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조선 시절 잔다르크 이야기 애국부인전 제사회

 

각설. 아리안 성[1]은 법국의 명맥과 같은 중요한 땅이라. 그 성을 한번 잃으면 법국 종사가 멸망할 뿐 아니라 인민이 다 노예와 우마가 될지라. 이 때 영국 군병은 철통같이 에워싸고 주야로 치니 방포 소리 원근에 진동하는지라. 그 성 북방에 또 한 성이 있으니 이름은 보고유 성이라. 법국 장군 포다리고가 그 성을 지키나 수하에 장수 없고 군사가 적어 아리안 성의 위급함을 보아도 능히 구치 못하고 또한 영국 군병이 본성을 칠까 두려워하여 속수무책하고 주야 근심하더니 하루는 답답하고 민망하여 성 위에 올라 턱을 괴이고 가만히 생각하되,

 

‘우리 법국이 망할 지경에 이르렀건만 내 아무리 충의 심장이 있으며 용맹 수단이 있으나 나라를 위하여 큰 난을 구하지 못하니 생불여사라’

 

하고 두어 소리 긴 한심으로 난간에 배회하다가 홀연 또 일어나 크게 소리 질러 가로되,

 

“옛말에 모진 바람에 굳센 풀을 알고 판탕한 시절에 충신을 안다 하나니 묻노라 법국이 오늘날에 굳센 풀과 충신이 뉘 있는가?”

 

하며 정히 탄식할 즈음에 우연 바라보니 어떤 한 부인이 편편히 오거늘 장군이 생각하되,

 

‘이상하다. 이러한 난중에 웬 부녀가 홀로 오는고. 필연 아리안 성이 파하여 도망하여 오는 자인가.’

 

하며 의심하더니 그 여자가 점점 가까이 오거늘 자세히 살피니 얼굴이 옥 같고 의기가 양양하여 비록 의복은 남루하나 늠름한 위의는 여장부의 풍채라. 그 여자가 즉시 장군의 휘하에 들어와 절하고 여쭈오되,

 

“저는 일개 향촌 여자요 이름은 약안아이격인데 법국의 난을 구원코자 왔나이다.”

 

장군이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 생각하되 ‘반드시 광병 들린 여자로다. 내 마땅히 시험하리라.’ 하고 전후사를 낱낱이 힐문한대 그 여자 여쭈오되,

 

“제가 천신의 지시함을 입사와 법국의 위급함을 구하고자 하오니 바라건대 장군은 의심치 마옵소서.”

 

장군이 그 행동을 살피고 언어 수작함을 본즉 단정한 여자요 광병 들린 여인은 아니라.[2] 그제야 마음을 놓고 구제할 방법을 물은대 약안이 강개히 대답하되,

 

“제가 수년 전에 천신의 나타나심을 입사와 제게 부탁하기를 법국에 대란이 있을 것이니 네가 마땅히 구원할지라 하심으로 이 일로부터 마음과 뜻을 정하고 무예를 사습하옵더니 오늘날 나라가 위급하고 백성이 노예가 될 지경에 이른 고로 죽기를 무릅쓰고 와서 장군을 뵈옴이요 다른 뜻은 없사오니 바라건대 장군은 굽어 생각하시와 일대 병마를 빌려 주시면 제가 비록 재주와 용략은 없사오나 충성을 다하여 아리안 성의 에움을 풀고 적군을 소탕한 후 고국을 회복하고 저의 뜻을 완전히 하오면 죽어도 한이 없사옵니다.”

 

하며 말할 때에 뜨거운 피 기운이 면상에 나타나며 정신이 발발하여 열사의 풍신이 족히 사람을 감동케 하는지라 장군과 좌우 제장들이 모두 그 여자의 말을 듣고 십분 공경하여 자리를 사양하여 앉히고 감히 여자로 대접치 못하는지라. 장군이 드디어 국사를 의론하며 물어 가로되,

 

“낭자가 비록 담기와 지식이 많으나 원래 목양하던 농가 출신이라 한 번도 전장에 경력 없으니 어찌 능히 영국 군병과 싸우리오. 하물며 영국 군병은 개개이 날래고 웅장하여 우리나라에서 몇 번 대병을 내어 싸우다가 전군이 함몰하였으니 낭자가 무슨 계책이 있느뇨?”

