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사량도 옥녀봉 전설에 대한 고찰과 추측

딸때문에 소가 된버린 아빠 설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cartoon&no=555209

↑만화먼저 보고 오면 더 좋습니다.

 

 

사량도 옥녀봉 전설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의붓아버지가 딸에게 욕정하였고, 딸은 수치심을 주어 아버지를 깨우치게 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절망하여 옥녀봉에서 투신하였다.'

 

설화가 권선징악과 같이 보편적인 사회관념 등을 내포함은 당연하다.

비록 근친상간이라는 소재가 지극히 자극적이지만, 이를 금기시하는 것 또한 보편적인 사회관념이다.

옥녀봉 전설이 우리의 입장에서는 다소 막장스럽지만 사회적 측면에서는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없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옥녀봉 전설은, 독일 동화 처럼, 앞 뒤 중간 할 것 없이 허술한 부분이 많다.

 

 

1. 옥녀봉 전설의 신뢰성

여기서 자연스럽게 들만한 의문은 '옥녀봉 전설이 진짜이기는 한가?'이다.

마치 고려장의 유래처럼 후대의 어떠한 인물, 혹은 집단이 지역, 국가에 대한 이미지 하락을 노리고 만든 이야기가 아닌가 의심이 들 법하다.

아쉽게도 아니다.  https://folkency.nfm.go.kr/kr/topic/detail/5596

일단 가장 믿을만하고 접근성도 좋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는 이야기이며, 이외에도 향토학자가 수집한 민간전설 모음에도 간간히 등장하고 있는 전설이다.

비록 3가지 전설 중 하나의 변질된 버전이기는 하지만 확실하게 존재하는 이야기이다.

 

 

2. 옥녀봉 전설의 막장성

그렇다면 옥녀봉 전설은 왜 유난히 막장스러울까?

보통 설화라고 한다면 권성징악, 개과천선 등의 사회적 정의를 다루는게 보통이.... 아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설화 1페이지에 있는 이야기다. 가마고개https://folkency.nfm.go.kr/kr/topic/detail/5418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남명학파의 여식과 퇴계학파의 여식의 가마가 만났다 싸움이 났는데, 집안싸움으로 스케일이 커지자 두 여식이 자결하는 것으로 싸움을 끝냈다.'

집안 싸움의 종결을 죄 없는 여성 두명의 자살로 끝내는 개막장 설화다. 이외에도 막장설화를 찾고 싶다면 대백과 조금만 뒤져도 금방 나온다.

즉, 옥녀봉 전설은 유난히 막장스러운게 아니라, 막장스러운 설화 중에 옥녀봉 전설이 끼여있을 뿐이다.

이는 당시와는 달라진 사회관념 때문에 막장성이 도드라지는 것도 있지만, 현대에 들어서 설화와 전설들이 동화로 재편집되면서

'설화=동화' 라는 인식이 생긴 탓이 제일 크다. 그 유명한 콩쥐팥쥐에서도 팥쥐로 젓갈을 담가버리는 미친 전개가 정설이다.

 

3. 그럼에도 엉성한 전설

아무리 '막장일 수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옥녀봉 전설을 보아도 이 이야기는 엉성하다.

마치 누군가가 중간중간 내용을 토막친 듯한 느낌이 강렬하다.

옥녀봉의 본래 전설에서는 의붓아버지가 아닌 사또가 등장한다. 옥녀는 약혼한 도령이 있고, 도령이 과거를 보러간 사이 사또의 수청을 피하지 못할 상황이 오자 옥녀봉에서 자결하였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사또는 급살하고 돌아온 도령은 충격을 받고 함께 자결한다. 이후 옥녀봉 근처로 혼례가마가 지나가면 사고가 난다는 결말이다. 춘향전의 비극적 버전이다.

그러나 변질된 이야기에서는 의붓아버지와 옥녀만이 등장하고, 옥녀가 자결한 뒤 혼례 가마가 사고난다는 결말이 바로 이루어진다.

콩쥐팥쥐의 큰 구성은 결국 '권선징악'이다. 착한 콩쥐는 사또와 결혼하고, 죄를 저지른 팥쥐는 젓갈이 된다.

위의 가마고개 이야기도 상당히 막장스럽지만, 집안싸움으로 번진 책임을 지고 여식들이 자결함으로써 당대의 '가문의 명예'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주제로하는 설화라고 할 수 있다.

옥녀봉 전설은 '근친상간의 금기시'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결말에서 옥녀가 자결할 뿐, 아버지에 대한 결말은 빠져있다.

권선을 하지만 징악을 하지 않았다.

*물론 아버지도 함께 자결하는 버전이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이것이 징악일까?
 

 

4. 추측

여기서부터는 지극히 개인적인 추측이다.

옥녀봉 전설은 여느 설화처럼 그저 비극으로 끝나는 설화일지도 모른다. 마치 달래고개처럼 말이다.

하지만 옥녀봉 전설은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동일하게 비극으로 끝나는 사또 버전이 또 따로 있다. 이는 주목할 만한 점이다.

지금부터는 이 전설이 설화, 그 중에서도 구전설화의 특징을 띤다고 가정한다.

 

구전설화라는 것은 포장하자면 '당대의 사회상과 지역적 특색이 담긴 이야기'지만 '지역의 가십거리'와도 한끝차이다.

만약 옥녀봉 이야기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가십'이라면 추측해볼만한 가설이 있다.

 

'옥녀가 정절을 지키기 위해 자결한 이후 사또는 온 고을의 흉을 다 들어야만 했다. 심지어는 옥녀가 자결한 봉우리 근처에서 혼례 가마가 미끄러지면서 옥녀의 한이 서렸다는 소문이 흉흉하기 까지했다. 이러다가 암행어사라도 들이치는 날에는 모가지가 날아갈 판이다. 이에 사또는 전기수 몇몇과 시정잡배들을 몰래 불러들여 여러가지 소문을 퍼뜨린다. 옥녀봉에는 사실 여신이 살고 있는데 옆 마을의 남신이 처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는 소문, 또 옛적에 과거급제자를 뒷바라지한 누나가 산신에게 기도하다 돌이 된 것이라는 소문, 그리고 옥녀가 자살한 이유가 실은 그 아비가 천륜을 어기려다가 옥녀가 정절을 지키려다 자살한 것이라는 헛소문. 그렇게 고을 곳곳으로 엉망진창 섞여버린 소문들이 돌았고, 현재에 이르렀다.'

 

 

5. 결론

나름대로의 추측을 써 보았지만, 위에서도 서술했듯 옥녀봉 설화가 독특한 것은 전혀 아니다.

옥녀봉보다 더 막장이고 인간이 감히 이런짓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얘기가 정말로 많다.

다만 옥녀봉 전설의 내용 유형이 우리나라 전역에서 유사사례가 나온다는 점과 더불어 여러가지 버전이 한가지 지명에 집중된다는 점은 특이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설화라는 것을 현대의 관점, 관념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정말 못 할 짓이다.

 

 

3줄 요약.

1.옥녀봉 전설은 이왜진이 맞다.

2.옥녀봉 전설이 '조작'되어 구전되었다는 추측을 해본다.

3.옥녀봉 전설이 그다지 특이한건 아니다.

 

자료 출처

옥녀설화 연구(김영일, 경남대학교 어문논집11, 경남대학교, 2000).

+뇌피셜추측

1개의 댓글

우리 작은이모부가 사량도 출신인데 저 만화 맞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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