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지방잡학자의 항변] 뉴턴주의 과학의 이해 1. 뉴턴 이전의 과학 (글씨편집본)

과학의 역사에 있어서, 지금의 과학으로 발전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은 당연히 아이작 뉴턴 경일 것이다. 뉴턴의 철학적 견지를 따르는 과학을 '뉴턴주의 과학'이라고 하는데, 이는 근대 전체에 걸쳐 가장 이상적인 과학의 형태였다. 뉴턴주의 과학은 해석역학은 물론이고, 전자기학, 화학양론, 심지어 유전학과 경제학도 만들었다. 그러한 발전을 이끈 뉴턴주의를 이해하기 전에, 우선 뉴턴 이전의 과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뉴턴 이전과 뉴턴 이후의 과학은 그것의 이론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뉴턴 이전에는 아리스토텔레스 학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어 있었다. 특히 그 유명한 프랜시스 베이컨이 그 선봉에 있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네 가지 원인 중 작용인만이 자연철학의 유일한 탐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삼단논법의 무의미한 논증보다 귀납을 통해 일반화된 명제를 찾는 것을 선언하였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식 인과율도 의심하였고, 이에 대한 경험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인과율을 "상관성을 인과성으로 해석하려는 심리적 기제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또한 베이컨은 관찰 가능한 현상의 법칙적 관계를 기술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연철학이라고 했다. 즉, 이미 경험적으로 사실이라 판명된 몇 개의 법칙과 현상에 내재된 어떤 경험적 명제들을 통해 그 현상을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명한 실험가인 갈릴레이가 베이컨을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갈릴레이는 자신이 세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끈질긴 실험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는 정량적 방법을 실험에 도입했는데, 이것은 본래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 이론에서 확실하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는 <두 우주 체계에 대한 대화>에서 관성의 법칙을 "어떤 물체가 아무런 힘을 받지 않으면 등속 원 운동을 한다."라고 기술했고 자연에서는 항상 원 운동과 직선 운동만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실험적 근거를 통해 이론을 반박하고 또 귀납적 방법론을 실제로 이용했다는 점 덕분에, 이후의 과학자들이 갈릴레이와 같이 하도록 이끌었다.


갈릴레이의 방법론은 흔히 "분석"과 "종합"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프린키피아> 제2판 로저 코츠 머리말에서도 서술된다. 분석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수학적이고 추상적인 언어로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분석은 현상을 단순한 몇 가지의 것으로 "적절히" 쪼개는 것도 포함한다. 그렇게 얻은 명제들을 통해, 전부 합쳐서 그 현상을 기술하는 것이 바로 종합이다. 즉, 분석이 어떤 현상을 단순한 현상으로 나누고 추상화하는 것이라면, 종합은 단순한 현상들을 모아서 어떤 현상을 기술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론은 지금도 생각보다 많은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갈릴레이 이후의 자연철학을 이끈 사람은 바로 데카르트이다. 데카르트는 철학자이면서도 이론가적인 성향이 강해서, 이론 연구에 대한 자신만의 방법론을 개발하였다. 그 유명한 <방법서설>에 실려 있는 "발견"과 "증명"이 바로 그것이다. 발견은 얼마간의 전형적인 사례로부터 보편적인 명제를 구성하고 이를 법칙화하는 표준 사례를 일반화하는 과정이다. 발견은 분석보다 더 귀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발견(분석으로 수정)은 단지 적당히 나눈 현상을 수학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 바꾸는 데 그치는 반면 발견은 전형적인 사례들을 통해 법칙을 얻어내기 때문이다. 또 증명은 발견을 통해 얻어진 법칙들로부터 현상을 연역해내는 과정이다. 이것 역시도 종합보다 더 연역적이다. 그 이유는 앞에서와 비슷하다.



데카르트는 자신의 방법에 기초하여, 기계론적 자연철학을 구축하고자 했다. 이것은 간단하다. "자연의 모든 물질과 현상은 입자들과 그것의 운동으로부터 생겨난다. 또 입자들의 운동은 관성의 법칙에 의한 직선 운동과 충돌에 의한 상호작용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뒷받침하고자, 데카르트는 (갈릴레이의 것을 올바로 고친) 관성의 법칙과 (스칼라 버전의) 운동량 보존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데카르트와 그의 동료들에 따르면, 자연은 하나의 거대한 기계다. 기계는 역학적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데, 따라서 역학의 보편적인 원리를 이해하면, 자연의 모든 현상을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자신의 저서들에서 그러한 점을 언제나 강조하였고, 실제로 그러하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법칙과 원리를 자신의 충돌 역학을 이용해서 지속적으로 설명하려고 애썼다.



