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걸어서 땅끝마을까지_20화

주의! 감성적이고 사적인 여행담이므로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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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땅끝마을까지

첫   화 : P . R https://www.dogdrip.net/215926817

이전편 : 19화 https://www.dogdrip.net/22350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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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흐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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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이동거리 36.13km)

 

내 예측이 정확했다. 잠을 자는 중에 대략 2번 정도 깼지만 예상보다 잘 자긴했다.

 

찜질방이 작은편이고 가족단위로 여행을 왔는지, 아이들이 많아 소음이 없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껏 수 많은 찜질방으로 단련된 노하우로 소음을 물리치고 잘 수 있었다.

 

또 새벽에 추울 것을 예상하여 침낭을 가지고 왔는데, 딱 맞게 대처 할 수 있었다.

 

감기 상태도 많이 좋아졌고 발이나 다른 부분도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여느 아침과 다를 바 없이 탕에 들어가 적당히 몸을 풀어주고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 아침 대용으로 초코바를 하나 먹고 출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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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찍은 사진)

 

태풍의 여향으로 날이 생각보다 흐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조금씩 개어져 갔다.

 

덕분에 오늘은 꽤나 경치가 독특해서 신기한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특히 내장산에 자욱하게 낀 안개가 상당한 장관이었다.

 

오늘 목표는 원래 고창군이었는데, 컨디션과 날씨가 좋은 탓에 오랜만에 장거리를 뛰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고창군이 아닌 장성군까지 가기로 마음먹었다.

 

대략 36km 정도 되는 거리라서 평소에 비해 10km 정도 더 길었다. 

 

내 발걸음으로 2시간 반에서 3시간 남짓 더 걸어야 하는 양이었다.

 

이게 사실 별 것 아닌것 같아보이지만, 후반부에 들어가면 지치기 때문에 1시간 걷는 4km가 10km인것 마냥 느껴질 정도로 힘들어진다.

 

그래도 한 번쯤 도전해보기로 했다.

 

출발시간은 8시 30분 정도로 도착 예상시간이 저녁 6시 30분 정도 되었다. 심지어 평소보다 빠른 발걸음인 속보로 말이다.

 

일몰 전에는 반드시 도착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야간보행은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두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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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경계인 것 마냥 왼쪽은 구름이 자욱하고 오른쪽은 깨끗한 하늘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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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산에서 연기가 나오는 느낌이었다.)

 

경치 덕분에 초반 도보는 크게 힘들지 않았다.

 

사진 찍는 맛도 있고 주변 산이 높고 대부분 시골 도로라서 차량도 많이 다니지 않았다.

 

고질병인 고관절도 1시간 정도는 아팠지만 이내 괜찮아졌다.

 

하지만 최근에 아프기 시작한 오른쪽 어깨는 여전히 욱씬거렸다.

 

이동하는 동안 자세를 고쳐보고 끈을 조정해봐도 도저히 이질감을 지울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이때만큼은 전문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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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구름이 없는 곳은 산 너머까지 화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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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낀 얇은 안개가 꽤나 멋있었는데, 폰 카메라의 한계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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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들이 점점 고개를 숙여가는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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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사진도 멋있었지만, 이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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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늘이 정말 장관이었다. 특히 태풍 영향권의 경계에 있는 것처럼 깨끗하게 나눠진 구름들은 신비한 광경을 자아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시작되는지 깨끗하고 맑은 하늘이 펼쳐지기도 했다.

 

어쩔때는 흐렸다가 다시 맑아지는 변덕스러운 날씨를 보였다.

 

먹구름이 때때로 보이자 비가 오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하기도 했다.

 

 

오늘은 유난히 재즈 음악이 많이 땡겼다. 

 

내가 느끼는 재즈는 여유가 있고 느릿한 것 같지만 때때로 빠르기도 하다.

 

또 부드러우며 강렬할때도 있다. 흐름이 있고 순간 치고 나오는 부분이 참 좋다.

