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애국부인전 완회

 

차설. 이때는 일천사백삼십 년이라. 약안이 다시 원수가 되어 대군을 영솔하고 파리 성을 회복코자 하더니 북방을 향하여 나아갈새 이 때 영국이 다시 군사를 도발하여 법국을 평정코자하는지라. 약안이 적장과 서로 싸워 누차 영군을 파하고 점점 파리 성을 가까이 행하더니 마침 강변 네 성 수장이 사신을 보내어 구원을 청하여 가로되,

 

“지금 영군 수만이 본성을 철통같이 에우고 양식의 길을 끊으며 성 중에 있는 수십만 생명이 장차 물 잦은 못 가운데 고기와 같사오니 원수는 급히 구하옵소서.”

 

하였거늘 원수가 군사를 몰아 강변성에 들어가 장졸을 위로하고 이튿날 싸우고자 하더니 이 때 영군이 약 원수가 강변 네 성 중에 들어감을 보고 각처 군사를 모아 더욱 엄중히 에워싸고 구원하는 길을 끊고자 하더니 그 이튿날 원수가 날랜 군사 육백 명을 거느리고 성 밖에 나아가 적군과 상할 새 이 때 원수의 수하 대병은 다 멀리 있고 원수는 다만 육백 명을 거느리고 강변 네 성에 들어왔다가 다만 육백 명으로 영군의 수만을 대적하려 하니 어찌 적은 군사가 많은 군사를 당하리오.

 

싸우다가 필경 원수의 군사가 패하여 달아나거늘 원수 할 수 없어 몸기를 두르며 홀로 뒤에 서서 후전이 되어 오는 적병을 대적하니 영병이 감히 쫓지 못하고 도리어 스스로 물러가거늘 원수가 군사이 성문에 들어감을 보고 그제야 말을 달려 성문에 이르니 성문을 굳이 닫은지라. 원수가 크게 불러 문을 열라 하여도 응하는 자가 없으니 대저 이 때 영군이 여러 번 패하여 장졸을 무수히 죽이매 분통한 한이 골절에 사무쳐 약안을 구하여 죽이고자 하되 방책이 없는지라.

 

이에 비밀히 금백을 많이 내어 강변 네 성 수장에게 뇌물하고 하여금 거짓 위급한 체하여 약안에게 구원을 청하였다가 문을 닫고 미리 역사로 하여금 성 외에 매복하고 함정을 놓아 약안을 잡음이라. 불식간에 이미 약안을 얻어 영군에게 중금을 받고 팔아먹는지라.

 

영군이 대희하여 약안을 잡아다가 고대 위에 두고 장차 죄를 얽어 죽이려 하더니 약안이 기틀을 타 높은 집 위에서 떨어져 죽기로 작정하되 이내 죽지 못하고 도리어 영인의 발각한 바 되어 로앵 성 토굴 중에 깊이 가두고 학대 자심하며 백방으로 죽일 계획을 생각하나 무슨 죄명을 얽을 수 없어 다만 그 신술을 가탁하고 우둔한 백성을 선동하니 이는 요망한 좌도라 하고 죽이려 하되 복종치 아니하는지라.

 

이에 법교 대심원으로 보내어 심판 처결하라한대 법교원에서 누차 심사하되 약안이 오히려 응연히 불굴하여 가로되,

 

“나는 비록 여자나 일단 애국 열심으로 나라를 위하여 부끄러운 욕을 씻고 적군을 물리쳐 인민의 환란을 구할 목적으로 국민을 고동하여 충의를 격발케 하고 죽기를 무릅써 시석을 피치 않고 전장에 종사함이 곧 국민의 책임이거늘 어찌 요술의 죄를 더하리오. 결단코 복종치 못하리라.”

 

한데 영인이 그 불복함을 어찌할 수 없어 비밀히 꾀를 내어 약안을 정한 곳으로 옮겨 가두고 거짓 사나이 복장으로 약안의 평시와 같이 새 옷을 꾸며 약안의 앞에 버려 놓으니 약안이 그 새 옷을 보고 왕사를 추사하되,

 

“나도 이왕 보고유 성으로 포다리고 장군과 법국 왕을 뵈올 때 저러한 의복을 입었더니 이제 옛날 풍의가 일분도 없도다.”

