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번역] 괴짜 공돌이의 Q&A: 지구-달 사이의 소방용 봉

What if: 괴짜 공돌이 랜들 먼로의 이상하지만 진지한 문답

지구-달 사이의 소방용 봉(Earth-Moon fire pole)

https://what-if.xkcd.com/157/

 

+ xkcd및 what-if 시리즈의 원작자 랜들 먼로는 상업적 이용이 아니라면 블로그, 발표자료, 기사 등에 게시해도 좋다고 이야기했읍니다.

 

+ 짧은 영어실력이지만 what-if 에피소드중 재밌다고 느낀 것들을 개붕이 여러분들과 함께 보고싶어서 가능한 한 말이 되도록 열씨미 번역해보았읍니다.

 

+ 가끔 문장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저의 능력 부족일 수도 있고, 랜들 먼로씨가 워낙 아무말 대잔치인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읍니다.

 

+ 중간에 (괄호에 있는 내용)이랑 그림 아래 -하이픈-표시 해둔 건 원래는 원작자가 워낙 삼천포로 빠지는 걸 좋아해서 주석을 달아둔 건데, 다들 알다시피 개드립엔 주석기능이 없어서 그냥 괄호랑 하이픈으로 처리했읍니다. 읽을 때 참고해주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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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 다섯 살 난 아들내미가 물어보더라구요.

"아빠, 만약에 지구랑 달 사이에 소방서에서 출동할 때 쓰는 그런 봉이 있다면요, 달에서 지구까지 내려오는 데 얼마나 오래걸릴까요?"

-독일에 사는 Ramon Schönborn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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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몇 가지 사항은 고려대상에서 빼도록 하죠.

 

실제로는 지구랑 달 사이에 금속 봉을 달 수는 없어요. (우선, 나사에 있는 누군가가 우리한테 소리를 지르겠죠?) 봉의 한 쪽 끝은 달의 중력 때문에 달 쪽으로 당겨질 건데요, 나머지 한 쪽은 지구의 중력 때문에 지구 쪽으로 당겨질 테지요. 그러면 봉은 반으로 쪼개질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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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나사의 아폴로 프로그램 기록-

 

이번 계획엔 또다른 문제가 있어요. 지구 표면은 달이 그 주변을 도는 것보다 더 빨리 돌지요. 그래서 봉을 지표면에 연결한다면 지구에 매달려 있는 한쪽 끝이 분리되어버릴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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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드 코스 방식으로 비행중인 전문 행 글라이더 입니다.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한가지 문제가 더 있어요. (그래요, 거짓말이에요. 사실 여기엔 수백가지의 문제점이 있답니다.) 달이 지구에서 항상 같은 거리에 떨어져 있는 건 아니에요. 달은 공전 궤도를 따라 지구에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하지요. 이게 큰 차이는 아니지만, 우리의 봉이 지구랑 부딪혀서 매달 5만 킬로미터씩 으깨지기에는 충분하죠. (가끔 사람들이 슈퍼문 때문에 들뜬 걸 볼 수 있는데요, 이건 보름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있을 때라 상당히 크게 보이는 현상이지요. 그런데 실은 "달 착시" 현상 때문에 보름달이 지평선 가까이만 있다면 항상 크고 아름답게 보이죠. 제 의견으로는요, 슈퍼문이든 아니든 밖에 나가서 보름달을 올려다보는 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에요.)

 

그치만 이 모든 문제점을 무시하도록 합시다! 달에 매달려서 지표면 바로 위까지 쭉 이어지고, 길이가 자유자재로 조절돼서 절대 지표면에 닿지 않는 마법의 봉이 있다면요? 달에서부터 미끄러져 내려오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달에 가서 봉 옆에 선다면 바로 문제점이 눈에 띌 겁니다. 여러분은 이 봉을 타고 가야한답니다. 아, 물론 소방관처럼 멋지게 쭉 미끄러지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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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휴게소: L1 (전방 57,936 km) (편의시설 없음)-

 

직접 기어 올라가야죠.

 

인간은 생각보다 봉을 빠르게 타고 올라갈 수 있어요. 기둥 클라이밍 세계 기록 보유자는(물론, 기둥 타고 오르는 데도 세계 기록이 있답니다.) 선수권 대회에서 초당 1미터 이상을 기어 올라갈 수 있죠. (물론, 기둥 타고 오르는 데도 선수권 대회가 있죠.) 달에선 중력이 훨씬 약하니까 아마 타고 올라가는 게 보다 쉽겠죠? 그런데 우주복을 입어야하니 조금은 느려질 수도 있겠네요.

