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수학, 소개글) 힐베르트 호텔, 대각선 논법, 초월수

1. 힐베르트 호텔, 대각선 논법, 초월수


a1.png


무한한 방이 있는 호텔을 생각해보자

현재 이 호텔 모든 방에 이미 손님이 묵고 있다

그 때 호텔을 찾은 손님 한 명이 방을 요구한다


유한한 방의 호텔이라면 손님을 받을 수 없지만, 이 호텔은 방이 무한하기 때문에 손님을 받을 수 있다

바로 모든 손님에게 다음과 같은 방송을 때리는 것이다

"N호실에 묵고 있는 손님은 N+1호실로 옮겨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모든 손님이 각자의 방을 가지면서도, 1호실이 비어 새로운 손님을 맞을 수 있다


이 번엔 한 명의 손님이 아닌 무한한 수의 손님이 왔다

이 경우에도 호텔에서는 문제가 없다. 방송 한 번이면 된다

"N호실에 묵고 있는 손님은 2N호실로 옮겨 주시기 바랍니다."

역시 모든 손님이 각자의 방을 가지면서도, 무한개의 새로운 방이 생겨 무한한 손님을 맞을 수 있다




DH.jpg

다비드 힐베르트 1862-1943


무한집합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무한집합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고 실험을 하나 가져와 봤어

이러한 기이한 호텔을 수학자들은 힐베르트 호텔이라고 불러

예전에 역설 글에서 소개한, 바로 그 힐베르트야


일단 무한에 대한 엄밀한 정의는 19세기에서야 제대로 이뤄졌는데,

그 전에는 그냥 '한없이 많은 것' 이라는 순환논증으로만 다뤄져 왔어

무한급수 계산의 달인이라 할 수 있는 18세기 수학자 오일러 조차,

"무한이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자리를 피했다는 농담도 있을 정도지


무한대, 무한소 이런 개념은 코시와 바이어슈트라스 등에 의해 엄밀히 정의됐지만,

무한집합에 대해서는 저번 역설 글에서도 소개했듯이 그 논란이 20세기까지도 이어졌어

물론 그 시작에는 칸토어가 있었지




Cantor.jpg

게오르그 칸토어 1845 - 1918


칸토어는 무한 집합을 셈하려고 할 때, 유한 집합을 세는 방식을 적용할 수 없음을 깨달아.

유한 집합에서는 그 크기를 비교해, 누가 더 크다 아니면 크기가 같은 집합이다 등등을 따질 수 있지만, 

무한 집합은 크기 자체가 없기 때문이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는 일대일 대응을 생각해

즉 한 집합의 원소와 다른 한 집합의 원소가 일대일 대응이 된다면, 원소의 개수가 같은 집합으로 볼 수 있다는 거지

개수라는 표현이 무한집합에서는 어색하기 때문에, 보통 무한집합에서는 기수라고 표현해


그는 일대일 대응을 이용해 자연수와 짝수의 기수가 같다는 것을 보여.

자연수에서 짝수로의, 또한 짝수에서 자연수로의 일대일 대응이 존재하기 때문이야

위에서 설명한 힐베르트 호텔에서 무한히 많은 손님을 2N호실로 옮길 수 있었던 것도, 

자연수와 짝수의 기수가 같기 때문이지




ab.png

더 나아가, 그는 자연수와 유리수 또한 기수가 같다는 것도 보였어

유리수를 이렇게 배치하면 모든 유리수를 셀 수 있다는 거지


여기서 셀 수 있다는 표현이 중요한 데, 수학자들은 자연수는 셀 수 있는 집합이라고 말해

무한을 어떻게 셀 수 있냐 싶지만, 일단 하나 둘 셋 ... 하면서 셀 수 있다고 보는 거지

마찬가지로 자연수와 기수가 같은 짝수 집합, 유리수 집합 등등도 셀 수 있는 집합


유리수를 비교했다면, 다음은 실수를 비교해 봐야겠지?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그가 자연수와 실수의 일대일 대응을 찾는 대신에,

자연수와 실수 사이에 일대일 대응이 없음을 증명했다는 거야

그 방법은 다음과 같아






2. 힐베르트 호텔, 대각선 논법, 초월수



zx.png


먼저, 자연수와 실수 사이에 일대일 대응이 존재한다고 가정해

모든 실수에 대응하는 자연수가 있다고 가정하자는 거지


그러면, 그림처럼 모든 자연수에 대응하는 실수들을 하나씩 나열할 수 있어

이 때 무한소수가 아닌 실수들은 순환소수로 표현하는데, 예를 들어 1=0.99999... 로 표현해

이렇게 하면 실수는 모두 무한소수가 되겠지


그림에서 빨간 숫자들에 주목해보자

1과 대응하는 실수의 소수 첫째 자리가 2네

2와 대응하는 실수의 소수 둘째 자리는 4이고.