죽을 때까지 뉴턴을 증오했던 대륙의 천재 라이프니츠도 데카르트와 같은 기계론자였다. 하지만 그는 골수부터 철학자여서 "이성적 지식의 세계"에서 "사실적 지식의 세계"를 잇는 어떤 철학적 원리를 주장하였다. 그 철학적 원리의 이름이 바로 충족이유율이다. "이성적 지식의 세계"는 수학과 같이 모순율과 동일률을 근거로 하는 형식적 지식의 집합이다. 이것은 논리학적 규칙을 따른다. 하지만 "사실적 지식의 세계"는 꼭 그래야 할 이유도 없고 일단 사건이 일어나면 그냥 그런 것들의 집합이다. 그는 자연 법칙이 이 세계의 모든 현상을 지배하기 때문에 충족이유율에 의해 "사실적 지식의 세계"는 "이성적 지식의 세계"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라이프니츠의 자연철학은 몇 가지 원리를 갖고 있는데, 나중에 백과전서파1에 의해 뉴턴역학과 수학적으로 얼마간 연결된다. (그리고 얼마간 버려진다.) 우선은 운동을 기술하기 위한 "원초적 활력"(=> 운동 에너지)과 단순성의 원리("자연은 가능한 한 가장 단순한 경로를 선택한다." => 최소 작용의 원리), 경제성의 원리("자연은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는다."), 연속성의 원리("자연에 불연속은 없다.")를 주요 원리로 내세웠다. 또한 역학적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제안했으며, "자연의 힘은 반드시 직접적인 접촉이나 중간을 매개하는 매질을 통해서 일어난다."라고 하면서 지금의 장(field)과 비슷한 개념을 제안하였다. 또 운동량 보존의 법칙을 벡터 버전으로 고친 것도 라이프니츠였다.



하지만 이들은 자연 현상을 사실에 기초하여 탐구하려 하지 않고 어떤 선험적이고 절대적인 명제에 의해 이 자연이 움직인다고 하였다. 이것이 그들의 자연철학을 실패작으로 만든 요인이었는데, 왜나하면 그런 "선험적이고 절대적인 명제"는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2 이것은 자연철학자들 사이에서 온갖 논쟁을 일으켰다. 왜냐하면 그런 명제는 그냥 적당한 논리(와 약간의 말빨)를 통해서 어떠한 명제든지 "선험적이고 절대적으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자신의 자연철학에 내재된 문제점을 고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선 데카르트의 충돌 역학으로는 행성 운동을 기술할 수 없었다. 물론 데카르트는 자신의 저서에서 유체역학에 기초한 태양계 모형을 제시했지만, 나중에 뉴턴에게 반박당했다. 또한 라이프니츠의 자연철학도 어떻게 물체의 운동 궤적이 단순성의 원리를 따르는지를 수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라이프니츠는 그 문제를 후배 자연철학자들에게 물려주고 떠났다.


물론 뉴턴이 그 당시에 제기된 모든 자연철학과 천문학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이론은 "사실에 기초하여 사실을 설명하는" 정신을 철저하게 따랐고, 그가 내세운 선험적 명제로는 그저 "자연은 입자들의 운동에 의해 지배된다.", "이 우주는 절대 공간과 절대 시간을 통해 기술된다."와 같은 (정작 쓰지도 않은) 것들이었다. 오히려 그는 그러한 것을 통해 논쟁을 일으키는 것보다 이미 확실히 인정받은 정의, 법칙, 원리, 수학적 방법론을 통해 자연 현상을 수학적으로 기술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서는 이 시리즈의 그 다음 포스트에서 다루겠다.  


1. 드니 디드로와 장 르 롱 달랑베르를 중심으로 하여 과학과 기술을 통해 세계가 발전한다고 주장한 무신론 학파. 루소와 볼테르도 이 학파에 속했으며, 자유주의 사상을 집중적으로 전파하였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이 학파의 주요 저작인 <백과전서>에 의해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2. 참고로, 여기서 과학자들이 세우는 가설과 차이를 알려 주겠는데, 과학자들은 가설을 세울 때 경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명제를 가설로 내세운다. 그렇기에, 적당한 실험이나 어떤 관찰을 통해 그것은 입증되거나 반박될 수 있다.

p.s) 글씨가독성이 떨어진다기에 새로 고쳤습니다

11개의 댓글

2017.12.19
좋은 글인데 사진도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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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1
@시카다
조언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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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1
계속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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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1
@김옥지
감사합니다 ㅎㅎ 글 못 써서 재미가 없지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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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1
@달빛민들레
뉴턴주의과학이 과거부터 이어져오던 형이상학적인 자연철학과의 결별을 시도하는 시점인거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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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1
@김옥지
과학사에서 뉴턴의 위상이 높은 이유중 하나가 형이상학적 자연철학에 벗어나 수식이나 기호로 표현했다는점이 페러다임을 바꾼 1세대라고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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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2
많이 올려주세요 재미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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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3
"왜냐하면 <발견>은 단지 적당히 나눈 현상을 수학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 바꾸는 데 그치는 반면
발견은 전형적인 사례들을 통해 법칙을 얻어내기 때문이다."

잘읽었는데 첫번째 발견은 분석 말한거 아님? 발견이 잘못 들어간 것 같아서 물어봄
읽판은 수정안되나 23일인데 말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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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3
@피즐뱅
땡큐 썰! 쓰다보니 손 버벅댄 흔적이라 헝헝.. 근데 무슨 수정 말하는거야? 오탈자 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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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4
@달빛민들레
아니 19일날 올린글이고 댓글도 있는데 실수 언급하는 댓글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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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4
@피즐뱅
머리안에 자동편집기능있나벼.. 그 실수 잡아낸거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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