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슬라보예 지젝의 조커 리뷰 (1)

https://myheartwillgoonandsoonandsoon.blogspot.com/2019/11/zizek-on-joker.html

 

 

조커.jpg

 

 

<일상의 삶이 공포가 된다>

 

 두 가지 점에서 관객과 할리우드를 축하해야 할 것이다.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의 어두운 측면을 비춰주고, 사회적 공포영화라는 비평을 이끌어낸 악몽같은 이미지가 있는 영화가 나왔다는 것- 대개 사회문제를 지적하는 사회고발영화가 있고, 공포영화가 또 있다. 이는 오직 보통의 사회적 삶의 많은 현상이 공포영화에 있는 것들이 되어버릴 때만 가능한 일이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미국의 정치적 응집이라는 전체적인 두려움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바라보는 것이 더 흥미롭다. 이쪽에서 보수당 종자들은 영화가 폭력을 유발할 거라고 벌벌 떠는 척을 한다. 개소리에 불과하다. 영화는 폭력을 양산하지 않는다. 대조적으로, 영화는 폭력을 묘사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폭력의 위험에 대해 일깨워준다. 

 늘 그래왔듯이, 정치적 올바름을 따르는 이들은 인종차별적인 클리셰를 쓰고 폭력을 찬양하는 꼴을 보인 것에 대해 두려워했다. 이 또한 공정하지 않다. 가장 흥미로운 의견은 좌파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이클 무어의 것이었는데, 그는 건보로부터 소외되고 보장받지 못하는 미국의 현실 속 빈자에 대한 정직한 묘사를 상찬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조커 같은 종자가 어떻게 생겨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해낸다. 이 영화는 조커 같은 이를 낳게 한 미국의 현실에 대한 비평적 초상이다. 나는 그에게 동의하는 바이며, 여기서 약간 더 나아가 보고자 한다.

 

black square.jpg

 

 

<교착 상태의 허무주의>

 

 생각건대 중요한 것은 최종적으로 그의 꼴이 어떠한가에 있다. 그가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 그는 극단적 허무주의의 양상, 자기파괴적 폭력, 타인의 절망에 대한 광소 따위로 규정된다. 여기에 정치적으로 긍정적인 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커'를 읽는 길은 긍정적인 해석을 삼가는 방향에 있다. 좌파 비평가들은 '조커'를 두고 "그렇다, 영화는 미국의 빈자소굴에 대한 좋은 초상이 된다. 하지만 어디에 긍정적인 힘이 있나? 사민주의자들은 어디에 있으며, 자생적 조직은 어디에 있는가?" 하고 묻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영화는 참 다르게 보일 것이고, 참으로 지루하게 비칠 것이다.

 이 영화가 가진 논리는 관중으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둔다. 영화는 슬픈 사회적 현실을 비추고 교착 상태에 놓인 허무주의자의 반응을 보여준다. 끝까지 조커는 자유롭지 못하다. 완전한 허무주의의 영역에 놓일 때에나 그는 자유로울 수 있을 뿐.

 나는 조커의 형상을 러시아의 아방가르드 화가 Kazimir Malevich의 위치에서 바라본다. 그가 그 유명한 '검은 광장'을 그릴 때의 자리에서. 이는 아무것도 재생산하지 않는 아주 소심한 시위이다. 조커는 간단하게 모든 권위를 조롱한다. 파괴적이나, 긍정적인 측면은 부재한다. 절망으로 가득한 이 길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권력 게임 놀음으로는 부족하다. 조커의 메시지는 여기에 있다. 브루스 웨인의 애비가 던지는 알량한 자선은 그저 권력 게임의 일부일 뿐이다. 망한 나라를 애매한 방향으로 어그러뜨리는 멍청한 리버럴 새끼들을 내다 버려야 한다.

 하지만 아직 (논의의) 마지막 단계는 아니다. 논의를 영점으로 돌리고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단계일 뿐이다. 이것이 내가 영화를 읽는 방식이다. 여기가 'Endgame'이 아니다. 이 고통을 뚫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새 지평을 열 수 있는 것이다.

 

it',s a comedy.jpg

 

<사회적 경종>

 

 단지 배경만을 설명하는 위험이 조커를 이해해야만한다는 합리적인 해석을 내어 놓는다. 그러나 조커는 이런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조커는 어떤 측면에서 참으로 창의적인 인물이다. 그의 주관이 변하는 순간은 이 말을 내 뱉은 때이다. "내 인생이 비극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한 편의 희극에 불과했어."

 내 보기에 이 코미디라는 것은 아서가 그의 모든 절망을 유머로 받아들이고 구 체제의 마지막 남은 제약들을 없애버린 지점을 일컫는다. 이것이 그가 우리를 위해 행한 일이다. 그는 무언가를 흉내내지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조커가 대중들에게 추앙받는 장면을 압제로부터 해방되는 장면이라 생각하는 건 무척 잘못된 해석이다. 해방 같은 게 아니다, 존재의 해소 불가능한 교착 상태일 뿐이다. 자기파괴에 매달리게 되는 사회.

 이 영화의 아름다운 점은 이후의 일을, 긍정적 대안을 내는 일을 우리에게 남겨두었다는 데에 있다. 이 허무주의자의 양태가 우리를 일깨운다.

