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걸어서 땅끝마을까지_23화

주의! 감성적이고 사적인 여행담이므로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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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땅끝마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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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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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이동거리 33.3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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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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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절은 흐리고 반절은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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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언제나 찍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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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종단 하면서 처음으로 물집 잡힘)

 

매일 일기를 썼는데, 딱 하루 게으름을 피워서 이 날은 기록이 없습니다.

 

그 다음 날에 적었어야 했는데 딱히 별 일 없는 날이기도 하고, 겸사겸사 농땡이 피운 것 같습니다.

 

그나마 기억이 나는 부분은 새로 만들어진 국도가 개통 전이었는데 들어가는 초입부에 경찰이 막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다 경찰분들이랑 대화하게 되는 바람에 길을 잘못 들어서 고생 좀 했었네요. (원래 막고 있는 곳으로 들어가야 했었음)

 

그리고 원래 영암군 구석에 있는 찜질방 가려다가 거리가 너무 멀어서 읍내 모텔에서 자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창 수도 공사 중이었는지 따뜻한 물을 틀면 녹물이 나와서 그 다음 날에나 제대로 씻을 수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보시다시피 처음으로 물집 잡혔던 날이기도 하네요.

 

거의 여행 끝자락에 잡힌건데, 양말 접합부에 계속 쓸려서 생긴 것 같더군요.

 

그래서 양말을 뒤집어서 그 접합부를 손톱깍이로 정리하고 나니깐 그 이후론 안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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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흐림, 시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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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이동거리 24.98km)

 

잘 잤다. 중간에 깨지도 않고 푹 잤다.

 

이젠 너무 익숙해진 일상이다. 여기 저기 널린 빨래를 느릿느릿 줍는다.

 

그리고 출발 하기 전에 꼭 스트레칭을 한다.

 

그 다음에는 어제 사 놓은 빵을 먹으면서 뉴스를 시청한다.

 

마지막엔 물건들을 모두 잘 챙겼는지 꼼꼼이 확인을 한 후 퇴실한다.

 

오늘도 계획된 여정길이 그리 길지는 않아서 느긋하게 준비했다.

 

나와보니 어느덧 10시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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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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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은 그리 큰 산은 아니었지만 등산객이 꽤 있었다.)

 

항상 노래를 들으면서 출발했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노래를 키고 싶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풀 소리와 시원한 바람 소리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뒤돌아보니 월출산이 봉긋 솟아 있는게 꽤 멋졌다.

 

군데군데 보이는 바위와 녹색빛의 푸른 잎들은 멋진 조화를 이루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어제 많이 걸어서 그런 것일까? 오늘은 몸이 약간 다운 상태인 것 같았다.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고 배낭이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면 경험상 둘 중 하나였다.

 

몸 상태가 안좋거나, 전체적인 피로도가 쌓였을때.

 

배낭이 평소보다 2배 가량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어찌되었건 걷기 시작한 만큼 목적지에 도달해야 했다.

 

그래서 월출산을 뒤로하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문득 이 여행이 기껏해야 3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에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제야 익숙해진 것 같은데 말이다.

 

분명 시작할 당시에 끝나지 않을꺼라 믿었던 이 여정이 막을 내리고 있다는게 믿기질 않는다.

 

정말 멀고도 멀어보이는 여행 길이었는데.. 결국엔 끝이 나는구나..

 

이 여행은 불멸이며 죽지 않고 나와 평생 함께 할꺼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믿음이 풍화되어 가며, 그 견고함이 무용지물이 되고 현실이 다가 오는게 두렵기도 했다.

 

솔직히 아직도 믿겨지지 않고 믿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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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를 팔고 계시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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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해 주신 무화과)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처음에 만난 사람은 무화과를 팔고 계시던 할머니셨다.

 

내가 가면서 인사를 했더니 잠시 나오셔서 서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속초에서 이곳까지 온 것에 대해서 딱히 놀라시거나 하지는 않으셨다.

 

그 이유가 있었는데, 손자가 나처럼 많은 사람들과 국토 종단을 했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암투병을 하시고 이겨내신 분이셨다.

 

그러니 놀랄 만한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외적으로 보았을 땐 할머니라고 하기엔 상당히 젊어 보이셨고, 힘차셨으며 당차고 허리가 굉장히 곧으셨다.

 

또 매사에 즐거워 보이셨다. 그래서 그런지 매우 아주 정정하셨다.

 

할머니의 암은 무려 2번이나 재발 했었으며, 17년 전에 암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셨다고 했다.

