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독일인의 식탁

 

 

 

 

1. 서론

 

 

이번에는 나치 시대 독일인의 식탁을 한 번 살펴보기로 합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나치 시대 독일인의 식탁은 많이 부실한 편이었습니다. "아니, 당신이 그동안 쓴 글만 보면 완전 천국인데 왜 식탁은 그 모양이었냐?" 고 반문하실지 모릅니다.

 

물론 나치 시대에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임금은 상승했으며, 더 많은 휴가와 여행이 주어진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독일인의 식탁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으니 끝까지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2. 독일의 식량생산

 

 

알다시피 독일은 예나 지금이나 뭐 하나 제대로 나는 게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비만 오고 사람들은 사나워 로마인마저 포기한 땅, 그게 독일이었죠.

 

식물성 기름이라고 뭐 달랐겠습니까? 독일에서는 해바라기씨유나 옥수수유를 주로 사용했는데, 해바라기씨유는 아예 나질 않아서 전량 수입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만들 수 있는 옥수수유에는 언제나 '사람과 가축 먹기도 모자를 판에 어디 기름 짜려고 옥수수를 쓰냐'는 핀잔이 따라왔습니다.

 

때문에 독일에서는 마가린도 부담스러운 음식이었습니다. 본래 마가린은 값비싼 버터에다 식물성 기름을 섞어 싸게 많이 먹어보자는 의도로 프랑스에서 만든 음식입니다. 그런 마가린을 만들 때 쓰는 식물성 기름조차 독일은 수입에 의존했기 때문에 마가린은 오히려 귀중한 외화를 잡아먹는 애물단지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외화 부족 때문에 IMF라는 고초를 겪었듯이, 독일 역시 외화라면 한 닢이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그 시국에 마가린을 만들어 먹는다? 그건 나라 망하는 지름길이죠.

 

어디 식물성 기름 뿐입니까? 과일, 육류 등도 수입에 의존했습니다. 독일 땅에서 잘 자라는 것은 오로지 쪄먹고 구워먹고 삶아먹고 톱밥 넣고 둘이 먹다 둘 다 굶어죽는 순무와 감자 밖에 없었습니다.

 

 

 

 

3. 나치 집권 전의 상황

 

 

그래도 이전까지는 공산품 수출해서 벌어온 외화로 식량을 수입해 그럭저럭 먹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대공황이 닥쳐오자 상황이 크게 달라졌죠. 영국과 프랑스는 자기네 식민지끼리만 거래하며 꽁꽁 문을 걸어잠갔고, 미국은 독일 공산품에 어마어마한 관세를 때려버렸습니다. 이제 독일이 외화를 벌어올 길은 꽉 막혀버렸으며 설령 외화가 있다 해도 독일에겐 식량을 수입할 식민지가 없었습니다. 농업대국인 폴란드와 소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하실테지만, 그 때 폴란드와 독일은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관계였고 무엇보다 폴란드 역시 제 코가 석자나 빠진 상황이었습니다. 동시기 소련의 코는 석자는 커녕 완전히 사라진 판국으로 무려 1500만 명이 굶어죽고 있었습니다.

 

독일은 외부적인 문제 말고도 내부적인 문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도시노동자의 소득수준에 비해 농민들의 소득수준은 크게 낮아 삶이 힘겨웠지만, 독일을 주름잡던 '융커(토지귀족)' 들은 이러한 상황을 개혁하려는 의지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에 농민들은 너나없이 살길을 찾아 도시로 떠났고, 가난한 형편에 빚이 쌓이고 쌓이다 결국은 자기 땅까지 뺏기고 도시로 내쫓기는 농민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대공황이 터지며 도시노동자들을 먹여 살리던 공업생산마저 폭삭 주저앉자, 독일인들은 나치당에게 몰표를 줬고 드디어 1933년 1월 30일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의 총리 자리에 올랐습니다.

 

 

 

 

4. 나치의 경향

 

 

나치, 아니 비단 나치가 아니더라도 이 시기 독일인이라면 누구나 외세에 대한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영국의 해상봉쇄로 '순무의 겨울'이 찾아와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했던 경험, 가혹한 조건의 베르사유 조약을 강요받은 경험, 프랑스군과 벨기에군이 루르에 쳐들어와 석탄을 빼앗아간 경험, 그들 때문에 난방용 연료가 없어 동사자가 속출했던 경험, 대공황 때문에 도움을 요청해도 차갑게 무시당한 경험...이러한 기억은 모든 독일인에게 외세에 대한 공포를 남겼습니다. 나치는 바로 그 공포심리를 파고들어 권력을 잡은데다 자신들부터가 지난날의 참극을 처절히 겪은 당사자였던만큼, 반외세주의에 광적으로 집착했습니다. 그리고 그 집착은 외화 지출에 대한 히스테리와 식량 자족 추구의 경향으로 나타났습니다.

