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조선 시절 잔다르크 이야기 애국부인전 제삼회

 

차설. 이 때 약안의 나이 십칠 세라. 화용월태를 규중에 길러 봉용한 태도와 선연한 풍채가 진시 경성경국의 미인이라. 이 때 법국 경성의 함몰함과 국왕이 파천한 소문이 사방에 전파하매 비록 아동 부녀라도 모를 이가 없는지라 약안이 주야로 차탄하여 가로되,

 

‘우리나라가 저 모양이 되었으니 어찌하면 좋을꼬?’

 

종일토록 집에 앉아 나라 회복할 계교를 생각하다가 법국 지도를 내어 놓고 자세히 살피더니 홀연 들으니 문 밖에 천병만마의 훤화하는 소리 벽력같이 진동하면서 마을 사람의 우는 소리 사면에 요란하거늘 약안이 놀라 급히 나아가 본 즉 영국 군병이 기율 없이 사방에 횡행하며 재물을 노략하고 부녀를 겁간하며 인명을 살해하는지라. 약안이 그 잔혹한 참상을 보고 더욱 분하여 심중에 설치 복수할 생각이 더욱 간절하나 어찌할 수 없어 급히 들어와 약간 의복 집물을 거두어 행장을 단속하고 군기 등물을 몸에 가지고 부모를 보호하여 말에 태우고 후면으로 달아나 요고측이란 마을에 이르러 피난하더니 수일을 지나매 아리안 성의 곤급한 소식이 날로 들리는지라. 약안이 발연히 일어나 칼을 어루만지며 가로되,

 

‘시절이 왔도다. 시절이 왔도다. 내가 나라를 구치 못하고 다시 누구를 기다릴까.’

 

즉시 부모 앞에 나아가 여쭈오되,

 

“오늘은 여식이 부친과 모친을 하직하고 문외에 나아가 큰 사업을 세우고자 하오니 혹 요행으로 우리 국민 동포의 환란을 구제하고 우리나라 독립을 보전할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부모가 이 말을 듣고 대노하여 말하되,

 

“네가 광풍이 들렸느냐. 네가 규중에 성장한 여자로서 어찌 전장에 나아가 칼과 총을 쓰리오. 만약 이같이 용이할 것 같으면 허다한 남자들이 벌써 하였을지라. 어찌 너 같은 아녀자에게 맡기리오. 우리 지원은 네가 슬하에 있어 늙은 부모를 받들고 전장에 나아가 공업 이루기를 원치 아니하노니 만약 불행하면 남에게 욕을 당할 뿐 아니라 우리 집 조선 이래로 맑은 덕행을 더럽힐 것이요, 또한 우리 부처가 다른 혈육이 없고 슬하에 다만 너 하나뿐이거늘 네가 집을 떠나면 늙은 부모를 누가 봉양하겠느냐? 너는 효순한 자식이 되고 호걸 여자가 되지 말라.”

 

한데 약안이 눈물을 머금고 슬피 고하되,

 

“부모님은 둘러보옵소서. 여아의 마음은 벌써 확실히 정하였사오니 다만 국가와 동포를 안녕히 보전할 지경이면 이 몸이 만 번 죽어도 한이 없으며, 하물며 이 일은 한 집안 사정이 아니라 백성된 공공한 사정이오니 제 몸은 비록 여자오나 어찌 법국의 백성이 아니리까. 국민 된 책임을 다 하여야 바야흐로 국민이라 이를지니 어찌 나라의 난을 당하여 가만히 앉아 보고 구하지 아니하리오. 여아는 오늘날 일정한 마음을 돌이키기 어렵사오니 기어코 가고자 하옵나이다.”

 

부친이 여아의 이러한 충간열혈이 솟아나는 말을 들으매 자연 감동도 되고 또한 만류하여도 듣지 아니할 줄 짐작하고 다시 일러 가로되,

 

“너는 여자로서 애국하는 의리를 알거든 남자 된 자야 어찌 부끄럽지 아니하리오. 네 아비는 나이 이미 늙어 세상에 쓸 데 없으니 너는 마음대로 하라.”

 

한데 약안이 부친의 허락하심을 보고 눈물을 거두어 의복과 무기를 갖추어 행장을 수습하고 부모 전에 하직할 새 두 눈에 구슬 같은 눈물을 흘려 여쭈오되,

 

“여아가 이번 가면 다시 부모님을 뵈올 날이 있을는지 모르거니와 부모님께서는 여아를 죽은 줄로 아시고 추호도 생각지 마시고 다만 신상을 보정하옵소서.”

 

부모가 가로되,

 

“여아야, 부모는 염려 말고 앞길을 보중하여라.”

 

이 날 약안이 부모께 하직하고 문 밖에 나와서 돌아보지 않고 길을 찾아 보고유 지방을 향하여 포다리고 장군을 찾아가니라. 약안의 부모는 여아를 이별하고 두 줄 눈물이 비 오듯 하며 거리에 비켜서서 이윽히 바라보다가 여아의 형영이 보이지 않음을 기다려 방에 들어 와 슬피 통곡하니 그 정상은 차마 못 볼러라.

 

정히 이 노인은 다만 집 보전할 뜻이 있거늘 어린 여자는 깊이 나라 원수 갚을 마음을 품도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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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찍이 화목란이 열루를 뿌리며 거병한 고사가 강남에 전해지니 여걸 남에 있어 동서가 구별없고 고금을 가리잖음이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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