 

봉을 충분히 타고 올라가다보면, 어떤 지점을 지나면서 지구 중력이 달의 중력보다 커져서 여러분을 잡아당기기 시작할 거에요. 봉에 매달려있다면 세 가지 힘이 작용을 하는데요, 지구 쪽으로 당기는 지구의 중력, 지구 반대편으로 당기는 달의 중력, 그리고 봉이 돌면서 여러분을 지구 바깥쪽으로 밀어내려는 원심력이 있죠. (늘 그렇듯, "원심력"이냐 "구심력"이냐 싸우는 사람들은 원심분리기에 넣어버릴 거에요.) (달이 특정 거리에서 어떤 속도로 움직일 때, 원심력의 크기가 정확하게 지구의 중력과 일치해요. 그게 바로 왜 달이 지금의 궤도를 따르는 가에 대한 이유죠.) 처음엔 달쪽으로 밀어내는 달의 중력 및 원심력의 합이 지구 중력보다 더 셀 거에요. 하지만 지구에 가까워질수록 지구 중력이 더 강해지지요. 지구가 워낙 크다보니 여러분이 여전히 달에 꽤 가까이 있더라도 라그랑주점 L1이라 알려진 이 평형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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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이 우측에 있는 나라에선 R1~R5로 불리겠네요.-

 

여러분으로선 불행하게도, 우주는 아주 크죠. 방금 "달에 꽤 가까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정말 먼 거리에요. 세계 기록보다 더 빠르게 봉을 타고 올라간다고 해도 L1을 지나는 것이 수 년은 걸릴 겁니다.

 

L1에 가까워지면 이동 방법을 "기어 오르기"에서 "밀어내고 쭉 미끄러지기"로 전환할 수 있을 거에요. 한 번 봉을 밀어낸 다음엔 쭉 올라가는거죠. 더 빨리 가고 싶다면 멈출 때 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어요. 마치 스케이트보드 탈 때 바닥에 킥을 여러번 하듯, 그저 봉을 다시 한 번 잡고 밀어내기만 하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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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저번에 꿨던 꿈-

 

끝내 L1 근처에 도달하면, 더이상 달의 중력과 원심력이랑 씨름할 필요가 없어요. 여러분의 속도는 오직 얼마나 빠르게 봉을 잡아 "내던질" 수 있는지에 달려있죠. 최고의 투수가 볼을 던질 때 손의 순간 속도가 대략 시속 161킬로미터 정도 된다는데요, 아무리 빨라도 그것보다 빠르지는 못하겠네요.

 

주의: 스스로를 내던질 때는 봉을 잡을 수 있는 범위 밖으로 탈선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부디 그런 사태에 대비해서 안전줄이라도 가져오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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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저번에 꿨던 꿈-

 

그렇게 또다시 몇 주간 활주하다보면, 여러분의 한계보다 더 빨라짐으로써 지구 중력이 점점 강해지는 걸 느끼실 거에요. 이 때는 부디 조심하세요, 곧 너무 빨라지는 걸 걱정해야 할 테니까요.

 

