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선관위 공익을 끝내며..txt. #2

이전 내용 3줄요약

1. 본인은 눈공익이고 선관위로 발령받음.

2. 기대 이하의 대우를 받음

3. ㅂㄷㅂㄷ 

#1 - https://www.dogdrip.net/232537069

 

 

응원해주신분들 걱정해주신분들 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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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병가-

직원들은 선거기간이 되면 예민함이 극에 달한다. 바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도가 지나친 사건이 있었다. 

그 전에, 내가 있던 행정과에는 스트레스를 주는 직원이 2명 있었다. 후에 4명으로 늘어나지만 이건 나중일이다. 우선 청소빌런. 청소빌런은 첫날부터 내게 제대로 안하면 회사에 일러바침 ㅉㅉ 이딴 언행을 통해 약올렸었는데. 그 후에 청소를 할때마다 제대로 한게 맞냐며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사이클을 청소를 돌렸다. 외부에서 부는 바람 때문에 쓰레기가 들어온 것도 많은데 그런게 한두개씩 보이면 나한테 와서 제대로 한게 맞냐며 갈궜다. 말이라도 곱게 하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말투조차 듣기 싫을 정도로 역겨워서 나중엔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두번째는 예산빌런이다. 본인은 예산을 아껴야 한다며 절대 외부업체를 안부르고 공익들한테 다 시킨다. 공익끼리 가능한 일이라면 그냥 빨리 끝내고 마는데 정밀도를 요하는 제단작업이나 대규모 제초작업 등등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까지 극한의 절약정신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본인들 회식비에는 한없이 관대하다. 작업에 도움을 주는 공구를 요구해도 예산이 없다고 커터칼 하나를 던져준게 다였을 정도다. 일전에 자장면을 사준것도 이 사람이다. 예산이 없다고 본인 카드를 준건 이해하는데 그 뒤에 직원들 끼리 회식은 잘만하더라. 진짜 더럽고 치사해서 안먹는다.

여튼 이 두명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려 애를 썼다. 어차피 서로 감정만 상해봐야 손해만 볼테니 그냥 참는게 현명해 보였다. 그렇게 하루하루 참아가다가 결국 그사건이 터졌다. 

 

나는 몇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아파서 병가를 써본적이 없었다. 아파도 내가 하는 업무에 책임을 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내가 책임을 질 정도의 막대한 업무는 없었기에, 또한 침대에서 일어나는것 조차 힘들 정도로 아팠기에 병가를 쓰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사람의 도리인지라 얼굴을 제대로 보고 병가를 쓴다고 말하는게 맞겠지 라는 미련한 생각을 가지고 그 몸을 이끌고 출근을 했다. 담당자에게 찾아가 너무 아파서 병가좀 쓰려고 한다라고 말했는데. 내게 들려온 그 말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니는 몸관리도 제대로 못하나?” 처음에 잘못들었나 싶었다. 그래서 짧은 대답으로 “네?” 라고 물었는데 아주 가관이었다. “여기서 니만 아픈줄 아나? 다른 직원도 다 지금 아픈거 참고 일하고 있는데 니만 병가 쓰면 다른 직원들은 뭐가 되냐?” 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제대로 된 업무분장을 받은 적이 없다. 하루 이틀쯤 안해도 큰 문제가 없는 청소, 환경미화 대부분 이런 업무였고 선거 기간이 다가옴에 따라 선거용품을 창고로 옮기는 업무 정도가 전부였다. 내가 맡은 업무라도 있다면 끝내고 가겠는데 애초에 받은게 없었다. “그리고 니 출근할 수 있을 정도면 아직 덜 아프네”  그 말을 뒤로한체 나는 자리로 돌아와 머리를 식히며 방금 들은 말들을 계속 곱씹었다.

 

머리는 식지 않았다. 식을 수 없었다. 매일매일 휴가를 썼던것도 아니다. 병가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진정이 되지 않아 나는 복무규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다. 거기엔 여러가지 사유에 따라 쓸 수 있는 휴가의 종류와 갯수가 적혀있었다. 

어이가 없지만 병가는 직원들의 허가 없인 사용할수가 없다. 어차피 허가 안해줄게 뻔했기 때문에 그냥 담당자에게 통보했다. “그냥 연가 쓸게요.”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내 감정을 숨기지 않게 되었다.

 

휴가는 그 주 전체를 쉴 만큼 냈고 휴가 뒤에 다시 내 자리에 앉으니 해당 직원이 찾아왔다. “선거기간이라 예민해져서 그런거니까 니가 이해 좀 해라.” 그래. 이해 할 수 있다. 머리가 식으니 이해가 됐다. 끝내 미안하다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그 직원을 보며 납득해버렸다. 그들에게 공익이라는 두 글자는 인간 그 이하였다. 노예라는 말이 어울렸다. 직원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직원의 표정에서 여러가지 감정을 읽었다. ‘어디서 노예 주제에 반항하냐’ ‘쯧’ 그동안 가식적으로 웃던 비즈니스 미소조차 이제는 지을 수 없게 되었다. 

