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걸어서 땅끝마을까지_17화

주의! 감성적이고 사적인 여행담이므로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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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땅끝마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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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

맑음, 더움

 

9.12.JPG

(예상 이동거리 23.94km)

 

이불이 얇아서 약간 추웠다. 슬슬 가을이 시작되는지 쌀쌀함이 꽤나 느껴지곤 한다.

 

드디어 오늘 전주로 향하는 것에 약간 들떳다.

 

고향, 그리고 집.. 내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 

 

대충 씻고 나서 일어나 배낭을 정리하고 출발했다.

 

방을 나가니 이미 다른 방들은 정리 중인지 방문이 다 열려있었다.

 

키 수거함에 키를 꽂고 나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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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왕궁리 유적지란 곳에 들르기로 했다.)

 

나와서 얼마 되지 않아 해가 쨍쨍 내리쬐기 시작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덥겠구나 생각하며 걸었다.

 

차량들이 거의 다니지 않고 지방 도로라서 움직이는게 정말 편했다.

 

이동거리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조금 여유있게 걸었다.

 

가는 길에 왕궁리 유적지라는 곳이 보이길래 한 번 둘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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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길에 나비가 보여서 찍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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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은 백제 시대의 유적지가 정말 많다.

 

미륵사지라던가 무슨 석탑이나 절등.. 정말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이 있다.

 

왕궁리 유적지라는 곳은 최근에 유네스코에 등재 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내가 들렀을 당시에는 평일이고 아침 시간이어서, 나 이외에 작업하는 사람들 밖엔 없었다.

 

가는 길목엔 실타래라 해야 할까 짚 같은 걸로 꼬아서 길을 만들어 놨는데, 이게 걷는 느낌이 꽤나 좋았다.

 

또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기때문에 바람도 선선히 불어 별로 덥지도 않았다.

 

탁 특인 풍경을 보는 맛이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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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리 유적지에 나가기 전에 물이 얼마 없어서 일단 식수대에서 물을 한 병정도 받았다.

 

유적지에서 나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속이 점점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나오기 전에 모텔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와 함께 가지고 있던 빵을 먹었는데, 빵이 상한건지 음료수 상태가 안좋은건지 덕분에 자꾸만 속이 부글거렸다.

 

그래서 중반 이후 부터 걷는게 꽤나 힘들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고질병인 고관절이 또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리는 괜찮아서 걸을만 했다.

 

조금씩 좋아지는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영 이질적인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마치 "야 나 여기 있으니깐 잊지 말아줘" 라는 식으로 동거인 형태 같은 느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배에서 다시 꾸륵꾸륵 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아무리 봐도 밑으로 뿜어 내려고 작정한 모양인듯 했다.

 

다행이 얼마 걷지 않아서 작은 매점 비슷한 곳이 보였다.

 

들어가 주변에 쓸 수 있는 화장실 있냐고 물어봤더니 없다고 했다.

 

그나마 뒤에 어떤 집이 있는데 거기에 있는 공중 화장실을 쓰면 될꺼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막상 가보니.. 거대한 케로베로스가 화장실 문 앞에서 우직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까이 가면 나를 물려는 건지 견제하려는 건지 자꾸만 짖었다.

 

안그래도 개에 대한 공포가 있는데, 도저히 사용할 수 없었다.

 

다가가면 다리를 물어 뜯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엉덩이를 꽉 틀어막고 정신력으로 버티며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나의 이성과 밑의 수문장은 버텨낼 수 없었다. 이젠 한계가 오는 듯 했다.

 

그래서 사람이 사용하지 않아 보이는 숲으로 들어가 용변을 보기로 했다.

 

바로 배낭 버클을 빠르게 풀고 내팽게친 후에 바지를 내리고 말 그대로 쏟아냈다.

 

0.5초만 늦었으면 그대로 지렸을 것이다.

 

용변을 본 후, 나뭇잎으로 보이지 않게 잘 덮었다.

 

그리고 상쾌한 기분으로 물건들을 챙기고 다시 출발했다.

 

 

조금 더 걷다보니 우석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슬슬 점심 시간이기도 해서 수 많은 대학생들이 보였다.

 

대학거리 특유의 활기참과 발랄함이 내게도 느껴졌다.

 

그에 비해 나는 꼬질꼬질하고 큰 배낭을 가지고 묵묵하게 걷고 있었다.

 

솔직히 조금 부끄럽긴 했다. 마치 첫 날 속초로 가는 그 과정을 다시 겪는 느낌이었다.

 

 

배가 고프기도 해서 주변에 있는 토스트 집에 들러 점심을 간단히 먹기로 했다.

 

일단 속을 비워서 상태는 괜찮지만 혹시 몰라 많이 먹기 꺼려졌기 때문이다.

