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선관위 공익을 끝내며..txt. #1

개드립에 글쓰는게 첨이라 이리쓰는게 맞는지 여기 쓰는게 맞는지는 모름.

 

문제시 후딱 삭제할테니 문제있으면 알려주실길.

 

2년동안 있었던 일들 기억해보려고 에피소드 별로 적어 뒀었는데 한번 풀어봄. 반응 괜찮으면 다음 에피소드도 풀어 보겠음.

 

나는 이제 복직계 제출하고 다시 사회에 찌들어 갈 날만 기다리는 사람임. 

 

다른기관 공익근무하는 사람 힘내시길 바라고 국군장병들도 젊은 나이에 고생 많이 해주셔서 감사함. 진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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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신체검사 당시 나는 4급판정을 받았다.

오른쪽눈에 녹내장이 있어 정상적인 복무가 불가능했다. 처음에는 안도했었다. 아무리 군대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군에 들어가서 사회와 격리되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신체검사후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사회복무요원은 아무리 빠르게 가더라도 21살 이후에 갈수있기에 일상으로 돌아가 때가 오길 기다려야 했다.

시간은 꾸준히 흘렀고 20살이 끝날 무렵 선복무라는 형태로 지원할수있는 기회가 왔다. 나는 안정적인 직장이 있었지만, 병역의 의무를 끝내지 않았다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옭아 매는 쇠사슬이 되어 압박감을 주었다. 그렇기에 바로 선복무 신청을 하였으나 5초만에 자리가 모두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기다리며 병무청에서 나를 불러주길 기다렸다. 21살에도 병무청에서는 전혀 연락이 없었고 동기들은 하나 둘 군복무를 시작했다. 점점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꼬박 1년을 기다렸다. 올해는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이번에도 선복무 신청을 했다. 이번엔 작년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컴퓨터를 여러개 켜두고 작업을 했다. 다행히 그 해는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선복무특성상 기관을 선정할 수 없었다. 운이 나쁘다면 배수처리장 혹은 요양원같은 기피복무기관에 갈 확률이 높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내게는 하루 빨리 병역의 의무를 마치는게 중요했다. 내 근무지가 정해져 내게 연락이 올때즘 빠르게 군에 갔던 동기의 제대소식을 들었다. 

내 근무지는 우려했던것과 달리 선거관리위원회라는 기관이었다. 찾아보니 근무지 중 좋다고 소문이 나있던 기관이었기에 무척 안도했다. 사회생활로 찌들어 있던 내게 2년이라는 휴가가 생긴것같았고 한동안 마냥 기뻐하기만했다.

점점 복무기간이 다가왔고 나는 회사에 휴직계를 제출했다. 회사 사람들과 마지막 회식을 마치고 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대략 2주정도는 집에서 쉴 수 있었다. 2주간 쉬다보니 정신이 맑아진게 느껴졌다. 회사생활을 하며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왔었나 보다. 이제부터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쉬는 포인트가 될지도 모르는 2년을 잘 보내고 싶었다. 시간은 더 흘러 첫 출근하는 날이 되었다.

 

-첫 출근-

처음 본 기관의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회사를 다닐때  여러 공공기관을 다녔는데 그런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로 나오라는 안내가 없었기에 본능적으로 행정업무를 수행할 것 같은 과를 찾아보았다. 행정과라는 과가 있었고 아마 그곳에서 나를 담당할것같아 무작정 들어갔다. 예상은 맞았고 거기엔 나와 같은 날 복무를 시작하는 남자가 한 명 더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9시가 지나자 담당자가 와서 둘의 이름을 확인했다. 둘 중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사회생활을 어느정도 해봤기에 컴퓨터를 잘하냐는 말이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잘 다룰수 있냐고 묻는게 아니라 그냥 오류가 있을때 해결할수있냐? 정도의 말로 들렸고 나는 이 정도의 일은 할수있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니가 우리과로 배치되야 하겠네" 라고 말했고 그렇게 내 과는 행정과가 되었다.