여기서 다음과 같은 수를 생각할 수 있어


035.jpg

이 수는 대각선에 나오는 빨간 수에서, 1을 더한 수들을 모아 놓은 수야

단, 대각선에 나오는 수가 9이면 0으로 바꾸면 되겠지


이 수는 분명히 실수인데도, 대응하는 자연수가 없어

소수 N번째 자리에서 숫자가 다르기 때문이야

이는 우리가 모든 실수에 대응하는 자연수가 있다고 가정한 것에 모순이야

즉 처음에 한 가정이 틀렸다는 것이고, 실수가 자연수보다 기수가 큰 집합, 셀 수 없는 집합이라는 뜻이지


이 논법을 수학자들은 대각선 논법이라고 불러

이유는 뭐 딱 봐도 대각선이니까.


만약 힐베르트 호텔에 실수 명의 손님이 들이닥친다면, 힐베르트 호텔로도 손님들을 다 받을 수 없겠지

아니, 애초에 실수를 셀 수 없기 때문에 실수 명의 손님이라 표현하는 게 불가능하지만.


보통 셀 수 있는 집합을  N0.jpg  셀 수 없는 집합을 N1.jpg이라고 표시해서 구분해 





ax.jpg



칸토어의 천재성은 여기서 끝이 아니야

그는 대수적 수가 셀 수 있는 집합임을 증명했어

여기서 대수적 수란, 정수 계수 방정식의 근이 될 수 있는 수를 말해


정수 계수 방정식은 2x³ - 5x + 1 = 0 처럼 정수를 계수로 가지는 방정식이야

a가 대수적 수라면, f(a) = 0 인 방정식이 있다는 말이지.


예를 들어 √2 는 무리수지만,  - 2 = 0 의 근이 되기 때문에 대수적 수야

허수 i 는 실수가 아니지만, x² + 1 = 0 의 근이 되기 때문에 역시 대수적 수야


그는 모든 정수 계수 방정식에 높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방정식의 근들이 자연수와 일대일 대응을 이룸을 보였어

여기서 재밌는 건, 실수 집합은 자연수 집합보다 큰데, 대수적 수의 집합은 자연수의 집합과 같다는 거야

그렇다면 실수 안에서는 방정식의 근이 되는 수보다, 근이 되지 않는 수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겠네

수학자들은 그런 수들을 초월수라고 불러 






3. 힐베르트 호텔, 대각선 논법, 초월수



Er.jpg

레온하르트 오일러 1707-1783


e1.jpg

오일러의 공식, 수학자가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공식 1위



오일러의 공식으로 유명한, 18세기 수학자 오일러는 초월수의 존재를 처음으로 예견한 수학자야

이후에 최초의 초월수가 발견되고, 자연 상수 e가 초월수임이 밝혀지기도 했어

하지만 칸토어의 발견 이전에는 초월수를 실수의 특이점 정도로만 생각했어

대수적 수에 비해 몇 개 안 될 거라고 여겨졌지


하지만 칸토어가 밝혔듯이 초월수는 대수적 수보다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아

수의 대부분이 초월수라면, 초월수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수를 이해했다고 할 수 없어

그제서야 수학자들이 초월수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기 시작했지


이후에 중요한 정리가 발견 되는데 바로 린데만-바이어슈트라스 정리가 그것이야

이 정리의 따름 정리로, 다음 정리를 얻어



[린데만-바이어슈트라스 정리]

복소수 z.jpg가 0이 아닌 대수적 수일 때,  ez.jpg는 초월수



e는 자연 상수니까, 0이 아닌 대수적 수 z에 대해 자연 상수의 z 제곱은 모두 초월수가 된다는 것이 밝혀졌어

이 정리 덕분에 대수적 수만 있으면 초월수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초월수를 무한정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지 


린데만은 이 정리를 이용해서 원주율이 초월수임을 추가로 밝혀내지

사실 이 증명을 소개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글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이 증명 역시 예전에 소개한 신의 책에서 가져온 증명이라 할 수 있는 멋진 증명이니까

