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북유럽 신화] 1.발할라로 알아보는 바이킹들의 사후세계와 죽음에 대한 가치관

Walhall_by_Emil_Doepler.jpg

# 발할라(Valhalla)는 어떤 장소인가?

 

고대의 바이킹들은 용맹하게 전장에서 싸우다 죽으면 '발키리(Valkyrie)'의 인도를 받아 창과 방패로 이루어진 궁전인 발할라로 갈 수 있다고 믿었다.

발할라에서 그들은 최고신 '오딘(Odin)'의 지휘 아래 먼 훗날 찾아올 세상의 종말인 '라그나로크(Ragnarok)'에서 싸울 에인헤랴르(Einherjar)로 임명받는다.

 

발할라에서 전사들은 끊임 없이 싸우고 서로를 죽인다. 이 결투는 날이 밝아오는 아침에 '굴린캄비(Gullinkambi)'라는 거대한 수탉의 울음소리와 함께 시작하며, 전사들은 이를 통해 서로의 실력을 성장시킨다. 날이 저물면 오딘의 명령과 함께 죽은 전사들은 모든 상처가 회복되어 살아나고, 그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발할라의 연회장으로 향한다고 한다. 그들은 연회장에서 거대한 염소인 '헤이드룬(Heidrun)'이 세계수의 잎을 먹고 만들어내는 무한한 양의 벌꿀술과 살을 잘라내도 다시 재생시키는 신비한 돼지 '제림니르(Serimnir)'의 고기를 먹으며 낮에 있었던 전투에 대해 서로 극찬하고 비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발할라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전사들이 한꺼번에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문들이 궁전의 양옆에 무수히 많이 존재했다고 한다. 라그나로크가 시작되는 그 날, 발할라의 모든 문들이 열리며 에인헤랴르들은 자신의 적들을 없애기 위해 용맹하게 돌진할 것이다.

 

발할라와는 별개로 폴크방(Folkvang)이라는 장소도 존재하는데, 이는 오딘의 아내이자 발키리들의 수장인 여신 '프레이야(Freyja)'가 다스리고 있다.

전장에서 죽은 모든 전사들이 발할라로 가는 것은 아니다. 프레이야 또한 에인헤랴르를 거둘 권한이 있었기에, 오딘에게 한가지 조건을 걸었는데

 

바로 에인헤랴르의 절반은 자신이 직접 관리한다는 조건이었다. 이에 따라 전장에서 죽은 자들의 절반은 발할라로, 나머지 절반은 폴크방으로 간다고 전해진다.

 

# 발할라에 갈 수 있는 자격

 

발할라는 앞서 언급했듯, 용맹한 전사들을 위한 안식처다. 모든 망자들이 발할라로 가는 것은 아니며, 이는 질병, 살인, 기근등으로 죽은 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사후세계는 어디일까?

 

a12d96ade6eb15d321aa2a64bee4026a.jpg

일반적인 죽음을 당한 망자들은 죽음의 여신이자 로키의 딸인 '헬(Hel)'의 지배를 받는 땅인 '헬하임(Helheim)'으로 간다. 이 곳은 끝없는 추위와 굶주림이 반복되는 말 그대로 지옥의 모습을 보이며, 이 곳에 들어온 망자들은 수문장들의 감시를 받으며 끝없이 긴 죽음의 다리를 건너 헬의 시중을 든다고 한다.

 

발할라에 가는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큰 척도는 바로 '용맹함'에 있다. 이는 발키리들의 임무와 연관이 있는데, 발키리들은 항상 전투가 일어나는 곳에 등장하며, 그 곳에서 싸우는 전사들을 예의주시하며 이들의 행적을 살핀다. 전투의 승패와 관계없이 용맹하게 싸우다 죽은 전사들은 발키리의 선택을 받아

발할라에 입성할 수 있는 영광을 얻는다. 즉 발키리나 오딘의 선택을 받지 못한 자들은 헬하임으로 이동하며 이 선택을 받기위해 요구되는 조건이 바로

'용맹함'이라는 것.

 

이에 바이킹들은 오딘이나 발키리의 축복을 매우 신성시 여겼으며, 발키리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전장에서 죽어야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었으므로, 전쟁중 병상에 누운 전사들은 이를 불명예로 여겨 동료의 손에 죽기를 자처하기도 했다. 

 

물론 자살또한 명예로운 죽음이 아니므로, 그들 나름의 의미부여를 통해 '이 전사는 용맹하게 죽었으니 발할라로 갈 것이다.'라는 그들만의 잣대로 평가하는 부분도 심심치 않게 있었을 것이다.

