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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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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삶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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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 첫번째 이야기
https://www.dogdrip.net/284149324
세계관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 두번째 이야기
https://www.dogdrip.net/284307216
조망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 세 번째 이야기
https://www.dogdrip.net/284450284

 

 

 

 

 

 

 

 

여기까지 읽었으면 지금까지의 글에 대한 요약 및 배경설명을 해줄게.

 

비트겐슈타인의 한 면을 설명하려다가 나온 "세계관"이라는 단어와, 그 단어의 난해한 사용은,

비트겐슈타인이 얼마나 뭐라고 딱 정의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사람인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어.

 

사람이 언어를 오해하는 것에 맞서서 일상의 모든 것을 천천히 보아가며 통찰해야 한다고 함으로써,

비트겐슈타인이 가지는 반진보, 반시대적인 측면이 잘 나타났고,

 

슈펭글러라는 철학자를 지지하고 그가 과학에 맞서서 쓴 유사성이란 개념을 차용함으로써,

비트겐슈타인이 반과학적인 측면이 있음을 보여주었고,

 

수학철학에서 전혀 명료하지 않은 문체를 씀과 동시에 현대 수리논리학과 전혀 다른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비트겐슈타인의 반분석철학적인 측면을 보여주었어.

 

 

우리는 철학적 탐구 122를 중심으로 해서 비트겐슈타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았어.

그에 따르면, 우리가 철학을 할 때에 이러한 점을 상기하고 있어야 해.

 

삶의 문제는 과학적 방법론으로 풀리지 않는다는 점.

비트겐슈타인의 신념과도 같은 것이야. 삶의 문제는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활동을 올바로 봄으로써, 그래서 내려놓음으로서 해소된다는, solve가 아닌 dissolve된다는 전기의 생각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어.

 

삶의 문제는 이론으로서 해결되기보다 자신의 보는 방식을 바꿈으로서, 초점 변경으로서 해소될 수 있다는 점.

과학과 같은 숨겨진 것을 찾아내는 활동이 아니라, 또 다르게 주어진 일목요연한 묘사로서, 이미 주어진 언어의 질서 앞에 초점만을 변경하는 것으로서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

 

조망가능한 언어는 사물을 보는 방식을 바꾸도록 우리의 개념을 바꾸게 한다는 점.

수학의 증명과 같은 엄격한 사례도 언어의 사용의 일부일 뿐이며, 증명이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처럼 조망가능한 좋은 언어는 사물을 보는 방식을 바꿔서 우리의 개념을 바꾸게 한다고 말하고 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망가능한 언어는 다채로움을 필요로 한다는 점.

그가 수학철학에서 원하던 목표였던 다양하고 다채로운 이정표를 만드는 것이, 조망가능한 언어에서도 다채로움으로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꿈이었어.

 

 

이제 본문으로 넘어갈게.

 

 

 

 

 

 

3.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의 실용적 사용

 

"세계관"이라는 용어 사용이 대체 무엇을 뜻하는지를 정리해보자.

세계관이란 용어의 출처가 된 슈펭글러를 생각해 볼 때, 이 세계관이라는 용어, 벨트안샤웅이라는 용어는 심지어 과학을 대신하려고도 했던 과격한 유사성의 사용이라고 볼 수 있어.

다른 방법론과, 특히 과학적 방법론과 거리를 두기 위한 장치였다고 볼 수 있어.

서양 철학의 전통에서는 (괴테와 슈펭글러를 제외하고는) 선례가 없었던,

"유사성을 보는 데서 성립하는 이해"로 이루어진 그의 철학관을 요약한 단어가 "세계관"이었던 것이야.

 

그의 이 "세계관"이 어떤 모습을 갖추었는지는 "일목요연한 묘사", 즉 "조망가능성"을 설명한 수학철학에서 볼 수 있었어.

그가 조망가능성이라는 용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로 다채로움이야.