지구에 점점 가까워지고 중력이 세지면서 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텐데요, 이대로 속도를 제어하지 않는다면 아마 탈출 속도인 초속 11킬로미터에 가까운 속도로 대기권을 돌파할 거에요. (이로써 왜 지구로 떨어지는 모든 것들이 전소될 정도로 대기와 빠르게 부딪히는 지 설명돼요. 그 물체가 우주에서 얼마나 느리게 표류했던간 지구에 가까워지면서 중력 때문에 결국엔 못해도 탈출 속도까지 가속되지요.) 그리고 공기와의 마찰 때문에 여러분은 불타오를 정도의 열을 받겠죠. 우주비행선은 열 차폐를 사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요, 열 차폐는 열을 흡수하거나 소멸시켜 우주비행선이 전소되는 걸 막아준답니다. (가끔 어떤 사람들은 우주비행선이 착륙할 때 왜 열 차폐 대신 로켓을 쓰지 않냐고 묻더라구요. 설명이 필요하시면 이 포스트를 읽어보셔도 되지만, 요점은 이겁니다. 초속 0킬로미터와 11킬로미터를 오고 가려면 빌딩 만한 탱크에 담긴 연료, 아니면 자그마한 열 차폐 하나가 필요하죠. 그리고 이 작은 열 차폐는 운반하기도 쉬워요. 이런 열 차폐 덕분에 감속이 가속보다 훠어어얼씬 쉽답니다. 아까 말했듯 가속에 필요한 연료 탱크는 엄청나게 크죠. 그런데 열 차폐는 감속할 때만 작동해요. 만약 열 차폐의 이런 메커니즘을 가속에 적용할 수 있다면, 우주 여행이 몇 배는 쉬워질 텐데 말이죠. 애석하게도, 그 누구도 이런 "역 열 차폐"를 만들 실용적인 방법을 고안해내지 못했어요. 이 아이디어가 바보같아 보이긴 해도 어떤 맥락에선 오리온 계획이나 레이저 추진 같은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여러분한테는 붙잡기 딱 좋은 금속 봉이 있으니까, 그걸 꽉 잡아서 브레이크로 사용하면 하강 속도를 적절히 제어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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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저렇게 소리가 나진 않겠지만 아마 진동이 여러분의 뼈를 따라 느껴질 거에요.-

 

명심하세요. 끝에 가서 멈추려고 하지 말고, 낙하하는 내내 여러분의 속도를 낮게 유지해야돼요.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손이나 브레이크 패드로 쓰는 무언가를 중간중간 식혀줘야해요.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탈출 속도로 떨어지다가 추락하기 몇 분 전에야 감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겠지요. 그런데 그 때 봉에 손을 댔다가는 기분이 썩 좋진 않은 서프라이즈를 경험할 거에요. 최소한 저멀리 내던져지고 죽음의 직격탄을 맞겠죠. 최대는요? 여러분의 손과 봉의 표면이 새로운 형태의 매우 흥미로운 물질로 변화한 다음에 저멀리 내던져지고 죽음의 직격탄을 맞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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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고 오븐용 장갑을 가져왔답니다.-

 

그러니 일단은, 여러분이 속도를 적절하게 잘 조절해서 충분히 느리게 대기권으로 진입한다고 칩시다. 그러면 다음 문제점을 맞닥뜨릴 거에요. 봉이 지구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거죠. 하다못해 속도가 비슷한 것도 아니에요. 여러분 밑에 있는 지표면과 대기는 여러분에 비해 엄청 빠르게 움직인답니다. 그러니까 초강풍이 부는 곳 한가운데로 떨어질 상황에 놓인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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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걱정 마세요.-

 

달은 지구 주위에서 큰 원을 그리며 약 초속 1킬로미터의 속도를 가지며 29일 내외의 주기로 공전해요. (네 저도 알아요, 달의 경우는 궤도가 원뿔 곡선형이지, 엄밀히 말해서 완벽한 원형은 아니죠. 실제론 오각형을 나타내요.) 이 가상의 봉 달 쪽 끝부분도 그정도 속도로 움직이겠죠. 한편 반대쪽 끄트머리는 지구 전체에 대해서 대략 초당 15미터의 평균 속도로 움직이며 달 자체보다는 훨씬 작은 원을 그리며 공전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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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m/s면 썩 나쁘진 않네요.-

 

초당 15미터가 썩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죠?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구 역시 자체적으로 회전을 하네요. (오해마세요. 불행하다는 건 이런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 말한 거에요. 일반적으로 지구가 자전한다는 사실은 여러분과 지구 전체의 생태계로서는 정말이지 행운이죠.) 그리고 지표면은 우리의 봉 끄트머리보다 훨씬훨씬훨씬 빠르게 돈답니다. 적도 부근에선 그 속도가 시속 1610킬로미터를 넘어갈 거에요. (에베레스트 산이 해수면을 기준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죠. 이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요, 지표면 상에서 지구 중심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지점은 에콰도르의 침보라소 산의 정상이랍니다. 어째서냐구요? 지구는 완벽한 구형이 아니라 적도 부근에서 약간 불룩하기 때문이죠. 조금 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인데요, 지구가 자전할 때 지표면상의 어느 지점이 가장 빠르게 움직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자전축에서 어느 지점이 가장 멀리 떨어져 있냐에 대한 답과 똑같아요. 답은 침보라소 산도, 에베레스트 산도 아니에요. 가장 빠른 지점은 바로 침보라소 산 북쪽에 위치한 화산인 카얌베 산이지요. 이제는 이 사실을 여러분도 알고 있군요!) (마침 카얌베 산의 남쪽 비탈면이 적도상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기도 하네요. 저는 산에 대한 사실들을 많이 알고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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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m/s면 썩 나쁘네요.-

