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걸어서 땅끝마을까지_2화

주의! 감성적이고 사적인 여행담이므로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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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땅끝마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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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https://www.dogdrip.net/216707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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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PNG

(예상 이동거리 20km)

 

8월 27일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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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어본적이 있다. 산을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고.

그걸 처음 깨달았다. 자연의 무서움을.. 그리고 준비성이 철저하지 않았음을..

정말 추웠다.. 진짜로 추웠다.. 혹한기 훈련때도 10번 이상은 깨지는 않았던 것 같았는데.. 일어나기 전까지 대략 20번은 일어난 것 같다.

그리고 기상청의 예보는 크게 믿을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분명 예상 최저기온은 15도 정도였는데.. 너무 추워서 일어났을때 대략 11~12도 정도였다.

 

자기 전에 느낌이 쌔한게 있어서 큰맘먹고 가져온 긴팔 긴바지를 껴입고 잤음에도.. 정말 추웠다. 아마 고도 + 계곡 때문에 기온이 예상외로 많이 떨어진게 아닌가 싶다. 나의 3계절 경량형 침낭은 생존온도에 크게 밑돌아서 도저히 견디질 못했다. 그리고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최소한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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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은 참 맑다)

 

아무튼 으스스한 추위를 뒤로하고 일어나보니...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혹한기 훈련때 잠을 자고 일어나면 김때문에 천장에 서리가 끼는데, 여기서는 물이 고인것이다. 안그래도 배낭의 생각 외로 무거워서 걱정이었는데, 이대로 들고가면 최소 1kg정도는 더 나가지 않을까 싶어서 해가 어느정도 뜨면 말리고 출발하기로 했다. 아저씨께서는 새벽 아침부터 일어나 계셨는데, 잘잤냐고 물어보셨을때.. 잘 잤는데 생각보다 많이 추웠다고 대답했다. 

해가 뜨고 여분의 휴지와 수건으로 물을 최대한 닦고 말린다음에 잘 접어서 배낭에 결속했다. 그리고 주인분들께 인사를 드린 후 출발했다.

 

오늘 목적지는 한계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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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초반부에는 내리막길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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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가 멋져서 찍긴 했는데 가까이에서 찍을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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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이렇게 표지판이 곳곳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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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는 풍력발전기가 정말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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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뻐 보이는 집이라 한장 찍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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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는 샛길로 빠지면 대부분 군부대가 있다.... 정말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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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다 걷다 쉬다 걷다가를 반복하다, 어떤 광고지를 보게되었는데 맛있는 음식을 하는 기사식당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래서 가는 경로에서 조금 빠져나가야 하지만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변을 둘러보고 음식점 안을 보아하니 이미 폐업상태인듯 해보였다. '식당을 이용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는 팻말을 보고나서 순간적으로 힘이 빠졌다.

 

그래서 주변 식당에 들어가서 산채 비빔밥을 시켜먹었는데 꽤나 맛있었다. 배가 고팠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경로를 살짝 빠져나온 보람은 있었다. 식사를 맛있게 하고나서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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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부분의 길은 고속도로와 국도가 비슷한 위치에 엇비슷하게 있어서, 차량이 거의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차들은 국도보다는 고속도로를 더 선호하니깐 말이다. 덕분에 걷는게 정말 편했다.

 

다만 도로 옆에 줄기식물이 웅성하게 자라고 있는데, 아무래도 인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아직 정리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내가 도로에 침범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자주 나와서 조금 불편하긴 했다.

 

또 강원도 특성상 아무래도 캠핑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표지판에 떡하니 '캠핑, 취사금지' 라고 적혀있는 곳 앞에서 불판 올리고 고기 구워 먹는 모습을 보니 한숨이 나오긴 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뭐라할 입장은 안되니 그냥 지나쳐왔다. 나도 법을 다 지키고 살지는 않았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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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 이런 건물이? 싶을 만한게 많다.. 강원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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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비슷하게 있는 것 같았는데, 안에는 사람들이 책이나 시를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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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 이런게 많이 붙어 있었다. 근데 난 계산기가 없으면 못해서 그냥 암산하다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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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진 않았지만 꽤 멋있어서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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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보다 대략 10km 정도 더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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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도 거의 안다니고 뷰도 좋아서, 자전거 타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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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길에서 벗어나니 지방도로가 바로 이어졌는데, 산세와 계곡의 어우러짐이 꽤나 장관이었다. 어제의 설악산에 비해서는 안되지만 이것도 꽤나 보는 맛이 있었다. 미시령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이라 자전거 타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어제 바이크 형님들의 응원 덕으로 왠만하면 여행자 같아 보이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지나갔다. 조금은 쪽팔리긴 했다 ㅎ ;;

 

그리고 한 20 ~ 30분 걸었을까? 어떤 분이 내 뒤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시더니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땅끝마을까지 간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하셨다. 학생이 지나가면서 너무 밝은 얼굴로 인사하길래 인상 깊어서 되돌아 오셨다고 하셨다. 그리곤 같이 사진 한 번 찍자고 하시길래 못생긴 얼굴과 어설픈 포즈를 취한 뒤 사진을 찍었다. 그러시곤 웃으시더니 뒷 배낭이 하이라이트니 좀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괜찮다고 하셔서 찍어서 내게 보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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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세탁을 해서 저렇게 널어놓았다. 양말이 특히 안말라서 문제였다.)