 

뭔가 모순적인 발언이지만 나는 그렇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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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터널 사진을 처음 찍게 되었는데, 터널마다 걸을 수 있는 부분이 다르다.

 

어쩔때는 격리시켜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이 있는 반면에 높은 턱이 있어서 걷기가 불편한 곳도 있다.

 

무엇보다도 차량이 많이 다니면 소음이 엄청나므로 인이어 이어폰이나 귀마개가 있어야 한다.

 

없으면 사격소리에 준하는 소음에 고통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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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땅끝마을의 구역인 전라남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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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먹으로 잠시 면에 들어왔다. 산이 꽤나 멋있어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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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이곳 면에서 먹었는데, 음식점이 그리 많지 않아서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지나가는 길에 감자탕 집이 있어서 들어가서 먹기로 했다.

 

들어가서 뼈다귀 해장국을 시키는데 가격이 너무 싸서 조금 놀랐다. (기억은 잘 안나는데, 4천원인가 5천원쯤)

 

한 숟갈 먹어보니 맛도 깔끔하니 기분이 좋았다.

 

먹고나서 나가서 기차역 앞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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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 앞에 있던 삼남길 표지판)

 

쉬고 있는 와중에 눈에 띄는 표지판이 있었다.

 

삼남길이 뭔가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카미노데산티아고 라는 스페인 순례길이 있는데, '손성일' 씨가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길을 개척한 것이다.

 

어차피 가는 길이 어느정도 겹쳐서 한 번 걸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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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차량이 거의 없었고, 산과 들 그리고 옆에는 강이 있어서 걷는 맛이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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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에 상당히 좋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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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엔 아쉽게 찍지는 못했지만, 나무나 눈에 띄는 곳에 삼남길이라는 색이 있는 리본으로 표식을 해놓았다.

 

직접 일일이 매달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덕분에 표식만 보고 따라가기에도 편했고 상당히 매력이 있는 길이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삼남길을 꼭 걸어보고 싶다.

 

 

길을 걷다가 정자가 보여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마을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나오시더니 등산가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도보여행 중이라고 대답해드렸다.

 

할머니께서는 깔끔한 저고리에 한복을 입고 계셨다. 어디 행사라도 다녀오신듯한 차림을 하고 계셨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왕년에 여행을 많이 다니셨다고 하셨다.

 

딸이 여행사를 하고 있어서 산이면 산, 외국이면 외국 하랄 것 없이 자주 나니게 되었다고 하셨다.

 

여행 이야기를 하시는데 말씀이 얼마나 빠르시던지 내가 말하는 속도에 1.5배에서 2배 정도는 되었다.

 

속사포로 쏟아지는 여행이야기를 듣다가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나름 경외감도 들기도 했다.

 

경외감을 느낀 이유는 등산을 한다면 반드시 정상까지 올라 갔다와야 성이 찬다고 하는 부분이였다.

 

본인 성격으로는 손잡고 날래 날래 올라가 점심먹고 등반 도중에 내려오는건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어딜가든 항상 선발대였다고 하셨다.

 

그렇게 대화를 하다가 내가 3주간 걸어온 것에 대해 약간 놀라는 눈치셨다. 

 

연세가 75살 이셨는데, 운동을 열심히 하시는지 정말 보통 아니게 정정해 보이셨다.

 

내가 메고 있는 배낭을 드리면 바로 앞에 있는 산에 올라가셔서 깃발을 꽂고 내려오실 그런 인상을 풍기셨다.

 

최근엔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셔서 예전만큼 여행을 다니시진 않는다고 하셨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중국의 무슨 성이었는데, 그곳의 산세가 대단해서 아직도 기억하신다고 하셨다.

 

우리나라랑 별 다른건 없지 않냐고 했더니, 거긴 산의 수준이 여기랑은 차원이 다르다고 하셨다.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쉽게 일몰 전에 도착해야 해서 인사를 드리고 다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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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이 보이기 시작해서 비가 올까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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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이에 보이는 해를 찍어보았지만 손이 흔들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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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이에 보이는 강렬한 햇빛이 인상 깊어서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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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화산이 폭발한 느낌을 주는 사진을 운 좋게 찍게 되었다.)