 

 

 

 

5. 나치 식량정책의 이해

 

 

이러한 나치의 경향을 이해한다면 나치의 식량정책을 이해하는 일도 수월해집니다.

 

나치가 보기에, 마가린은 백해무익한 것이었습니다. 가격은 싸지만 마가린 한 덩이를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피 같은 외화를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나치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죠. "독일인은 마가린을 먹어선 안 된다." 곧 마가린 생산에 대한 대규모 제재가 이루어졌고, 버터를 생산하던 농가에는 보조금이 빵빵하게 지원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독일인들은 마가린보다 훨씬 질 좋고 영양가 높고 외화 지출도 필요 없는 버터를 얻었지만 버터는 마가린보다 비쌌습니다. 결국은 알아서 아껴먹는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과일과 육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과일은 나치가 구태여 뭘 어쩌지 않더라도 수입해올 길이 막혔기 때문에 자연히 가격이 치솟으면서 독일인들의 식탁에서 사라졌습니다.

 

한편 나치는 설령 부실하게 먹을지언정 굶는 일 만큼은 결코 없어져야 한다고 봤습니다. '순무의 겨울'에 겪은 뼈저린 상처 때문이었죠. 역시 나치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독일 땅에서 잘 자랄 정도로, 정말 어지간해서는 죽지 않는 작물들의 재배를 대대적으로 장려한 것입니다. 나치는 호밀, 감자, 순무의 생산을 팍팍 밀어줬고 그 덕분에 독일인들이 굶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좀 맛없는 호밀빵을 먹으며 살아야 했죠.

 

 

 

 

6. 결론

 

 

나치 시절 임금이 상승했는데도 오히려 식탁이 부실해진건 이 탓이었습니다. 아마 다른 나라였다면 어떻게하면 무역제재를 풀고 평화롭게 식량을 수입해올지를 고민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우리의 히틀러와 독일인들은 그 시간에 어떻게하면 영국과 프랑스를 박살내고 유럽을 지배할지를 고민했을 뿐입니다. 맛없고 딱딱한 호밀빵을 질겅질겅 씹으면서요.

29개의 댓글

22 일 전

호밀빵좋아함

겉이딱딱할수록좋아

신맛나는것도좋아

0
22 일 전
@뮴뮴
1
22 일 전
@뮴뮴
1
22 일 전
@뮴뮴

로씨야에선 호밀빵으로 술도 만들더라

0
22 일 전
@섹시도발

술로 빵도만드는데 빵으로 술만드는것 쯤이야 개좆밥이지

0
22 일 전
@뮴뮴
0
22 일 전
0

추천하고 가니까 기다리고 있어요

0
22 일 전
@세레브민주공원

보수

 

추천ㆍㆍㆍ30실

0
22 일 전

노래 내 취향ㅎ

0
22 일 전

ㅋㅋㅋㅋ

0
22 일 전

값싼 마아가린을 구할 수 없다니? 순무로 버터를 만들 수 있거늘...

0
22 일 전

생각해보니 히틀러쉑, 아인토프존탁부터 집집마다 쓰까찌깨 권장할때 알아챘어야했는데. 그냥 근본부터 '마-가린 사먹을 돈이면 든든한 아인토프 사먹고 말지ㅋㅋ'란 생각을 품은 진또배기 국밥충 쉑이었을 줄은...

2
22 일 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식탁과 비교하면 우위인가욤

0
21 일 전
@백병원 원무과

영국에는 식탁이 없다. 개밥상은 식탁이 아니다

7
21 일 전
@Volksgemeinschaft

ㅋㅋㅋㅁㅊ

0
21 일 전
@Volksgemeinschaft

띠용...부랄을 탁 쳤읍니다...

0
@Volksgemeinschaft
2
22 일 전

글 재밌게 봤음 ㅊㅊ

0
22 일 전
0
22 일 전

그놈의 순무...

0
22 일 전
2
22 일 전

아니 순무처럼 맛도없고 칼로리도없는걸?

0
21 일 전

꿀잼추

0
21 일 전

ㄹㅇ 따갚되 정신이네 ㅋㅋㅋㅋㅋ

0
21 일 전

히틀러가 우크라이나에 집착했던것도 저 형편없는 독일의 식량 생산력 때문이었나

0
21 일 전

북아프리카전선에서 독일군이 미군물자 탈취했는데 본국에서도 못먹는 초코케이크를 아들 생일 선물로 보내는거 보고 현타 씨게왔다든데

0
20 일 전
@반팔맨

실제로 그거 보고 사령관이 그 보고 보고 케이크 보자마자 항복하게 된 이유중 큰 이유라고 했어 그거 아니면 전쟁 더 길어졌을지도 몰라

0
21 일 전

lecker~~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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