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민간인 수준에서 면역에 대한 이해 - 2 - 백신과 항체

1편 링크

https://www.dogdrip.net/26086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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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 3개 마감내서 2편 쓰러 옴. 이제 이번주는 과제 6~8개(중간에 추가되기도 함)만 더 하면 된다 후후후...

 

 

 

 

 

 

 

 근래 질병과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미디어에 백신, 항체등 다소 전문적인 용어가 심심찮게 등장하고있다. 의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반가운 일이나 여러 정보가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필요한 내용을 제대로 짚어 내려면 최소한의 지식은 필요한 법이다. 백신이 아이들을 죽인다는 헛소리나 머리를 감을 때 샴푸에 있는 계면활성제가 10초면 자궁에 도달해 종양을 유발한다는 개소리가 더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저 말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계면활성제가 뭔지도 모를거다).

 

 

 

 

 

 

 

 

 1편에선 우리 몸에서 면역이 일어나는 과정을 대략 설명했었다. 이번엔 백신과 항체의 개념과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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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미친짓을 하다 경찰에 붙잡히면 인적사항을 바탕으로 전과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확인한다. 비슷하게 백혈구가 병균을 붙잡을 경우 바로 갈기갈기 찢은 후 균이 남긴 단백질 조각을 들고 림프절*로 가서 보조 T세포**에게 제시하여 전과여부를 판별한다. 만약 제시된 것이 면역계에 등록된-즉 전과가 있는 놈의 조각(...)으로 판명될 경우, 즉각 해당 균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기억세포들에 신호를 보내 대량으로 분열, 형질세포(plasma cell)로 분화시킨다(일부는 기억세포로 남는다. 다음을 대비해야 하니까).

*고급진 면역세포가 바께쓰로 몰려있는 기관. 경찰청 같은 곳이라 보면 된다

**특수한 백혈구. 2차면역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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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질세포(plasma cell)은 일종의 생체공장으로 오직 항체를 생산하기 위해 존재하는 세포이다. 한 번 형질세포로 분화한 세포는 24시간 근무체제로 항체를 대량으로 생산, 분비하다 힘이 다하면 그대로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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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체는 대략 이렇게 생겼다. 전부 이런건 아니고 다시 다양한 종류로 나뉘는데, 이 글은 쓸데없이 깊게 파고드는 행위를 지양하므로 본 글에서 말하는 항체란 위 그림처럼 생겼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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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개때처럼 생산된 항체는 즉각 자기담당 병원균을 찾아가 독소를 내뿜으며 그대로 병균을 개발살 낼 줄 알았으면 참 좋았겠지만 실제 분비된 항체가 하는 일은 혈액 속을 둥둥 떠다니다 표적으로 입력된 대상과 접촉하면 그대로 빨판상어처럼 달라붙는 것 뿐이다. 일견 하찮아 보이는 이 방법은 온갖 병원체를 절대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데, 왜냐하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제 아무리 잘났어도 일단 세포 표면에 붙기는 해야 감염이든 번식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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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체의 표적이 된 병원체-즉 항원은 삽시간에 항체에 둘러쌓여 포장당한 채로 정처없이 둥둥 떠다니다 순찰중인 백혈구에게 발견되어 최후를 맞이한다. (면역이 있을 경우)이 항체 생성 프로토콜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면역이 있는 병원체는 설사 독처럼* 침입 즉시 피해가 발생하는 종류라 해도 몸에 변변한 피해를 주기 힘들다.

*모든 종류의 독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생물독 중에서도 단백질로 구성된 것 일부에 한한다. 세상에는 항체나 해독제 제작이 불가능한 독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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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 위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치명적인 병이라도 백신으로 미리 면역을 만들어 놓으면 해당 질병에 대해 절대적인 내성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백신의 제작 원리는 대충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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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위험한 질병을 일으키는 병균이 있다손 치자. 이놈에 감염되면 신장세포가 변이하여 당뇨가 생기고 치료없이 방치하면 최종적으론 당과 뇨과 초반응을 일으켜 고환이 폭발한다. 어떻게든 면역을 얻고 싶지만 이놈을 그대로 접종했다간 최악의 경우 영 좋지못한 곳에서 더러운 불꽃놀이가 꽃을 피울 것이다. 따라서 이자식이 우리 몸에 들어오더라도 제대로 힘을 못쓰도록 미리 병신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예를 들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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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나 압력을 가해서 독성과 활동성을 제거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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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를 일으킨 개체중 특별히 독성이 약한 놈들을 분리해 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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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아예 죽여버린 다음 접종하는 방법도 있다(이를 사(死)백신이라 하며 생(生)백신보다 면역이 생기기 어려워 여러번 접종해야 한다)