 

가는 길에 정자에 쉬고 계신분들이 보였다.

 

마을 어르신들인 것 같았는데, 가서 이야기를 듣고 말하고 하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서 아쉽게 그냥 인사만 드렸다.

 

정자를 지나치고 그 이후가 꽤나 고비였다. 슬슬 지치기도 시작했고 무엇보다도 챙겨온 물이 너무 부족했었다.

 

갈증이 심한 탓에 체력이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땅만 보고 걷기 시작할때 어느 순간 옆에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듯한 차림의 외국인을 앞으로 지나가는 걸 보았다.

 

이번에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또 대응하지 못하고 그냥 저 멀리 지나가는 걸 지켜보아야만 했다.

 

여행자끼리 서로 대화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워서 자책감이 들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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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아파트와 민가가 보이기 시작해서야 안도감을 얻을 수 있었다.)

 

대략 6km 정도 남았을때, 힘듬이 극에 달했다.

 

특히 갈증이 유독 심했는데, 최대한 집중을 해서 고통을 분산시키려고 노력했다.

 

가는 길에 하필 민가와 상가, 주유소도 없어서 물을 얻기도 힘들었다.

 

슬슬 발바닥도 아프다고 소리치기 시작했고 저 멀리 아파트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을 무렵에 거의 다 왔다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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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로 들어와서 바로 보이는 편의점에 후다닥 들어가 스포츠 음료 500ml짜리를 골랐다.

 

그리고 나와서 바로 마시는데 얼마나 시원하던지 마치 생명수 같은 느낌이었다.

 

완전히 들어와보니 군 치고는 상당히 컸고, 모텔이 정말 많았으며 사람도 정말 많았다.

 

이유를 알아보니 주변에 상무대라는 커다란 군대 시설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일단 예정된 찜질방에 가보니 욕탕만 운영하고 찜질방은 안한다는 이야기에 한숨이 푹푹 나왔다.

 

그래서 나와서 주변에 모텔이 많으니 좀 싸겠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군인들을 호구로 보는건가 그런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다.

 

값이 싼 숙소를 찾으려 정말 구석진 곳으로 들어가 하루 묵기로 했다.

 

겉으로 보기엔 상당히 허름했지만 내부로 들어가보니 그럭저럭 괜찮았다.

 

피곤함에 쩔어서 빨리 빨래를 마치고 하루를 정리한다.

 

오늘은 힘들었지만 나름 알찬 하루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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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참 독특하고 풍경이 좋아서 손에 꼽게 기억이 많이 남는 날이었습니다.

7개의 댓글

2019.09.01

옛날에 dc에서 '그냥걷기' 라는 힛갤 연재 보는 느낌이네 완주 얼마 안남았네 힘네라

2
2019.09.01
@gram

그거 보고 삘 받아서 떠난거래

0
2019.09.01
@나는우츠다

화석에서 영감을 받으셨네 ㅎㅎ 대단하다

0
2019.09.01

어깨가 아픈건, 배낭무게가 다 어께에 얹혀서 그럼. 배낭에 허리벹트가 있으면, 우선 허리벨트가 골반뼈를 커버하도록 배낭 높낮이를 조절하고. 허리벹트는 꽉 조여줘. 이것만 해주면 배낭의 모든 무게가 마술처럼 어깨에서 힢으로 얹히는게 느껴질거야. 어깨끈이 어깨에 살짝 얹혀있는 느낌이 배낭을 바로 멘 느낌. 올리는 글 잘 보고 있어. 힘내고, 꼭 완주하길 바래.

1
2019.09.02
@anonymouse

새로운 걸 배우고 반다

고마워

0
2019.09.02

이제 얼마 안남았네

1
Baj
2019.09.03

까미노갔던거 생각나네 한국와서도 100km정도 걸었던 적 있는데 한국은 걷기에는 너무 불편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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