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20년전 인도 출장썰

20년전 신입사원 시절, 회사에서 큰 행사가 있어서 인도 뉴델리로 지원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입사하고 첫 해외출장이고 후진국을 처음 가보는지라 나름 설레였었는데, 밤중에 뉴델리 공항에 내려 시내로 들어가는데 소가 도로 한가운데 앉아있고 사람들도 덥다고 밖에 나와 누워있고 그냥 내가 상상한 인도의 모습이었다.

 

시내 5성급 고급 호텔에 짐을 풀고 다음날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행사장으로 가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 신호대기만 걸리면 거지떼들이 몰려들어 구걸을 하는 것이었다. 그 거지들 중 사지가 멀쩡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애기를 안고 있는 여자들도 많았다. 행사장인 뉴델리에서 가장 크다는 전시장에 도착하니 마당에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이 누워있다가 우리 일행이 택시에서 내리니까 짐을 들어주겠다면서 우루루 몰려들었다. 그 땐 어려서 사지 멀쩡한 사람들이 왜 어디가서 노가다라도 안하고 여기서 구걸이나 하고 있나 싶어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일자리가 없으니 그랬겠지.

 

회사 현지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인도인 현지직원 사이에는 카스트 위계가 엄격해서, 한국인 직원이 현지직원들에게 직접 일을 지시하면 안되고 높은 카스트의 현지직원을 통해 지시를 전달해야 했다. 높은 카스트 직원이 지시하면 낮은 카스트 직원이 거의 무릎을 꿇다시피하고 지시를 받는게 정말 황당해 보였던 기억이다. 

 

본사에서 같이 출장나갔던 1년 선배가 유흥을 심하게 좋아했는데, 인도까지 와서 유흥을 해야겠다며 부득부득 나를 끌고 밤중에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우리 수행기사에게 물어보니 뭐 아는데가 있다길래 차를 타고 나섰는데, 웬 인도 아저씨가 앞자리에 탑승을 한다. 이 포주 아저씨가 우리를 어디 이상한 변두리 폐허 같은데로 데리고 갔는데, 그 폐허에 여자들이 모여있다가 두 명이 우리 차에 올라탔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와꾸를 보고 흥정을 했는데 도저히 할 마음이 안나는 수준이라 그냥 내리라고 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인도사람들 근성이면, 아니 당시 한국이나 중국인이라도 여자들이 일단 차에 타서 시간을 보냈으니 돈 내놓으라고 할 걸로 짐작해서 얼마라도 돈을 주려고 했는데, 이 아저씨는 니들이 맘에 안들었으면 그만이지 돈을 왜 내냐고 하면서 쿨하게 악수하고 떠나는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인도인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는데 그 뒤로 보고 들은 인도인들 얘기와 비교하면 그냥 그 사람이 인도인 치고 심하게 쿨한 편이었던 것 같다. 결국 그날 밤은 허탕을 치고 호텔로 돌아와 조신하게 잠들었다.

 

전시장 화장실에 큰일을 보러 갔더니 휴지는 없고 수도꼭지와 바가지만 놓여있길래(물론 휴지를 가지고 갔지만) 아 이게 말로만 듣던 그거구나 싶었는데 그 다음해 이란 출장가서도 같은 화장실을 보게 되었다. 길거리에서 캔에 든 코카콜라 사마시기도 웬지 찜찜했다. 행사 다 마치고 남는 시간에 타지마할을 구경갔는데 가이드가 자기는 바이샤(상인, 평민) 계급인데 수드라나 바리아(불가촉천민)에 대한 우대정책으로 자기같은 바이샤 계급이 제일 손해본다며 불평하던 기억이 난다.

 

인도에 있는 동안 카레 먹고 지내며 계속 아랫배가 이상하길래 귀국때 공항에서 아랫배가 설사기운이 있는거 같다고 썼더니 집에 가자 보건당국에서 전화가 왔다. 물론 집에 오자마자 아랫배는 아주 상쾌해졌다. 

 

1주일 남짓 인도에서 지내보니 그 옛날 석가모니가 왜 출가를 감행했는지 이해가 되면서, 이 나라에 살다보면 보이는 현실이 너무 참혹해서 출가를 하든가 힌두교 사상을 받아들여 체념하든가 공산혁명을 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능력이 되면 아예 외국으로 떠나 신경끄고 사는게 제일 현실적인 방법일테고, 미국 유학생들중 한중일 유학생들은 자기 나라로 많이 돌아가는데 인도 유학생들은 왜 눌러앉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아무리 엘리트라도 이 놈의 나라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으니 그냥 미국에서 편의점이나 하는게 낫지 않을까. 당시 류시화 이런 사람들이 인도 기행문이나 시 같은 걸로 우리 사회에 인도에 대한 환상을 심고 있었는데, 내 돈 주고는 절대 놀러갈 곳이 못 된다는 걸 젊은 나이에 깨닫게 된게 다행이라 하겠다.


 

19개의 댓글

2021.07.14

류시화씨는 150살까지 살 듯 ㅋㅋㅋㅋ

병신같은 책 때문에 속은 사람이 몇명임?