 

물론 훗날 북유럽지역에 기독교가 전파되고 문명화가 시작되면서, '가장 사람을 많이 죽인 용맹한 전사가 천국에 간다'는 표현은 퇴색되었지만, 고대의 바이킹들의 호전적인 성향과 염세적인 분위기에서 일시적으로 도피하고 싶은 그들만의 천국이 있었다는 점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발상이다.

 


# 그들은 왜 전사가 되기를 자처했나?

 

실제 바이킹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창작물에서 그려지는 바이킹의 모습은 야만적이고 약탈을 즐기는 민족으로 묘사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들의 생활양식은 문명화된 사회에 견줄 정도로 발달되어있었으며, 여성의 지위또한 상당한 개방적인 사회였다. 물론 약탈도 심심치 않게 했는데, 이들은 원정을 통해 장기간 자신들의 나라를 떠나, 여러 곳을 떠돌면서 용병으로써 활약했고, 긴 원정이 끝나고 나면 조국으로 돌아와 연회를 열고 약탈에서 얻은 전리품을 서로 나누는 것으로 끝을 냈다. 

 

이런 극한의 환경에서 거대한 부를 쥘 수 있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덕분에 실제 사회 구성원들 중 바이킹의 수는 매우 적었다. 이러한 바이킹들을 서로 고무시키고 단결되게 하는 것은 전리품뿐이 아니라 '명예'였다. 실제로 많은 음유시인들이 위대한 전사들과 신들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이들은 이것을 통해 그들의 용맹함을 칭송하며, 이들은 대부분 사회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전투를 통해 이들은 자신의 영역을 넓힐 수 있었고, 점차 바이킹의 활동반경이 넓어짐에 따라 바이킹들은 8세기부터 11세기까지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다. 야만적이고 약탈만을 고집했던 전투 스타일도 완벽한 백병전으로 바뀌어, 다양한 전략들을 수용하게 되어 바이킹의 전투력은 어떠한 용병단체들과 견주어도 압도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즉 바이킹들은 전투로 모든 초석을 다졌으며, 과거의 바이킹의 번영은 모두 전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들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생각해보면, 단순히 그들이 만든 사후세계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만으로는 이들의 호전적인 성향을 설명하기 힘들다.

 

이들의 장례문화에서도 전사들은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이킹식 장례'가 그것이다.

t2.daumcdn.jpg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이킹의 함선에 시체와 금은보화를 싣고 강의 한가운데에서 불화살로 정확히 함선을 맞춰 시체를 화장시키는 기법은 실제로는 평민들에게는 꿈도 꿀 수 없을정도로 호화로운 장례식이었다. 실제 장례용 함선을 제작하는데도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었지만, 이러한 장례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귀족들이나 전사들에게만 해당되는 장례식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의 귀족들중에서도 약탈을 통한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전사들도 포함되어있었으므로, 이들은 자신들의 시체가 불에 타면서 불꽃속에서 화려하게 춤을 추는 전사가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고 있었다. 망자들의 성향에 따라 각종 보물들을 싣기도 했으며, 무기를 한가득 싣는 배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는 남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였으며, 여자들 중에서도 '스캴드메르(skjaldmær)'라고 불리는 여전사들이 존재했다는 기록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러한 여전사들의 사회적 위치도 상당히 높은 곳에 존재했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전사는 상당히 영광스러운 직업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 발키리(Valkyrie)들은 누구인가?

valkyrie2.jpg

 

 

발할라에는 오딘과 프레이야를 받드는 여전사들인 발키리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주 목적은 전장에서 용맹한 전사의 혼을 찾아 이들을 발할라로 인도하는 것인데, 일부 신화에서는 용맹한 전사의 죽음을 결정지어 이들이 일부러 전사들을 죽여 발할라로 끌고간다는(?)설정도 붙어있다.

 

발키리들 또한 상당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전투에 대한 광기가 남달랐다고 한다. 전장의 열기가 고조되는 날에는 전장에 널브러진 시체들로 악기를 만들어 연주를 하는가하면, 전사들에게 짖궂은 장난을 치기도 했었다고 한다.

 

발키리들은 신화상으로 오딘의 시중을 든다고 전해지지만, 이들의 수장은 바로 프레이야다. 실제로 그녀가 모든 발키리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고, 그녀 또한 발키리이다.

