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영화나 소설을 보며 하는 말이 있다.
"어제 영화 봤는데 재미는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더라."
"저스티스 리그는 개연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똥영화다. 디시 개새끼들아."
현실성과 개연성
이 둘은 비슷해보이지만 전혀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이다.
현실성(現實性)
현실성은 작품의 설정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현실)와 유사한 정도를 뜻한다.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세계관의 비교를 현실과 하는 것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배경은 2000년대 초반의 한국이다.
큰 갈등 없이 만나고 사귀고 결혼하는 흔한 멜로 영화와는 달리 주변에도 '있을법한' 흔한 연애를 소재로 했다.
그렇기에 이런 작품을 보고 우리는 매우 '현실적'이라고 한다.
반면에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아크 리액터'라는 기술을 활용하여 적들을 죽이고 다닌다.
현실성의 측면에서 보면 이 영화는 매우 현실성이 떨어지는 영화다.
아크 리액터는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고 촌스러운 쇳덩어리 옷을 입고 넘치는 정의감으로 악당과 싸우는 억만장자 또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영화를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 영화는 '아크 리액터'라는 기술이 있다는 '가정'을 하고 진행하는 '판타지' 영화이기 때문이다.
물론 고증과 같이 현실성을 늘려주는 요소들이 작품에서 몰입감을 가져다 주는 것은 맞지만
영화 300처럼 고증이 틀리고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작품성도 떨어지는 것 또한 아니다.
현실성과 작품성은 비례하지 않는다.
영화 '퍼펙트 게임'은 80년대 한국 프로야구의 양대산맥이었던 투수 선동열과 최동원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다.
손가락이 찢어진 투수가 손가락에 순간접착제를 바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도 아니고 실제로 이렇게 하더라도 공을 던지기는 매우 힘들다고 한다.
이 장면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적으로 고증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언맨과 마찬가지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맞지만 이 장면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하다.
분명 앞서서 현실성과 작품성은 일치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대체 이 장면은 왜 혹평을 받는 것 일까?
이것은 조금 있다가 설명하겠다.
개연성(蓋然性)
개연성은 논리의 영역에 가깝다.
작품 내에서 원인에 따른 결과가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것이다.
치킨을 먹는다 - > 살이 찐다.
와 같은 방식의 이해할 수 있는 인과관계을 거친다.
영화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과 조드 장군이 싸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1.외계인인 조드 장군은 고향을 되살리기 위해서 지구인들을 죽이는 계획을 내세운다.
2.하지만 지구를 사랑하는 선한 외계인 슈퍼맨은 이를 거부한다.
결과: 그래서 둘은 싸우게 되고 그 싸움의 결과로 인해 조드 장군은 사망한다.
만약 슈퍼맨이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나쁜 짓만 골라서 하다가 지구를 구한다고 했다면 관객들은 아무도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전반부에서 슈퍼맨이 선하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보여주었기 때문에 관객은 이 영화의 스토리를 납득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세계관의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존나 박터지게 싸우던 슈퍼맨과 배트맨이 엄마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싸움을 중단하고 화합한다.
관객들은 이 장면을 보며 다들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엄마 이름이 같다'는 원인과 '싸움의 중단'이라는 결과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 없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장면이 전혀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전에 나왔던 장면에서 조금만 더 설명을 보충하거나 상황 설정을 부여했다면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좋은 개연성은 원인과 결과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엄마 이름 똑같다고 싸움 멈추는 것은 하... 애미씨발
그리고 이것들과 비슷해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뜻을 가지고 있으며 잘 쓰이지 않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핍진성이다.
핍진성(逼眞性)
작품 세계관 내에서의 현실성과 개연성을 말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이 느끼는 현실성이 아닌
작품의 등장인물 입장에서의 현실성인 것이다.
만화 '원피스'에서는 악마의 열매라는 설정이 등장한다.
이 열매를 먹은자는 특별한 능력을 얻지만 대신 바닷물과 해루석이라는 물건에 닿으면 약해진다.
때문에 아무리 강력한 악마의 열매 능력자라도 바닷물에 담구면 아무런 힘을 쓸 수가 없다.
