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카투사 하면서 한국군 간호장교 본 썰.

미군에는 야전의무병기장(EFMB)란게 있어 이 뱃지를 딴 메딕은 나름 엘리트로 인정받는다. 이 미군의 EFMB를 한국군 간부들이 간혹 따러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카투사를 통역병으로 쓰게 된다.

 

90년대 후반 파주 미군부대에서 치과 의무병으로 근무하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나는 상병말호봉 여름에 EFMB클래스에 통역지원병으로 1달간 파견근무를 나가게 되었다. 당시 장소는 임진강 건너편, 지금의 통일대교 건너 우측에 위치하는 워리어베이스라는 미군 훈련장캠프였는데 임시막사에서 야전침대를 펴놓고 다른 부대에서 온 지원병력들과 함께 한달을 보내게 되었다. 매일 일과는 미군 평가요원들과 같이 코스를 돌아다니며 미군요원들의 설명을 EFMB에 응시한 한국군 간부 및 카투사들에게 통역해 주는 것이었다. TA312 깔기, 환자 들것 및 도수 운반, 장갑차에 들것 싣기 등등 코스가 있었는데 EFMB의 백미는 바로 12마일 완전군장 March였다. 완전군장을 하고 12마일을 3시간 내에 주파해야 하는데 이게 상당히 힘들어서 다른 코스는 머리로 가능하지만 체력이 없으면 EFMB를 딸 수가 없었다. 

 

한국군 간부들의 면면을 떠올려 보면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군의관 아저씨 2~3명에 더 나이 많은 부사관 아저씨 2명정도였는데 여성 간호장교 한명이 끼어있었다. 당시 한국군 전투복이 미군 BDU와 달리 상의를 바지에 집어넣는 방식이라 여자의 경우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게 되는데 이 간호장교는 얼굴도 예쁘장하고 몸매는 당연히 솔찬했다. 미군들도 이 여자분에게는 나름 호의를 보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 양반들하고는 일과시간에만 만나서 통역해주고 그랬던 걸로 기억해서 큰 인연은 없었는데, 한번은 산속에 주저앉아 다같이 점심을 먹다가 이 간호장교 양반이 자기 경험담이라고 음담패설을 시작하는 것이다.

 

자기가 어디 국군병원에 근무하던 시절에 야간 당직을 서다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를 받자 저쪽편에서 신음을 하며

 

'딸~딸~이~' 하더라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자기는 순진해서 그게 무슨 얘긴지 몰라서 '네? 네?'만 연발하고 있으니 전화가 끊어졌는데, 또 전화가 와서는 '딸~딸~이~'하고 끊기를 여러번 반복하더라는 것이다. 본인은 나름 재밌는 얘기랍시고 깔깔 웃어가며 얘기를 했고 남자 간부들도 재미있어 했는데 나는 옆에서 밥을 먹으면서 아 여자들 군생활도 참 고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같으면 남녀를 막론하고 그런 얘길 내놓고 했다간 당장 처벌일텐데 그때는 군대에서 그런거라도 해야 살아남는 시대였을테고, 엄연히 성추행을 당한 건데 그걸 식사시간에 여담이라고 하면서 웃는 시대였던 거다. 

 

한국군 간부들은 다른 코스는 어찌어찌 통과했는데 예상대로 12마일 행군에서 다 퍼졌고 당시 JSA 카투사 두명이 진짜 살벌하게 임해서 EFMB를 땄던걸로 기억한다. 맨날 병원에 갇혀 있다가 1달동안 공기좋은 전방에서 여름방학캠프 알바하는 기분으로 보냈던 그 여름이 지금도 기억난다.

22개의 댓글

2021.06.22

남자고 여자고 미개한 성의식이 만연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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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에서 급속행군이라고 달마다 완전군장 하고 행군했던기억이있네여 아마그분들은 단련되신게 아닐까합니당 저도 처음경험했을땐 퍼져서 선임들한테 뒤지게 털렸던기억이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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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2
@기분이이상해요

JSA는 보직관계 없이 닥치고 굴리는거 같던데 ㅋㅋㅋ 나도 179라 끌려갈뻔 하다 벗어났는데 결국 멀리는 못가고 그 사람들 치아 봐주게 되었음. 동기녀석은 진짜 키크고 몸좋아서 본부중대 갔는데 제대하고 미스터 경희대 우승했단 소문을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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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 카투사라니.. 선배님 군번이 엄청 오래되셨군요 ㅋㅋㅋㅋㅋ jsa 카투사는 진짜 미치게 빡세다고 우리 중대장도 말해줬었음 ㅋㅋㅋㅋㅋㅋ 제가 키가 좀 큰편인데 저보고 너 좀만 일찍 태어났어도 우리부대같은 개꿀부대 못왔을거라고 ㅋㅋㅋㅋㅋㅋㅋ efmb는 지금도 매우 빡센걸로 압니다 eib도 마찬가지고 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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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카투사면 대선배님이시네 ㅋㅋ 민방위 1년차 전 동투사 인사드립니다.

EFMB 준비하던 우리 중대 메딕한테 낚여서 럭마치 개빡세게 했던 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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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2

난 케이시에 있다가 병장때인가 용산 함 갔었는데 거기서 hi 라고 인사하는거 첨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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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2

고생하셨네요 디지털 입는 카투사는 통역 불가한 경우가 많아 통역장교들이 별것도아닌데 팔려나갑니다 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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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3
@무새

고생은 뭐..... 논산훈련소 조교체험한다 생각하고 아저씨들이랑 한달간 재밌게 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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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거너리 2주 갔던겄도 힘들었는데 JSA 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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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3

호우 슈퍼 선배님이네. 순환전투부대라 EIB는 거의 달마다 연습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EIB행군 2시간 23분으로 패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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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3
@강시놈

오 대단 나는 치과중대라 중대에서 굳이 EFMB 연습도 안했는데, 복싱했다던 후임이 EFMB 도전했다가 12마일 마치에서 퍼진거 본 기억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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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3
@charlote

이게 카투사들이 가벼워서 호다다닥 통과하는 느낌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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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3
@강시놈

체중 가벼워도 체력 안되면 말짱 헛일이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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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3
@charlote

그건 진짜... 예전은 모르겠는데 17년도엔 돼지들이 너무 많았어서.. 그래도 전투부대는 아무래도 운동량이 많아서 뭐.. 아침마다 피티하고 점심에 헬스하고 저녁엔 다같이 술파팈ㅋㄲ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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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3

12년도에 EFMB 땄었습니다 ㅋㅋ 첫 사이클때 아갼독도법에서 떨어지고, 두번째 싸이클때 붙었네요ㅋㅋ 럭마치는 6개월전부터 주말마다 준비해서 괜찮았는데, 저는 랜드네비게이션이 역시 제일 빡세더라구요ㅋㅋ 그 기수때 저 말고 카투사 한분 더 땄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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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3

ㄷㄷㄷㄷ18년도응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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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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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6

90년대 후반이면 나보다는 후배네 ㅎ , 난 8군본중 일반행정이라서 pldc만 들어봤는데 저건 처음 들어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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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6
@방화광

개드립 최고령이신듯 ㄷㄷㄷ 저희 중대 본부는 용산이고 치과 클리닉들은 2사단 지역에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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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6

인팬트리 EIB랑 비슷한건가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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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6
@williwakker

그냥 의무병이 아니라 야전의무병이니까 필드(Field)메딕(medic)이 들어가는거지. 나는 클리닉 메딕이었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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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7

10년도 jsa였는데 애초에 훈련주간에 매주 3번정도 급속행군 돌았었음 그런 면에서 좀 적응은 했었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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