 

그 이후로 건강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으셔서 자주 운동을 하시고 항상 즐겁게 살고 계신다고 하셨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비록 알바지만, 손주들 손에 쌈짓돈을 싸줄 생각이면 절로 힘이 나신다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자신은 알바생이라 많이는 못챙겨줘서 미안하시다며 무화과 2개를 주셨다.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는 이 신기한 과일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기묘하게 생겼으며 맛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입에 갖다 대기 상당히 힘들었다.

 

하지만 기껏 주신 선물인 만큼 눈감고 한 입 먹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생긴 것과 다르게 독특한 맛이 일품이었다.

 

마치 바나나와 사과를 섞은 듯 한 맛이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써보자면, 상큼하고 부드럽고 달고 약간 텁텁하며 작은 씨앗이 굉장히 많은 과일이었다.

 

한 입 먹어보니 손이 멈출 생각을 안 하고 금세 먹어 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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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길에 풀이 많아서 걷기 힘들었다. 그래도 차는 별로 없었다.)

 

날씨가 흐려서 그런 것일까?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곧 끝나는 두려움 때문인지, 날씨 탓인지 알 수가 없었다.

 

첫 날에 만난 사람들과 그 흥분, 즐거움은 어디가고 빈 껍데기 마냥 여기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지 스스로 의문이 들었다.

 

 

그나마 오늘 날씨는 흐리고 구름이 많은 탓에 많이 덥지는 않았다.

 

그리고 산이 있어서 바람도 선선하게 불었다.

 

기분 탓일지 모르지만 어쩐지 바람에서 짠내가 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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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보이는 호수를 찍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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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때문에 잠시 내려오신 분들과 함께 사진을 찍음)

 

월출산이 점점 멀어지고 해가 중천이 되었을 무렵, 점심을 먹으로 작천면으로 들어가던 중이었다.

 

도로 옆에 무덤에서 한 부부가 벌초를 마치고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인사를 했더니 나에게 대화를 걸었고 나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저씨는 대단하다며 자기 아들도 기회가 되면 꼭 보내보고 싶다는 말을 하셨다.

 

그래서 나는 개고생을 할꺼라고 웃으면서 대답을 해드렸다.

 

아저씨는 2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묘를 벌초하러 오셨다고 하셨다.

 

현재 광주에 사시며 보령에서 낚시배를 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혹시 낚시 좋아하냐고 물어보셨다.

 

 

초등학교때 절친과 자주 민물 낚시를 하러 다닌 것 밖에 없었다.

 

때로는 너무 재밌어서 저녁 10시까지 하다 늦게 집에 들어가 부모님께 꾸중을 듣곤 했었다.

 

뭐 기껏해야 미끼를 걸고 하루 종일 기다리고 손보다 작은 민물고기를 낚는 것이었지만..

 

당시엔 지렁이를 잘 꿰지 못해서 항상 친구의 손을 빌리곤 했었다.

 

미끼를 걸고 낚시대를 드리우고 물고기를 낚고 나면 다시 풀어주는게 우리들의 낚시였다.

 

그 하천에선 주로 빠가사리라는 가시가 삣쭉한 물고기가 주로 잡히곤 했다.

 

잘못 만지면 가시에 찔려서 상처가 나기도 했었다.

 

아무튼 내가 해본 낚시는 이게 전부였지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나에게 물이나 포도를 주시려 했지만, 이미 들고 있는 것들 때문에 거절했다.

 

그리곤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아저씨가 추억거리로 사진을 찍자고 하셔서 사진을 같이 찍었다.

 

아주머니는 뭘 새삼스럽게 그런걸 찍냐고 하셨지만, 아저씨께서 이런 것들이 모여서 추억이 되는거라면서 찍자고 하셔서 같이 찍게 되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작천면으로 다시 향했다.

 

들어와서 바로 보이는 백반 집으로 갔지만, 시간이 넘어 영업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다 좀 허름한 곳에서 먹었다.

 

맛은 그럭저럭, 지역이 달라서 그런지 입맛이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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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에 있던 작은 중학교)

 

밥을 먹고나서 날씨도 뜨겁고 몸도 무겁고 해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중학교에 작은 정자가 보여서 들어가 쉬기로 했다.

 

쉬는 동안 땅벌들이 얼마나 날아다니는지 꽤나 무서웠다.

 

나한테 적대적이진 않았지만, 정자에 생긴 작은 나무 구멍을 통해서 왔다 갔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두려움 때문에 살짝 조급해져 예상보다 조금 더 일찍 움직였다.

