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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폐급 이야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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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것들 요약

 

1. 입대 1년 전 집 망함, 아버지 의처증으로 어머니 살인 위협

2. 그렇게 정신이 박살난 상태에서 보충대 입소

3. 보충대에서 물건 보내는 것도 아버지가 흥신소 써서 추적할까봐 고민, 결국 친구집으로 보냄.

4. 보충대에서 잠시 평온을 즐기다 훈련소 행.

5. 체력도 딸렸고 소리 크게 내기 싫어서 안 냄. 그래서 개털림.

6. 중간에 생활관 선임 조교가 현00 병장에서 조00 상병으로 바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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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조 상병의 이야기

 

규율과 군기. 00 상병은 이 두 가지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상병이 꺾였는데도 그랬다. 그런 면에서는 현00 병장보다 더 차가웠다. 하지만 현 병장처럼 감정을 담아 사람을 찍어 누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조 상병은 규정에 충실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훈련병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조 상병은 우리가 정말 잘못을 했을 때만 혼냈다. 조 상병이 우리를 맡게 되고 나서 훈련병들이 더 말을 잘 듣게 된 이유다. 지킬 것만 지키면 괜찮았다. 그리고 뭘 지켜야 하는지, 어떤 행동이 선을 넘는 행위인지 확실히 알려줬다. 원칙을 지켜도 혼나면 사람은 위축된다. 모든 행동에 자신감이 사라진다. 훈련소에선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라고 한다. 조 상병 말고는 다른 대부분의 조교가 그랬다. 그렇게 하지 않는 조교는 조 상병이 유일했다. 이 일관성 때문에 조 상병은 상꺾이 됐는데도 현 병장에게 털리기 까지 했다. 훈련병들이 보는 앞에서였다.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왜 끝까지 그 생각을 지켜나가는지 궁금했다. 그가 우리를 맡고 일주일쯤 지났을 즈음에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조 상병은 국적만 한국인이었다. 거의 평생을 미국에서 보낸 사람이었다. 단순히 영주권 정도가 아니라 미국 국적 취득까지 가능한 사람이었다. 한 마디로 군대에 안 와도 될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군대에 온 이유는, 이 나라가 분단 상태이고 군대가 그 평화를 지키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랬다. 말도 안 되지만 그런 사람이 존재했다. 그는 순수한 애국심을 가진 병사였다. 문제는 조 상병의 성장배경이었다. 조 상병은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에서 보냈다. 한국군의 현실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접하더라도 설마 그 정도겠어?’ 라는 생각이었단다. 그가 보는 한국군은 미군과 함께 훈련하는 최정예였다. 그런 모습만 봐왔다. 한국군의 현실을 몰랐던 탓에 모든 군대는 미군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으로 입대한 것이다.

 

당연히 현실은 고통이었다. 현실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그냥 미국에서 다니던 대학 다니다 국적포기를 하거나 미군에 입대했을 거라고 했다. 아래로는 규율과 규칙을 강조하면서도, 계급이 높아질수록 드러내놓고 그것을 무시하는 한국군의 현실에 그는 끝까지 적응하기 힘들어했다. 모두가 원칙을 지키는 상명하복이 아니라, 계급이 높은 사람 말은 무조건 들어야 하는 원칙 없는 상명하복이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원칙을 어기는 일이 자주 생겼고 훈련소에서 그런 일은 대부분 짬처리로 돌아왔다. 쓰레기장 치우기, 화장실 청소 등의 귀찮은 일들이었다. 조 상병은 상꺾인데도 위 두 가지를 모두 하고 있었다. 처음엔 계급이 낮아서, 지금은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맞선임인 현 병장은 그 모습을 아주 싫어한다고 했다. 상병을 처음 달았을 때까지도 현 병장에게 구타를 당했었다고 했다. ‘상병답게행동하라는 이유였다. 짬 먹은 것처럼 좀 계급 낮은 애들한테 힘든 거 다 떠넘기고, 원칙 지키는 척 하며 부조리도 좀 하라는 의미였다. 부조리는 모두가 지켜야 의미가 있다. 안 그러면 의문을 갖는 사람이 생긴다. 그러면 부조리는 더 이상 관행이 되기 어렵다. 관행의 껍데기가 벗겨지면 부조리는 그냥 없어져야 할 악습일 뿐이다. 나이와 세대를 불문하고, 자신이 이익을 보고 있는데 그걸 없애고 싶어할 사람은 많지 않다. 현 병장도 그랬다. 하지만 조 상병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자신의 생각을 지켰다. 그래서 상꺾이 됐는데도 훈련병들 보는 앞에서 주기적으로 털리고 있었다. 그는 군대의 소수자였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나를 더 불쌍하게 봐줬던 것 같다.

