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장문주의)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

 요즘 각종 커뮤니티에서 웹소설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분량이나 소재, 필력.. 당장 개드립에서도 소설의 트렌드가 바뀐 것이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몰락하고 있다, 뭐 기타 등등 토론의 장을 열고 있다.

 

 오늘은 '글'에 대한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김에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인 '잘 읽히는 글'을 쓸 수 있는 미세한 팁들과 이야기들을 좀 나눠보고자 한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는 전문적으로 글을 배우고 싶다! 하는 사람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들은 다른 글을 참고하는 게 나을 것이다. 이제 들어가보자.

 

 첫 번째. 글을 쓰기 전에 큰 그림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내가 쓰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정확히 인식한 뒤 서론은 이렇게, 본론은 저렇게, 결론은 어쩌고..

이걸 안 하는 사람들이 작문 과제를 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좀 진도가 나가나, 싶다가 턱턱 막힌다. 그리고 분량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러므로 그 사안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뭐 이런 식으로 써버린다. 글 간격을 늘리고, 글자 크기를 키우고.. 그러지 말고 큰 그림을 생각하고 나서 글을 쓰면 도움이 된다. 그림도 밑그림을 그린 뒤에 세부적인 사항을 묘사하듯 글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명확히 하면 조금은 편안하게 쓸 수 있다. 다만 새로운 단점이 생길 수도 있는데, 할 말이 너무 많아져서 정해진 분량을 넘어버리기가 쉽다. 

 

 두 번째. 동어 반복을 피한다. 혹시 영어 작문 시간에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영어 화자들은 같은 단어가 여러 번 나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걸 한국어로 쓸 때에도 적당히 적용해주면 글을 깔끔하게 뽑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정 시간에 변동이 많아 행사 시간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위의 문장이 있다면 이 문장은

 

"행사 일정은 당일 사정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도로 고칠 수 있다.

 

 세 번째. 퇴고는 필수다. 글을 쓰고 나서 수정을 거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수학에서도 검산이 있고, 공장에서도 물품을 생산한 뒤 여러 번 검수를 한다.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에 정신력을 많이 소모하니 자기가 쓴 글을 돌아보는 건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그래도 해야 된다.

 

 새벽에 쓴 글을 점심 때 읽어보면 오글거려서 글을 삭제해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난 이것도 일종의 퇴고라고 생각한다.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으니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 아닐까? 누군가에게 직접 만든 무언가를 선물하려고 할 때, 대충 A4 용지로 둘둘 감아 고무줄로 마무리해서 주고 싶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만큼 수정은 중요하다.

 

 네 번째.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잘 지킨다. 이걸 잘 지킨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의 차이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공부해서 글을 쓸 때 큰 고민 없이 써내려갈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물론 좋긴 하겠지만, 마음 편하게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는 방법도 있다.

 

지금까지의 글을 정리하면

1. 큰 그림을 짜고 글을 쓴다.

2. 동어 반복을 피한다.

3. 퇴고는 반드시 해야 한다.

4.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잘 지키자.

 

 주절주절 말이 길었지만 이 정도만 지켜도 크게 무리 없이 글쓰기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사실 글쓰기는 장르에 따라 조금씩 방법이 다르고,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무시하거나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기법도 존재한다. 

 

 이 글에서 말하는 건 글쓰기에 전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팁들이고, 글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은 언젠가는 그걸 써먹게 된다.

 

 곧 대학에 갈 개붕이들이 이 글을 볼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에서 감상문이나 칼럼을 과제로 내는 일은 심심치 않게 있는 편이다. 정말 미세한 팁들이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치면서, 꼭 과제로 글을 제출하지 않더라도 글을 쓰는 건 즐거운 일이다. 일상의 이야기들을 모아서 단편 소설을 쓸 수도 있고, 각을 잡고 앉아 비평문을 쓸 수도 있다. 글이 조금만 길어도 요약해주세요~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기를 바라며.

