠>

 

한편 루마니아가 먼저 접근해왔다는 사실은 히틀러에게 기분 좋은 사실이었습니다. 대전이 벌어지면서 석유 수급이 힘들어진 독일은 루마니아의 플로이에슈티 유전지대에서 생산되는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는데, 루마니아를 아예 추축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루마니아가 추축국이 된다면 소련을 침공하러 가는 길이 더 안전해질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히틀러는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안토네스쿠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는 눈앞의 손해만 보고 이 조건을 거절했다가 루마니아가 연합국에 가담한다면 영국이 개입하려 할 것이고, 독일의 턱 밑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리하여 19401123일 루마니아가 추축국에 가입한 것입니다.

 

이 결단으로 독일은 귀중한 기갑 전력 일부를 덜어가면서까지 루마니아의 요구대로 남부 루마니아 국경지대에 배치했습니다. 19411221일 히틀러가 내린 명령에 따라 빌헬름 리스트 원수가 지휘하는 제12군의 2개 기갑 사단 및 8개 보병 사단이 남부 루마니아에 진주하였고, 이들을 지원할 공군 부대까지 배치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안토네스쿠는 서쪽의 유고슬라비아 및 남동쪽의 터키로부터의 압박을 덜게 되었습니다.

 

Bundesarchiv_Bild_183-S36487,_Wilhelm_List.jpg

<히틀러가 지시한 루마니아 지원을 담당한 빌헬름 리스트 원수>

10개의 댓글

2019.09.10

너땜에 호이마려워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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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파란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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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루마니아 업적따려고 몇번 해봤는데 소련이 땅달라고 국경에 병력까는거 보면 줫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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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빈 중재때 독일이랑 이탈리아 때문에 땅 다 뺏겼놓고 소련이 땅 뺏어가자 바로 돌변한게 이해가 안가더라

0
2019.09.10
@lllIlllIlllll

추축국 가입하면 헝가리에 영토 좀 넘겨주는 대신 더 넓은 북부코비나와 베사라비아 돌려주기 + 유고슬라비아/터키가 집적대는 거 막아주기 + 우크라이나 영토 떼어주기 + 반대세력 진압하기 약속한 독일

 

vs

 

그런거 모르겠고 땅이나 내놓으라는 소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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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lllIlllIlllll

이 조건을 두고 소련한테 먼저 손 내밀면 그건 미친놈이나 빨갱이 둘 중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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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Volksgemeinschaft

소련놈 양심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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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해외라서 추천은 못하지만..잼게 보고이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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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1

근데 바르바로사는 왜 여름에 시작한거야?

만약 봄부터 시작했으면 겨울이 오기 전에 모스크바를 먹고 우랄 서쪽을 장악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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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1
@사이어

본래 더 일찍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위에 언급한 것처럼 '교통정리'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게다가 동맹국 이탈리아가 그리스를 침공해놓고는 오히려 패퇴하면서 이를 수습해야 했고, 유고슬라비아의 친독 정권이 쿠데타로 무너지면서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전쟁도 치뤄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독일군과 히틀러는 남은 시간동안 충분히 소련을 꺾을 수 있다고 봤고, 거기다 노르웨이의 독일군 기상대가 추위가 늦게 찾아올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으면서 1941년 6월 22일 공세에 돌입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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