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의학) 똥을 지린 도쿠가와 이에야스

때는 일본 전국시대 1572년 미카타가하라 평원

다케다 신겐.jpg

가이의 호랑이 다케다 신겐과

 

오다.jpg      도쿠가와.jpg

오다 · 도쿠가와 연합군의 일전이 벌어집니다.

이 전투에서 병력의 양과 질도 열세였던 주제에 개방형 진을 택한 오다 · 도쿠가와 연합군은 일점돌파 집중형 진형을 갖춘 다케다 신겐의 군세에 순식간에 썰리고 정말 너덜너덜할정도로 처참하게 패배를 하게 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주위 가신을 모두 잃고 공포에 질려 하마마츠 성으로 미친듯이 도망을 칩니다.

하마마츠성에 간신히 도착 후 성의 가신들이 얼이빠져있는 도쿠가와를 맞이 하는데 엉덩이가 쿠리쿠리… 아 이건 설마… 네 맞습니다. 공포심에 저도 모르게 말안장위에서 똥을 지린 겁니다. 가신들 앞에서 도쿠가와는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도쿠가와는 지금의 패배를 잊지 않고 와신상담하기 위해 바로 자신의 표정을 그리라고 화공에 명하였고

도쿠가와똥.jpg

작품명 똥을 지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탄생합니다. (작품명은 제가 맘대로 붙인겁니다. 원래 작품명은 몰라요.)

 

역사관련 게시글인줄 알았나요? 사실 저는 미카타가하라 전투 잘 모릅니다. 아주 옛날에 대망 읽어본적은 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이 전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역덕분들께 물어보세요.

미카타가하라 전투는 잘 모르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똥을 지린 것에 대해서는 제가 할 말이 있을 듯 합니다.

 

똥글 하나만 더 써보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과민성 장 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IBS)입니다.

워낙 흔하고 유명해서 이 병명은 대개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스트레스 상황에서 설사등 소화기 증상이 일어난다는 점은 이 병에 부합합니다.

 

대표적으로 EXID 하니가 과민성장증후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본인이 방송에 나와 말한 바도 있습니다.

하니12.jpg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이면서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굉장히 괴롭습니다. 과민성 장 증후군이 심한 개붕쿤이 있다면 알 거예요.

혹시나 실수할까봐 외출할때마다 받는 스트레스, 어디라도 가면 화장실부터 확인해야죠.

심지어 당뇨병이나 말기신부전환자들보다도 일부항목에서는 삶의 질이 더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여행, 스포츠, 사회모임에서의 지장은 물론이고 실업, 조기은퇴까지도 정상인보다 더 잦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병은 아닙니다.

치료 안 한다고 죽거나 불구가 되는 병도 아니고 열심히 치료한다고 해서 치료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나지도 않고 좀 지지부진하거든요.

사실 의사의 치료보다 식습관과 스트레스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 병이기도 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다시 떠올려봅시다.

의사의 치료도 약물 처방보다는 의사와 상담했다는 자체가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그러면 과민성 장 증후군이 무엇인가를 봅시다.

간단히 말하면 소화기의 기능성 질환입니다.

2015년 JAMA에 실린 논문에서 과민성 장 증후군을 정의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조적 이상, 생화학적 이상, 과도한 염증이 없으며, 반복적인 복통, 복부 팽창, 무른 변이나 설사 혹은 변비를 특징으로 하는 만성 소화기 기능성 질환

요약하면 검사해봤더니 병은 없는데 계속 배가 아프고 더부룩하고 배변도 정상적이지 않다 입니다.

서양에서는 7~10%정도의 유병률을 보이며 우리나라도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많이 쫓아와서 8~9.6%까지 보고됩니다. , 10명중 1명정도는 과민성 증후군 환자라는 거지요. 정도면 굉장히 흔한 병이예요참고로 여성이 남성보다 흔합니다.

 

 

 

크게 변비형, 설사형, 혼합형 3가지가 있고 똥의 형태에 따라 구분합니다.

bsfs.jpg

 

 

 

IBS-C: 변비형 : 똥의 75% 이상이 땅콩마냥 딱딱하거나 울퉁불퉁 단단하다.

IBS-D 설사형 : 똥의 75%이상이 완전 물처럼 나오거나 형태를 이루지 못하고 죽처럼 나온다.

IBS-M 혼합형

IBS-U 분류불가, 비특이형

 

주의할 점은 똥 형태가 Type 1~2 이거나 Type 6~7이라도 내가 배가 안 불편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과민성 장 증후군이 아닙니다.

 

 

 

내가 과민성 장 증후군인 것 같다 싶으면 병원에 한번 가보세요. 몇가지 검사로 혹은 임상증상으로 다른 질환을 배제한 뒤 진단을 해주고 약 처방을 해줄 겁니다.

