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의학) 똥을 치료제로 쓰는 이야기

요새 시간이 좀 남아 돌아서 똥글을 하나 싸볼까 합니다.

 

속담중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이 있지요? 실제로 똥을 치료제로 사용하는 비교적 최신의학기술이 있습니다.

 

저는 보지 않았지만 얼마전에 TV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고 들어서 아시는 분은 이미 이런 치료법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을 겁니다.

 

일단 오늘의 주인공인 똥의 구성을 한번 봅시다.

똥구성.jpg

 

75%정도의 물, 나머지 25%정도는 소화되고 남은 음식 찌꺼기와 세균들, 장벽의 세포조각등등으로 구성됩니다.

 

똥은 대장에서 만들어지는데 대장은 1.5m정도 되며 대변의 생성과 수분의 흡수, 그리고 비타민과 소량의 지방산등의 영양소 흡수를 담당합니다.

대장.jpg

 

대장내에는 100조마리이상, 500~1000종류의 세균(또는 미생물)이 살고 그 무게는 대략 1kg으로 체내의 대사, 비타민 흡수등의 영양, 에너지 이용, 면역의 조절, 장관내 점막 상피의 발달과 생성, 그리고 미생물들 간의 균형을 통해 병원체의 침입방지 등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사실상 장내 미생물없이 인간은 생존이 불가능하죠. 이들 미생물은 장관 내부에서 굉장히 정교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요.

 

미생물.png

 

장내미생물이 인체에 미치는 인자가 워낙 다양하여 질병과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그래도 과민성 대장증후군, 염증성 장질환, 대장암, 변비 등 장질환 뿐만 아니라 비만, 아토피등의 알레르기 질환, 심지어 치매나 지방간등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되고 있고, 이쪽 분야 연구는 굉장히 활발합니다.

 

여기서 좋은 미생물을 몸에 넣어주자는 취지에서 떠오르는 것이 유명한 프로바이오틱스로, 대표적인것이 lactobacilli, bifidobacteria등의 유산균이예요. 유산균 광고같은데서라도 락토 어쩌구 비피도 어쩌구 이런거 들어본 적은 있을 거예요.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어느 질환에 어느 균주가 효과적인지 단독 균주가 우월한지 복합사용이 우월한지 어느정도의 양을 투여해야하는지, 위산과 담즙산을 버티고 내려가 대장에 정착할 수 있는지, 미세한 장내세균의 균형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프로바이오틱스도 결국은 세균이기 때문에 혹시나 부작용은 없는지 어렵고 연구는 계속 필요한 분야입니다.

 

 

 

쓸데없이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이런 프로바이오틱스 몇가지 균주를 투여해 장내미생물의 균형을 잡기에는 너무 그 균형이 미묘하고 어려워서, 그렇다면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통째로 환자의 대장에 넣어주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한게 분변 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입니다. 

 

처음에 최신의학기술이라고 하기는 했는데 똥을 치료제로 쓰자는 건 생각보다 아주아주 옛날부터 있던 아이디어입니다.

역사서를 보면

갈홍.jpg

중국 동진의 갈홍(葛洪, 283년 ~ 343)이라는 신선론 학자는 심한 식중독이나 설사에 인분을 먹여서 죽을뻔한 사람을 살렸다는 기록이 있고요.

이시진.jpg

본초강목으로 유명한 명나라의 이시진(李時珍)은 설사, 발열, 복통에 건강한 사람의 분변 가루를 먹여 실제로 다 죽을거라고 생각한 사람을 회복시킨 적이 있다네요

 

현대의학의 관점에서도 1958년에 첫 기록이 있습니다. 그래도 실용화되고 방법이 정착되기 시작한건 비교적 최근으로 근래 10년 안쪽에서 발달한 방법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아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질환은 위막성 장염이라고 하여 폐렴등 다른 질환치료목적으로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하다 보니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무너져 건강한 대장에서는 활개를 못치는 균이 기회감염을 일으키는 병이 있습니다. 이 질환에 많이 사용하고 결과도 좋아요. 궤양성대장염같은 염증성 장질환에 사용하기도합니다. 그 외에 이론적으로는 비만, 아토피 등에도 사용해 볼 수 있겠으나 실제로 임상에서 그런 질환을 치료할 목적으로 분변이식하는 건 아직 보지 못했네요.