 

 

-선거기간-

본격적인 선거기간이 되면 예상보다 많은 짐이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전단지, 투표용지, 기표대, 투표함 등 엄청나게 많은 짐을 모은다. 대략 두 달정도 전부터 모으기 시작해서 선거까지 2주 남짓한 시간이 되면 피크에 달한다. 창고에도 다 넣을 수 가 없어 1층 복도 대부분은 선거용품이 자리잡는다. 딱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통로만 남고 나머지는 다 가득찬다고 보면 된다. 물론 그 짐들은 우리가 쌓는다. 내가 겪은 선거기간은 초여름이었는데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할때즘이 되면 옷이 다 젖어 있다. 다행인건 진짜로 무겁거나 많은 양이 몰려오면 미리 고용해둔 사무보조들이 도와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종류의 일을 할 때 만큼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선임들과 노가리 까며 즐겼기에 내게는 좋은 기억 중 하나다.

 

직원의 입장에서 선거를  겪은건 아니었지만, 어깨너머 본 선거는 평소보다 바쁠 뿐이지 그렇게 심각하게 바쁜게 아니다. 내가 회사에 있을땐 감사기간이 되면 기본 12시 퇴근, 때로는 일주일을 통째로 새벽 2시에 퇴근하기도 했었다. 이 직원들은 보통 9시면 퇴근을 한다. 그리고 선거 당일에만 끝까지 사무실을 지킨다. 아무래도 회사원들의 기준에서 바쁘다는 표현과 공무원들의 기준에서 바쁘다는 표현은 깊이감의 차이가 있는것 같다. 힘들긴 하지만 못 할 수준은 아니다.

 

 

-전과-

“니는 왜 표정이 맨날 어둡냐” 선거기간이 끝난 직후 들었던 말이다. 아무래도 처음 지었던 어색한 미소가 더 이상 기억속에 없나보다. 

 

생각에 잠겼다. 공익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렇게까지 어둡지 않았다. 여기서 근무하는 6개월 동안 나도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 남아있는 18개월을 이대로 보낼지 아니면 뭔가 행동을 취할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고 느꼈다. 양쪽에게 가장 피해가 적은 방법은 내가 이동하는것이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했던가. 좋다. 내가 떠나겠다. 그들에게 매일 스트레스 받는 것도 이젠 지쳤다. 담당자에게 찾아가 이 사실을 말했다. 담당자는 잠깐 내 얼굴을 보더니 다른과로 옮겨 주겠다고 말했다. 선임들의 말을 들어보니 우리과 사람들이 유독 이상한거란다. 다른과로 가면 괜찮을거라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완전한 하드리셋을 통해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었지만, 그정도로 만족했다. 

나와 같은 날 시작한 동기는 아버지가 국가유공자였다. 그는 6개월만 복무하면 끝나는 구조였고 나는 그가 빠진 과로 옮기게 되었다.

 

기대는 하지않았다. 나도 선입견을 가져버린것이다. ‘어차피 직원들은 다 똑같겠지’ 사무실을 바꿨다는 사실이 실감조차 나지 않았다.  같은 건물, 같은 층 그냥 왼쪽에서 오른쪽 사무실로 변한게 다였다. 하지만 양쪽의 온도차는 너무 심했다. 처음으로 이 기관에서 사람같은 대우를 받고있다고 느껴졌다. 그들은 명령조를 쓰지않았다. 그들은 존칭을 사용해 주었다. 사소한 부분에서도 세심한 배려를 해주었다. 내 선입견이 잘못됬다고, 모든 직원이 나쁜건 아니라고 느꼈다. 나도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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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댓글

2019.11.05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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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이동 후 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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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5

나두 중앙선관위에서 알바한적 있는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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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5

14-16때 선관위에 일했었는데 선거철이나 가끔 새마을금고 선거할때 좀 바쁘고 나머지는 거진 논 기억밖에 없음

직원들도 내 생각으로는 다들 좋으신 분이었던거 같고 그나마 좀 일 많이 시킨다 싶은 직원도 크게 힘든일은 안시키고 좀 귀찮다 할 정도? 시설에서 겁나 폰질하다가 좀 바람쐬고 싶다 생각들때 타이밍좋게 일들어오고 바람쐬고 그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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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inity

어떤 사람 만났느냐가 참 중요한 한듯. 내가 만난 저 인간들은 직원들끼리 조리돌림 할정도로 이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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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5

병가건은 너 국민신문고 걸면 ㅈ될건이었음.

저인간들이 민원맛을 못봐서 저러나보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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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5
@chiliconcarne

너가 진단서 끊어서 걸어버리면 그쪽에서 막아버리면 큰일나는 일이었음 ㄹㅇ 연가도 2회 이상 거부 불가인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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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6

부서이동 편 ㅡ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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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6

꿀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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