그리고 이 법칙은 만화 진행 내내 지켜지며 능력자들의 약점으로 활용된다.
독자가 보기에 이것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등장인물들 입장에서는 매우 현실적이고 개연성이 뚜렷한 상황이다.
이를 보고 핍진성이라 말한다.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는 '하이퍼스페이스 도약'이라는 기술이 등장한다.
이 기술은 우주에 있는 초공간으로 먼저 이동하여 다른 공간에 도달하는 기술이다.
대충 차 막히니깐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리즈의 후속작인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에서 이 기술을 활용하여 자폭 공격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설정대로라면 하이퍼스페이스는 광속으로 이동하는 기술이 아니기에 이 기술을 활용한 공격은 의미가 없어야 한다.
이 장면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대표적인 설정오류이자 작품의 핍진성을 위반한 사례이다.
물론 이후에 여차저차해서 하이퍼스페이스 기술을 응용하여 어쩌구 저쩌구 설정을 부여한다면 모르겠지만 이 상태로는 핍진성 위반 사례이다.
개연성과 마찬가지로 그럴듯한 설명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한 번 퍼펙트 게임을 가지고 와보자.
이 장면은 선수들의 근성을 보여주는 개연성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일 수는 있다.
하지만 작품의 배경 기반은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이 판타지 베이스볼이 아닌 이상 이 장면은 현실성과 핍진성 모두를 위반한 장면인 것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욕 처먹는 장면이 되었다.
작품의 그럴듯한 진행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핍진성을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
핍진성을 위반하는 순간 작품이 가지는 호소력이 약해진다.
단순히 멋진 장면과 웃긴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는 단순한 플롯의 작품이나 코미디 작품이라면 이것들을 위반하여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진지한 내용의 장편 시리즈일 수록 이 법칙을 지켜야 장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며...
원더우먼 1984로 돌아올 누나만 기다리고 있읍니다.
3줄 요약
현실성은 현실과 작품 세계관과의 일치성이며 작품성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개연성은 작품 내 인과관계의 그럴듯함을 말한다.
핍진성은 작품 내 설정과 진행이 그럴듯한가를 말한다.
숭희
다른 이야기인데 방구석1열인가?거기서 저 퍼펙트게임 장면을 설명한적이 있었는데 과거에는 저런식으로 응급처치를 한 경우는 있다고 하더라구여
연딸절륜마
저런 판타지물보고 내용 전개가 말도 안되네 뭐네 하면
당연히 영화니까 만화니까 그렇지 이런 헛소리하는 애들 있긴했음
그걸 얘기하는게 아닌데...
위에서 말하는 현실성과 개연성을 구별 못하는 좋은 사례일듯
강간범
그냥 국어사전이나 읽히면 되지 굳이 이렇게까지 써가나;;;
국어사전 이해안되는 놈들은 그냥 그런 애들이니까 밑바닥 인생 살게 냅두고
관절염요정
그런새끼들이 사전도 안읽고와서 아는척하면서 존나 시비를 터니까 그런새끼들도 읽을만 하게 풀어썼나보지 뭐.
진짜원빈
너가 굳이 댓글다는 이유랑 비슷하지 않겠니
초보댓글러
핍진성은 설정에 충실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나?
고양이짤수집가
현실성: 말그대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모습에 얼마만큼 근거하는가?
개연성: 극의 전개상 해당 사건이나 인물의 행동들이 자연스럽고 납득할만한 요소가 충분한가?
핍진성: 사건이나 인물들이 해당 작품 세계의 현실적 기반에 근거하는가?
ex) 원피스 세계관의 현실에선 악마의 열매 능력자는해루석에 무력해지는데 극 중에 고무고무 열매 능력자인 루피는 해루석 총알을 맞았는데도 일반 총알마냥 아무렇지 않게 튕겨내버린다면 이는 작품세계의 현실성 위반 즉 핍진성의 부족으로 이어지는 것
년쨰빽수
원더우면 1984 불안함.... 디씨의 유일한 희망이 사그러지는 느낌
선비와선생님
걱정마라 플래시 포인트로 다시 Dc Eu 리부트 할거다
ravvit
저거 두개 구별 못하고 걍 까는 놈들 보임
찌그러진캔
잘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