나도 포함 씨발 ㅋㅋㅋㅋ

0
2021.07.14
@도희

그쪽분야론 한비야가 더 악질아님?ㅋㅋㅋ

7
2021.07.14
@냐옹이다옹

맞어 그ㄴ도 있음 ㅋㅋㅋ 근데 도찐개찐

류시화씨가 오리엔탈리즘 환상의 선두주자라면

한비야씨는 한국 도시화로 없어져가던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환상이었지 ㅋㅋㅋ

얼마나 버셨나들 몰라

1
2021.07.14

👍👍

 

빡촌의 와꾸가 어땠는지 너무 궁금하오

상상 이하의 최악의 이미지 였음?

0
2021.07.14
@개드립꿀쨈

빡촌이랄 것도 없고 무슨 동네 공터 보로꾸 담장 무너진데에 여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더라니까 ㅋㅋ 여자들 와꾸는 굶어 죽을 수 없어서 나온 듯한 모습?

4
2021.07.14
@charlote

어으 씨발

0
2021.07.15
@charlote

ㄷㄷㄷ

0
2021.07.18
@charlote

와… 그냥 이건 조용히 딸을 잡는게 이득이겠네요

0
2021.07.14

20년 전이라 그렇고 지금은 많이 발전하지 않았을까

0
2021.07.14

20년던이나 지금이나 똑같네ㅋㅋ

0
2021.07.14

불교와 인도공산당의 탄생비화 ㄷㄷ

0
2021.07.14

돌이켜보니 저때 포주아저씨한테 몇푼이라도 쥐어주려 했던 건 우리를 살려둔데 대한 고마움의 발로였던 것 같다.

2
2021.07.14

인도에 대해 환상글 쓰는 사람들은 나만 당할 수 없지 아닌가 ㅋㅋ

0
2021.07.14

나이가 몇개라는거야,,,,,

0
2021.07.14

아죠씨, 제가 3년전에 인도출장 다녀왔는데 뭄바이는 그래도 깨끗하더라구요.

0
2021.07.14
@명란파스타

뭄바이에도 우리 지사 있었는데 가보진 못했네. 뭄바이에 회사 후배가 주재했는데 그 호텔 테러때 간신히 탈출했다더만.

0
2021.07.14

인도에는 불교신도가 없다.

0
2021.07.14
@tighk

힌두교 등쌀에 밀려났지만 석가모니는 인도사람 맞잖아.

0
2021.07.14
@charlote

불교가 태어난나라에 불교신도가 없다는걸 말했을뿐이야.

1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5244 [기타 지식] 최근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국내 항공업계 (수정판) 11 K1A1 15 1 일 전
5243 [기타 지식] 도카이촌 방사능 누출사고 실제 영상 21 ASI 2 5 일 전
5242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2부 21 Mtrap 7 5 일 전
5241 [기타 지식] 100년을 시간을 넘어서 유행한 칵테일, 사제락편 - 바텐더 개... 5 지나가는김개붕 1 7 일 전
5240 [기타 지식] 오이...좋아하세요? 오이 칵테일 아이리쉬 메이드편 - 바텐더... 3 지나가는김개붕 2 9 일 전
5239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1부 30 Mtrap 13 9 일 전
5238 [기타 지식] 칵테일의 근본, 올드 패션드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15 지나가는김개붕 14 10 일 전
5237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2부 22 Mtrap 14 9 일 전
5236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1부 13 Mtrap 20 10 일 전
5235 [기타 지식] 서부 개척시대에 만들어진 칵테일, 카우보이 그리고 프레리 ... 3 지나가는김개붕 5 14 일 전
5234 [기타 지식] 모던 클래식의 현재를 제시한 칵테일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4 지나가는김개붕 2 15 일 전
5233 [기타 지식] 브라질에서 이 칵테일을 다른 술로 만들면 불법이다, 카이피... 5 지나가는김개붕 1 17 일 전
5232 [기타 지식] 럼, 라임, 설탕 그리고 다이키리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 2 지나가는김개붕 6 17 일 전
5231 [기타 지식] 1999년 도카이촌 방사능누출사고 대량 방사능 피폭 피해자들 ... 9 ASI 5 18 일 전
5230 [기타 지식] 진짜 레시피는 아무도 모르는 칵테일 싱가포르 슬링편 - 바텐... 3 지나가는김개붕 2 18 일 전
5229 [기타 지식] 통계로 보는 연애 상황에서 외모의 중요성 8 개드립에서가장긴... 11 21 일 전
5228 [기타 지식] 추울 수록 단맛이 유행한다, 위스콘신 스타일 올드 패션드편 ... 1 지나가는김개붕 8 22 일 전
5227 [기타 지식] '얼마나 걸릴까?'를 찾는데 걸린 시간은.. 1 동부전선이상무 5 22 일 전
5226 [기타 지식] '누구나 아는' 노래에 대한 이야기 9 동부전선이상무 20 26 일 전
5225 [기타 지식] 알코올 중독에 빠질 수 있는 칵테일, 브랜디 알렉산더편 - 바... 2 지나가는김개붕 5 29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