 

현금이 없어서 주변 은행에 가서 현금을 뽑았다.

 

그리고 화장실을 찾는데 얼마나 안보이던지.. 

 

여기저기 막 둘러보다 보니 아저씨들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았고, 이유를 말하자 화장실의 위치를 알려주셨다.

 

다시 출발할 때가 대략 2시쯤 그리고 남은 거리는 약 11km 정도였다.

 

얼마 되지 않은 거리였지만 부단히 걸어야 해서 속력을 조금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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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길이 참 예쁘던 곳. 특히 나무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독특한 풍경을 자아냈다.)

 

산 길의 등사로가 높지는 않았지만, 걷기에 약간 불편한 정도였다.

 

풍경이 좋아서 그런지 차량도 생각보다 많았다.

 

올라가는 길에 영화배우 톰 하디를 약간 닮은 듯한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는 어업용 차량을 갓길에 세워두고 쉬고 계셨다.

 

서로 인사하며 내 여행에 대해 말해주니 이 분도 그리 놀라는 눈치는 없으셨다.

 

다 이유가 있듯.. 이 분은 특전사 출신이셨고, 군시절 40kg 완전 군장에 2천리 행군을 고작 10일 동안 걸었다고 하셨다.

 

2천리면 대략 800km인데 솔직히 사람이 할 수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들었다.

 

뭐 군대 이야기니깐 MSG가 약간 들어있겠지만, 그래도 대단해 보이긴 했다.

 

그 분의 아들은 군대에서 전차병으로 지원하는 바람에 그리 고생을 안했다고 하셨다. (본인생각..)

 

그래서 고생 좀 하라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동해안을 따라 강릉까지 걸어 올라가보라고 했는데, 3일 동안 순천까지 가고 포기 했다고 하셨다.

 

하긴 나도 3일까지는 싱글벙글 다니다가 그 다음부터 시련이 찾아오긴 했었다.

 

거의 쓰지 않는 근육들이 깨어나 여기 저기 아프고, 정신적으로도 고통받는 시기였다.

 

그러고 보면 작심삼일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아저씨는 내가 혼자 걷는게 꽤 대단하다고 하셨다.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부분을 많이 주목했다. 혼자 걷는 것에 대해 말이다.

 

그런데 혼자 걷는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이게 더 쉽다고 여긴다.

 

일단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고, 쉬고 싶은 만큼 쉴 수 있고, 남의 기호나 일정에 맞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생기는 문제와 비슷한 개념이지 않을까?

 

아무튼 아저씨에게 전화가 와서 가야할 시간이 되신듯 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인사를 한 후, 다시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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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넘어서 찍은 사진)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나무에 가려 제대로 사진이 나오질 않아서 답답했다.

 

아쉬운 마음에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도중에 누군가 뒤에서 자꾸 클락션을 울려댔다.

 

나는 단지 비키라는 운전자의 경고인줄 알았는데, 창문을 내리고 나에게 와선 밑까지 태워다 준다고 하셨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직접 손을 내밀어 도와주시려는 분이셨다.

 

물론 마음은 감사하지만 스스로 걸어서 갈 수 있다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리곤 알았다고 하시면서 다시 가시던 길을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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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보이는 정자에서 사진을 찍고 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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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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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의 첫 모습)

 

오르막 길에 다다르고 내리막 길로 바뀌자, 정말 형용 할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주변은 산이요 가운데는 평야고 그리고 그 앞에는 바다였다.

 

드디어 남해를 보게 되었다. 시작할 때는 동해였지만 말이다.

 

꽤나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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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는 사실 강진이 훤히 보이는 유명한 전망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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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있는 망원경으로 남해를 한 번 찍어보았다.)

 

여기에는 망원경도 있었는데, 이건 또 재미있는 유흥거리가 되어 주었다.

 

확대가 어마어마하게 되었는데, 약 5km 거리에 있는 차량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다는게 신기했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난 이 멀리서 그들을 몰래 쳐다 본다는 것이 묘한 감각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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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찍은 사진 중에서 제일 잘 나온듯)

 

이 훌륭한 풍경을 글, 말, 사진, 그림으로 10% 라도 제대로 표현 할 수 있을까?

 

인공적인 건물들과 자연경관이 한 사진에 잘 어우려진 모습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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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만난 아저씨)

 

슬슬 사진을 찍고 내려가려는 순간, 풍채가 대단한 60 ~ 70쯤 되어보이는 아저씨가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항상 같은 레퍼토리로 흘러가는 듯 했으나, 이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여행객이란걸 알았는지, 바로 강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전문가 수준으로 썰을 풀기 시작하셨다.