 

아무리 봉의 끄트머리가 지구 전체에 비해선 느리다 해도, 지표면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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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앞에는 여러분 뿐만 아니라 공기도 쌓여있군요. 되돌아가기엔 늦은 걸까요?-

 

봉이 지표면에 비해서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냐고 묻는 건 아마 효율상으론 달의 "대지 속도"를 묻는 것과 마찬가지죠. 달의 대지 속도는 시간에 따라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변화해서 이걸 계산하는 건 정말 까다로운 일이에요. 하지만 다행히도 그렇게 많이 변하는 건 아니에요. 아마 초속 390 내지 450정도 될 건데요, 마하 1을 살짝 넘는 속도네요. 그러니 굳이 정확한 값을 구할 필요는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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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렇게 걱정인지 모르겠네요.-

 

그러면 한번 계산해보면서 시간을 좀 벌어주도록 하죠.

 

달의 대지 속도는 일종의 사인파를 그리며 제법 규칙적으로 변해요. 달이 한 달에 두 번씩, 지표면에서 속도가 빠른 적도 부근을 지날 때는 대지 속도가 최대치이고, 느린 열대 지방을 지날 때는 최소가 되지요. 달의 공전 속도 역시 달이 궤도상에서 지구에 가까운 점에 있냐, 아니면 먼 점에 있냐에 따라 달라져요. 이러한 현상에 따라 대지 속도는 대략적인 사인파형을 나타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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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래프를 계획 목적으로 쓰지 마세요. 그다지 정확한 게 아닙니다. 그 어떤 계획도 이런 류의 데이터가 그닥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에요.-

 

그래서, 점프할 준비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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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할 거야 항상 있죠.-

 

그래, 좋아요. 달의 대지 속도가 얼마인지 못박기 위해서 고려해야 될 주기가 하나 더 있어요. 달의 공전 궤도는 지구-태양 평면에 비해 5도 정도 기울어져 있는데요, 지구의 자전축은 23.5도 기울어져있죠. 이 말은 즉, 달이 열대지방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달의 위도가 태양 위도의 변화 방식을 바꾼다는 것을 의미하죠. (역주: 솔직히 이 문단이랑 다음 문단은 뭔소리인지 1개도 모르겠음)

 

하지만 달의 궤도도 역시 기울어져있는 데다가, 이 기울기 자체도 18.9년을 주기로 계속 변한답니다. 이 궤도의 방향이 지구의 궤도와 같은 방향일 때, 달은 태양에 비해서 지구 적도에 5도 더 가까이 있지요. 반면에 서로 반대 방향이라면 극단적인 위도값을 가지게 돼요. 달이 적도에서 조금 더 멀리 있을 땐 더 낮은 대지 속도를 가지게 될 것이고, 따라서 앞서 보인 사인파형 그래프의 최저점은 조금 더 낮아지겠네요. 아래에 있는 건 앞으로 수 십년간의 달의 대지 속도를 예측한 그래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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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의 최소 대지속도가 내가 죽기 전 볼 수 있는 값 중 최소인가"는 "내가 여지껏 배운 것 중 가장 안중요한 것" 대회의 새로운 도전자군요.-

 

 

달의 최대 대지 속도는 거의 일정한데요, 최소 속도는 앞서 말한 18.9년 주기 사이클을 따라서 오르락 내리락해요. 다음 사이클에서 가장 속도가 느릴 때는 2025년 5월 1일이 되겠네요. 그러니까 그 때까지만 기다렸다 내려가면 공기층 속도가 겨우 초속 390미터밖에 안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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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2025년 5월 1일이 되기 전에 이 글을 읽고 계시면, 그 때까지 다른 일을 하다 와서 다시 읽으세요.-

 

마침내 대기권에 진입하게 되면, 아마 열대우림의 경계 근처로 내려가게 될 거에요. 열대 제트 기류는 지구 자전 방향으로 부는 상승기류인데요, 웬만하면 그건 피하는 게 좋아요. 만약 여러분의 봉이 그곳을 지나가게 된다면 초속 약 50에서 100미터 정도의 풍속이 추가될 테니까요.