린데만의 증명을 한 번 보자



FL.jpg

페르디난트 린데만 1852-1939


[증명] 원주율 파이는 초월수


일단 원주율 파이(pi.jpg)가 대수적 수라고 가정하자

대수적 수 끼리의 곱 역시 대수적 수라는 것이 밝혀져 있으므로,

마찬가지로 대수적 수인 허수 i 를 곱한 

pii.jpg역시 대수적 수다


린데만-바이어슈트라스 정리에 의하면,

pii.jpg가 0이 아닌 대수적 수기 때문에  epi.jpg는 초월수다

오일러의 공식에 의하면 epi.jpg는 -1 이므로, -1이 초월수라는 말이 된다


하지만 -1은 x + 1 = 0 의 근이 되므로 대수적 수

이는 모순이고, 따라서 원주율은 초월수이다




21개의 댓글

2017.12.26
이런글조아
0
2017.12.26
좋은 글 잘봣슴다
0
2017.12.26
ㅊㅊ
0
2017.12.27
오일러의 공식은 볼때마다 뿅 간다
무리수만의 계산으로 유리수를 만들다니...
0
2017.12.27
@URA!!
ㅇㅇ의미를 생각해 보면 신성神聖과 인성의 만남을 공식 하나로 확인하는 느낌임
0
@시카다
니들 문레기들이지?
0
2017.12.29
@성폭행합법화론
행님 맞춰버리셨습니다 계몽해주세요ㅠㅠ
0
2017.12.27
문과) 이 글을 보니 수학자들이란 올바른 길에 몰두한 오타쿠들이라는 느낌이 든다
0
2017.12.27
대각선 논법 개재밌다. 패러독스를 만들어서 증명을 하네
0
2017.12.30
@Curriculum
아아... 그건 귀류법이라는 것이다.
0
2017.12.27
보다보면 입벌어지네 ㄷㄷ
0
예전에 책에서 본 건데 무한 대의 버스에 각각 무한명씩 타고 와서 방 요구하는 것도 있는데 해답이 기억 안나는데 혹시 아심?
0
2017.12.27
@내엉덩이찰싹때려
그건 소수를 이용한 걸 꺼임

첫 번째 버스 손님들을 2의 거듭제곱 2 4 8 16 ... 에 배정하고
두 번째 버스 손님들을 3의 거듭제곱 3 9 27 ... 에 배정하고
이렇게 하면 소수가 무한하니까 무한대 버스 손님들을 다 배정 가능
0
2017.12.30
@내엉덩이찰싹때려
대신에 이 경우에는 빈방이 존나게 생김
0
e에 파이i제곱을 했는데 허수 들어간게왜 실수가 돼여? 이런게 아닌가
0
@내엉덩이찰싹때려
??
0
2017.12.28
@내엉덩이찰싹때려
읽판에 오일러 공식을 이미 설명한 글이 있어서 링크 가져옴
http://www.dogdrip.net/33027948
0
2017.12.27
나는 대각선논법이 이해는 더잘되도
구간축소가 더 깔끔하게 느껴지던데
0
2017.12.27
R이 Q위에서 무한차원임을 증명하라
> 린데만 바이어슈트라스에 의해 자명
0
2017.12.29
고마워 수학귀신!
0
2017.12.30
심심하면 방 옮기라고 지랄하는 호텔이라 망했다고 한다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562 [과학] 번역)새들은 왜 알을 많이 낳는가? - 후투티의 형제살해 습성... 5 리보솜 3 6 일 전
561 [과학] 학계와 AI, 그리고 Bitter Lesson (쓰라린 교훈) 26 elomn 35 2024.02.17
560 [과학] 지구의 속삭임, 골든 레코드의 우주 9 Archaea 10 2024.02.16
559 [과학] 잔혹한 과학실험 이야기 <1> 절망의 구덩이 19 개드립하면안됨 35 2024.02.15
558 [과학]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이 땡기는 이유 12 동식 16 2024.02.10
557 [과학] 지능은 모계유전이 아니다. 40 울릉특별자치도 35 2024.01.26
556 [과학] 진화를 생각할 때 고려할 것들 23 날씨가나쁘잖아 12 2024.01.17
555 [과학] 학문적(과학적) 접근과 유사 진화심리"학" 26 날씨가나쁘잖아 19 2024.01.15
554 [과학] 호모 사피엔스의 야릇한 은폐된 배란에 대한 남녀 학자의 다... 14 개드립하면안됨 15 2023.12.29
553 [과학] 김영하의 작별인사를 읽고 느낀 점 (스포있음) 21 장문주의 2 2023.11.28
552 [과학] 제4회 포스텍 SF 어워드 공모전 ( SF 단편소설 / SF 미니픽션 ) 2 따스땅 1 2023.11.25
551 [과학] 펌) CRISPR 유전자 가위 치료제 "최초" 승인 12 리보솜 7 2023.11.25
550 [과학] 러시아는 기술산업을 어떻게 파괴시켰는가(펌) 9 세기노비는역사비... 15 2023.11.18
549 [과학] 고양이에 의한 섬생태계 교란과 생물 종의 절멸 (펌) 2 힘들힘들고 6 2023.11.16
548 [과학] 번역) 알츠하이머병 유전자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12 리보솜 10 2023.11.15
547 [과학] 『우영우』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개념이 왜곡인 이유 (펌) 54 힘들힘들고 10 2023.11.12
546 [과학] 흑수저 문과충 출신 구글 취직하는 파이썬 특강 -1 14 지방흡입기 11 2023.09.27
545 [과학] 국가별 당뇨 유병율 이거 뭐가 바뀐건지 아는사람? 8 LAMBDA 1 2023.09.27
544 [과학] 물샤워 ㅇㅈㄹ 하는 놈들 봐라 171 철동이 48 2023.09.23
543 [과학] 천동설은 왜 장수했을까.kuhn 20 시에는퇴근할거야 23 2023.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