 

기억 나는 부분을 되살려 보자면 강진은 고려청자가 출토가 많이 되었고,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이고, 백련사의 8국사를 배출하였으며, 우리나라 국보중의 반가사유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작가 김정희에 대해 알려주셨다.

 

옆에서 듣고있자니 나름 고역이긴 했지만 솔직히 놀랍긴 했다.

 

보통 이런 유산들에 대해 그리고 역사에 모르는게 대부분인데, 이걸 취미로 삼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심취해 계신지 가지고 계신 핸드폰 갤러리의 사진 대부분은 문화재들과 국보 같아보이는 것들 투성이었다.

 

내가 들으며 그 지식에 감탄을 하며 맞장구를 쳐드리니 꽤 즐거워 하는 눈치였다.

 

역사나 문화에 관해 배경지식이 없고 관심이 있는 분야는 아니었지만, 나름 썰을 풀어내는 방식이 재미있어서 듣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

 

거의 1시간 가량 나를 옆에 이야기를 말씀하는걸 보아하니, 이러다 내일까지라도 나에게 문화와 역사 그리고 불교 유산들에 대해 줄줄이 설명을 할 것 같았다.

 

슬슬 갈 채비를 하자 주변 풍경에 대해 딱 한가지만 더 듣고 가라 하시며, 또 다시 잡혀 강진만에 대해서 그리고 이곳만의 특별한 한정식을 꼭 먹어보라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은근슬쩍, 아주 자연스럽게 본인의 과거 이야기를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아 이게 눈뜨고 코 베인다는 거구나 라는 심정으로 아저씨의 말에 다시 경청했다.

 

말을 어찌도 잘하시던지 그의 40년 인생을 초 압축버전으로 들었다.

 

고 3때 제주도로 가서 돈이 다 떨어지자, 한 다방에 들어가서 형편 없는 DJ를 몰아내고 센스 있는 선곡으로 어마어마한 인기와 여자들을 얻게 되었다.

 

또한 4개월치의 여행경비를 벌어 서울로 올라와 다방 DJ의 인생에 연연하며 향락과 타락의 인생을 살다가, 자칭 부평 여자 깡패를 만나 폭력 사건에 휘말려 해결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되어, 최근에 경찰에서 은퇴한 그의 기묘하고도 굴곡진 이야기는 상당한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그 아저씨는 사람의 인생과 인연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나에게 일러 주었다.

 

그리곤 해가 정말로 뉘엿해져 해질녘이 보이자 그때서야 보내줄 마음이 드셨는지, 그제서야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서로 기념 사진을 찍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다시 목적지로 향했다.

 

 

강진은 내려와서 보니 생각보다 크고 시설이 좋아 보였다.

 

저녁은 분식집 비슷한 곳에 들러 제육볶음을 먹었는데 상당히 맛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짤 것 같았는데 점심때와 달리 간이 딱 맞았다.

 

그렇게 저녁도 먹고 게스트 하우스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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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하우스 내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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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르는 건지 길냥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깔끔한 턱시도 냥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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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에서 찍어서 경계를 하지 않았다. 근데 사진이 마치 그림처럼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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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하우스 자는 곳)

 

원래 오늘은 월출산을 기준으로 해남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반대쪽인 강진에 게스트 하우스가 에어비앤비에 있길래 한 번 와봤다.

 

호스트는 한 참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나중에 와, 기본적인 것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갔다.

 

내부 천장이 높아 꽤나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는데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호스트가 오래된 한옥(?)을 구매해서 직접 수리를 하고 내부 인테리어를 했기 때문이다.

 

상당히 깔끔하고 전체적으로 모던한 느낌이 많이 났다.

 

아쉽게도 사람이 많이 다니는 지역은 아닌지라 투숙객은 나 이외에는 없는 것 같았다.

 

 

슬슬 짐을 정리하고 빨래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조금씩 커져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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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져서 많이 늦었네요. 이 날도 사람과의 인연 + 풍경 때문에 하루가 알찼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아저씨는 아직도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네요....

4개의 댓글

2019.09.16

투머치토커 아종을 만났구나

0
2019.09.16

와 강진이네 거의 다왔당

0
2019.09.17

나주터미널에 추어탕 맛집 먹고가라고 해줄라 햇는데 늦엇네

1
2019.09.17

기다렸다

글이 올라오기를ㅎ

진짜 이제 얼민 안남았구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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