 

신화속이나 서사속에 등장하는 발키리들의 수는 꽤 많으며, 이들 중 가장 유명한 몇명을 소개하겠다.

 

1.브륀힐트(Brynhildr)

전투의 사슬갑옷을 의미하는 발키리로, 서사시 '니벨룽의 노래'에서 등장한다. 상당히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 발키리임과 동시에

오딘에게 자격을 박탈당한 최초의 발키리로 묘사된다.

(정확히는 오딘에게 벌을 받아 인간으로 돌아간 최초의 발키리다)

 

2.스쿨드(Skuld)

노른의 3여신중 막내로 이들은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실을 만드는데 스쿨드는 이중 만든 실을 전부 풀어버리는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스쿨드는 운명을 알 수 없는 예측불허의 미래를 상징하는 여신으로 등장한다.

 

3.시그룬(Sigrun)

신화에 등장하는 인간 영웅 헬기(Helgi)의 아내로 필멸의 존재인 헬기가 죽게 되면 그와 함께 환생하여 무한한 사랑을 지속한다고 알려져있다.

부활 할때마다 새로운 이름을 사용하지만, 통상적으로 알려진 이름이 바로 시그룬이다.

 

발키리의 모습은 우리가 아는 천사의 모습과 흡사하지만 이는 전승에 따라 다르게 묘사되며, 날개 달린 말을 타고 등장하는 모습으로도 등장하며,

앞서 말한대로 등에 날개가 달린 천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기도 한다. 여신과 버금가는 미모를 가졌다고 전해지며, 수 많은 전사들과 오딘의 술 시중을 드는 것으로 보아 서빙 능력도 탁월했을 것이다.

 

전장에서 쌓인 시체들에 늑대가 꼬이는 것을 보고 늑대가 몰려오면 발키리가 나타났다고 믿는 전사들도 꽤 있었다. 당연하게도 까마귀 또한 시체들에 몰려드는데 까마귀는 바로 오딘의 눈을 상징한다.

 

 

3개의 댓글

2019.06.29

난 전사이니 죽어서 발할라로감

 

0
2019.06.29

전역자들은 주그면 발할라 각인가여

0
2019.06.30

꿀꿀이가 제일 불쌍해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08 [역사] 송파장과 가락시장 5 Alcaraz 6 1 일 전
1207 [역사] 미국인의 시적인 중지 2 K1A1 12 2 일 전
1206 [역사] 역사학자: 드래곤볼은 일본 제국주의사관 만화 16 세기노비추적꾼 13 6 일 전
1205 [역사] 애니메이션 지도로 보는 고려거란전쟁 6 FishAndMaps 6 16 일 전
1204 [역사] [English] 지도로 보는 광개토대왕의 영토 확장 3 FishAndMaps 4 21 일 전
1203 [역사] 지도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2년 동안의 기록 9 FishAndMaps 12 23 일 전
1202 [역사] [2차 고당전쟁] 9. 연개소문 최대의 승첩 (完) 3 bebackin 5 28 일 전
1201 [역사] [2차 고당전쟁] 8. 태산봉선(泰山封禪) 3 bebackin 4 29 일 전
1200 [역사]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이야기 3 에벰베 6 2024.02.28
1199 [역사] [2차 고당전쟁] 7. 선택과 집중 bebackin 4 2024.02.28
1198 [역사] [2차 고당전쟁] 6. 고구려의 ‘이일대로’ 2 bebackin 4 2024.02.27
1197 [역사] [2차 고당전쟁] 5. 예고된 변곡점 1 bebackin 3 2024.02.26
1196 [역사] [2차 고당전쟁] 4. 침공군의 진격 1 bebackin 3 2024.02.25
1195 [역사] [2차 고당전쟁] 3. 몽골리아의 각축 1 bebackin 5 2024.02.24
1194 [역사] [2차 고당전쟁] 2. 당나라의 ‘수군혁명’ 4 bebackin 9 2024.02.23
1193 [역사] [2차 고당전쟁] 1. 서설 & 참고문헌 목록 2 bebackin 6 2024.02.23
1192 [역사] 광개토대왕의 정복 전쟁 애니메이션 맵 14 FishAndMaps 5 2024.02.16
1191 [역사] 비트코인 화폐론, 나무위키를 곁들인. 23 불타는밀밭 14 2024.02.13
1190 [역사] 역사) 한산, 망국을 막아낸 전투. 5 2NAUwU 7 2024.01.30
1189 [역사] 해리 터틀도브의 대체역사소설 열전 시리즈 1부 5 식별불해 6 202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