수학을 증명의 다채로움으로 설명함으로부터, 언어도 또한 보는 방식을 바꾸게 만드는 이정표의 다채로움으로 설명했어.

"세계관"이라는 용어에는 다채로움이라는 단어가 속성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야.

 

여기서 다채로움이 가리키는 것이 뭔지가 많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

언어의 다채로움, 행위의 다채로움을 뜻하기도 하지만,

가장 원론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이것이야. 삶의 형태의 다채로움.

 

 

삶의 형태라는 단어는 철학적 탐구에서 단 5번밖에 쓰이지 않았지만 그 책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로 알려져 있어.

삶의 형태에 대한 정의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주석가들마다 다르고 서로 간의 논쟁도 심해.

한국어 번역도 달라서, 이영철 번역에서는 삶의 형태라고 하는 반면 이승종 번역에서는 삶의 형식이라고 해. 삶의 양식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

(내가 이 글을 "세계관"에 집중한 이유도 이 "삶의 형태"라는 단어가 너무 논쟁이 많아서 우회하려고 하기 위해서야.)

 

하지만 정작 비트겐슈타인 자신은 그렇게 큰 문제없이 이 용어를 썼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가 태어난 곳인 합스부르크 빈에서는 다들 암시적으로 알고 썼던 문화 용어였기 때문이야.

그 당시 빈의 철학자였던 슈프랑거의 정의에 따르면 삶의 형태는 "문화를 매개로 인간의 복잡한 삶을 해석하고 이해해 보고자 하는 통찰"을 말해.

 

이 단어가 문화적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먼저 알고 나서 이 설명을 봐줘.

(미안해... 여기 글을 자세히 쓸 수 없어서...)

 

“삶의 형태란 일치된 반응과 어느 정도 규칙적인 행동들을 내용적으로 이미 포함하는 삶의 다양한 방식, 관습화된 패턴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단순하고 원초적인 것들과 이로부터 유래하는 복잡하고 세련된 것들이 있는데, 우리의 언어는 이러한 삶의 형태들에 기반을 두고 성장하며, 또한 부분적으로 삶의 형태를 세련된 형태로 구성한다.”

 

 

“세계관”이라는 단어는 “삶의 형태”라는 단어가 가면을 쓴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이러한 가면은 많아. “언어놀이”도, “세계상”도 그러한 가면 중 하나지.

비트겐슈타인은, 그 중에서도 세계관은 삶의 형태의 다양함, 다채로움을 부각하는 것이라고 보았어.

 

 

이제 수수께끼 같던 그 문구를 해석할 수 있어.

확실성에 관하여 422를 보자.

 

"422. 그러므로 나는 실용주의처럼 들리는 어떤 것을 말하고자 한다.

여기서 일종의 세계관이 나의 길을 가로막는다."

 

비트겐슈타인이 실용주의를 거부하는 이유는, 그것이 삶의 형태의 다채로움에 대해선 전혀 이야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야.

그는 행위의 철학자를 넘어선 삶의 철학자라는 점이 여기에서 나와.

 

철학적 탐구 122를 보자.

 

122. 우리의 몰이해의 한 가지 주요 원천은, 우리가 우리의 낱말들의 쓰임을 일목요연하게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문법에는 일목요연성이 결여되어 있다.- 일목요연한 묘사가 이해를 성사시키며, 이해란 다름 아니라 우리가 '연관들을 본다'는 데 있다. 그런 까닭에 중간 고리들의 발견과 발명이 중요한 것이다.

일목요연한 묘사란 개념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의미가 있다. 그것은 우리의 묘사 형식을, 우리가 사물들을 보는 방식을 지칭한다. (이것은 하나의 '세계관'인가?)

 

일목요연한 묘사, 조망가능성이라는 개념은 정말로 근본적인 의미가 있게 된 것이야. 다채로운 묘사 형식을, 다채로운 조망을, 다채롭게 사물들을 보는 방식을 위한 중간 고리들의 발명. 이것을 ‘삶의 형태의 다채로움’이라고 할 수 있겠지.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모든 저작을 통틀어 세계관이라는 단어를 6번밖에 쓰지 않았어.