 

 

 

말하는 것 처럼 단순하고 쉬운 과정은 결코 아니지만 대충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백신으로 우리는 많은 유행병을 이겨내 왔다. 천연두는 사멸했고 소아마비는 거의 근절될 뻔 하다 백신 무용론자들 덕에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소아마비 백신의 개발은 현대의학이 일구어낸 기적이라 할만한 대업적인데, 이에 관해서는 다음 편에서 왜 코로나 백신을 만들기 힘든지에 대한 내용과 함께 풀겠다(사실 결론만 말하자면 거따가 쏟아붓는 돈이 부족해서 그렇다. 미국은 대통령이 백신 부정파고 중국은 전제군주가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흥미가 없다. 그 동네는 바이러스가 여전히 위험하다고 떠드는 애들 땅에 묻어버리는 쪽이 단가가 훨씬 싸거든)

 

 

 

3편에서 계속...

 

 

 

 

 

 

 

 

 

다음에 쓸 주제는

1. 코로나 바이러스가 왜 위험한가

2. 코로나 치료제 제작이 왜 이리 ㅈ같이 어려운가

에 대한 이야기를 쓸 것 같은데 둘 중 어느 쪽 주제에 무게를 더 싣는게 좋을까요

21개의 댓글

2020.05.26

어떻게 짤을 기가막히게 절묘한걸 찾아와서 썼네 ㅋㅋㅋㅋ

0
2020.05.26

이거 미친새끼네 가로쉬님이 니 친구냐?

2
2020.05.26
@군필여대생

가로쉬님을 능가하는 적절한 짤을 찾을수가 없어서 그만...

0
2020.05.26

생백신 사백신이 저걸 얘기하는거였구나

고마워요

0
2020.05.26

이전화까지 보고왔는데 짤선정 탁월하고 글도 잘썼다 ㅊㅊㅊㅊ

 

완결나면 유저개드립에도 올려봐!!

0
2020.05.26

요즘 트렌드는 생백신 사백신보다 서브유닛-펩타이드 백신이지. 생산을 대장균이나 효모로 쓸 수 있고, 항원이 설계도 그대로 나오니까. 그거 아니면 RNA백신이거나

 

지금 코로나 임상들어간 백신도 펩타이드백신-mRNA백신이 대다수더라. 격하게 말하면 이제 생백신 사백신의 시대는 저물어가는 걸로 보임

 

그래서 요즘 보면 공부할거 많아서 재밌긴함. 수십년간 유망하기만 하던 생명과학이 드디어 유망주 탈출하는 거 보는 기분?

0
2020.05.27
@십원에두대

그걸 넣자니 내용이 좀 길어질 것 같아서 그냥 바로 마무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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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7
@케리만

근데 바이러스 백신 얘기하면서 epitope 안짚고 갈 수는 없잖여...

0
2020.05.27
@십원에두대

아무래도 전문지식 교육 목적은 아니다보니 보자마자 스크롤 내려버릴 것 같은 단어들은 대부분 스킵하는 쪽으로 쓰는 중이에여

0

2번이지

코로나가 왜 위험한지를 다루고 싶어하는거보니 면역계 공격하는 건가본데

그런 예상가능한거 말고 모르는거 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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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7
@바른말만해야지

땡 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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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7

민간인이라고 하면 쓰니는 군인이야?

의사들이 의사 아닌 사람을 전에는 일반인이라고 부르더니 이젠 민간인이라고 하네. 선민의식 진짜 ㅋ

0
2020.05.27
@Ishtar

...군인들이 일반 시민을 민간인이라고 부르는게 군인 자부심에서 나온 선민의식 때문이야? 민간인 일반인이 무슨 깜둥이 백정같은 멸칭도 아니고 뭔 민간인 소리 하나에 이리 예민해? 의료인한테 NTR이라도 당했어?

0
2020.05.31
@케리만

그러게 선민의식운운할거리는 아니긴 한데

민간인은 군인과 대비해서 사용하는용어라 나도약간 기웃하긴했어.

0
2020.05.27

개재밌다 나 근데 궁금한게 언어 비문학에 저런 지문 많이 읽으면서 세포가 뭐를 기억한다는 개념이 이해가 안됐거든?

 

1. 컴퓨터가 메모리 저장하듯 기억하는건가? 생체 데이터베이스인거야? 그럼 반대로 인공적으로 생체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어내거나 데이터 베이스에서 뭘 검색하거나 없애버리기도 할 수 있어?

