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릉, 한나라 장군, 흉노의 왕 (2)

 

- 이릉이 한나라를 생각하다(李陵思漢), 문명 5 훈족 BGM

 

<전편 줄거리>

 

1. 이릉은 5000명의 보병을 이끌고 지금의 몽골 지방으로 출정했다.

 

2. 8만명의 기병을 만나 1000리 길을 도망치다 결국 포로로 잡힌다.

 

3. 그런 이릉을 변호하다 사마천이 고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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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심영_저스툰.jpg

 

- 사마천, 저스툰 출처-

 

잠시 사마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가자.

 

당시 한무제의 분노를 정면으로 사게 된 사마천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3가지가 있었다.

 

1. 50만 전(한화 약 1,000억)을 내고 사면받기

2. 사형 (참수형)

3. 궁형 (고자라니)

 

현실적으로 1번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도 없을 것이다.

200년쯤 후 삼국지의 인물들을 보아도 1번을 선택할 수 있는 부자는 조홍, 미축, 노숙이 전부이다.

 

2번의 경우, 당시 잔혹한 한무제의 성향으로 보았을 떄 곱게 죽기는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다는 칭송을 들을 수 있으며, 후하게 장사를 지낼 수 있게 된다.

 

3번의 경우 남성기와 고환을 전부 잘라내며, 당연하지만 아주 심한 고통과 함께

목숨을 구걸한 자라는 불명예를 얻게 되며, 가족마저도 멀리하게 되는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사마천은 3번을 선택하게 된다.

 

--

 

 

사마담.jpg

 

- 사마담(司馬談), 사마천의 아버지 -

 

사실 사마천의 아버지인 사마담부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무제와는 좋은 인연이 아니었다.

 

한무제는 봉선(封禪) 의식을 거행하였는데, 봉선 의식이란 한 마디로 "내가 좀 개쩌는 명군인듯ㅋㅋ" 하며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다.

진시황 이후로 당 고종, 청나라 강희제, 건륭제 등 10여 명의 황제만이 거행한 역사적인 의식이다.

 

사마담은 천체의 관측을 담당하는 태사령(太史令) 이라는 고위직을 맡고 있었고, 자신도 봉선 의식에 당연히 참여할 줄 알았으나 한무제는 그에게 대기 명령만 내리게 되었고, 역사적인 봉선 의식을 관람하지 못한 사마담은 홧병을 앓게 되었고, 아들에게 <태사공서(사기)> 의 집필을 부탁하고 사망하였다.

 

한무제는 나중에 자기도 좀 머쓱했는지, 당시 자신과 같이 사마천을 욕한 신하들을 곤장을 때리거나 다 죽여버리고, "그까짓 고추 좀 없다고 뭐 어때!" 하며 다시 벼슬을 주며 중용하였다고 한다.

 

자신의 아버지를 (의도치 않게) 사망하게 만들고, 자신마저 불구의 몸으로 만들어 버린 탓일까, 사마천은 사기에서 한무제를 대차게 비판하고 있다. 2천년 후, 이름 없는 한 개붕이인 나도 한무제를 까고 사마천을 칭송하고 있으니 사마천의 의도는 성공했다고 봐도 될..까?

 

--

 

이광리.jpg

 

- 이광리

 

다시 이릉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릉은 적에게 사로잡혀 포로가 되고, 이광리 또한 흉노 선우(황제)의 공격을 받고 패퇴하였다.

 

한무제는 다시 이광리에게 13만 군사를 주어 흉노 선우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흉노의 군대 10만과 맞부딫혔으나 별다른 전과가 없이 돌아오게 된다. 이 때, 한무제는 내심 이릉이 걱정되었는지 공손오(公孫敖)를 보내 가능한 한 이릉을 구출해 오라는 명령을 내리게 된다. 공손오는 이릉을 구출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중요한 정보를 하나 수집하게 된다.

 

"이릉이 흉노 선우에게 한나라의 군사 기밀을 유출하였다. 고로 이광리는 소득이 없이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한무제는 대노하였고, 이릉의 일족을 멸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모든 사대부들은 이씨 가문을 욕하였고, 이씨 가문의 명망 또한 땅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이릉 또한 나중에 이 소식을 알게 되어, 한나라에 분노하게 된다.

 

--

 

사신.jpg

 

- 사신

 

이후 한나라의 사신이 흉노에 도착하게 되었고, 이릉은 분노하여 사신에 따져 물었다.