 

약안이 대답하되,

 

“제가 무슨 기이한 계교 있사오리까? 다만 천신의 지휘하심인즉 자연 도우심이 있을는지도 알 수 없고 또한 천신의 도우심만 믿을 것 아니라 오직 일점 열심만 믿고 우리 국민 된 의무를 극진히 하여 법국 인민 됨이 부끄럽지 않게 할 따름이요, 설혹 대사를 이루지 못하여도 천명에 맡길 것이라. 어찌 성패를 미리 요량하오며 또한 용병하는 법은 원래 기틀을 따라 임시변통할 뿐이라 미리 정할 수 있사오리까”

 

장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르되,

 

“낭자의 말씀이 옳도다. 우리나라 백성이 낱낱이 다 낭자와 같이 국민의 의리를 알진대 어찌 오늘 이 지경에 이르렀으리오. 그러나 내 수하에 군병이 얼마 되지 않고 또한 이곳도 중지라 성을 비우고 보낼 수 없은즉 우선 몇 백 명만 줄 것이니 낭자는 영솔하고 여기서 수십 리만 가면 시룡촌이라 하는 동리가 있는데 그 동리에 우리 법국 왕 사이 제 칠 폐하께서 그 곳에 주찰하셨으니 나의 공문을 가지고 가 뵈오면 자연 군사를 얻을 도리가 있으리라.”

 

하고 즉시 성중에 있는 군사 일 중대를 점검하여 빌린대 약안이 백 배 치사하고 공문을 얻어 품에 품고 장군을 하직한 후 군졸을 영솔하고 시룡촌을 향하여 가니라.[3]

 

정히 이 장군은 한갓 성 지킬 꾀만 있거늘 여자는 다만 온 나라 다 구할 공을 이루고자 하도다.

 

 

----

1. 곧 오늘날의 오를레앙Orelean이다. 

 

2. 혹 약안이 광병들린 자가 아니한가 하여 사제를 보내어 구마례와 고해례로 하여금 그를 시험하였으나 약안이 본래 심지가 굳고 결연하여 천주의 부르심 입음이 확고하니 사제와 장군이 탄복하였다 한다.

 

3. 혹은 약안의 결연함에 감동하여 장수들이 자원하여 따라나서겠노라는 설이 전해진다.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14 [역사] 이순신장군님이 노량해전에서 전사 할 수 밖에 없던 이유. 10 dkqndk 1 11 시간 전
1213 [역사] 인류의 기원 (3) 식별불해 2 16 시간 전
1212 [역사]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ver2 19 FishAndMaps 14 7 일 전
1211 [역사] 군사첩보 실패의 교과서-욤 키푸르(完) 1 綠象 1 7 일 전
1210 [역사] 아편 전쟁 실제 후기의 후기 3 carrera 13 10 일 전
1209 [역사] 왜 사형수의 인권을 보장해야만 하는가 72 골방철학가 62 21 일 전
1208 [역사] 세계역사상 환경적으로 제일 해를 끼친 전쟁행위 17 세기노비추적꾼 13 25 일 전
1207 [역사] 송파장과 가락시장 5 Alcaraz 9 27 일 전
1206 [역사] 미국인의 시적인 중지 4 K1A1 17 29 일 전
1205 [역사] 역사학자: 드래곤볼은 일본 제국주의사관 만화 17 세기노비추적꾼 13 2024.03.23
1204 [역사] 애니메이션 지도로 보는 고려거란전쟁 6 FishAndMaps 6 2024.03.13
1203 [역사] [English] 지도로 보는 광개토대왕의 영토 확장 3 FishAndMaps 4 2024.03.08
1202 [역사] 지도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2년 동안의 기록 9 FishAndMaps 12 2024.03.06
1201 [역사] [2차 고당전쟁] 9. 연개소문 최대의 승첩 (完) 3 bebackin 5 2024.03.01
1200 [역사] [2차 고당전쟁] 8. 태산봉선(泰山封禪) 3 bebackin 4 2024.02.29
1199 [역사]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이야기 3 에벰베 6 2024.02.28
1198 [역사] [2차 고당전쟁] 7. 선택과 집중 bebackin 4 2024.02.28
1197 [역사] [2차 고당전쟁] 6. 고구려의 ‘이일대로’ 2 bebackin 4 2024.02.27
1196 [역사] [2차 고당전쟁] 5. 예고된 변곡점 1 bebackin 3 2024.02.26
1195 [역사] [2차 고당전쟁] 4. 침공군의 진격 1 bebackin 3 2024.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