 

스스로 탄식한대 그 곁에 사환하는 계집 아이 간절히 청하여 가로되,

 

“낭자께서 저러한 의복을 입고 법국 왕을 보러 가실 때 그 풍채의 웅장하심을 세상이 다 흠탄하고 사람마다 한번 보기를 원한다 하오니 원컨대 낭자는 저 복장을 한번 입으시면 내 한번 낭자의 옛날 풍채를 보고자 하나이다.”

 

재삼 간청하거늘 약안이 그것을 계교인 줄 알지 못하고 그 의복을 갖추어 입고 그림자를 돌아보며 스스로 어여삐 여겨 노래하고 춤추며 신세를 슬퍼하더니 영인이 그 곁에서 엿보다가 이로 요술의 증거를 잡아 드디어 좌도 요망으로 사람을 혹하게 하고 법교를 패란케 한다는 법률에 처하여 로앙 시에 보내어 화형에 처하니 곧 일천사백삼십일 년 구월이라.

 

그 후에 법국 왕이 약안의 죽음을 듣고 슬퍼함을 마지아니하여 그 가족을 불러 벼슬을 주어 귀족이 되게 하고 휼금을 주시니 법국 사람이 또한 각각 재물을 내어 빛나고 굉장한 비를 그 죽던 땅에 세워 그 공덕을 기념하고 법국 백성이 지금까지 약안을 높이고 사모함이 부모같이 여김을 마지아니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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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히 가련하다! 장대한 영웅의 여자가 옥이 부러지고 구슬이 잠김은 국민을 위함이로다. 붉은 분총 중에 이 같은 사업은 꽃다운 이름이 몇 봄을 유전하는고.

 

대저 약안은 법국 농가의 여자라. 어려서부터 천생이 총민함으로 능히 애국의 충의를 알고 항상 스스로 분발 열심하여 나라 구함을 지원하나, 그러나 그 때 법국이 인심이 어리석고 비루하여 풍속이 신교를 숭상하고 미혹한 마음이 깊음으로 약안이 능히 이팔청춘의 여자로 국사를 담당코자 하되 인심을 수습하며 위엄을 세워 온 세상 사람을 격발시켜 국권을 회복고자 할진대 불가불 신통한 신도에 가탁하여 황당한 말과 신기한 술법이 아니면 그 백성을 고동하지 못할 것인 고로 상제의 명령이라 천신의 분부라 칭탁함이요, 실로 상제의 명령이 어찌 있으며 천신의 분부가 어찌 있으리오.

 

그런즉 약안의 총명 영민함은 실로 천고에 드믄 영웅이라. 당시에 법국의 온 나라가 다 영국의 군병에게 압제한 바 되어 도성을 빼앗기고 임금이 도망하고 정부와 각 지방 관리들이 다 영국에 붙어 항복하고 굴수하며 인민들은 다 머리를 숙이고 기운을 상하고 마음이 재가 되어 애국성이 무엇인지 충의가 무엇인지 모르고 다만 구명도생으로 상책을 삼아 부끄러운 욕을 무릅쓰고 남의 노예와 우마 되기를 감심하여 나라가 점점 멸망하였으니,

 

다시 약이 없다 하는 이 시절에 약안이 홀로 애국성을 분발하여 몸으로 희생을 삼고 나라 구할 책임을 스스로 담당하여 한번 고동에 온 나라 상하가 일제히 불같이 일어나 백성의 기운을 다시 떨치고 다 망한 나라를 다시 회복하여 비록 자기 백 몸은 적국에 잡힌 바가 되었으나 이로부터 인심이 일층이나 더욱 분발 격동하여 마침내 강한 영국을 물리치고 나라를 중흥하여 민권을 크게 발분하고 지금 지구상 제 일등에 가는 강국이 되었으니 그 공이 다 약안의 공이라.

 

오륙백 년을 전래하면서 법국 사람이 남녀 없이 약안의 거룩한 공업을 기념하며 흠앙하는 것이 어찌 그렇지 아니하리오.

 

 

슬프다! 우리나라도 약안 같은 영웅호걸과 애국 충의의 여자가 혹 있는가,

 

 

 

1개의 댓글

2019.06.18

잘 읽었다 ㅊㅊ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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