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기후의 변화와 문명의 발달(1): 서론

1. 환경결정론

환경결정론은 인류의 역사가 주어진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의 건강과 성격에 대해서 기후가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기후, 물, 토양은 인간들의 습관과 특징을 결정짓는다. 풍요로운 땅에서는 온화한 기질의 사람들이 나오고, 메마른 땅에서는 거친 기질의 사람들이 만들어진다.

 

프랑스의 볼테르는 중국과 인도처럼 숲이 많고 농작물을 키우는 지역은 다신교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초원에서 목축을 하는 지역에서는 유일신교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헤겔은 근대 문명은 온대지방에서만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이어져온, 생각보다 역사가 깊은 주장이다.

 

 

환경결정론은 크게 두가지의 문제점을 가진다. 

 

① 인간의 주체적인 의지를 무시한다. 

(예)

→ 범죄자가 만들어지는데 환경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면, 범죄자를 만든 사회가 범죄에 대해 결정적인 책임이 있는것이 아닌가?

→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을 만든 것은 환경인데, 성공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이 아닌가?

예시를 봐도 알 수 있지만, 환경을 강조하는 것은 보다 좌파적인 사상들과 연결점이 크다. 이건 모든것은 환경 탓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② 인종주의, 제국주의등 세계질서에서 우열을 나누는 것을 합리화.

(예)

→ 독일 민족의 운명'을 외치던 나치처럼, 결과적으로 더 발달한 문명은, '우월한 환경'에서 태어난 것이며, 그것은 운명이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첫 번째 예시와 정반대로, 극우적인 사상과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환경결정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역사를 지나치게 합리화하는 것일 수 있고, 역사의 사례를 봤을 때 정치적으로도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이 인간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어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환경과 문명의 관계를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2. 연표.

<기후의 변화와 문명의 발달>에서 다룰 내용들을 간략하게 정리한 연표다. 연표는 각 시대를 다룰 때마다 앞에다 넣어서 보기 편하게 할 생각인데, 일단 서론인 만큼 정리해서 올려본다. 

 

① 인류의 탄생 ~ 농경생활의 시작, 고대문명의 시작.

BC 12000 ~ BC 3000: 빙하기가 끝나고 온난한 기후가 찾아왔다.

** BC 10500 ~ BC 9500: 영거-드라이아이스기(Younger-Drias Period)

** BC 6500 ~ BC 3000: 기후최적기

 

② 고대문명의 멸망.

BC 3000 ~ BC 2000: 건조화기

 

③ 암흑기

BC 2000 ~ BC 500: 한랭건조기 1

 

④ 고대 제국들의 시대

BC 200 ~ AD 200: 로마 온난기

 

⑤ 고대 질서의 붕괴

BC 300 ~ AD 700: 한랭건조기 2

 

⑥ 중세의 절정

AD 1000 ~ AD 1200: 중세 온난기

 

⑦ 소빙하기

AD 1300 ~ AD 1900: 소빙하기 

 

 

3. 연표 이전: 인류의 탄생에 대한 가설

사바나가설(Savanah Hypothesis)은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데 기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가설이다.

 

인류는 여러 단계를 거쳐 진화해왔다. 진화는 선형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유의하며 살펴보자. 

 

(틀린 예)

→ B → C → D (X)

진화는 이런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폭넓게 퍼져있는 종족 구성원 중 일부가 특성이 바뀐다고 해서, 나머지 지역에 있는 종족들도 같이 그 특성을 공유하게 되지는 않는다. 포켓몬 세상의 피카츄 하나가 라이츄가 되었다고 해서, 모든 피카츄가 라이츄가 되는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진화를 설명하는 많은 그림들이 이해하기 편하라고 이런 예를 사용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맞는 예시: 인간의 경우)

인류 계통도.jpg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jins161&logNo=221175180789&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인류라고 부를 수 있는 계통에서 침팬지와 공통 조상으로부터 처음 분리되었으며, 그 뒤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해서 여러 개로 나뉘었다가 결국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전부 멸종한다.

 

이게 왜 중요하냐?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전 인류들의 일부와 네안데르탈인이 살던 곳으로 퍼져나갔다. 따라서 아프리카 밖과 교류를 한 적이 없는 진퉁 흑인들을 제외하고, 우리 모두는 다른 인류들과 혼혈인 잡종들이라는 것

 

 

인류의 조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가장 오래된 흔적이 남아있는 곳은 동아프리카 화산대다.

 

동아프리카 화산대.jpg

 

동아프리카 화산대는 열대우림이었다. 열대우림이 제공하는 풍부한 먹이 덕에, 인간의 조상은 다른 유인원들과 함께 잘먹고 잘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동아프리카 화산대가 융기하기 시작했다. 융기는 지형이 솟아나는 것을 말한다.

 

지형이 융기해서 변화하게 되면, 솟아난 지형을 중심으로 기후환경이 다양해진다.

 

새로 생긴 산맥은 바다로부터 오는 수분을 차단했다. 이후 인간 역사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인데, 모종의 이유로 바다로부터 수분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지형이 바뀌고 인류는 생존하려고 발버둥친다.

 

 

savannah-hominids.jpg

출처: http://aquatic-human-ancestor.org/alternative-theories.html

 

수분을 공급받지 못한 동부의 열대우림은 수백만년에 걸쳐서 초원으로 변화했을 것이다. 인류의 화석도 초원이었을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풍부한 먹이를 공급해주던 열대우림의 상실로, 어떤 유인원들이 먼 거리를 이동해 사냥에 나섰고, 장기간의 이동을 위해 직립보행을 시작했다.

 

그들은 자유로워진 손으로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도구의 사용은 뇌가 발달한 이들에게 유리했다.

 

 

반면, 열대우림에 남아있던 다른 유인원들은 별다른 압박이 없어 그대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한 쪽은 인간이 되고, 다른 한 쪽은 침팬지와 다른 유인원으로 남은것이 아닐까?

 

 

다음에는 수백만년을 건너뛰어 인류의 수렵채집이 끝나고 농경이 시작되는 시기에 대해 알아보자. 

 

 

- 참고: 「기후와 문명」, 노의근 저 외.

1개의 댓글

2020.06.08

총균쇠인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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