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걸어서 땅끝마을까지_10화

주의! 감성적이고 사적인 여행담이므로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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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땅끝마을까지

첫   화 : P.R https://www.dogdrip.net/21592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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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맑음

 

(이동거리 없음)

 

어제 밥먹고 와서 그대로 누워서 쓰러졌다.

 

저녁 시간에 아이들 소리가 들리는걸 보아 아마도 가족들이 와서 회식을 한 것 같다.

 

게스트 하우스 바로 밑에 펀치기계 있어서 새벽내내 그걸 치는 소리 때문에 간혹 깨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킬레스건에서 심상치 않은 통증이 밀려왔다.

 

통증도 평소에 비해서 2~3배 심하고, 붓기도 눈에 보일 정도 였다.

 

이대로 진행하면 상태가 악화될 것 같아서 일단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그 전에 호스트에게 하루 더 묵는다고 말하고 비용을 지불 한 뒤에 병원으로 향했다.

 

꽤나 일찍 도착했는데도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은 어르신들이었고 내 또래는 보이지 않았다.

 

진료시간이 되어 내 차례가 되었다. 들어가보니 원장님이 진료를 봐주셨다. 

 

일단 엑스레이를 찍고 와서 상태를 보시더니 왜 이렇게 된거냐 물으셨다. 그래서 국토종단때문에 이렇다고 말하니 많이 왔다고 말해주셨다. 

 

대규모 국토종단 프로그램때 이 병원을 자주 들렸다 간다고 말씀하셨다.

 

그러시면서 다른 팀들은 먼저 갔냐고 물어보셔서, 나는 혼자 하고 있고 해남까지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해남까지 가네 하시면서 칭찬 아닌 칭찬을 해주셨다.

 

아무튼 상태를 확인하신 후, 상황이 많이 안좋은건 아니지만 휴식기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씀하셨다.

 

그러시면서 의자 뒤에 있던 여분의 붕대 3개를 그냥 주셨다. 필요할때 압박해두면 도움이 될꺼라고 하셨다.

 

그리고 감사 인사를 드린 후에 나와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전기치료와 냉찜질을 받고나니 통증이 확실하게 덜해졌다.

 

수정됨_IMG_1154.jpg

(무게를 줄이기 위해 텐트와 에어매트를 집으로 보냈다.)

 

돌아와서 고민을 했다. 나는 이 여정을 하면서 내가 가진 모든 짐을 가지고 끝까지 해내겠다는 그런 마음 가짐을 가지고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문득 처음 들렸던 여관 아주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학생 같이 짐 짊어지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는데 말이야.. 저번에 어떤 사람은 땅끝 마을부터 여기까지 거의 목적지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어깨가 눌러 앉아서 그대로 포기 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이 있었어.. 그러니깐 학생도 적당히 해."

 

그 아주머니 말씀에 나오는 그 분과 오버랩 되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과한 욕심때문에 끝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도중에 포기 할 수밖에 없게 되면 너무 억울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욕심과 무게를 같이 덜어내기로 했다. 가장 무게를 많이 차지하면서, 돈으로 대신 할 수 있는 텐트와 에어매트를 집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건전지, 미니 랜턴등 잡다한 물건들이 많았는데 대략 다합치면 4~5kg 정도 덜어낸듯 했다.

 

어차피 강원도를 넘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도시나 군으로 거쳐가니 찜질방이나 여관에 들러 텐트 없이도 충분히 잘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불필요한 장비를 덜어내고 나니 확실히 가볍게 느껴졌다. 이정도면 다리에 무리가 확실히 덜 갈 것 같았다.

 

수정됨_IMG_115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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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하우스 내부)

 

물건들을 보내기 위해서 우체국으로 향했다. 물건을 박스에 안 움직이게 잘 싸서 포장했다.

 

솔직히 약간 아쉬운 감은 있었지만, 이 여정을 반드시 성공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나오는 길에서 점심을 백반으로 먹었다. 아직 점심시간 되기 대략 1시간 전 정도였는데도 혼자 먹으니 조금 눈치가 보이긴 했다.

 

먹고 나서 다시 돌아가는 길에 PC방이 많이 보였다. 들어가서 배그나 옵치 등 내가 좋아하는 게임들이 정말로 하고 싶었지만, 여행 동안은 게임 안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참기로 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할 일 없이 이리저리 방황하다 우연히 와일드 책이 있는걸 보게 되었다.

 

영화로 접했던 것이라서 책으로 원본이 있을줄 꿈에도 몰랐다. 그대로 앉아서 책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여행을 시작한 그녀의 이야기 안에는 정말 가혹하고도 치열한 과정이 담겨있었다. 

 

뭐 나의 여정과 비교하면 그 정도의 반도 못 미치겠지만.. 그래도 내가 정말 땅끝 마을까지 도착해서 끝을 맞이 했을때, 그녀처럼 나의 무언가가 일깨워지거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던 도중 호스트가 밖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호스트는 들어오자마 잘 쉬고 있냐고 안부를 물으면서, 노트북으로 서류작업을 시작했다.

 

무슨 국책사업에 관련된 듯 해보였는데, 자세한건 물어보지 않았다.

 

호스트와 대화를 하면서 이런 저런 내용을 나눴는데, 현재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구 시가지를 최대한 활용해서 여행자를 끌어모으려는 그런 야심찬 생각이 있는듯 했다.

 

하지만 호스트의 눈에서 상당한 피로감과 답답함이 느껴지는걸 봐서는 생각보다 잘 안되는듯 해보였다. 주변 상권 문제나, 이권 등 복잡한 문제에 얽혀 있는듯 했다.

 

아무튼 주변 관광지와 루트에 추천을 받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책은 틈틈이 읽고 싶어서 핸드폰으로 e북을 구매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방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쉬다 나가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돌아와 다시 잘 준비를 한다.

 

내일은 충분히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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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적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당시 사진 찍을 그런 여유가 없었던 것 같네요.

 

6개의 댓글

2019.08.04

무게 덜어낸것도 크겠지만 텐트치고 자는거랑 방에서 자는거량 휴식의 질적 차이도 꽤 영향 있었을거 같음.

 

잘보고있음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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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4

개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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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5

넘모 잼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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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5

이런글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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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6

연재 잘 보고있습니다.

마지막에는 여행이 작성자님에게 어떤 변화를 준 경험이었는지 꼭 말씀해주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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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6

꼭 한번 해보고 싶었지만 어느새 나이들었네요

20대 후반이라 나이 들었다고 할 수 없겠지만 취업준비에 스펙에...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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