 이 건물에는 총 6명의 사회복무요원이 있었고 각 과에 1명~2명씩 배치되어 있는 구조였다. 담당자는 본인한테 설명을 듣는것 보다 선임들에게 듣는게 훨씬 빠를거다 라며 내 위에 4명을 불러주었다. 6명은 4층 체력단련실에 있는 소파에 모였다. 그 중 최고 선임이 물었다. “너네중에 누가 행정과로 가냐?” 나는 내가 간다고 대답했고 선임들은 모두 측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선임 중 한 명이 말했다. “하.. 힘내라” 나는 2주도 지나지 않아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되었다. 

 

첫 날은 직원들과 점심을 먹게 되었다. 직원 중 한 명이 밥먹다가 갑자기 물었다. 사회에 있을때 뭘 했느냐. 나는 회사를 다니다 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직원이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오. 그러면 니가 일 똑바로 안하면 우리가 니 회사에 전화해서 일 제대로 안한다고 일러바치면 되겠네. 앞으로 일 똑바로 해라.” 그래. 장난이었을거다. 초면에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나한테 그렇게 말하니 기분이 살짝 나빴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속으로 장난이겠지. 정도로 생각하고 가볍게 넘겼다

 

 

식사가 끝나고 돌아오니 직원중 한명이 청소에 대해 설명 해줬다. “우리가 니한테 바라는건 딱 하나다. 청소. 청소만 하면 된다. 청소만 하면 되니까 잘 해둬라” 이제와서 말하는데 아니다. 청소만이 아니었다. 청소만 하면 된다라는건 그 직원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다. 직원들이 7명이 있다면 7명이 바라는게 모두 달랐다. 하지만 처음부터 7명이 일을 주는건 아니었다. 처음엔 그 직원만 말했기에 처음 1주일은 청소만 하면되는줄 알았다. 

 

회사에 있을때 나름 고급업무를 맡아 수행했었다. 청소는 하던일에 비해 너무 단순했지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건물 주변을 다 청소하더라도 1시간이면 끝났기에 남는시간이 많아 그냥 이정도는 하고 말지 하며 열심히 했다. 1주일이 지날때즘 업무가 늘었다. 행사 준비를 하는것을 직원들이나 선임들이나 설비라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설비가 내 업무에 추가되었다. 청소와 다른점이 있다면 이건 6명이 모두 모여 일을 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6명이 모두 온건 아니다. 최고선임은 제대까지 한달도 남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일에서 제외되었다. 설비는 무거운 짐을 나르는게 많았다. 나야 뭐 눈 때문이지만 허리가 안좋아서 온 사람도 있었는데 힘들면 빠지라는 정도의 말만 하고 일을 시켰다. 우리는 선 후임이 모두 사이가 좋았기에 한명이 빠지면 나머지 사람들이 힘들어져 심각하게 아픈게 아니라면 대부분 도와줬었다. 

 

-첫 마찰-

시간이 흘러 점점 근무지에 익숙해져 갈때즘 큰 작업을 하게 되었다. 4층의 체력단련실을 공사하는 작업이었다. 체력단련실에는 운동기구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벼운것도 있지만 대형 머신들은 몹시 무겁다. 보통은 사람을 부를텐데 직원들은 성인남자가 6명이나 있으니까  너네끼리 옮겨라 같은 말을 했다. 말이 6명이지 허리가 아픈사람이 있어서 실제로 작업을 할수있는건 3명이 전부였다. 2명은 허리와 손목에 부상이 있어 작업을 못할 수준이었고 1명은 나와 같은 선복무였기에 그 당시에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있었다. 결국 3명이었는데 운동기구는 위치를 옮기는게 끝이지만 폐기를 해야 되는 물품이 상당히 많았다. 4층에서 1층으로 옮겨야 하는데 엘리베이터에 실리지 않는 물건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소파가 그랬다.손으로 들고 내려야하는데 3명으론 도저히 안될것 같아 선임에게 도와줄수 없겠냐고 물어봤다. 한명은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다른 한명은 도저히 불가능 하다며 직원들한테 그냥 사람을 불러달라고 말하라 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그게 맞다고 봤기에 직원들한테 이 얘기를 했으나 들은체도 하지않았다. 오히려 돌아온 말은 농땡이 피우지 말고 오늘 4시안으로 끝내라는 말이었다. 같은 사람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임 중 한명이 선택을 하자고 했다. “진짜 무슨 수를 쓰든 옮겨버리자. 작업하는 도중에 다치거나 문제가 생기면 전부 직원들 책임으로 돌리자.” 혹은 “그냥 파업하고 사람 안부르면 우리도 못한다고 배째라고 하자.”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그때 처음알았다. 선임들이 직원들과 오래전부터 마찰이 있었다는걸. 