 

2. 이것도 진화의 산물인가? 어떻게 이렇게 복잡하고 병원균을 기억해서 나중에 없애는 저런 면역 시스템이 생겨난 거지? 면역이라는게 인간만 가진게 아니잖아 동물도 다 가지는데 동물의 면역계도 우리랑 별반 다를거 없는건가? 저런 면역 시스템은 우리가 원숭이일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건가?

0
2020.05.27
@컴터조아

컴퓨터보다 좀더 원시적임. 항체를 이용하는 면역보고 획득면역이라고 하고, 항체는 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임. 항체는 크게 항원을 무는 가변부와 (y자 끝단들) 아군 세포나 단백질에 들러붙는 불변부가 있욤(Y자에서 꼬추부분). 몸에서 항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항체를 뽑는 면역세포가 만들어져야하는데, 이 면역세포들은 한마리가 하나의 모양의 항체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됨. 항체가 가질 수 있는 가변부의 모양은 얼추 1천억개정도 되고, 아군을 인식하는 항체를 분비하는 놈들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다 죽게 되는데, 이 비율이 99 ~ 99.9프로 정도 됨.

이 남은 놈들은 림프절(임파선)에 머물다가 백혈구가 적군의 시체를 가져오면 이게 나랑 맞는 항원인가 하면서 다 한번씩 핥아봄. 그러다가 이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항체와 모양이 많이 비슷하면(일치하면이 아님) 그 세포가 분화를 시작함.

 

분화를 하면서 항체를 분비하는 세포(형질세포)가 나오고, 적은 비율로 기억세포로 분화됨. 이 분화된 기억세포들은 방구석 개붕이들마냥 림프절에서 단당만 축내다가 같은 항원이 들어오면 이 씹새끼 또왔네 ㅋㅋㅋ하면서 형질세포로 다시 바바바박 분화해서 항체를 미친듯이 뿜어냄. 이게 2차면역 반응이라는 것이구 2차면역은 1차면역처럼 대규모전투가 진행이 안돼서 발열이나 염증이나 기타 감염증을 유발하지 않음.

 

근데 같은 항원이 오래 안 들어오면 방에서 연금타먹으면서 쥬지긁다 죽는거임(1~2년 혹은 평생)

1
2020.05.27
@컴터조아

이런 2차면역은 척추동물의 전유물임. 물고기도 있고 올챙이도 있고 상어도 있고 치킨도 있고 닝겐도 있는데 무척추동물은 그런거 없음. 무척추동물은 키틴질 외골격으로 이미 외부에서 오지게 격리된 상태라 필요성이 크지 않은데다가, 획득면역 자체가 림프절의 부산물이라 이중순환계를 가지지 않는 무척추동물은 림프절이 없어서 가질 수 없는 거임. 그래서 무척추동물은 백혈구시리즈만으로 모든 면역을 다 함

1
2020.05.27
@컴터조아

해킹으로 따지면 어떤 확실한 암호의 주인을 찾기위해 암호에 아이디를 무작위대입하는 행위라고 보면 됨

1
2020.05.27
@컴터조아

전문적인 이야기는 윗분이 하셨으니 저는 하던데로 안전문적인 이야기로 설명할게요. 컴퓨터 메모리는 종이에 그림을 그리듯이 입력되죠? 그래서 마음대로 쓰거나 지우거나 할 수 있죠. 근데 우리 몸에서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부위는 두개골 안쪽에만 있어요. 한마디로 면역세포는 뇌가 없기 때문에(...) 뭘 기록하듯이 기억하는건 불가능합니다. 세포들이 쓰는 방법은 비유하자면 이런겁니다. 장님에 대머리들만 사는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도둑은 풍성충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어찌 쫓아내긴 했는데 나중에 이놈이 또 찾아올 수 있으니 대비를 해놓아야 겠죠. 대머리들이 생각한 방법은 면역을 담당하는 대머리의 손에 찍찍이를 달아놓는 거였습니다. 손에 찍찍이가 달린 대머리(면역세포)는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머리를 후려치고 다니죠. 그러다 자기 손이 달라붙는 머리가 나타나면 바로 그 때 그놈이야를 외치며 경찰을 부르는 겁니다. 대충 무슨 말인지 아시렵니까? 면역세포가 무언가를 기억한다는건 딱 거기에만 달라붙어 반응하는 부속지(팔)를 만들어 자기 몸 표면에 붙여놓은 것에 가깝습니다. 달리 표현할 방법이 부족하기에 그냥 기억이라고 못박아 둔거죠. 생체 데이터 베이스에 대해 말하자면... 이론상으로 가능은 합니다. 다만 사용되는 세포는 면역세포가 아니라 신경세포들일 가능성이 크겠죠.

1
2020.05.27

그 RNA 기원설인가 그거 너무 궁금하더라, 담에 바쁘지 않으면 알려줘잉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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