약이야 의사 아조씨들이 잘 쓰실 테니 우리는 식생활에서 뭘 관리해야하나 봅시다.

 

어떤 타입의 과민성 장증후군이든 규칙적인 식사, 충분한 양의 수분 섭취, 편식없이 다양한 종류의 음식 섭취, 알코올·카페인 섭취 제한은 기본적으로 권고 되는 사항입니다.

설사형인 경우에는 유당, 과당, 소르비톨 섭취를 조심하여야하고

변비형인 경우에는 섬유질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단, 과도한 섬유질 섭취는 오히려 복부 팽만을 유발시키므로 적당히 합시다

 

과민성 장증후군에서 최근 가장 유명한 것이 Low FODMAP 식이 입니다. 사실 이거 말하려고 글 시작 한겁니다.

lfodmap.jpg

FODMAP, 즉 발효되기 쉽고,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가 많고, 인공감미료가 많은 음식은 가능한 먹지 마시라는 겁니다.

이런 음식은 조금만 먹어도 장내에 수분량이 증가하여 설사가 유발되고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는 복통, 복부팽만감을 유발합니다.

 

권장식품.jpg

 

대강 이렇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의아하시죠.

잡곡이 안 좋은 음식이야? 콩은 몸에 좋은거 아니었어? 양배추도 위장에 좋다고 했는데.

여기엔 없지만 안좋은 음식에 버섯도 들어갑니다. ?? 버섯은 좋은 음식아닌가?

어라? 마늘? 마아느을? 마늘을 먹지 말라고?

마늘2.jpeg

 

한국인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입니까? 김치의 저주가 두렵지 않습니까?

 

맞아요. 실제로 Low FODMAP을 다 지키는 건 불가능하고 정말 저걸 다 안 먹으면 영양균형에도 안 좋을 수 있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과민성장증후군에 안좋다는거지 원래 음식자체는 오히려 건강식인 경우도 많고요.

게다가 지금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 말하고 있는 겁니다. 혹시라도 정상인 사람이 저 음식은 해로운 음식인가보다 하고 먹지말라는 건 절대 아니예요.

 

참.고.는. 하시라는 겁니다.

평소에 속이 안 좋고 더부룩하니 일부러 건강식을 챙겨먹는다고 잡곡밥에 양배추, 아스파라거스 드시고 다이어트 위해 흡수 안되는 소르비톨이나 자일리톨 들어있는 식품 먹고 증상이 악화되서 병원에 오시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운동도 좋은데 지나치게 격렬한 운동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단, 평소에 나는 이 재료가 든 음식만 먹으면 속이 안 좋다 하는게 있으면 그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다이어트에도 좋고 위에도 좋다고 양배추를 우적우적 먹었더니 속이 너무 더부룩하고 힘들다면 적당히 줄이거나 끊으라는 것이지요. 김치나 된장 고추장 유제품 다 마찬가지입니다.

 

글루텐프리.jpg

밀가루에 들어있는 그 유명한 글루텐 같은 경우는 좀 애매한데, 서구에서야 글루텐 프리가 의미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은 동아시아 국가는 글루텐 민감증이나 셀리악병(글루텐에 의해 염증이 발생하는 병)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오히려 밀가루 음식먹고 소화안되는건 글루텐보다는 음식자체의 성질이나 조리과정에서 들어가는 설탕, 인공조미료, 버터마가린등이 문제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도 좌우간 먹고 속 안 좋으면 그 음식은 안 드시면 됩니다. 다만 별다른 질환도 없는 분이 글루텐 프리 식품에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심리치료.jpg

     명상.jpg

정신적 지지나 심리요법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식이생활 조절 및 약물 투여에 1년이상 호전이 없다면 이쪽을 고려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반사요법(마사지나 지압술), 침술, 알로에 베라는 이득이 없는 것으로 권고하지 않습니다. 헛 돈 쓰지마세요.

참고하라고 한번 더 올리는 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에서 발간한 주의할 음식들입니다 - 한번씩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림1.png

 

그리고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과민성 장 증후군은 잘 낫지 않는 병입니다. 한번에 짠하고 해결해 주는 약은 아직까지 없어요. 물론 식습관과 약물 치료를 병용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 희망을 버리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만,

이거 하나면 완치다, 이거 먹고 옆집 순이 엄마도 그렇게 좋아졌더라 하는 건 일단 경계하고 보세요. 사기이거나 맹탕일 가능성이 매우매우 높습니다. 정말 그렇게 좋은 약이 있으면 무조건 현대의학에서 안정성과 효용성을 검토해서 진작에 흡수했을 겁니다

 

 

 

 

지난번에 이어 똥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군가 내가 쓴 걸 읽고 피드백 해주는게 생각보다 재미있네요.

 

 

PS) IBS(과민성장증후군)과 IBD(염증성장질환)은 다른 병입니다. 최근에 두가지가 연관이 있다는 연구도 있지만 일단은 다른병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IBD쪽이 훨씬, 훠어얼씬 무섭습니다. 헷갈리지 마세요.