 

결론은 우리는 작업을 했다. 다만 너무 많아서 도저히 우리끼리 할 수준이 아니라고 담당자에게 하소연했다. 올라와서 잠깐 둘러보더니 다른 과에 있던 비정규직 남자들을 10명정도 붙여줬다. 담당자도 미안했는지 스스로 도와줬었다. 성인 남자 15명 정도가 3시간에 걸쳐 짐을 날랐다. 큰 물건들은 위에서 다 분해하고 엘리베이터에 실어 옮겼다. 해당 일을 시킨 직원은 끝까지 작업하는곳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고 일이 다 끝나자 본인 카드를 주며 자장면 한그릇을 사준게 다였다. 이 사건 이후 나도 직원들에 대한 시선이 그리 좋지만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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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의 댓글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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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선거철이 헬이라던데

나는 매일매일이 무난한 곳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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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T

선거철에 직원들 칼 간것 마냥 예민하고 날카로움.. 바쁜 건 상대적인거라. 솔직히 평소에 너무 현실감 없을 정도로 안 바빠서 비교적 바빠보이는거. 할만함.

1
2019.11.04
@말보다는행동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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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0
@NOMT

난 동사무공이었음 전전 대통령선거때 홍보지받으려고 선관위 갔는때 거공익들은 다 슈발슈발거리고있더라

0

난 직원들이랑 무난하게 지낸거 같음 약간 깍두기 느낌으로ㅋㅋ 수십만원치 얻어먹은듯

 

0
2019.11.04

ㅋㅋ나 내친구 선관위알바했는데 나랑했던 직원은착한거같드라

가끔씩 나밥도사주고그랬는데 선거철치곤 너무쉬어서 곤란할정도였는데

선거포스터가 밀려서올땐 6시간내내놀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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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룬바롯

야 필요해서 뽑아쓰는 애랑

몇년에 한번 쓸모 있을까 말까한 인력을 2년동안 지일하는데 노는꼴보면서 맡고 있는거랑 대우가 같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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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적안두인

내친구거기공익인데 그사람은평좋던데 걍사람이좋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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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바롯

모든 직원이 이상한건 아님. 진짜로 착하고 좋으신 분들 많은데 몇 안되는 꼰대 마인드 탑재하고 있는 직원들이 엄청나게 스트레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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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말보다는행동EZ

사람마다다르것지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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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오 선관위 공익

나도 훈련소 있을 때 1명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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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을거같다 꾸준연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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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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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5

녹내장....힘내세요 아조씨... 고생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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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tpack

고마어유 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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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5

신문고에 찔러서 정의구현 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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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5

역겨운새끼들진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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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5

신문고 찔려라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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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5

허미 쓔ㅣ펄 녹내장ㄷㄷ;; 어느정도였냐;; 난 옛날에 대략 50%결손이었는데도 시각장애인 구5급인데도 면제 안된다고 공익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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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용

정확하게 녹내장은 아니고 비슷한 증상의 희귀병이야. 눈을 혹사시키면 갑자기 안경에 김 서린것처럼 안보이는데 그거 아니면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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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5
@말보다는행동EZ

안압때문에 순간적으로 시신경 마비오는것처럼 되나보네 조심하고 건강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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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용

맞음.. ㄷㄷ 고마워 너도 건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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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5

나도 16-18초 선관위 복무했는데 진짜 주임분들은 다 친절하셨던거같다 그 위에가 문제지 ㅋㅋ.. 우리랑 분위기가 많이 달랐네 우리 지역이 한직으로 소문난데라 그랬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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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5

아나는 좀따가 구청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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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0

힘내라..그말밖에 못해주겠네 여러번생각해보고 너무부당하다싶은건 참지말고..고생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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