하지만 철학적 탐구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에 쓰여짐으로써 그의 철학을 요약할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되었지.

6번의 사용 중에서 2가지 사례는 지금까지 다뤘고, 황금 가지를 평가하는 글과 “문화와 가치”의 두 개의 사용은 슈펭글러의 용어 사용에 물들어 있어.

 

그리고, 내가 보기엔, 굉장히 충격적인 곳 하나에서 세계관이라는 단어를 썼어.

 

문화와 가치 MS 137에서 나오는 문구야.

“유머는 분위기가 아니라 세계관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나치 독일에서는 유머가 말살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면, 이는 사람들의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것과 같은 그런 어떤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훨씬 더 깊고 중요한 어떤 것을 뜻한다.”

 

지금까지 말해왔던 세계관이 맞아. 저 단어가 벨트안샤웅이야.

문구를 이렇게 바꿔본다면, 상황은 더욱 명확해지지.

 

“유머는 분위기가 아니라 삶의 형태의 다채로움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나치 독일에서는 유머가 말살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면, 이는 사람들의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것과 같은 그런 어떤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훨씬 더 깊고 중요한 어떤 것을 뜻한다.”

 

비트겐슈타인의 꽤 유명한 명언이지만, 이 문구는 그저 명언으로서만 사랑받는 것 같아.

이 문구는 정말로 깊은 뜻을 가지고 있어.

 

유머야말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활동이야.

 

그가 원했던 것은 과학이 아니야. 수학은 포함되지만, 그의 철학이 너무 애매모호하게 쓰여졌어.

그가 원했던 것은 어떤 언어의 형태기는 했지만, 많은 언어가 오해받는다고 하고, 많은 언어가 바로잡아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지.

유머는 그 가운데서 딱 자리잡을 수 있는, 그가 콕 집어 말하던 활동인 거야.

 

유머의 실제 사례를 예로 들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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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과학적 방법론과 결을 달리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과학적이라기엔 유머는 굉장히 반체계적이고 반이론적이지.

 

유머의 대부분이 이미 다 아는 내용에 대한 초점 변경을 통해 웃음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은 유머가 얼마나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잘 어울리는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보여줘. “눈 높은 직업”과 짜장면 배달부라는 “눈 낮은 직업”이 있다는 사실들은 이미 눈 앞에 있었고 모두 다 아는 내용이라는 것을 주목해. 하지만 그것을 엮는 것은 유머가 됨과 동시에 중요한 이야기를 일깨워줄 수 있어.

 

잘 확립된 유머는 사물을 보는 방식을 바꾸어 우리의 개념도 바꾸게 한다는 점도 유머가 하는 점에 포함될 수 있을 거야. 유머는 관짝을 보는 방식과 죽음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을 수 있어.

 

이렇게 수많은 유머들이 모여서 다채로운 조망 방법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유머가 같은 것을 여러번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다른 것을 생각했을 때 웃음을 준다는 것에서 비교될 수 있어.

 

비트겐슈타인은 수학적 증명이나, 언어 표현의 분석과 동등한 위치에 유머를 두었어.

유머를 통해 사람들와 소통하는 일은 훨씬 더 깊은 것을 의미한다고 비트겐슈타인은 본 거야.

설령 다른 단어들보다는 가벼워 보일지라도, 유머를 통해서 엄연히 인간의 복잡한 삶을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비트겐슈타인은 호소하고 있어.

 

 

4. 비트겐슈타인의 숨겨진 꿈

 

비트겐슈타인의 가장 궁극적인 꿈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이것의 가장 표준적인 대답은 전에도 말했던 “일상 언어의 질서에 대한 명료한 이해”라고 할 수 있어.

