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암환자는 왜 개 구충제를 먹게 되었나

 

 

이 글은 최근의  일에 서로의 의견이 극명히 대립하는 걸 보면서

나의 경험에 비추어 그들이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쓰는 글이다.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할말이 있다고 저녁을 먹자고 하신다.

퇴근길에 차를 돌려 1시간 거리에 있는 본가에 간다. 아버지는 현관 앞에 나와 계셨고, 차에 타서 언제나 가던 횟집으로 향했다.

 

형이 미리 와 있었다. 거의 이미 혼자서 한 병은 마신 것 같았다.

 아버지는 조직검사 소견서 라는 것을 보여주시며, 암에 걸린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모르게 하라는 당부의 말도 하셨다.

 회사도 어머니도 모르게, 아들에게 말 할 수 있어서 좋은 인생이라고 말씀하신다.

 

 형은 종합병원의 의사다. 전공과의 특성상 자신의 병원을 차릴 수 없어서, 계속 떠돌아다닌다

 그래서 인맥도 많다. 여러 병원을 다녔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처음엔 거기에 희망을 걸었다. 요즘에는 못 낫게 하는 암도 없다니까.

 

 소견서상 진단은 선모낭성암, 부위는 폐, 비소세포였다.

 평생 담배도 피우지 않으셨는데, 평생 학생을 가르치셨는데, 그렇다고 특이한 지역에서 사신 것도 아니다.

 

원래 암은 발병원인이 확실하지 않다.

 

담배라도 피웠으면 그 탓을 할 텐데 어디 탓할 곳도 없다.

 

 

그때부터 분주해졌다. 나는 고교 동창 중 의사인 녀석들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고

 형은 형 나름대로 방안을 계속 강구하고

 아버지는 묵묵히 아버지의 인생을 견디고 계셨다.

 매주 등산을 가던 분이 택시에서 내려 집까지 오시는 것도 숨이 찬다고 하신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갈비뼈 사이를 누가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다고 하신다.

 

 

 형의 수소문 끝에 한국에서 가장 권위자라는 사람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워낙 환자가 적어서 임상사례가 별로 없고, 나도 정확히 이 암에 대해서는 30명쯤 치료 해본게 전부라서 완치여부는 불투명하다”

 

 일단 항암제를 사용하자고 했다. 그렇지만 해당 항암제는 없으니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유방암용 항암제와 다른 약을 칵테일 해서 주사해보자고 한다.

이때 임상시험 동의서를 작성한 것 같다.

 

지금 개 구충제를 먹는 사람들은 아마 이쯤 혹은 이 이후일수도 있겠지만

임상시험 동의서는 암환자에겐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이미 임상시험을 진행중인 약들을 동의서 한장에 칵테일해서 투여 받고 있다.

 

 더 커지면 수술을 고려해보겠지만, 지금으로는 이게 최선이라고 한다.

 

 고민할 수 없었다. 형도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는, 이게 지금은 최선이라고 동의했다.

 이제는 어머니에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너무 큰 충격을 받으셨고…

 

 20회 치료가 결정되었다. 아버지의 체중은 약 12kg가 줄어들었고 머리와 눈썹이 빠졌다.

 효과가 없었다. 크기가 줄어들어서 위험부위에서 조금 멀어진 효과는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이제 숨을 쉬는데 곤란하여 수술을 하자고 한다.

 수술이 결정되었다. 폐의 일정부분을 함께 잘라내는 수술이었다.

 

 수술은 잘 되었고 퇴원을 하게 되었다.

 

한동안 잘 계셔서 그런 줄 알았다. 

 그렇지만 다시 검사하러 간 결과 다른 곳으로 번져버렸다.

 

 암은 점진적으로 범위를 늘려가는 놈이 있고, 원격전이를 하는 놈이 있다.

 말 그대로 전혀 다른 쪽 폐에 다시 붙어버린 것이다.

