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성서의 모세와 이집트 이야기의 신빙성, 그리고 학설.

* 이 글에서 성서는 기독교 경전을 이야기합니다.

 

이건 내가 서양고대사 수업들었던 내용 중 생각나는 부분들 쓴 거라, 틀릴수도 있지만 걍 흥미본위로 읽을만하게 써봄.

 

그 교수님 전공도 이집트는 아니고 원수정 초기 로마 군사제도였어.

 

1. 모세의 이집트 탈출과 이집트의 노예?

 

MOSES.jpg

이집트 피라미드 노예노동은 <탈출기> 혹은 <출애굽기>라고 불리는 성서의 이야기가 널리 퍼지면서 유명해진 감이 좀 있어. <출애굽기>의 애굽은 이집트를 뜻해.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강압적인 이집트의 지배계층에게 노예마냥 학대당하던 유대인들을 모세가 이끌고 탈출하는 이야기야!

 

모세는 홍해도 갈랐다 하고, 신이 십계명이라는게 써진 석판도 던져줬다고 해... 만나라는 과일을 하늘에서 뿌려대기도 했고. 

 

현대에는 성서비평학이라는게 존재해서 고고학 증거들과 같이 성서 속 이야기들의 신빙성을 따져본대. 그럼 이 이야기는 어떻게 바라볼까?

(앞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학설 중 하나정도라고 교수님이 말씀하셨으니, 100%이거다! 이런건 아니니 흥미본위로 보면 될 것 같다)

 

 

2. 출애굽기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

 

kadesh battle.jpg

 

출애굽기의 무대가 되는 곳은 팔레스타인 지역과 이집트 지역이야. 

 

팔레스타인 지역은 고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 중 하나인 카데쉬 전투의 발생 장소로 명성이 높아. 카데쉬 전투는 이름만 유명한 트로이 전쟁보다 역사적으로 훨씬 중요하게 여겨져. 히타이트와 이집트의 강력했던 두 제국이 맞붙었고, 둘이 동원했던 병력이 양측 도합 7만정도(이 숫자를 기억해보자)거나 그 이상인 것으로 추정한대. 당시 최신형 무기던 전차도 대규모로 동원되었어. 

 

이집트쪽에서 전쟁을 지휘한 것이 바로 람세스 2세야. 이 파라오는 한국에 번역된 람세스라는 소설로 유명해지기도 했지. 소설에서는 개드립에서 가끔 언급되는 이집트 여성의 모습이나 성애장면이 간접적으로 묘사되기도 해.

 

과거에는 출애굽기에서 모세와 대립하는 파라오가 람세스 2세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회의적이라고 해. 고고학적 근거나 문헌적 증거가 지나치게 부족하거든.

 

 

아무튼, 출애굽기는 본래 이집트에 자리잡았던 유대인을 모세가 이끌고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떠나는 모험기야. 

 

 

3. 유대인은 왜 이집트 땅에 거주하게 되었나?

 

ebypt.jpg

 

역사적인 근거는 거의 없어! 일단 거주하긴 한 것 같은데, 그 이상의 근거는 없다고 해.

 

 

성경적으로는, 요셉이라는 사람 때문이야. 그는 '아브라함 계열 종교'의 아브라함의 증손자야. 기독교의 신이 까일때 주로 등장하는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야기에 나오는 이삭의 손자지.

 

왜 까이냐면, 이 이야기가 신에 대한 순종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거든. 신이 아브라함을 시험하기 위해 너의 가장 사랑하는 아들 이삭을 번제물(불로 태워서 지내는 공물)로 바쳐라! 했는데 아브라함이 순순히 그 말을 따르고, 이삭을 죽이려는 찰나! 그에게 신께서 칭찬과 포상을 주셨다 이거야...

 

 

암튼 이삭의 아들 야곱은 아이를 많이 낳는데, 그 중 요셉을 예뻐했어. 요셉은 형제의 시기로 인신매매를 당해. 그러다 이집트에서 점점 승승장구하더니... 파라오의 신임을 얻게 돼. 그의 꿈을 해몽해서 7년간 풍년일 것이요, 7년간 흉년일 것이라 예측했는데 맞아떨어져서 이집트의 총리대신에 해당하는 지위를 얻었다고 한다... 

 

요셉은 착해서 아버지 야곱과 유대인 약 70명이 이집트에 정착해(성서 근거).

 

 

4. 유대인구의 폭증(?!)과 이집트 대탈출.

 

ANCIENT EGYPT.jpg

 

아까 카데쉬 전투에 동원된 총 병력이 양측 도합 약 7만이라고 했지? 히타이트와 이집트는 당대 최고의 강대국들이야(기원전 13세기). 

 

출애굽기 당시를 어떻게 잡아도 이집트의 인구는 약 150만 ~ 500만정도(진짜 존나 높게잡으면) 되었을 것이라고 해. 

 

 

유대인의 인구는? 역사적 근거는 희박하고 성서를 기준으로 보자.