 

어디로 내려가든 상관없이, 아마 초음속의 바람을 맞닥뜨릴 거에요. 그러니까 보호 장비를 좀 많이 착용하고 가는 게 좋겠네요. (아마 이걸 입게 된다면, 공기역학의 측면에서 여러분이 엄청 빠른 비행기를 입고있는 것 처럼 보일 걸요?) 바람이랑 충격파가 여러분을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고 이리저리 흔들테니, 봉을 꼭 붙들고 있길 바랄게요. 그런 말이 있잖아요. "떨어지는 것 자체로 죽는 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멈추는 것 때문에 죽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번에는 그 둘 다에 해당되겠네요. (도움이 될 진 모르겠는데요, 예전에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F-15에서 조종사가 방출됐다거나, 초음속 비행기가 붕괴됐다거나 하는 사고에서도 생존한 사람들 이야기가 있긴 해요. 뭐 어쨌든, 희망이 있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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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나사의 실험 중 웃긴 프랭크 파트-

 

어느 시점에선 착륙을 위해 봉을 놓아야만 할 거에요. 물론 마하 1로 날아다니는 와중에 자유낙하까지 하고싶지는 않겠지만요. 그러면, 비행 고도 근처에 도달할 때 까지 기다리는 건 어떨까요? 그 정도에선 공기층이 얇으니까 바람이 주는 힘이 좀 덜하지 않을까 싶네요. 봉을 놓은 다음엔 공기의 흐름을 타면서 지구로 자유낙하 하는거죠. 그러다 슬슬 낙하산을 펴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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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기다릴게요. 다음 낙하 기회는 2040년대 초반이에요.-

 

마지막은 낙하산를 타고 이리저리 표류하다가 땅에 안전하게 착륙하는 거죠. 여러분의 근력만으로 달에서 지구까지의 긴 여정을 마친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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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간에게는 극도로 복잡하고 불필요한 미끄러지고 떨어지고 구르는 커다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도 역시 하등 쓸모없는 도약이다.-

 

(여정을 끝마치셨으면, 소방 봉 제거하는 걸 잊지마세요. 그건 분명 엄청난 재해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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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 마법 봉을 필요할 때마다 늘였다가 줄일 수 있게 만들 걸 그랬네요. 하지만 과거에 빠져살면 안되겠죠?-

33개의 댓글

2019.11.01

역시 이 시리즈에서 제일 재밌었던 건

투수가 광속으로 공을 던지면

핵융합/분열에 의한 폭발 일어나고

주자는 데드볼로 1루로 진출한다고 한 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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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2
@Tarks

나는 mole 언어유희 ㅋㅋㅋ 두더지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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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3시엔지루해

그거 읽다가 상상만으로 엄청난 기괴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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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그거 아니냐 위험한 과학책인가 하는 제목으로 나온 그 사람 거 ㅋㅋㅋㅋㅋ

재미있게 읽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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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1

궤도엘리베이터가 가능하드는 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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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1
@콜로라도사자

나사에 있는 관계자가 소리질러서 안된대 큐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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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1

가속도 어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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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1
@뭔일이여

봉을 브레이크로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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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1
@NOMT

L1 근처에 도달하면, 더이상 중력이랑 씨름할 필요가 없어요. 여러분의 속도는 오직 얼마나 빠르게 봉을 잡아 "내던질" 수 있는지에 달려있죠. 최고의 투수가 볼을 던질 때 손의 순간 속도가 대략 시속 161킬로미터 정도 된다는데요, 아무리 빨라도 그것보다 빠르지는 못하겠네요.

 

이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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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1
@뭔일이여

아하

달의 중력이라고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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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1

봉이 지구와 달을 연결하고 내가 그걸 붙잡고 있으면 모두 같은 관성좌표계를 가진다고 해야 맞는거지

지구로 낙하하면 소닉붐이 생긴다는건 뭔소리인가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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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1
@도희

봉이 지구랑 직접연결되면 뽀사지니까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가정한대

우리의 마법같은 봉이 지표면이랑 닿기 직전에 마법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대나

결국 따로 움직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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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2
@NOMT

마법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면 마법처럼 관성 연동된다고 생각해도 무방할거같은데 왜 굳이 소닉붐 어쩌고 썼을까 싶어서 ㅋㅋ

태클거는게 아니고 xkcd가 이 글에선 무리수 둔거같아서 그랬음.. 수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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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

소닉붐 얘기는 그거랑 관계 없고, 열대 제트 기류에 맞으면 그렇게 될 거다라고 하는 얘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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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2
@붕붕드링크300잔

그 위에봐봐..

