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걸어서 땅끝마을까지_4화

주의! 감성적이고 사적인 여행담이므로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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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땅끝마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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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된 예상거리 16.3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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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된 루트. 예상 이동거리 29.16km)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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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찍은 사진)

 

모텔에서 나올 때 얼마나 불안하던지..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불안감이 엄습했다. 오랜만에 푹 쉬고나니 그 맛에 들려서 그런 것인지.. 그냥 때려치고 집에 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어제 피로를 대부분 풀어서 그랬던 것인지 최소한 다리들은 멀쩡했는데, 출발할 때부터 고관절이 더럽게 아파서 고생을 많이했다. 

 

어깨와 발목 그리고 발은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갈 수 있었지만.. 출발 초기부터 이렇게 아픈 적은 처음이었다.

 

다행인 것은 어떤 동영상을 찾아서 그 스트레칭을 하고나면 한 시간 정도는 통증이 대부분 없이 걸을 수 있었다. 그래서 1시간 걷고 10분 쉬고 하는 식으로 꾸준하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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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읍에서 나가는 중)

 

강원도 답게 나가는 중에 다양한 군인들을 볼 수 있었다. 휴가를 나가려는 군인들.. 업무때문에 여기저기 팔려다니는 운전병 등.. 보면서 불쌍하고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나는 군인체질인가? 몸이 약한거 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 보다는 남이 시키는 일을 더 잘하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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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흐림에도 불구하고 풍경이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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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읍 나가기 직전에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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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온 후라 그런지 소양호에는 다양한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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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개고나서 찍은 사진. 오늘은 풍경찍을 맛이 참 많이 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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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 옆을 걷던 와중에 반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일행이 있었다. 그전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었지만, 그 분들이 옆에서 화이팅 하시면서 응원해주셨다. 이번에도 역시 순간적으로 반응 해주질 못해서 그냥 어버버하니 손만 흔들어 드렸다.

 

그 분들은 아마 부산이나 땅끝 마을에서 올라오고 있었던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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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선 휴게소. 대략 이런 느낌)

 

슬슬 배고프기도 하고, 오늘 중간 기착지인 38선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기다리는 중에 신발을 벗고 편하게 앉아서 쉬었다.

사람이 많지도 적지도 않았는데, 대부분 여행객인 느낌이었다. 밥이 나오고 먹었는데, 그냥저냥 먹을 만 했다. 근데 값보다는 약간 못미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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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선 휴게소에 들러서 찍은 소양호. 날씨도 그렇고 뷰도 그렇고 정말 멋진곳.)

 

아무튼 식사를 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2층에서 찍었는데 생각보다 잘 나온것 같다.

휴식도 어느 정도 취하고 슬슬 출발 준비를 했다. 날씨가 슬슬 개기 시작해서 조금 덥게 느껴졌다.

그래서 화장실에 가서 팔토시와 모자에 물을 충분히 적힌 후에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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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휴게소에서 찍은 사진)

 

그냥 지나쳐가는 휴게소였다. 그런데 웬 독특한 차량이 줄지어 서있길래 한번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아마도 휴게소 사장님이 상당한 차량 콜렉터이신게 아닌가 싶었다.

 

휴게소를 얼마 지나치지 않아서 길을 걷고 있는데, 옆에 가판대에서 물건을 파시는 분들이 부르시더니, 어디가냐고 물어보시길래 땅끝마을까지 간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더니 고생한다며 날씨가 더우니 얼음물 2병을 건네주셨다.

이미 2병 가지고 있으니 안받아도 된다고 말씀드리니깐, 기어코 주시면서 날씨가 너무 덥지 않냐면서 가져가라고 하셔서 가져가기로 했다. 감사히 마시겠다고 말씀드리며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더울 때마다 얼음물 가지고 시원하게 몸을 적시니 살맛 났다. 받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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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변에 있던 둘레길? 같아보인 곳이길래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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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면 초입부에 굉장히 쉬고싶게 생긴 정자가 보여서 들어가서 쉬기로 했다.)

 

원래 오늘 목적지는 신남면이었다. 하지만 일단 날씨가 좋고, 통증이 너무 심하지 않아서 더 걷기로 결정했다. 

 

아무튼 일단은 30분 정도 쉬다가 다시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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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높은 곳이어서 마을이 한눈에 보였다. 사진에는 나무에 가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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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지 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정자에 이야깃 거리가 적혀있었던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지는 못해서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닭들이랑 관련이 있었던 것 같다.