 

본문은 공동번역임; 민수기 1장에 따르면 

 

<이렇게 이스라엘에서 전장에 나갈 수 있는 스무 살 이상 되는 장정을 이스라엘 백성의 각 가문별로 모두 등록시키고 보니, 등록된 장정의 수는 모두 육십만 삼천오백오십이었다.>

 

이렇게 장정수로 나오는 고대 기록에서 인구수 추정할때 편의상 그냥 x3~ x4 + @로 할 때가 많거든. 대략 인구가 200만 ~250만이라는 건데...

 

유대인이 전체 장정의 5퍼센트만 군으로 동원할 수 있어도 10만이 넘는데... 

 

 

유대인의 인구는 나머지 이집트인을 압도하는 수준인거지. 심지어 보수적인 추정치의 이집트 인구 전체보다 많아지기도 하고. 

 

성서는 유대인이 많아지니 이집트인들이 유대인을 공포심에 학대하기 시작했고, 모세가 신의 도움을 받아 이집트에 여러 저주를 내리고, 유대인을 끌고 약속의 땅으로 향했다고 말해. 약속의 땅은 팔레스타인이고.

 

 

5. 문제점.

 

1) 인구가 지나치게 빨리 늘어남.

 

  아까 요셉을 따라 들어온 인구는 성서에 따르면 70명이야. 근데 이 숫자가 수백년만에 갑자기 200만~250만이 되어버려. 이게 먼...

  물론 기독교인들은 근대 대한민국의 인구증가율과, 별처럼 많은 자손을 주겠다는 기독교 신의 축복 때문이라 주장하지만 역사학적으로 이런 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지.

 

2) 인구가 너무 큼.

 

  이집트의 인구를 150만 ~ 500만정도로 (시대에 따라) 추정하듯이, 이 당시 200만 ~ 250만이라는 숫자의 인구를 가지고 있으면, 독립적인 국가를 이루고도 남아서 지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야. 근데 이집트인들이 이들을 그저 노예로 부렸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믿기 힘들 뿐더러, 이들이 이집트땅을 점거하고 독립을 선언해버리지 않을 근거도 없는 등, 숫자의 신빙성은 점점 떨어져.

 

3) 인구는 겁나 큰데 기록이 없음.

 

  아무리 이집트의 기록이 많이 소실되었다고 해도, 7만 정도가 충돌한 카데쉬 전투가 굉장히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남았듯이, 이집트 입장에서 이정도 인구의 대규모 손실과 이동은 당시로 따지면 신들의 분노나 저주정도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고도 남은데도 별다른 기록이 존재하지 않아. 고고학적 근거도 별로 없어. 

 

4) 약속의 땅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이 미리 살고 있었을 가능성.

 

  <출애굽기는> 이집트의 유대인들이 약속의 땅 팔레스타인으로 향하는 기록이야. 그런데 팔레스타인에 유대인들의 고고학적 흔적이 발굴된다고 해. 

 

 

6. 성경이 암시하는 내용(학설).

 

  그렇다면 <출애굽기>는 어떤 내용일까? 물론 학자마다 다르지만, 내가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은 이런 학설이 믿을만하다고 생각하시더라고.

 

  1) 유대인의 일부가 이집트에 살았던 것은 사실일 것이다. 

 

  2) 그러나 다른 유대인들도 팔레스타인에 살고 있었을 것이다(당시 팔레스타인은 여러 인종들이 섞여 살던 곳이었어).

 

  3) 이집트에 있는 유대인들이 모종의 이유로 이집트에서 나와 사막을 헤메다(성경에서 신의 분노로 40년인가 헤멤), 팔레스타인에 도착했을 것.

 

  4) 그러나 이집트 출신 유대인들이 이집트의 선진 문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유대계의 대권을 잡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5)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후 자신들의 정통성을 입증하기 위해 창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집트 출신 유대계가 신께 십계명을 받은 가장 호의를 받고 있는 계통이며, 모세와 같은 그들의 영웅들이 어떤 기적을 허락받았는지 증명하기 위해서. 

12개의 댓글

2020.06.01

성서비평학추

0
2020.06.01

람세스 소설에서는 모세가 이집트를 잠시 지배했던 유일신 사상에 심취한 자로 나오는데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음

 

나에겐 개인적으로 가장 설득력 있어보이는 가설인데

 

어쨌거나 역사적으로 이집트에 종교개혁이 있어 유일신을 모시던 파라오가 존재했었고 후대의 반발로 다시 다신교로 회귀할 때 쫓겨난 세력이 아닐까 생각함

 

종교적인 관점에선 그렇지만 이건 성경과는 상관이 없는 생각이고 성경에 기반한 어떤 가설은 이집트에 있었던 이방인 정권과 연결해서 말하기도 함

 

힉소스인 정권이 이집트를 지배했을 때 요셉과 그 가족들이 들어왔고 이들이 이방인에 관대했기에 쉽게 요직에 오를 수 있었으나 후에 정권이 본토인에게 전복당했을 때 국가의 말단으로 떨어졌을 거라고 함

 

즉 출애굽이란 사건은 이방인 축출과정이란 가설도 있음

2
2020.06.02
@국밥햄

요셉 당시 파라오 힉소스설은 시기상 얼추 맞기는 하고 개연성이 있기는 한데 아니라는 학설도 있더라.