 정말로 끔찍한 일이었다. 이런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위험한곳으로 붙어버렸다. 큰 동맥이 지나는 곳이고,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방사선 치료와 함께 항암제를 바꿔보자고 한다.

 항암제도 바꾸고 방사선 치료도 결정되었다. 뭐 이제 나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을 정도로 형의 주도 하에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병원을 바꾸게 되었다. 방사선 치료의 권위자는 그 사람이 아니라고 하니까

 방사선 치료를 받으시는 동안 편안해 보여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다. 대동맥 가까이 침투하기 시작했고 해당 암의 특성상 혈관에 침투해 섬유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정말로…

 쉽게 말하면 시골에 오래된 고무호스가 설치된 수도관을 생각하면 된다.

 햇빛을 오래 받아 딱딱해진 부분이 터지면 그떄는…

 

 주치의가 치료를 포기했다.

 더 이상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정말로 내가 죽어서 아버지가 사실 수 있으면 그러고 싶은 심정이었다.

 구할수 있는 모든것을 구해다가 드시게 했던것 같다. 

 버섯이라던지 약이라던지 비타민이라던지 

 병원에서 매일밤 소금을 한주먹씩 먹는 환자도 본것같다.

 의사도 손을 놨으니...  

 

 마지막 방법이 있긴 한데, 한국에서는 불가능하고 독일이나 일본, 미국에 가서 중입자 치료라는 것을 시도해볼수 있다고 했다.

 

 거리로 보나, 금전으로 보나 가족들은 만장일치로 일본으로 결정했고

 당시에 일본인 여자친구가 있었다.

 적극적으로 일본어로 전화와 메일을 보내서 진료를 예약하게 되었고, 인근에 살고 있는 친척을 통해서 집을 구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원래 이 과정도 에이전시 측에서는 8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던거였다. 

 결국 진료를 받고 치료가 결정되었다. 금액이 4,000만원이 넘었지만 이제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미 그 이상의 돈을 들이고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일본의 의사는

 이정도 크기와 위치면 위험하긴 한데 완치할 수도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믿지 않았지만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 해주어 감사하게 생각했다.

 

 결국 중입자 치료 13회만에 기적적으로 완치가 되었다. 의학적 완치라는 개념은 사실 웃긴데 재발이 안되면 완치라고 한다. 일단 보이는 녀석들이 다 소멸했으니 나는 완치라고 생각했다.

 

 7년째 재발 없이 잘 살고 계신다. 6개월에 한번씩 꾸준하게 검사 받고 있지만 아직 괜찮으시고 모든것에 감사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마스크를 챙겨 쓰시라는 말을 할수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겪어본 사람으로써 암환자 본인이나 가족이나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로 괴롭다.

 이 당장 죽어가는 현실속에서 이성적, 비이성적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 하다.

 자신에게 닥쳐오지 못했으니 그리 편하게 말하는 것 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이 과정속의 암환자들을 이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복어알을 먹이고, 히말라야산 버섯, 잡초를 천혜의 명약이라고

 속여서 먹이려는 나쁜 사기꾼들만 어느정도 관리 할수있다면 어느쪽도 나쁜건 없다고 본다.

55개의 댓글

2019.11.17

아니 중입자치료가 진짜 중입자 가속기를 쓰는거였네 엌ㅋㅋㅋㅋㅋ 현대과학 실화냐??

0
2019.11.18
@도희

ㄹㅇ로 그게 그거 써서 그렇게 하는거잖어..

축구장만한 사이즈에 방하나 만들어놓은건데 이게 커다란 전자레인지인가 하는생각이 ㅋㅋㅋㅋ

0
2019.11.17

그래도 중입자가속센터 이제 부산에 짓는건 다행이네....

1
2019.11.18
@chiliconcarne

빨리 짓고 우리도 잘 사용해서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이됬으면..

0

부럽다... 우리 아버지는 지금 원인 모를 폐 섬유화증에 혈액암까지 같이 오셔서... 섬유화증은 아예 약도 치료법도 없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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