 

토스트 집에서 주문을 하고 물을 비운 뒤에 다시 받으려 했다.

 

그런데 정수기 물통의 배수로가 있는게 아니어서 그대로 비우는 바람에 그대로 넘쳐버렸다.

 

굉장히 뻘줌함을 느끼고, 일단 넘친 정수기 배수통을 빼서 밖에다 버리고 바닥을 닦으려 했다.

 

닦으려는 도중에 아주머니께서 직접 하시겠다면서 닦아주셨다.

 

죄송하다며 말씀을 드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서 토스트를 기다렸다.

 

토스트가 나오고 맛있게 먹는 중에 아주머니께서 여행 중이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속초부터 걸어 여기까지 와서 전주로 향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니, 대단하다며 칭찬해 주셨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아주머니의 아들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적당히 내 또래쯤 되겠지 싶었는데, 서른 초반이라는 말을 듣고 정말 젊어보이신다는 말을 전해드리니 기분이 많이 좋아지신듯 했다.

 

그래서 운좋게 서비스를 받았다. 맛있는 스무디를 해주신 것이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서로 기념 사진을 찍은 후에 다시 걷기 시작했다.

 

혹시나 싶어서 출발 전에 가지고 있던 지사제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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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보기 힘든 버드나무였다. 그래서 찍어봄)

 

가는 길은 예전에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학원 때문에 주말에는 집에 오곤 했는데, 항상 아버지가 학교로 태우러 와주셨다.

 

굴곡지고 울퉁불퉁한 시골 길로 따뜻하며 아늑하고 살짝 졸린 그 차안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 앞에서 한 번도 울지 않으셨던 아버지가, 학교를 그만두던 날에 울먹거리시고 시뻘개있던 아버지의 눈가 또한 잊혀지지 않고 떠올랐다.

 

나의 행동들.. 그리고 반성.. 내가 끼쳤던 영향과 나로 인해 불안정해진 가정.. 그리고 미쳐가고 있던 나..

 

고등학생 시절은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것 같다.

 

익숙했던 길을 걷고 있던 와중에 도로 옆으로 여행자로 보이는 외국인 노부부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뭐라고 말을 걸었던 것 같았는데, 하필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고 있는 중이어서 못들은 것 같다.

 

아니면 내 착각일 수도 있었다. 한참을 멍때리다가 대화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아버렸다.

 

안그래도 굉장히 보기 힘든 여행자 였는데 아쉽게도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저 앞 정류장에서 잠시 쉬는 것처럼 보여서 빨리 걸었지만, 이미 충분히 휴식을 취했는지 다시 이동해버렸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삶을 살아가면서 기회란 것은 항상 이런 모습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한 순간 찰나에 와서 빠르게 잡지 않으면 날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아쉬움을 가지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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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도착하기 직전에 잠시 들렸던 정자)


참새는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 나 또한 시원해 보이는 정자를 지나칠 수 없다.

 

그래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결정했다. 주변 주민들이 자주 사용하는지 상당히 깔끔하게 관리 되고 있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다리를 천천히 풀어줬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건물 구조 형태 때문인지 아니면 대대로 내려오던 바람길에 정자를 짓는 것인지, 정자는 항상 시원한 곳에 위치해 있다.

 

쉬고 있던 와중에 한 노인 분이 오셔서 차를 기다리고 계셨다.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산다고 나에게 말씀을 건네셨다.

 

글쎄 즐겁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쯤 이런걸 해보겠냐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다.

 

 

푹쉬고 나서 다시 정리를 하고 출발했다.

 

한 10 발자국 걸었을까? 다시 엄청 더워졌다. 

 

세상이 순식간에 달라진 것처럼 아주 빠르게 공간 일그러지듯이 더워졌다.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슬슬 익숙한 거리들이 보였다. 자주다녔던 영화관과 다리 그리고 아파트와 도서관.

 

거의다 왔기에 속도를 조금 더 빠르게 내기로 했다.

 

아까 전에 충분히 휴식을 취해서 쉼없이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익숙한 냄새와 함께 나를 반겨주는 느낌이었다.

 

홈 스위트 홈. 역시 집이 최고다.

 

속초에서 걸어서 집까지 왔다니 조금 믿겨지지 않았다.

 

집에 오자마자 배낭을 풀고 세탁기를 돌린 후에 바로 샤워를 했다.

 

그리고 부모님께 집에 왔다고 연락을 전하고 그대로 TV를 보며 뻗었다.

 

저녁식사와 함께 엄마와 중요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오늘은 피곤해서 내일 적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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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

2019.08.24

잘 읽었습니다 드디어 도착했네요 저또한 완주한 느낌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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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조아요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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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해남까지 멀지 않았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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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잘 읽고있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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