비트겐슈타인이 자신의 철학관이 무엇인지를 마지막으로 언급하는 철학적 탐구 133에서는, 그런 명료성, 완전한 명료성을 얻는 것이 본래적인 목표라고 말하고 있어.

하지만 “우리의 지성에 걸린 마법”으로 생긴 병은 너무나도 다양하며, 우리는 너무나 빠르고 손쉽게 오해하기 때문에 그것을 언어를 일상적 사용으로 돌려보내서 치유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보일지도 몰라.

여기서 “언어의 철학자” 이전에 “삶의 철학자”였던 비트겐슈타인의 면이 나와. 그는 이렇게 말해. “한 시대의 질병은 인간들의 삶의 방식에서의 변화에 의해 치유된다. 그리고 철학적 문제들이란 질병은 한 개인에 의해 발명된 약에 의해서가 아니라, 변화된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에 의해서만 치유될 수 있었다.”

필요한 것은 마치 “체질 개선” 같은, 삶의 방식의 변화라고 말하고 있어.

 

삶의 방식의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전기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에서는 “태도 변경”을 삶의 방식의 변화 방법으로 보고 있어.

전기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우리는 세계 내의 사실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직 세계에 대한 태도 변경을 통해서만 가치의 관점에서 세계를 다른 세계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해.

삶의 방식의 변화를 위해서는, 개인이 스스로의 태도를 바꾸어서, 삶의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도록 관점을 변화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본 거야.

후기 비트겐슈타인에 들어서도 이 관점은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어. 이 말을 참조해.

“당신이 삶에서 발견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그 문제성 있는 것을 사라지게 만드는 그런 방식의 삶을 사는 것이다. 삶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당신의 삶이 삶의 형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만 당신은 당신의 삶을 바꿔야만 한다. 그리하여 그것이 그 형태에 맞게 되면, 문제가 되었던 것은 사라진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삶의 방식의 변화가 가능한 것일까?

관점을 바꾸는 것은 소극적이고 부족한 방법일 수밖에 없어.

다시, 유머는 세계관이라는 그 명언대로, 나치가 유머를 말살시킨 상황에서도 태도 변경만이 해답이 된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전에, 유머를 말살시켜 모든 조망가능성이 박탈된 경우에도 관점을 변화하는 것이 가능할 수는 있을까?

 

그렇게, 여기서 나오는 삶의 방식의 변화의 두 번째 방법이 있어. 

각성한 사람들이 모여서 세계를 변화시켜 직접적인 삶의 변화를 꿈꾸는 방법.

이것이 바로 비트겐슈타인의 숨겨진 꿈이야.

 

내가 이것을 숨겨진 꿈이라고 하는 이유는, 비트겐슈타인 자신은 이것이 실현될 것이라는 것에 매우 비관적이었기 때문이야.

그는 알다시피 슈펭글러의 철학에 빠져 있었고, “현대의 유럽적이고 미국적인 거대 문명의 정신”이 가지는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진보와 그로부터 표현된 산업, 건축, 음악, 파시즘, 사회주의가 자신이 정말로 말하고자 하는 문화와 예술의 영역을 해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야. 기술이 발전하며 몰락을 앞둔 문화에 들어선 인간들은 그들의 가치는 계속 가지고 있지만 예술의 영역으로부터는 몸을 돌린다고 말해.

철학적 탐구 전에 쓰려고 했던 한 글의 서문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어. “문화의 소멸이 인간적 가치의 소멸이 아니라 단지 이 가치를 표현하는 어떤 수단들의 소멸을 의미할 뿐이라는 점은 나에게는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유럽 문명의 흐름을 공감 없이 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목적들을 -만일 그것이 목적들을 지닌다면- 이해함이 없이 보고 있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니까 나는 실은 세계의 구석진 곳들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을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구석진 곳들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의 말하자면 게릴라적인 투쟁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야.

 

 

슈펭글러의 철학은 잘못된 것이라고 봐.