 

 

자, 그러면 이식할 똥을 준비해 봅시다. 환자에게 변을 나눠줄 건강한 사람을 선별해야하는 데 보통 그냥 건강한 가족중에 고르는 경우가 많기는 해요. 18세 이상 65세 이하이로 비만, 장질환, 면역질환, 암, 전염성 질환등이 없어야 하며 최근 항생제를 사용하거나 장염등을 앓은적이 없는 영양상태가 좋은 사람으로 고릅니다.

 

대변 기증자가 변을 마련해오면 다음과 같이 준비합시다.

1. 6시간이내에 생산된 신선한 똥 50g당 150ml의 멸균 생리식염수에 섞는다. (최소 50g이상은 되야함)

2. 믹서기로 간다(그냥 부엌에서 쓰는 그런 믹서기임)

3. 필터에 잘 갈아넣은 똥을 걸러서 국물만 모은다.

4. 똥 준비 끝

 

 

아래는 분변이식 과정을 담은 유튜브 영상인데

 

3:10 부터 자세히 잘 나와있어요. 관심있는 개붕이들은 한번보도록 하세요. 참고로 당연한 말이지만 똥이 주인공인 영상이니 똥이 나옵니다. 많이.

 

 

환자에게 이 똥물을 주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입을 통해 주는 것과 항문을 통해 주는 겁니다.

 

아래로 주든 위로 주든 직접 똥물을 들이키는 건 아니고, 내시경을 사용하게 됩니다. 맛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준비한 똥물이 위산, 담즙산에서 손상되면 효과가 적으니까요.

 

대장내시경.PNG

결국은 대장에 미생물을 정착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아래로 주는 것이 효과가 더 좋고 흡인의 위험성이 없기 때문에 보통은 대장내시경을 통해 주게 됩니다. 1.5m인 대장의 끝까지 내시경을 넣어서 그 안에다가 준비한 분변용액을 넣어주고 나오지요. 위의 유튜브에 그 과정까지 자세히 나옵니다.

분변이식.PNG

 

AKR20180725110000063_01_i_P4.jpg

<좌: 난치성 위막성 장염 환자, 우: 분변 이식 후 호전된 대장>

지금까지 난치성 위막성 장염에서는 효과가 아주 뛰어났고 염증성 장질환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분변이식은 전문 센터의 전문인력에 의해 세심히 다뤄지고 주는 쪽도 받는 쪽도 선별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아무 똥이나 들고 병원 가서 넣어달라고 하지는 맙시다. 

 

다른 사람의 똥을 인위적으로 대장에 넣어서 병을 치료한다는 개념이 신선하고 흥미있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남는 시간에 써봤습니다.

 

똥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27개의 댓글

2020.09.23

마른 사람의 분변을 이식해서 잘 살 안찌는 체질이 되면 참 좋겠다

0
2020.09.23
@ㅇㅈㅇ

쥐는 실제로 그렇게 됐대 ㅋㅋㅋ 심지어는 뚱보쥐, 마른쥐 같이 뒀더니 뚱보가 마른쥐의 변을 처먹하고 체중이 줄었다는 얘길 저널에서 읽었음 ㅋㅋㅋㅋㅋ 내가 읽고 있는게 실환가 눈을 비비면서 몇번을 읽음

0
2020.09.24
@휴이듀이루이

변도 있는데 대장에 살고 있는 균을 바꾼것만으로도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

0
2020.09.23

나도 배안좋은데 병원에서 이거 추천하드라

0
2020.09.23

diphtheritic colitis 말고

크론병 같은 IBD에도 효과가 있나유??

1
2020.09.23
@디다케

IBD중 궤양성 대장염에서는 치료효과가 의미있게 있는데 크론은 명확하지 않은 듯 합니다. 크론은 대장만 침범하는 병이 아니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럴법하다싶네요

1
2020.09.23
@고오오옴

오호... 그렇군여 감사합니다

0
2020.09.23

소장,대장말고 입->위까지 장내미생물은 이식은없음?

 

0
2020.09.23
@렙갱가요

입은 키스하시면 되요 ㅎㅎ

 

입~위의 장내 미생물 이식은 제가 알기로 없습니다. 의학적인 의미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근데 입~위의 상재균을 가족간에 많이 공유하기도 합니다. 함께 식사하고 생활하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뽀뽀도 자주하니까요.

