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엔트로피는 감소할 수 있는가?

일반인에게 그나마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본 물리법칙을 꼽자면 열역학 2법칙일 것이다.

가령 "에너지가 왜 보존되나요?", "운동량은 왜 보존되나요?"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제대로 답변할수 있을까?

뇌터 정리가 어쩌고 대칭성에 대한 보존량이 어쩌고 해봐야 이러한 개념들을 알기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기란 사실 매우 힘들다.

 

11.png

([리처드 파인만] 자석은 왜 서로 밀어내는가?)

 

그래서 파인만이 말했던 대로 "그냥 그런거에요."라고 답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엔트로피는 왜 증가하는가?" 라는 질문을 들었을때는 한 단계 수준에서는 답변을 할 수 있다.

 

"엔트로피가 증가할 확률이 훨씬 크기 떄문입니다."

 

물론 "그럼 엔트로피가 증가할 확률은 왜 더 큰거에요?"라고 다시 질문받는다면 또 미시상태수가 어쩌고 앙상블이 어쩌고 하면서 궁색해지지만 그래도 한 단계라도 나간게 어딘가?

 

222.jpg

(또 이런식으로 설명해볼수도 있긴 하지만..)

 

일단 단순히 확률때문에 그렇다는 설명만으로 다행히 납득시키는데 성공했다고 치자. 웬만한 사람들은 이런 의심을 해 볼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확률이 더 커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면, 엔트로피가 감소할 확률도 있긴 한거네요?"

 

열역학적 종말을 맞아 완전히 균일해진 우주의 엔트로피가 감소해서 다시 태양계가 생겨나고 인류가 탄생할 수 있는가?

 

xcom.png

 

일단 통계역학적 관점에서 답은 "네... 아마도요"이긴 하다. 어쨌거나 근본적인 불가능은 아니긴 한데, 다만 우주를 이루고 있는 입자들의 수가 너무나도 많기에 가히 영겁에 달하는 시간이 필요할 뿐.

 

아무튼 이러한 거의 철학적인 물음은 뒤로 하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세계에서 열역학 2법칙이 설명하는 자연의 비가역성은 아주 잘 들어맞는다.

 

깨진 유리는 저절로 다시 붙지 않고, 엎은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으며, 열은 항상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른다 - 굳이 우주같은 천문학적인 스케일을 상정하지 않아도 거시세계는 이미 수많은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엔트로피의 감소를 직접 눈으로 관찰하기란 지극히 불가능에 가깝다.

 

입자가 너무 많아서 엔트로피의 감소를 볼 수 없다고? 그럼 다시 이렇게 반문해 볼 수도 있다.

"그럼 입자 수가 적을수록 엔트로피의 감소를 관측할 확률도 커지나요?"

여기에 대해 학자들은 대체로 이렇게 생각해 왔다.

"그렇긴 한데요... 그런데다가 통계물리학을 쓸 필요가 있나요?"

 

통계물리학이 확률과 통계를 사용하는 이유는 거시계를 이루는 입자들의 수가 너무나도 많기에 그것들을 일일히 추적하고 계산하는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매우 적은 수의 입자들로만 이루어진 소규모 계에 통계적인 접근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표본이 적을수록 통계도 부정확하다는 것은 아주 명백한 사실인데?

 

하지만 "많다"와 "적다"의 경계는 불분명하고 위와 같은 논리가 통하지 않는 경우도 어딘가엔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입자 수가 애매하게 많아서 통계적인 접근방법을 쓰긴 해야겠는데 또 엔트로피의 감소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계도 분명히 있다는 것.

 

es.png

(그림출처)

 

이러한 계들에 대한 연구는 컴퓨터 성능이 발전하면서 종전보다 복잡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 짐에 따라 본격적으로 가속되기 시작한다. 1990년대 초-중반 호주의 D. Evans와 D. Searles 의해 엔트로피의 증가/감소 확률에 대한 일반적인 정량 관계식이 최초로 도출된 것이다.

 

222.png

 

"엔트로피가 △S만큼 증가할 확률은 △S만큼 감소할 확률보다 exp(△S)만큼 크다."

이것이 바로 열역학 2법칙의 보다 일반화된 버전인, 이른바 요동정리(fluctuation theorem)의 시작이다. 그리고 위 식에서 "엔트로피 변화의 기대값은 항상 0 이상이다." 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통적인 열역학 2법칙 또한 간단하게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이 Evans-Searles 요동 정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일반화된 열역학 2법칙"을 이용한 중요한 열역학 관계식이 탄생하였다.

 

asdasd.png

 

1997년 C. Jarzynski에 의해서 유도된 이 등식(equality)은 어떠한 계가 할 수(혹은 받는)있는 일과 자유 에너지의 변화량에 관한 것이다.

아마 열역학을 배운 사람들은 이 식이 무언가와 꽤나 유사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좌변의 꺾쇠괄호는 기대값을 뜻한다.)