 

유일신을 추구했던 파라오는 그 유명한 투탕카멘의 아버지인 아케나톤(아멘호테프 4세)로 아톤 신앙을 밀긴 햇었는데 오래 못갔고(8년정도) 18왕조 시기의 파라오네.... 성서시대의 유력 파라오 후보인 람세스2세는 19왕조 시기 파라오로 둘의 시차는 150년 좀 넘어가네

 

문제는 마지막 재앙의 장자 사망같은거는 암만봐도 과장이라는거 사실이었다면 동시기 대량의 미이라와 무덤이 만들어졌을테니 어떻게든 고고학적 흔적이 있을거임. 여담으로 람세스는 자손만 100명쯤 되는 정력왕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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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2

이런글 좋다 우리집이 교인집안이지만 난 솔직히 구약성경 내용 특히 오래된것일수록 삼국유사나 다를바없는거라 생각해서

 

도대체 얼마나 허구랑 역사적사실이랑 섞여있는지 모르겠다

2
2020.06.02

3)은 그거 아님? 모세가 산에서 십계명 적어 왔더니 산 아래에선 백성들이 우상만들고 미친짓 하길래 십계명 적힌 석판 집어 던지면서 시발롬들아! 했다가 야훼께서 "야 그래도 석판은 왜 던지냐 개빡.. 너 팔레스타인 땅 못밟음" 해서 도착 직전에 땅이 보이는데서 죽은거?

군대가 아니라 난민으로 이동 한거면 팔레스타인에 유대정착민 있었던거 같기도? 무혈입성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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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2
@배똘

모세가 못들어간 이유는 성서를 보면 석판때문에 못들어간게 아니라 바위에서 물이 솟아나게 해야 하는데 신이 시키는 방법대로 안하고 자기 맘대로 했다는 이유로 못들어가게 했단다.

40년간 뺑이친 이유는 가데스 바네아였나 거기서 우리 힘으로 이길수 없다고 징징거리면서 이집트로 돌아가자고 단체로 깽판친게 이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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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2
@마리괭이

아 그려? 영화 십계였나 그장면이 생각나가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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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2
@배똘

그 때에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팡이를 잡아라. 너와 너의 형 아론은 회중을 불러모아라. 그들이 보는 앞에서 저 바위에게 명령하여라. 그러면 그 바위가 그 속에 있는 물을 밖으로 흘릴 것이다. 너는 바위에서 물을 내어, 회중과 그들의 가축 떼가 마시게 하여라."

모세는, 주님께서 그에게 명하신 대로, 주님 앞에서 지팡이를 잡았다.

모세와 아론은 총회를 바위 앞에 불러모았다. 모세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반역자들은 들으시오. 우리가 이 바위에서, 당신들이 마실 물을 나오게 하리오?"

모세는 팔을 높이 들고, 그의 지팡이로 바위를 두 번 쳤다. 그랬더니 많은 물이 솟아나왔고, 회중과 그들의 가축 떼가 마셨다.

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이 보는 앞에서 나의 거룩함을 나타낼 만큼 나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내가 이 총회에게 주기로 한 그 땅으로 그들을 데리고 가지 못할 것이다."

 

민수기 20장 내용인데 막줄의 이유로 모세가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음. 근데 앞선 시간대인 민수기 14장에서 이미 모세도 포함해서 못들어갈거라고 언급한거나 다름없어서(갈렙과 여호수아를 빼고 만20세 이상은 가나안에 못들어간다고 선언. 당시 모세 나이는 80대 할배였음) 일종의 동어반복이 되어버림(아님 신이 한 말을 스스로 까먹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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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2
@마리괭이

1:1로 소통 했을텐데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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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2
@배똘

신이 자주 마음을 바꿔먹음. 뭔가 개연성없거나 앞뒤가 안맞는 장면이 출애굽기(탈출기)에만 몇 건이 나옴. 반대로 창세기는 중복사건들이 반복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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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2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면 이집트를 탈출해서 이집트로 들어간 꼴이 됨. 그리고 본문에서도 밝혔듯이 저 인구면 탈출할 필요도 없이 그냥 이집트 점령하고 눌러앉아 사는게 더 합리적임 어찌되었건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는 사건에 과장과 약간(?)의 양념이 들어간건 확실

 

애초에 토라로 알려진 모세5경이 정립된것도 초기 이스라엘부터가 아니라 남북으로 갈라진 시대에 개뜬금없이 모세의 율법을 발견했다면서 종교개혁하고 그럴 때 정립된건데 사실 모세 이름 팔아서 왕이 왕권강화하려고 한 짓이라 보는게 더 합리적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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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4

나도 천주교신자지만 이 해석대로라면 출애굽기는 단군신화나 마찬가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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