달과 지구의 위상 차이로 인해서 공기층에서 390m/s 로 움직인다고 되어있잖아 이거 말한거야

열대 제트기류는 고작 100m/s 밖에 안되는데 이게 문제는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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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도희

나는 이렇게 이해했음

지구(와 대기)는 자전하고 있는데, 봉은 지구랑 분리되어있으니 봉(과 나)에 대한 대기의 상대속력이 존재하며 그것은 음속보다 조금 높을 거임

따라서 대기권에 진입하면 제트기류와 상관없이 음속의 공기가 내 싸대기를 겁나게 때리는 거지. 만약 열대 제트기류가 형성된 곳으로 내려가면 음속+100 m/s의 싸대기를 맞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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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NOMT

맞어 xkcd가 말하는게 그거임

근데 애초에 봉이 분리되어 있는주제에 길이조절이 자유자재인데 왠지 같은 위치에 항상 위치하도록 하려면 390의 속도가 필요하다? 이게 웃기는 발상이라는거야

그런식으로 가정할거면 애초에 길이조절이 자유자재인데 상대속도가 없게 가정을 하면되지 굳이 지구 달사이 거리가 겨속 변한다는걸 보여주기 위해서 이상하게 가정했다는 거지

봉이 같은위치를 고수하기위해 빠른속도로 움직인다? 지표면에서는 상대속도가0이고 대기 높은곳에서 거리와 각도 차이로 인해 상대속도가 발생하는데 애초에 신축이 자유자재인 소재고 동력도 없는데 움직인다면 대기권에서는 상대속도0으로 두고 우주공간에서만 변형한다고 하면 대기가 없으니까 제트기류도 안생기겠지

아니면 첨부터 같은 관성계를 가지게하면 저런 구차한 설명이 필요가 없는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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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도희

애초에 일반인들한테 질문 받아서 웃기게 쓰는 거라 수많은 가정을 제외하곤 함

저기 위에도 써있잖아 사실 수백가지의 문제가 있지만 걍 무시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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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

읭? 아니지

지금 저 봉은 달에 고정되어있고 지표면에 닿지 않는 선에서 달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데

달 공전과 지구 자전속도 차이로 인한거잖아

대기권은 지구 자전과 같은속도로 도니까 대기권에 상대속도 0이면 달에 고정되지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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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햄치즈휠렛버거세트

마지막 댓글 보고 쓴거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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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

너도 내 덧글 보고 쓴거지?

지구는 24시간에 1바퀴 돌고, 달은 28.5일에 한바퀴 도는데

어떻게 달과 대기권에 동시에 고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니?

양쪽 다 고정되려면 나중에 꽈배기처럼 계속 늘어나야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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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햄치즈휠렛버거세트

제발 댓글좀 처음부터 쭉 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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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

아니 시발 제발 말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말라고

니 덧글에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봉이 지구와 달을 연결하고 내가 그걸 붙잡고 있으면 모두 같은 관성좌표계를 가진다고 해야 맞는거지 -> 지구 자전을 무시하라고? 그런걸보고 같은 관성계가 아니라 물포자라고 부름

마법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면 마법처럼 관성 연동된다고 생각해도 무방할거같은데 -> 지구 표면에 달라붙으면 '봉'이 안되구여 리듬체조 리본마냥 회오리처럼 늘어난다고

그런식으로 가정할거면 애초에 길이조절이 자유자재인데 상대속도가 없게 가정을 하면되지 굳이 지구 달사이 거리가 겨속 변한다는걸 보여주기 위해서 이상하게 가정했다는 거지 -> 그렇게 가정할거면 그냥 중력도 무시하면 되는데?

지표면에서는 상대속도가0이고 대기 높은곳에서 거리와 각도 차이로 인해 상대속도가 발생하는데 -> 개소리. 대체 뭘 말하고자 하는지도 모르겠는 개소리

첨부터 같은 관성계를 가지게하면 -> 같은 관성계를 가지기 때문에 이 계산이 되는거임. 어디서 관성계란말 집어와서 이상한 소리 하는데, 둘이 같은 관성계가 아니면 둘은 가속과 중력차이에 의해 시간도 다르게 흘러 ㅡㅡ 니가 말하고자 하는건 지표면 기준 좌표계를 말하고 싶나본데, 그래서 계속 지구자전속도랑 달 공전속도가 다르다고 내가 설명해줬잖니. 지구 기준 좌표계로 보면, 지표면이 멈춰있지만 달이 28일에 27바퀴를 도는 모습을 보게 될거라고.