 

거기엔 어제 밖에 빨래하고 널어놨다가 하루종일 흐려서 도통 마르지 않는 얌말 두켤레가 옷걸이와 집게로 묶여있었다. 그걸 찍으시곤 꼭 성공하길 빈다고 하시면서 떠나셨다. 그리고 완주에 성공하면 꼭 연락 주라고 말씀하시곤 자전거를 타시고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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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대회때문에 연습 나오신 아저씨)

 

나를 응원해준 3번째 분이자 여행의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서 걷는게 한결 더 쉬웠다.

 

거의 도착했을 무렵 주유소와 매점이 있길래 가서 잠시 쉬면서 음료수를 구매해서 마셨다. 거기엔 주인분과 아마도 친구분들이 계신듯 했는데, 치킨을 먹고 남기신걸 보았을때 얼마나 먹고 싶던지.. 슬슬 저녁에 가까워지기도 했고.. 이번 여행이 끝나면 치킨 다죽었다 ㅎ..

 

주유소에서 느긋하게 음료수를 마시는 동안 갑자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핸드폰으로 날씨 정보를 보면서 비올 확률이 0%라고 적혀 있는걸 보면서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ㅋㅋ 아무튼 배낭에 커버를 씌우고 많이 내리지는 않아서 그냥 맞으면서 이동했다.

 

점점 지치는 몸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른쪽 어깨에 자꾸 통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발바닥 상태도 안좋아져서 빨리 쉬라고 뇌에 다이렉트로 꽂는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교회가 보이길래 혹시 하룻밤 묵을 수 있는지 여쭤보기로 했다. 어제 밖에서 외박하는건 아니다 싶었기 때문이다. 앞에 밭을 갈고 계시는 할아버지가 계시길래, 목사님 있으신지 여쭤봤다. 조금은 퉁명스럽게 그리고 약간 의심있는 눈초리로 목사님이 묵으시는 곳을 알려주셨다. 뭐 외지인이니 무리도 아니겠지만.. 아무튼 다행이도 가보니 목사님이 계셨고, 혹시 창고든 어디든 상관 없으니 지붕이 있는 곳이면 괜찮으니 혹시 하룻밤 묵을 수 있는지 여쭈어 보았다. 목사님은 인자하신 목소리로 교회옆에 작은 교육관 비슷한 곳이 있는데 거기서 하룻 밤 묵으라고 말씀하셨고, 화장실도 있으니 거기서 씻고 편하게 있다가 가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말씀을 드리고 들어가서 쉬기로 했다. 들어가보니 식당과 교육 비슷한 곳을 겸하는 곳이었는데, 이곳 저곳에 아이들 사진이 참 많이 찍혀서 게시판에 붙어있었다. 아이들이 다 해맑게 웃는 걸 보니, 이곳 목사님은 정말 참된 분이시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짐을 풀고 화장실에서 오늘 사용한 옷가지부터 빨래를 하고 간단하게 씻은 후 누워서 잘 준비를 했다.

 

오늘은 따뜻하게 밤을 지낼수 있겠구나 하면서 목사님께 감사드리며, 내일을 준비하며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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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해주신 분과 목사님의 배려 덕분에 하루를 잘 견뎌냈습니다.

8개의 댓글

2019.07.14

멋있다.. 나도 취업하기 전에 도전해볼걸

1
2019.07.15

갑자기 나도 하고 싶어지네

1
2019.07.15

크....멋있다 진짜로 가까운데가는것도 이핑계저핑계대면서 미루다가 흐지부지되는데 땅끝마을까지 도전하네

꼭 끝가지 조심히다녀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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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5
@똥멍청이

pr보니까 2년전에다녀온거구만!

0

캬 멋지네

1
2019.07.16

너!! 멋져!!!!!! 빨리 3화 올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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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6

나도 대학 산악부동아리때 여름방학에 설악산 5박6일 종주뛴적있는데 산에서 텐트치고자는건 너무너무춥더라.. 지붕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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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6

특수전훈련받을때 강원도 횡계에서 14박15일동안

 

그지처럼 지냈는데 새록새록 추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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