 

bbbsdf.png

 

바로 고전 열역학의 클라우지우스 부등식(inequality). 이 부등식에 따라 계의 자유 에너지 변화량은 계에 가하는 일보다 항상 작거나 같다. 위의 Evans-Searles 요동정리와 마찬가지로 Jarzynski 등식에서 클라우지우스 부등식을 유도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물론 단순한 "일의 양"에서 "일의 기대값"으로 살짝 바뀌긴 하지만.

 

그리고 이 Jarzynski 등식을 찬찬히 살펴보던 화학자들의 반응은 이랬는데...

 

 

왜 그랬냐고?

 

화학에서 중요한 분야중 하나가 분자계의 자유에너지 변화를 구하는 일이다. (따로 글 하나 나올 분량이니 왜 중요한지는 일단 생략하자.)

 

간단하게 피스톤을 밀어서 안의 기체를 압축시키는 사고실험을 생각해 보자. 힘을 주어 피스톤을 밀면서 우리는 안의 기체에 일을 하고 따라서 피스톤 안에 있는 기체의 자유 에너지는 증가한다 -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한 일의 양으로부터 자유에너지 변화량을 정확히 구할 수 없었다.

 

 

왜냐면 클라우지우스 부등식은 "부등식"이기 때문이다. 단지 자유에너지 변화량이 일의 양 이하라는 정도만 알 수 있을뿐,

압축 과정이 "가역적(reversible)"이라는 가정 하에서 클라우지우스 부등식이 "등식"이 되기는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아래의 예시를 보자.

 

asdasdff.png

 

(이미지 출처)

 

예시로 쓸 이미지를 뒤지다 보니 어떻게 기체가 아니라 물로 된걸 가지고 왔는데, 대충 수위를 피스톤 안에 있는 기체의 밀도라고 생각해 보면 될듯.

 

피스톤을 밀면서 안에 있는 기체를 압축시킬 때 미는 속도는 현실적으로 유한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피스톤 주변에 있는 기체 분자들이 먼저 피스톤과 부딫히게 되고, 피스톤에 가까운 쪽의 밀도가 국소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즉, 피스톤을 미는 중간의 어느 순간을 보면 기체가 피스톤 주변으로 몰려있는것처럼 보인다는 것.

당연히 다 밀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안의 기체는 고르게 퍼져서 밀도는 균일해진다.

 

그럼 이 압축 과정을 비디오로 찍어서 거꾸로 돌려본다고 생각해보자.

피스톤 안에 균일하게 퍼져있던 기체가 갑자기 피스톤쪽으로 저절로 몰리더니 피스톤을 밀어내면서 팽창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이는 열역학 2법칙에 위배되며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따라서 예시로 든 압축 과정은 "비가역적(irreversible)"이 된다.

 

만약 매 순간마다 기체가 고르게 분포될 수 있을만큼 피스톤을 "아주 천천히" 민다면 이 과정은 가역적이 되지만, 이는 사고실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물론 가능한 한 천천히 밀어서 최대한 근접한 값을 구한다던가, 시뮬레이션으로 어캐 비슷하게 만들어본다던가.. 하는 방법이들 있기는 한데, 그게 잘 안먹히는 경우도 많아서 골머리를 썩히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극히 작은 확률이라고 무시해 왔던 엔트로피 감소의 확률을 고려한 .Jarzynski 등식이 등장함으로서 비가역적 과정으로부터 자유에너지 변화량을 정확하게 구할수 있게 된것이다.

 

이후에도 정보엔트로피에 요동정리를 적용한다거나 더 일반화된 버전(Crooks FT 등등)이 등장한다거나 하면서 계속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더 써봐야 그리 와닿지도 않고 지루한 얘기가 될 것 같으니 이만 패스.

 

 

아, 그리고 앞에서 얘기했던 우주의 엔트로피가 최대에 달했다가 원상태로 복귀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이렇다고 한다.

어떻게 구했는지도 모르겠고 더 알아볼 엄두도 나지 않는다.

 

table_01_01_01.png

 

끝.

43개의 댓글

2021.08.08

파인만 띄껍네

0
2021.08.08
@PainkilleR

"당신은 말해줘도 이해못할거야"

3
2021.08.08
@Kuqi

근데 저 사람은 그래도 되지 뭐

0
@Kuqi
0
2021.08.08
@앰창인생발버둥
1
2021.08.10
@Kuqi
0
2021.08.08
0
2021.08.08

푸앵카레가 매움 오뚜기카레 매운맛이 매움?

0
2021.08.08

이해가 어렵다면 기계과 가서 문제 존나 풀면 됩니다 그러다보면 엔트로피는 좆까고 공식만 외우는 당신을 볼 수 있죠

0
2021.08.08

난 말해줘도 이해못함

0
2021.08.08

어찌됐건 우주가 대충 망한뒤 어느 순간 다시 시작된다는 거네

0
2021.08.08
@ㅍㅋㅊㅁ

Let there be light

0
2021.08.09
@ㅍㅋㅊㅁ

대충 망하지 말고 완전히 망해야 함

0
2021.08.08

태초에 빛이 있으라

0
2021.08.08
0
2021.08.08

엔타로 아둔요?