 

대체 니 덧글의 어디를 보면 니가 말하는 헛소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니가 말하는 것 자체가 과학적으로 무지해서 할 수 있는 말이라니까?

둘은 이 글에서 이미 같은 관성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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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5
@햄치즈휠렛버거세트

왜 욕을하세요? 이상한 사람이네?

가정을 이상하게 했길래 다른가정하면 된다고 써놨더니 이상한애가 들러붙어서 헛소리하네

너같이 무례한 놈한테 관심 줄시간 없으니까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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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

ㅋㅋㅋㅋ 멍청한 소리 해가지고 그게 아니라는데 끝까지

'다른가정' ㅋㅋㅋㅋㅋㅋ 그래 그래 ㅋㅋㅋ

다른 가정이 아니라 틀린 가정이라는데 그걸 반박은 못하겠고 욕으로 말꼬리만 잡고 ㅋㅋㅋ

제발 댓글좀 처음부터 쭉 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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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5
@햄치즈휠렛버거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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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

덧글 쓰다보니 학원선생 알바할때 들었던 질문 생각나네

상대성이론 가르칠때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길이가 짧아진다는 내용을 가르치던 시간이었어.

아주 빠르게 움직여서 1.1 길이의 봉을 1로 만든 다음, 그 봉이 길이 1인 방에 들어갔을때 문을 닫았다 열면

봉을 들고 움직이는 사람의 시점에서는 어떻게 보일까? 라는 질문이 참고서에 있어.

정답은 앞의 문이 먼저 닫혔다가 열리고, 내 봉의 끝이 방에 진입한 순간 뒷문이 닫혔다 열리고 이시점에 봉의 앞쪽 0.1만큼은 방을 벗어나 있다. 거든?

근데 한놈이 질문을 하더라고. 존나게 튼튼한 문으로 쾅 닫아버리면 어떻게 되냐고. 그러면 1.1길이를 1의 방에 넣을 수 있지 않냐고.

그러면 봉이 존나게 튼튼하지 않을테니까 구겨진다고 하고 넘기려고 했더니

봉이 존나게 튼튼하면 어떻게 되냐고

그러면 봉은 가속운동을 해서 특수상대성에 의한 풀이를 해야 하는데, 순간적으로 가속도가 무한대인 경우에 대해서 계산할 수 있을거 같지 않으니까 넘어가자고 했더니

이새끼가 아주 의기양양해서 봉이 앞문에 도착하는 순간 앞문이 닫히고, 봉든 사람 시점에서는 봉은 계속 전진을 해서 봉의 후미가 뒤로 올때까지 있다가 뒷문이 닫힌다고 말하더라고.

봉이 앞에 닿은 순간 봉을 든 사람이 멈출텐데 봉의 후미가 어떻게 전진을 하는지 물으니까 한 말이 아주 웃겼어.

아니! 운동한다고 했잖아요!

 

가정할 수 있는건 달-지구 간의 있을 수 있는 자유자재로 길이가 조절되는 봉과 그럼에도 충분히 튼튼한 재질, 그리고 그 봉을 타고 움직일 수 있는 튼튼한 사람이지

달에서 볼 때는 1달에 1바퀴돌고, 지구에서 볼 때는 하루에 한바퀴 도는 편리한 운동이 아님

마치 선두는 무한대의 가속도로 속도가 0이 되었지만, 후미는 여전히 운동을 하고 있고, 그럼에도 구겨지지 않는 튼튼한 봉을 가정할 수 없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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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8
@햄치즈휠렛버거세트

뭐여 알림은 하나도 안왔는데 여기서 물고뜯고빨고하는 중이었네

알았어 다음편 빨리 올리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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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2

초속 11킬로미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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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2
@근성가이

아따 검수 안했더니 틀린 게 많네

하지만 읽붕이들은 적절히 이해했을 것이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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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잘한다잉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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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여기서이러시면안됩니다

도와준 이 : 파 파고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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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9

재밌다 스압 정독하는것도 오랜만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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