 

날씨가 구름이 어느정도 있고, 바람도 솔솔 부니 걷는게 참 편했다. 배낭 매는 법에도 나름 숙달이되서, 예정된 계획을 수정해서 두촌면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목적지까지 너무 빨리 온 것도 있고, 딱히 도착해서 할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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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면은 상당히 깔끔하고 정비가 잘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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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구름사이로 산을 비추는 햇빛에 꽤 감명받아서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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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엔 정비부대와 군차량들이 많이 보였는데, 가던 길에 큰 트럭이 멈춰 있었고, 군대에서 자주 보았던 정비차량이 있었다. 아마 정비병인듯 해보이는 병사 3명과 간부 1명.. 그리고 고장난 차량 간부와 운전병이 있었다.

 

무슨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군차량을 가까이서 보니 군대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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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듯해 보이는 휴게소. 걷다보면 이런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휴게소들이 정말 많다.)

 

국도를 걸을때 처음으로 미군들을 보게 되었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서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처음에 멀리서 볼때는 신형 군차량인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왔을때 보니 미군들 차량이었다.

 

반대편 차선에서 한번 보고 한참 후에 내 쪽 차선으로 와서 지나갔다. 아까 전에도 이번에도 뚫어져 보더니.. 물론 나도 뚫어져 봤지만(미군차량이 신기해서),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조금 궁금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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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런식으로 샛길이 많아서 안전하고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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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촌면에 도착해서 찍은 사진)

 

벌써 날씨가 어둑어둑 해지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아무리 찾아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주변에 묵을 만한 모텔이나 숙소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여전히 밤이 되면 날씨가 너무 추워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붕이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 큰 교회가 있어서 가보니 목사님이 계시질 않아서 물어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가는 길에 경찰서가 있어서 가서 주변에 대해 물어보니 최소 10km는 걸어가야 있을 꺼라고 하길래 포기했다. 그리고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잘만한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초등학교에서 텐트를 치고 자기로 했다.

배낭을 내리고 텐트를 치려는 와중에 바로 앞에 작은 교회가 있어서 혹시 한번 여쭤보기로 했다.

 

가서 보니 사람은 있어보였다. 목사님은 일을 마치고 어디 나가신듯 해보였고, 목사님의 아내분과 가족들이 있었다. 그래서 혹시 창고여도 상관없으니 지붕이 있는 어디든 하룻 밤만 묵을 수 없냐고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평범한 일도 아니고 해서 처음엔 경계를 많이 하셨다. 혼자냐고 물어보시고, 뭣때문에 여기까지 온건지 차례차례 물어보셔서 나도 성심성의껏 대답해드렸다.

다행이도 배려를 해주셔서 예배당에서 하룻 밤을 묵을 수 있게 되었다. 화장실이나 편의시설 이것저것 위치를 알려주셨다. 정말로 감사드린다며 말을 전하고 가져온 매트와 침낭을 꺼내서 잘 준비를 했다.

 

오늘은 처음으로 장거리를 뛴 날이었는데, 생각보다 크게 어렵진 않았다. 날씨와 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조금은 계획을 수정하는 것도 괜찮을듯 싶다.

 

오랜만의 교훈이다. 거시적 시점으로 보면 작은 것들은 놓친다는것.. 그리고 이런 작은 것들이 때로는 훨씬 더 와닿고 상당히 소중하다는것.

인터넷에서 떠돌아 다니는 짤을 보면서 개독개독 거렸지만, 이렇게 내발로 돌아다니며 직접 뵙는 목사님들은 어찌 이리도 친절한 것인지.. 인터넷이라는 크고도 작은 우물에서 너무 코박고 살았던 것이 아닌가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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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호와 소양강은 참 인상이 깊었습니다. 이번 장거리 계획 덕분에 이후에도 종종 장거리 뛰곤 했습니다. 그래봐야 40km 안쪽이기는 하지만 ㅋㅋ;;

 

여행자라는 신분 덕에 이래저래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5개의 댓글

2019.07.19

난 자전거로 국토종주하면서 타임어택만 생각하느라 두번 다녀왔어도 사진이 몇 장 없어... 글쓴이처럼 이렇게 추억도 남기고 했으면 좋았을텐데ㅋㅋㅋㅋ 대리만족 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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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멋있다... 강원도에서 군생활 할 때 고개넘어가는 길이면 대부분 저런 휴게소 버려진거 많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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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1

도시목사랑 시골목사는 좀 다름. 근데 돈은 어떻게 관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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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1
@근성가이

모텔 가는 날 제외하고,하루 숙박 식비 합쳐서 3만원 이내로 예산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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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2

신남이면 큰 부대가 몇 개있어서 상권도 좀 있고 잘되어있지... 인제에서 근무했더니 기억이 새록새록나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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