0
2021.08.08

오 설명 잘했다ㅇㅇ

학부 때 열통계 배우던거 생각나네

0
2021.08.08

저 시간지나도 안되면 우짬?

0
2021.08.08
@krrr

될때까지 기다리는거지

0
2021.08.08

ㅋㅋㅋ 인간들 안되는 머리로 고생하는거 보소 우리별에선 2살짜리 애들도 아는데

0
2021.08.08

물과 기름이 분리되는거 같은것들 엔트로피 감소 아닌가?

0
2021.08.08
@브루커

잉 찾아보니 아니라네...

상분리관련해서 스피노달 뭐히기하면서 엔트로피 감소되는거 봤던거 같은디 ㅋㅋ

0
2021.08.08

파인만이 말한대로 이해는 동등한 사전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지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음

0
2021.08.08

카레가 울면 푸앵카레 엌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

0

과학정보글은 개추야

0
2021.08.08

엔트로피 감소는 불가함. 우리는 끝을 향해 가고 있고 그 끝 이후에는 그저 무용할 뿐.

그게 우주의 절대적 진리이며 그 진리를 깨달은 순간이야 말로 우리의 이 삶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이지.

0
2021.08.09
@11311331
10
2021.08.08

아니... 뭐야 우주가 쭉 팽창해서 엔트로피가 최대치가 되면 다 말라 죽는 거 아님?

다 뒤지고 나서 한참 지나면 현재의 물리법칙으론 상상도 할 수 없는 엔트로피 감소 현상이 발생한다? 뭐 그런 얘기?

0
olc
2021.08.09
@미크릿

엔트로피가 무조건 증가하는게 아니라

증가할 확률이 감소한 확률보다 크다는듯

그래서 기대값은 증가이다 라고 말해야하는듯

0
2021.08.09
@olc

시간이 존나 지나면 지날수록 엔트로피가 회귀 할 확률이 점점 높아지는거임? 그 시간이 푸앵카레 회귀시간이고?

0
olc
2021.08.09
@비트코인

로또를 60조장 사면

한번쯤은 2장 연속 당첨될 수 있다 정도 느낌인듯

0
2021.08.09

잘읽음. 분배함수나 앙상블에 관해 써줄수있음? 통계역학은 다 까먹어서 함 읽어보고싶은데

1
2021.08.09

입자가 아주 적고 움직임을 계산가능하더라도 통계가 필요한거 아닌가여?

0
2021.08.09

파인만 저 영상 찾아서보면 말하는게 경이로움 ㅋㅋ

0
2021.08.09

파인만입장에서는 진짜 설명하기 어려운거 아닌가

걍 머릿속에서 이해가 되는데

거의 원숭이한테 설명하는 느낌일듯

0
2021.08.10

우주의 엔트로피가 모두 평형한 차가운 우주가 된다면 우주 전체의 질량 중심부로 다시 모든 물질이 모일 거야.

중력은 계속 작용할 테니까. 중력을 이겨내지 못할 정도로 엔트로피가 감소한 물질들은 중심부 부터 수축을 일으키는데 한 번 수축하기 시작하면 질량이 더욱 더 모이기 시작하니까 계속 중력이 증가하면서 수축이 가속하여 일어나게 됨.

그 중심부는 우주가 한점으로 모이는 거지.

우주가 뭉쳐지다가 어마어마한 질량으로 생겨난 중력의 크기를 벗어날 정도로 척력이 늘어나는 순간이 되면 다시 빅뱅이 일어나게 되는거야.

0
2021.08.10
@내생각에

그건 암흑에너지 없을 때 얘기지. 암흑에너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빅뱅 시 발생한 탈출에너지가 중력 에너지를 이겨내는 수준이라면 영원히 팽창하는 거고.

어쨌든 너의 주장은 20세기 초 중반 우주종말 시나리오 중 하나 임. 지금은 암흑에너지 때문에 영원히 팽창할 거라고 예상 중.

2
2021.08.10
@특이한

고렇군?!

0
2021.08.13
@내생각에

근데 또 무한한 시간을 주면 빅크런치가 일어날 확률또한 있다는거임 ㅋㅋㅋ

0
2021.08.13
@선장입수

암흑에너지 조차도 엔트로피의 법칙을 벗어나지 못하고 짜게 식을수 있는 긴 시간이구만

0

혹시 서울대나 중앙대에 있습니까?

0
2021.08.12
@미분가능하지않은함수의최적화

안알려줌

0
2021.08.15

내가 열역학 배웠을때 엔트로피 증가할수 밖에 없는 이유가

냉장고 하나로만 봤을땐 거기에서 열이 감소하여 엔트로피가 감소하는것처럼 보이지만 뒤에선 뜨거운 공기가 나와서 결국엔 이 지구, 우주가 온도가 상승하여 에너지가 계속 올라가 엔트로피가 증가할수밖에 없다고 배웠는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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