 

고마운 기억은 또 있다. 훈련소 과정에 중간 쯤 됐을까. 조교들과 함께 지역 축제에 나갈 수 있었다. 나는 내가 밖에 나간다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훈련소 행정반에선 의무적으로 연락을 돌렸다. 그래서 어머니는 축제에 올 수 없었다. 터미널에서 지키고 있을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못 봤던 가족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는 취지였을 거다. 하지만 난 아무도 부를 수 없었다. 집안이 난리가 나던 1년 동안, 친구들과도 연락을 제대로 하지 못 해 군대에 갔다는 걸 알리지도 못했다. 축제날, 나는 혼자였다. 그때 다가온 것이 조 상병이었다.

 

여기서는 형님이라고 부를게요.”

축제 때 종이컵에 막걸리를 따라주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 그는 자대생활 조언도 해줬다.

 

, 목소리만 크게 내요. 목소리 안내서 할거 다 하면서도 찍혀서 털리잖아. 어차피 할 걸 못 하는 게 아니니까 짬 먹으면 괜찮아 지겠지만 그래도 소리 크게 내면 묻어갈 수 있잖아요. 자대 가면 소리만 크게 내요.”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모습에 보답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많이 혼났기에 그 전부터 소리는 크게 내려하고 있었다. 이후로 적어도 훈련소에서는 그렇게 했다. 그 배경엔 간사한 생각도 있었다. ‘그래도 명문대 출신이니까, 자대는 편한 곳으로 가겠지하는 배부른 생각이었다. 편한 곳에 가면 그렇게 항상 소리를 크게 안 내도 될 거라 생각했다. 편한 곳에 가지 않은 게 다행이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걷어찼다. 지금 생각해보면 걷어차길 정말 잘했다. 그런 마인드로 편한 곳에, 높으신 분들 많은 곳에 갔다면 쫓겨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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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중요한 시험을 보느라 늦었습니다

12개의 댓글

조상병 멋있는 사람이네. 군대에서도 저렇게 한결같기 쉽지 않은데

2
2019.11.18
@이기야노데스웅챠

ㅇㅈ 부조리 내가 혜택볼수 있을때 걷어차기 어렵지

0
2019.11.18

언제 개갈굼 먹을지 보는 스릴러맛이야

0
2019.11.18

웰케 단타로 끊어치냐? 길게길게좀 쓰자

0
2019.11.18
@엔칠라다

짬내서 한시간 동안 쓰는 글이라 한계가 있어유 ㅠㅠ

0
2019.11.18

거의 군생활 1주일에 1화네 ㅋㅋㅋ 100화까지 나오겠다

0
2019.11.18
@도희

짬먹고 나선 별 일이 없어서

급격히 빨라질 예정입니다

0

남들한테 피해만 준 이야기 미화해서 좀 그만적어줘 구역질나옴

0
@ლ( ╹ ◡ ╹ ლ)

이새끼는 무시하고 써바 재밌다

2
@개소리하면흥분함

동병상련이구나 미안

0
2019.11.19
@ლ( ╹ ◡ ╹ ლ)

이친구는 어딜가나 있고 어딜봐도 항상 부정적이고 남까는 댓글들이네

 

그런건 메모장이나 일기장에적어

1
@Onkalo

내가 그르케 활동이 잦어? 닉이 튀어서 그런가 미안 ㅋ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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