 

"내가 흉노에 투항하긴 했지만, 고작 5천 병력을 이끌고 처절하게 싸우다가 중과부적으로 패퇴하여 투항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오. 내가 어찌 한나라를 배반하였다 할 수 있겠소! 왜 우리 일족을 몰살한 것이오!"

 

"당신이 흉노에 기밀을 알려주었다고 하지 않소! 그런 자에게는 멸족이 합당한 처벌일 것이오."

 

"기밀을 알려준 사람은 이릉이 아니라, 이서(李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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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노.jpg

 

- 흉노족

 

사정은 이러했다.

 

이릉보다 먼저 투항한 이서(李緖)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이서는 흉노 선우와 선우의 어머니의 인정을 받아 흉노의 고위직에 오른 인물이었다. 그 후 이서는 한나라의 병법 등 군사 기밀을 알려주고 흉노 선우의 군사 훈련을 돕게 되었는데, 이 사실이 외전되어 이릉이 흉노 선우를 돕고 있다고 한나라에 알려진 것이다.

 

이릉은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이서를 죽여버리고 도주했는데, 이를 안쓰럽게 여긴 흉노 선우에 의해 사면되고, 흉노 선우의 딸과 결혼하게 되었으며 흉노의 우교왕(右校王)에 임명된다. 왕에 임명되었음에도 이릉은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았으며, 가끔 선우가 도움을 요청하면 그에 응하여 몇 가지 답변만 하고 다시 잠적하는 식으로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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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ㅜ.jpg

 

- 소무, 이릉의 친구 -

 

그 무렵, 이릉의 오랜 친구인 소무(蘇武)가 흉노의 포로가 되어 잡혀오게 된다. 이릉은 소무를 회유하려 하였으나 소무는 듣지 않았고, 19년 동안의 포로 생활 끝에 소무는 한나라 사신과 함께 다시 돌아가게 된다.

 

이 때, 한무제는 이릉의 일이 후회되었는지 넌지시 사신의 편에 이릉의 귀환을 물었다. 이에 이릉은 이렇게 답했다고 전해진다.

 

"이미 나의 일족이 멸족되었으니 이 이릉이 무엇을 생각하겠소. 끝났소. 장부는 두 번의 치욕은 겪지 않는 일이오."

 

이후 이릉은 흉노에서 20년을 더 산 후 죽었다.

 

--

 

이릉은 소무의 편에 한 수의 시를 전해 보냈다고 한다.

 

良時不再至 좋은 때는 다시 오지 않으리
離別在須臾 이별은 눈 깜짝 할 새 왔네
屏營衢路側 불안해하며 네거리 옆에 서성였고
執手野踟躕 손잡고 들판에서 주저했었네
仰視浮雲馳 하늘을 보면 뜬구름 달리고
奄忽互相踰 갑자기 서로 아득히 멀어지고 있네
風波一失所 바람에 한번 머물 곳을 잃고 나니
各在天一隅 각자 하늘가 멀리 떨어지게 되네
長當從此別 응당 오래가겠지 이 이별
且復立斯須 또 다시 이렇게 잠시 멈추어 선다
欲因晨風發 바라건데 새벽 바람 부는 것에 의지해
送子以賤軀 이 천한 몸으로 그대를 전송할 수 있었으면
 
- by 나무위키 -
 
이광리.jpg
 
- 다시 이광리
 
의도치 않게 이릉을 나락으로 떨어트린 이광리의 최후 또한 그리 좋지 못했다.
 
이광리는 흉노와 전투 이후 대패하였고 흉노에 투항하였다. 이광리의 일족 또한 멸족되었으며, 이광리는 선우의 어머니를 위한 인신제물로 바쳐지게 된다. 이광리 역시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하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이릉 이야기 끝!

13개의 댓글

2020.07.04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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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4
@년차ASMR

고맙당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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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4

무제 새끼 염치도 없는 게 일족몰살시켜놓고 귀환을 묻는 거 자체가 넌센스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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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4
@가르친링

어.. 다시 퇴고해보니 잘못 작성된 부분이네.. 하지만 그랬을수도 있으니 냅두겠음ㅋㅋ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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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4

재밋게 잘 읽었엉 ㅊㅊ. 다음이야기도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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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5
@Synic

고맙고맙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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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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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5
@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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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5

유잼이넹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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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5
@캠퍼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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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5
@캠퍼밴

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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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6

잘봤당 재밌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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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6
@최강의북북춤

고맙다냥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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