11개의 댓글

2020.09.24

한국에서 글루텐 프리나 로우 포드맵이란.... 거의 수도자의 삶과 비슷하더라구여 ㅋㅋㅋㅋㅋ

친구가 한다고 하는거 옆에서 봤는데

0
2020.09.24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똥지렸다고 가신이 놀리니까 허리에 된장찼던게 터진거다 이 새퀴야 함

0
2020.09.24

여러번 지린 병력이 있는게 아니라면 극도의 공포상황에 의한 생리반응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

0
2020.09.24
@구라독스

사실 그럴 것 같습니다. 그냥 흥미유발 하려고 갖다 붙였습니다.

0
2020.09.24

개드립에서 이제 자마를 봅니다..

0
2020.09.24

유익한 똥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ㅎ

0
2020.09.25

하니 사랑스럽다.

0
2020.09.25

콘 잘못 달았었네; ㅈㅅ;

0
2020.09.25

선생님 어느 병원에 계십니까? 20년이상된 IBS-D type인데 한번 찾아가겠습니다

0

ㅊㅊ

솔직히 이런건 자기한테 안맞는 음식 찾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나같은 경우엔 라면을 아예 못먹는 케이스고.

또 밀가루 관련해서 말하면 글루텐을 극도로 피할 필요는 없다만 지인 중에 류마티즘 앓는 분이 밀가루는 절대 안먹더라고. 과민성대장증후군 가진 사람도 되도록이면 밀가루는 피하는게 더 낫지 않나 싶다

0

가족 중에 이거 진짜 심한 사람 있는데 너무 고생하더라..

 

일단 화장실 없거나 못 가는 상황을 극도로 꺼려함 어느 정도냐면 대중교통은 지하철, 기차 이외에는 이용 못하고 자가용이나 택시도 거의 못 탐. 근처에 도보로 이동하는 것도 외출 전에 화장실 두세 번은 가야하고 나가서도 불안해 함.

 

시험이나 회의, 발표 같이 중요한 있을 때도 꼭 전에 화장실을 가야하고 들어가서도 불안해 하고 일상 생활에 지장이 심해 보이더라..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562 [과학] 번역)새들은 왜 알을 많이 낳는가? - 후투티의 형제살해 습성... 5 리보솜 3 5 일 전
561 [과학] 학계와 AI, 그리고 Bitter Lesson (쓰라린 교훈) 26 elomn 35 2024.02.17
560 [과학] 지구의 속삭임, 골든 레코드의 우주 9 Archaea 10 2024.02.16
559 [과학] 잔혹한 과학실험 이야기 <1> 절망의 구덩이 19 개드립하면안됨 35 2024.02.15
558 [과학]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이 땡기는 이유 12 동식 16 2024.02.10
557 [과학] 지능은 모계유전이 아니다. 40 울릉특별자치도 35 2024.01.26
556 [과학] 진화를 생각할 때 고려할 것들 23 날씨가나쁘잖아 12 2024.01.17
555 [과학] 학문적(과학적) 접근과 유사 진화심리"학" 26 날씨가나쁘잖아 19 2024.01.15
554 [과학] 호모 사피엔스의 야릇한 은폐된 배란에 대한 남녀 학자의 다... 14 개드립하면안됨 15 2023.12.29
553 [과학] 김영하의 작별인사를 읽고 느낀 점 (스포있음) 21 장문주의 2 2023.11.28
552 [과학] 제4회 포스텍 SF 어워드 공모전 ( SF 단편소설 / SF 미니픽션 ) 2 따스땅 1 2023.11.25
551 [과학] 펌) CRISPR 유전자 가위 치료제 "최초" 승인 12 리보솜 7 2023.11.25
550 [과학] 러시아는 기술산업을 어떻게 파괴시켰는가(펌) 9 세기노비는역사비... 15 2023.11.18
549 [과학] 고양이에 의한 섬생태계 교란과 생물 종의 절멸 (펌) 2 힘들힘들고 6 2023.11.16
548 [과학] 번역) 알츠하이머병 유전자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12 리보솜 10 2023.11.15
547 [과학] 『우영우』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개념이 왜곡인 이유 (펌) 54 힘들힘들고 10 2023.11.12
546 [과학] 흑수저 문과충 출신 구글 취직하는 파이썬 특강 -1 14 지방흡입기 11 2023.09.27
545 [과학] 국가별 당뇨 유병율 이거 뭐가 바뀐건지 아는사람? 8 LAMBDA 1 2023.09.27
544 [과학] 물샤워 ㅇㅈㄹ 하는 놈들 봐라 171 철동이 48 2023.09.23
543 [과학] 천동설은 왜 장수했을까.kuhn 20 시에는퇴근할거야 23 2023.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