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을 일으킨 나치독일은 유럽 각국을 정복했지만, 그만큼 수많은 노동인력이 군대로 빠져나가 국가산업기반이 위태로워질 위기에 처했음. 그래서 그 노동력을 벌충하기 위해 엄청난 수의 외국인 노동자를 독일과 독일 점령지로 불러들여 공장을 돌리고 탄약과 무기를 찍어내도록 함. 

독일측에서 발표한 통계로는 760만명 가량이었으며 넓게 잡으면 1천만명을 넘는다고 알려짐. (출처)

아래는 나치독일 행정부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구분한 명칭.

Gastarbeitnehmer (가스트아르바이트네머) - 초청 노동자

: 이탈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핀란드 같은 추축 동맹국이나 스웨덴, 스위스, 스페인등 친독 중립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가리키는 말.

동맹, 혹은 우방국 국민이었기 때문에 독일인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음. 다만 이탈리아의 경우 1943년 이후 항복했기 때문에 아래 강제 노동자로 격하해버림.

zwangsarbeiter (즈방스아르바이터) - 강제 노동자

:나치독일 휘하 점령국 국민들, 혹은 정권에 저항한 정치범, 동성애자, 유태인, 집시등의 소수민족들로 구성.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일반 노동자들보다 근로시간이 더 많았으며 급료는 더 적거나 절반 이하였음. 배급받는 음식도 훨씬 질 낮은 것들이었고 통금이 존재했으며, 지정된 상점이나 가게만 이용할 수 있었음. 카메라나 자전거등 비싼 물건을 소유할 수도 없었고 대중교통을 사용할 수도 없음.

워낙 다양했기 때문에 그냥 전부 싸잡아서 강제노동자라고 부름. 아래 몇개는 그중에서도 분류가 가능했던 부류들.

  유태인 (juden) 

:설명이 필요 없는 부류. 1942년 최종 계획안(Endlösung der Judenfrage)이 나오기 전까지는 노동력으로 취급함. 이후 홀로코스트가 진행될 때도 일부는 계속 탄약 생산등에 할당됨.

  Kriegsgefangene (크릭스게판게네) - 전쟁포로

:독일의 적대국 군인들로 구성. 주로 소련, 프랑스, 폴란드인들이었으며 영국, 미국, 네덜란드, 벨기에 같은 나라는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었음. 1943년 이후 연합국에 항복한 이탈리아 역시 포함됨. 이후 친독 괴뢰정권이 들어선 국가 출신들은 그냥 평범한 강제 노동자로 재분류함.

  polnische Zwangsarbeiter (폴니쉐 즈방스아르바이터) - 폴란드 강제 노동자

:2차대전 초기 항복한 폴란드인들로 구성. 최대 150만명까지 추산. 강제 노동자들 중 그 숫자가 유대인 다음 두번째로 많았기 때문에 아예 폴란드 인들은 가슴팍에 폴란드를 상싱하는 P자 배지를 붙이고 다님. 주로 폴란드 전역때 생포된 전쟁포로들이거나, 이후 민간에서 모집된 인부들임. 명목적으로는 독일인 노동자들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받았으나 15%의 추가 세금이 강제로 공제 당함. 사소한 죄목으로도 구타, 혹은 즉결 처형 당하기도 함. 앞서 말한 대로 외국인 노동자이긴 한데 준 노예 취급.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임신은 가능했으나, 출산 바로 다음날 직장으로 복귀해야 했고 아이는 고아원이나 독일인 위탁가정에 배정되어 길러짐.

Ostarbeiter (오스트아르바이터) - 동부 노동자

: 소련, 백러시아,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강제 차출, 혹은 지원을 받아 데려온 슬라브인들. 최대 500만명가량으로 알려짐. 열등인종(Untermensch)이라서 대우는 위 폴란드인들의 하위호환격으로, 폴란드인들이 적어도 인간취급은 받았던 것에 반해 이들은 그냥 가축취급. 이들은 민간 주거지가 아니라 독일군이 감독하는 수용소에서 살아야했으며 독일 민간인들과의 접촉이 엄격히 금지됨. 임금은 독일인 노동자의 15% 수준. 저항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절반가량은 여성들로 구성. 같은 슬라브인과 관계하여 임신할 경우 낙태, 독일인과 관계하여 임신할 경우 교수형.

* 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은 보통 방직, 군수공장으로 보내지기도 했지만 탁아소, 유치원이나 베이비시터로 고용되기도 함. 그래서 2차대전 유년기를 보낸 독일인들 중에는 폴란드, 러시아말을 하던 유모에 관한 추억을 가진 사람이 꽤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