 

대표적으로 구강내에 충치균인 Streptococcus mutans나 위궤양이나 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Helicobacter pylori같은 균들이 가족간에 쉽게 옮습니다. 특히 어릴때일 수록 면역기전이 완성되지 않아 전염이 잘됩니다.

 

따라서 상재균이 확립되지 않은 소아와는 식기류를 같이 쓰거나 한그릇 음식을 공유해서 먹는건 피하시기 바랍니다.

 

근데 어른한테도 그건 별로 권하고 싶지 않네요.

0
2020.09.23
@고오오옴

파리로리 ㅗㅜ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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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3
@고오오옴

인간은 유익균이 별루없는거같네...

그러면 되새김질 동물한테하면 어떨까?

 

식분하지않는 동물을 식분하게하여 생존력을

더올릴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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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3

제왕절개로 태어난 태아에게 엄마의 질분비물을 입에묻혀준다는것도 이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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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3
@kokomo

네 무균 상태의 신생아가 처음만나는게 엄마의 질내 상재균인데 제왕절개시에는 질과의 접촉이 없으니 그런 취지에서 해주는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0
2020.09.23

뇌랑 미생물관련해서 많이 진행되고있죠. 특히 생체리듬

꽈학자가 좋아하는건 1:1로 대응하는 현상인데 이친구는 참..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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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3

유산균 가루를 장내에 직접 주입하는게 훨씬 직빵아닐까?

0
2020.09.23
@악마지망생

날카로우십니다.

아직까지는 단일 혹은 몇가지 혼합 균주인 프로바이오틱스가 분변이식보다 성적이 좋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여러 미생물간의 균형점을 인위적으로 맞추는게 쉽지 않은 듯합니다. 그러나 장내 미생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연구라던가 질환별 개인별 맞춤형 장내미생물등의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건 너무 앞서가는 분야라 저도 잘 모릅니다.

 

언젠가는 분변이식보다 맞춤형 미생물 이식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 되는 날이 오겠지요.

0
2020.09.23
@고오오옴

연구실 직원들이 실험노가다 하면 시간문제아닐까

인간의 소장 혹은 대장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두고 유산균류 조합을 하나씩 테스트해보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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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3

엌ㅋㅋㅋㅋㅋ 나 FMT 주제로 한 저널 내용 정리해서 발표 예정이었는데 너 어떻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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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3
@휴이듀이루이

엌ㅋㅋㅋㅋㅋㅋ 발표 준비 끝나면 내 똥글에 잘못 설명했거나 보충할거 있나 지적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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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3
@고오오옴

'Gut microbiata의 이식을 통해 IBD, CDI 등에 효과를 본 사레가 있다. 비만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결과도 있다.'

 

-오호. 그렇구만.

 

'장내 세균을 이식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Faecal matter를 경구, l-tube, 내시경등을 통해 주입하는 방법 등이 있다.

 

-???!! 내가 생각하는 그걸 말하는건가? 검색이라도 해봐야지.

 

'이미지 온통 갈색'

 

-ㅅㅂ

1
2020.09.24

변비때문에 관장을 자주하는것도 이런 대장 생태계에 별로 좋지않겠네??

다음에는 영양제라던지 생활에서 도움될 수있을 만한 글 써주면 좋겠다 재밋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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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4

코알라가 자식에게 유칼립투스 분해균을 주기위해 똥을 먹이는 것처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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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4

읽을거리 판은 진짜 별별 글이 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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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4

입속 세균은 정착되기 시작하면 다른 세균 못들어오게 막는다고 하는데 그래서 뮤탄스균들어오기 전에 다른 세균들이 자리 차지하고 있으면 충치 안생긴다고 들었는데

장속 세균도 비슷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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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4
@서울대 6학년

네 비슷합니다. 유산균을 매일 먹어도 장에 정착 시키기 어려운 이유중 하나가 그것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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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4

어어 궤양성대장염 있는데 이거 해도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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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5
@반반

저는 인터넷에 똥글이나 싸는 사람입니다. 당신의 건강을 1도 책임지지 않으니 주치의와 상담하세요. 

 

보통 약물 투여로 잘 유지 되는 궤양성 대장염에 분변이식을 하지는 않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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