39개의 댓글

2020.02.03

그 렇구 나 글을 잘쓰 려면 같은 말 을 반복하 는것 을 피하 고 그래맞 아그 걸동어 반복이라 고부 르지맛 춘뻡이랑띠 어쓰기 도잘해야 되그런데 같은말 을반복하는것 은지 겨 우니 까 계 속했 던말하면사 람들이 읽! 기싫? 어할거 ㅠ야 🃏좋 은글ㅇ!ㅣ야쓰 니야잘읽?$었 어 역 시사람은(여 러번말 하 는 것 도 조ㅎ 지않 다고고려할? 수 없🃏는 것 부당하! 고주 절주 절거 리? 는? 것 안 은 맛 는말 이야? 맞 아나 도? 이 런좋??은 글을읽 은김 에 실&천?? 해 봐🃏야겠 ?🃏어 고맙🃏워추 천^^:)

11
2020.02.03
@작은투자자

;;;;;;;

0
2020.02.04
@하리보젤리

그냥 욕해도 될것 같아

0
@작은투자자

퉤에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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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서 가장 필요한 건 말하기임. 괜히 글쓰기와 말하기가 있는 게 아니라, 말을 하는 것으로 글쓰기가 완료된다는 의미이기도 함.

글을 쓰면 작은 소리라도 좋으니 직접 입을 열어 말해보기를 적극 권장함. 스스로가 이게 말이 안 된다 싶을 정도로 이상하게 생각된다면 글이 잘못 된 것.

 

1
2020.02.03
@어둠의데스와죽음의다크로느끼며

이것도 좋은 팁 ㅇㅇ 번역체가 욕 먹는 이유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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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보젤리

번역체는 번역하면서 외국어의 문법을 한국어의 문법으로 치환시켜야 되는데, 그게 귀찮아서 바로 직역해버리니까 그런 것

근데 소설에선 번역체는 일상생활에서 들을 일이 거의 없어서 문제가 되다지만, 일부 전문서적이나, 애초에 학문 자체가 외국서적을 기반으로 번역 혹은 중역하는 학문인 경우 직역이 나은 경우가 더러 있긴 함.

0
2020.02.03
@어둠의데스와죽음의다크로느끼며

전공 서적 번역은 항상 말이 많은 느낌이던데ㅋㅋ 다른 쪽은 모르겠는데 공학 쪽은 원서 쓰는 경우가 파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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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보젤리

거 참 씨발 교수 나부랭이 것들 지들 지식 자랑한다고 나불나불 떠들어 제끼지 말고 제대로 번역이나 하라고 야발놈들아

오탈자 검수는 몇 번 개정해도 변함이 없고, 좀 비싸게 팔겠다고 단색을 RGB 뽕맛에 취한 컴갤러마냥 휘황찬란하게 바꾸지도 말고, 지들 잘못 번역한거랑 일부 문장 빼먹은 거나 제대로 고치라고 코발놈들아

0
2020.02.03
@어둠의데스와죽음의다크로느끼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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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9
@하리보젤리

ㄹㅇ 프로그래밍도 영어못해도 원서는 잘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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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3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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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그그그그
0
2020.02.04

좋은글 ㅊㅊ 이번에 에세이 쓸거 많았어서 정말 고생하면서 썼는데 그거 기억나네.

 

그리고 개인적으론 첫 문단거ㅏ 마지막 문단은 맨 마지막에 쓰는게 좋더라고. 어떤 글에서든 첫 문단이 주의끌기 문제 때문에라도 너무 쓰기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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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chiliconcarne

그치ㅋㅋㅋ 나도 항상 첫 문단 쓸 때 수정 제일 많이 했었는데 이런 방법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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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하리보젤리

ㅇㅇ 논문쓸때도 abstract는 가장 나중에 쓰라고 하더라고. ㅋㅋㅋ

 

긴 편인데도 글 되게 깔끔하게 잘 쓴거 같음요. 난 공대라 그런거 안됨 ㅜ

0
2020.02.04
@chiliconcarne

나도 그냥 적당히 글 쓰기 좋아하는 공대생이야ㅋㅋㅋ 깔끔한 글이라는 칭찬이 좋더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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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쎆쓰 (대충 잘 봤다는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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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갱모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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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글다 읽었는데 글에서 깔끔함이 느껴져서 깔끔한 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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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멀라