하지만, 슈펭글러의 철학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비트겐슈타인의 과학과 문화에 관한 관점이 잘못되었다는 말도 되지만, 비트겐슈타인이 가진 꿈이 꼭 그렇게 비관적이지는 않다는 말도 될 거야.

 

과학과 기술이 진보한 현재 상황에서도 그가 말했던 문화와 예술을 추구하려고 한다면, 비트겐슈타인이 말했던 원래의 투쟁에 가까운 하나의 세계의 변화라고 볼 수 있을 거야.

유머와 같은 문화적 활동이 과학의 진보로 인해 우리가 잘 보지 못했던 온전한 삶의 형태를 나타내 보일 수 있을 거야.

비트겐슈타인의 잊혀진 꿈은 잊혀졌지만, 유머와 같은 것은 계속 인류의 생활에 남아서 신이 약속한 무지개와 같은 역할을 할 거야.

유머는 진실로 훨씬 더 깊고 중요한 어떤 것을 의미해. 바로 직접적인 삶의 변화의 한 이정표라는 역할.

 

 

5. 비트겐슈타인과 배신당한 유언들

 

https://blog.aladin.co.kr/oren/8564725

이 사람은 정말로 대단한 글을 썼어.

요 글은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야. (그리고 마치 뱁새가 황새 따라하다가 다리가 찢어지듯 이 조악한 글을 쓰게 되었지.)

 

 

이 글에 따르면 쿤데라는 이렇게 말했다고 해.

니체가 그렇게도 철학을 싫어했음에도 니체를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니체를 축소하는 일이라고.

니체를 하나의 체계로 만들어놓고 변형하는 일, 니체의 유언을 배신하는 일이라고.

 

이런 상황에서 쿤데라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문학 작품에서 니체의 영원 회귀 사상을 넣은 것은 우연이 아닐 거야.

이렇게 문학적으로 쓰는 것이 오히려 니체의 뜻을 잇는 길이라고 보는 보는 거지.

 

 

이것과 정확하게 같은 방법으로, 비트겐슈타인도 축소되고, 비트겐슈타인의 유언 또한 배신당한 것일지도 몰라.

비트겐슈타인은 수리논리적 방식으로 분석하는 것을 "수학자와 철학자의 사유를 완전히 왜곡시켜 버렸다"는 과격한 표현까지 쓰면서 거부했어.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탐구"에서 기존의 본 적 없는 대화록을 만들고, 체계 대신 "치유"를 강조하는 등, 체계를 싫어한 사람이기도 했고.

비트겐슈타인은 기존의 철학적 방법론 자체를 싫어하고 어떤 시점이 지난 이후에는 사다리를 걷어차라는 반철학의 선구자기도 했어.

 

그런 사람에게 Peter Hacker와 Gordon Baker의 "Understanding and Meaning", Alice Crary와 Rupert Read의 "The New Wittgenstein", 이영철의 "비트겐슈타인의 철학" 같은 주석서, 2차 저작, 철학 서적들은 비트겐슈타인을 축소하는 일이 아닐까?

 

다른 분야는 배신당할 여지가 충분했어.

슈펭글러는 과학의 역할을 제대로 보지 못한 잊혀져야 할 철학자이므로, 그의 세계관에 대한 언급은 비판받을 만 했어.

그의 수학철학은 너무나 애매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의 조망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잊혀질 만 했어.

하지만 유머가 삶의 형태의 다채로움이라는 말은 왜 잊혀져야 했을까?

비트겐슈타인의 문화에 대한 설명은 다 어디로 갔을까?

 

 

비트겐슈타인이 진짜 원했던 책은 또다른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또다른 칼 크라우스의 "인류의 마지막 날들"이 아니었을까?

비트겐슈타인이 진짜 분석하라고 했던 것은 책 "유머니즘"에서 나왔던 그러한 유머의 분석이 아니었을까?

태초에 행위가 있었고, 행위가 사유에 선행한다면, 똑같이 삶이 철학에 선행하는 것 아닐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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