 

joker.png

 

<우리는 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조커를 두려워하는 좌파들은 대개 프랜시스 후쿠야마를 추종하는 이들이다. 이 사람들은 자유민주주의적 질서가 최선이라 여기며 이 체제를 보다 관용적으로 만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린 모든 사람들을 사회주의자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빌 게이츠도, 마크 주커버그도 사회주의에 찬동한다 말한다.

 조커의 교훈은 더욱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있다. 지금 하는 모양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추종하는 좌파들이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현대사회에 증식하는 이 불만은 무척이나 심각한 것이다. 더 많은 관용, 더 나은 의료복지 등의 보편적인 개혁을 단행하면서 시스템이 이 문제를 잡길 원한다면 참으로 어불성설이다. 

 영화는 급진적 변화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는 징후이다.

 진짜 문제는 우리의 이 절망적인 상황을 맞닥뜨릴 준비가 되어 있느냐이다. 조커가 말했듯, "나는 더는 잃을 게 없어서 웃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영화엔 재미있는 이름 장난질이 있기도 하다. 조커의 진짜 성은 플렉-얼룩이다. 독일어로도 이는 얼룩이다. 의미 없는 얼룩. 왜곡된 상과도 같다. 새로운 관점을 취하기 위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영화가 가진 바를 두려워 하는 좌파 평론가들을 신뢰할 수 없다. 무어가 잘 지적했듯, 당신들은 여기, 이 곳에 있는 폭력을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 일상에 있는 폭력이 아니라. 영화 속에 묘사된 폭력에 벌벌 떠는 건 현실의 폭력에서 달아나는 일에 불과하다.

31개의 댓글

2020.01.15

2는 없어?

0
2020.01.15
@마신다

http://myheartwillgoonandsoonandsoon.blogspot.com/2019/11/slavoj-zizek-more-on-joker.html?m=1

0
2020.01.16
@파란얼굴

빨리 번역해와!

0
2020.01.16
@엥이거완전

아직 10퍼센트도 다 못함... 미친놈이 갑자기 말이 많아져서

내일...마저...해야징...

0
2020.01.15
[삭제 되었습니다]
2020.01.15
@감정소모

원래 지젝이 유명한 빨갱이라 이럼

0
2020.01.15
[삭제 되었습니다]
2020.01.15
@잡학곰

공산주의자

최근에 한국 웹에서 유명한 건 조던 피터슨 발라버린 거

0
@파란얼굴

오 재밌겠다 그걸로도 글 써줄 수 있니

0
2020.01.18
@잡학곰

좌파이긴 한데 좌파로 불리는 사람들을 싫어해서 애매함. 맑시즘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이 있어서 전통적인 좌파들하고 마찰이 있는 편.

1
2020.01.15

첫문단부터 쒸불ㅋㅋㅋㅋㅋㅋㅋㅋㅋ

0
2020.01.15

블로거새퀴한테 제몸으로 먹이 던져준 피터슨 ㅄㅋㅋㅋㅋㅋㅋㅋ

0
2020.01.16
@얻어걸린말투

지젝이 그냥 블로그 주인장인줄 아나;;

0
2020.01.16
@얻어걸린말투

지젝을 뭘로 보는거지 이새키는;;

0
2020.01.15

얘 프랑스인이냐 웰케 빵국 느낌 나지

0
2020.01.15
@cullingcat

슬로베니아인인데 불란서에서 학부 다님

0
2020.01.16

잘 읽은데스, 어서 2화를 내놓는데스 노예! 오마에에게 휴식이란없는데챳!

0
2020.01.16

공산주의자들은 왜 항상 급진을 강조하는거냐 ㅋㅋ 스탈린도 못 막은 놈들이 맨날 급진~ 이 지랄 ㅋㅋ

0
2020.01.16

잙읽고감

그러나 이런식의 '뚫고가라는' 구호가 개개인의 현실 앞에서 어떻게 실현되려나

0
2020.01.16

이 사람 책 읽어보려고 했는데 너무 문단문단이 읽기 어려움... 뭔가 설명이 친절하지 않고 예시가 너무 많으니까 헷갈림

0
2020.01.16

빨갱이쉑..

0

네가 번역했니?? 고생했다

0
2020.01.16
@블랙느와르의왕

ㅍ파고랑 같이... 어렵네

0
2020.01.17

오 지젝의 조커해석 땡큐ㅋㅋㅋㅋ 번역고생했네

0
2020.01.17

예전에 경희대에서 강연할때 감명깊게 봤는데

영어도 느릿하게 하고 발음도 모국어가 아니라 그런지 귀에 잘 박혔음

0
2020.01.17
@Po2130

까삐탈리즘

0
2020.01.17

이사람 주제로 대학때 발표한거 생각나네 그때 영화 블레이드러너 써먹었는데

0
2020.01.17

오 이걸 해석을 개드립에서 보다니 

고맙게 잘읽었다!!

 

어서 담편을 내놔라

0
2020.01.17
@아이언드래곤

이번 주 안으로 해옴 영어 짧아서 오래 걸리넹..

1
2020.01.18

잘 읽었음 다음편 원한다 많이

0
2020.01.18
@돌연

2편에 철학 용어 많아서 좀 버벅이는 중 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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