동어 반복을 피하면 더 깔끔한 댓글이....ㅋㅋㅋㅋ 농담이고 잘 봐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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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의식의 흐름대로 카톡이나 개드립 댓글이나 쓰다보면

'집에서 배고파서' 이런 식으로 ~서 ~서 2번 나와서 ㅈㄴ 이상해서 ㅁㅊ 또 나와서 이상해서 서서 나왔네

이상하게 나는 ~서 ~서 를 많이 쓰는데 쓸 때 마다 어감이 이상해서 맨날 고치는데도 계속 ~서 ~서 가 반복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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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황세온

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많더라고. 그리고 ~하고 그리고 ~했어. 이러는 사람도 봤는데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라고 봄. 아예 모르는 사람들도 많거든

 

엄청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어휘력 상승에는 독서가 최고긴 함. 문장을 많이 접해보면 쓸 수 있는 도구가 많아지는 거랑 비슷하니까.. 근데 의식의 흐름대로 쓸 때 그런다고 했으니 정신 차리고 쓰면 해결되지.. 않을까?ㅋㅋㅋㅋㅋ

0
2020.02.06
@하리보젤리

나도 글쓰기 전에 의식처럼 책을 읽음.

대충 내 안에 문장이 가득 찼다. 이런 느낌이 든 다음에야 키보드에 손을 올린다. 총을 쏘기 전에 총알을 장전하는 것처럼 내 안에 문장을 가득 채워야 글이 술술술 써지더라.

이건 쓰던 글이 막혔을 때도 유용한 방법이야.

 

글을 쓸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답은 없는 것 같아.

수학 공식처럼 이렇게만 쓰면 된다. 이건 정말 기초 단계고, 응용 단계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인내와 고뇌의 시간인 것 같음.

 

더 좋은 표현과 수려한 방식이 이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걸 찾는 과정이 정말 너무나도 힘듬.

0
2020.02.06
@널보면짖는개

좋은 팁 얻고 갑니다. 인내와 고뇌 이야기도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이미 글이 길고 초보적 단계를 소개하는 거니까 일단 뺐음.

 

고작 한 문장 때문에 시간 단위로 고민할 때는 미쳐버릴 것 같지만 결과물이 만족스러우면 성취감이 어마어마하지

0

어릴 적에 책 좀 읽었던 애들이 글 쓰는 재능이 있더라고

오히려 나이먹고 잘써보려고 하면 조금 멈칫 멈칫하는게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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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도넛데이투데이

글은 많이 써보면 늘긴 하는데 경험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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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삭제 되었습니다]
2020.02.04
@sooh009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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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의식의 흐름대로 재밌게 쓰는 인간들은 ㄹㅇ 괴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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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무슨일이여

재밌는 글을 쓰는 건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더라. 나도 잘 쓰고 싶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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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5

글쓰기는 그냥 재능임

재능없으면 이런식으로 알려주고 배운대도 어차피 성공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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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5
@뒤트루

맞는 말인데, 교양적 측면에서 즐겁자는 의미로 쓴 글이니 너무 그러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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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이음어를 쓰는건 논문작성에 있어 아주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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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6
@블루투스 너마저

이 글 쓰고 나서 내가 더 많이 얻어가는 것 같네ㅋㅋ 좋은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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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보젤리

한국어는 조사만 반복안해도 글이 훨씬 깔끔해짐 ㄹㅇ

영어요?

교수님들끼리 코웍해서 논문쓰는거 봤는데 자기들끼리도

아... 이 단어는 좀 많이 쓴거같은데

어... 이 단어보단 이게 더 낫지않나?

같은 말씀하시더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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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6
[삭제 되었습니다]
2020.02.06
@GlenCheck

허허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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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썼던 오글거리는 글도 간직함

내 감정은 소중하니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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