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식량국 정책과 상속농지법에 대한 고찰 ③

 

 

 

 

5. 우리 헌법상의 논의

 

한국에서의 토지공개념이라고 하면 흔히 토지공개념 3이라고 일컬어지는 1989616일의 법률 제4128(지방세법중개정법률), 1989824일의 대통령령 제12783(지방세법시행령중개정령), 19891113일의 내무부령 제499(지방세법시행규칙중개정령)을 생각할 것입니다. 3법을 뒷받침하기 위해 19891016일의 토지초과이득세법안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안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안토지관리 및 지역균형개발특별회계법안, 그리고 19891031일의 산림법중개정법률안이 후속조치로 취해졌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토지공개념은 1989년에 이루어진 해당 법률적 조치들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헌헌법

 

우리 헌법은 재산권 보장을 명시하되 그 내용에 한계가 있음을 법률로써 알리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 제15조제1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써 정해진다는 조항과 제12조제2항의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는 조항에서 드러납니다. 84조에서는 大韓民國經濟秩序는 모든 國民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社會正義의 실현과 균형있는 國民經濟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도 내에서 보장된다.”는 내용을 통해 경제상 자유가 사회정의와 국민경제에 입각해 제한될 수 있음을 주지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토지에 관하여는 제86, 토지는 농민에게 분배하되 분배 방법소유한도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써 정한다고 밝힙니다.

 

3공화국 헌법

 

농지분배가 주요현안이었던 1950년대와 달리 제3공화국 시기에는 국토의 개발과 이용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제114조에서 국가가 농지와 산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하여 법률로써 제한과 의무를 가할 수 있음을 밝혀 국토 개발에 대한 국가개입을 천명했습니다.

 

유신헌법

 

1963년의 국토건설종합계획법에서는 지주 세력의 반발로 인해 토지이용계획에 관해서는 제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유신시대의 개막으로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정치적 자유가 제약된 상황 하에서의 개헌을 통해 이것이 가능해졌습니다.

 

117조는 국토와 자원이 국가의 보호 하에 있어 사실상 국가개입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정당성을 마련하며 계획수립은 국가의 소관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 제119조에서 농지와 산지는 물론 기타 국토까지도 효율적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제한과 의무를 가할 수 있다고 밝혀 토지에 대한 국가의 권한이 제3공화국 시대보다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5공화국 헌법

 

당시 산업화에 치중한 나머지 농업경제가 피폐해진 상황을 인식하여 5공 헌법에서는 제122조를 통해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한 임대차 및 위탁경영은 법률적 한도 내에서 인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 국토 전반에 대한 국가개입의 권한은 유신헌법과 마찬가지로 강력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행 헌법

 

198710월 확정된 제9차 개정헌법은 토지공개념이 가장 강력히 명시된 헌법이라 하겠습니다. 헌법은 제119조제2항을 통해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 소득의 분배 유지,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의 방지, 경제주체간 조화와 경제 민주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국가가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토지 면에서는 제121조 제1항에서 경자유전의 원칙을 밝혔으며, 35조제3항에서는 주택개발정책을 실시해야 함을 명시했습니다.

 

이러한 헌법 개정의 역사를 거쳐 1989년에는 토지공개념 도입의 필요성에 대하여 <土地에 관한 財産權制限의 불가피성>에서

우리나라의 憲法이 채택하고 있는 自由主義經濟原則은 개인의 창의와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고 개인의 財産權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國家나 이러한 원칙을 어느 정도 제약하고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순수한 資本主義는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土地의 경우는 그 제한의 범위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土地는 다른 상품과 달리 수요의 증가에 따라 공급이 함께 증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수요·공급의 조화를 그 기본전제로 하는 資本主義體制가 그 성능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國家에서나 土地財産權에 대하여는 좀 더 많은 제한을 기하고 있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6. 맺는말

 

이 글에서는 국가사회주의 시대 독일이 어떻게 해당 이념에 입각하여 토지법을 만들고 농업정책을 펼쳤는가, 그리고 우리 헌법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이념과 정책에 대한 신념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비록 자신과는 다를지라도 역사 속에서 교훈을 구하는 것은 큰 함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당파와 인물에 대한 사사로운 호오(好惡)에서 벗어나 보다 깊은 혜안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겠습니다.

12개의 댓글

2019.08.11
[삭제 되었습니다]
2019.08.12
@흐헤헤헤헿

감사하긴요 잘 읽어주셨다니 제가 더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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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2

절대농지,그린벨트=>토지공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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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2

"우리나라의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자유주의경제원칙은 개인의 창의와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고 개인의 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국가나 이러한 원칙을 어느 정도 제약하고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순수한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토지의 경우는 그 제한의 범위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토지는 다른 상품과 달리 수요의 증가에 따라 공급이 함께 증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수요·공급의 조화를 그 기본전제로 하는 자본주의체제가 그 성능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국가에서나 토지의 재산권에 대하여는 좀 더 많은 제한을 기하고 있다."

 

급식은 한자가 어려워요ㅜ 글 재밌게 잘 읽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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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2
@하쿠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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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2

정보글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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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번에도 글 잘 읽었습니다. 농지법에대해 공부하면서 의문을 가졌던 점이 기업의 농지소유를 엄격하게 하고, 또한 기업농의 출현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저는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봉건제도하의 농민의 생활을 생각해보니 대기업이 자본을 활용하여 농사를 짓는다는 것, 그 아래에서 일반 농민들의 생활은 사실 소작농과 크게 다를바가 없는 생활을 영위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하고 우리법의 모태가 되는 독일법과의 비교를 통해 마음에 와닿는 공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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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2
@힐과행복을드려요

자유로운 토지의 소유와 처분에 대한 제약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의견이 많습니다. 국가사회주의 시대에 실시된 제국상습농지법에 관하여도 특히 영미의 자유주의적 학자들은 농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한다는 허울과 달리 사실상 자유로운 재산권 집행을 막음으로써 국가가 재산권을 강탈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대지주의 소작농 신세에서 벗어났다고는 하나 이는 국가의 소작농으로 편입된 것에 다름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의 특수성과 사회성을 고려하면 역시 국가와 농업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법적인 규제가 절실함은 나치 독일이 멸망한 이후에도 각국에서 이와 유사한 법안을 입법하고 정책적으로 적용하고 있음을 보면 정명히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적용에 대해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국토이용관리법 제21조의3 제1항, 제31조의2의 위헌심판'의 헌법재판소 1989. 12. 22. 선고 88헌가13 전원재판부 판결을 인용해보자면,

 

1. 사유재산제도(私有財産制度)의 보장(保障)은 타인(他人)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생활(共同體生活)과의 조화(調和)와 균형(均衡)을 흐트려뜨리지 않는 범위(範圍) 내에서의 보장(保障)이다.

 

2. 토지재산권(土地財産權)의 본질적(本質的)인 내용(內容)이라는 것은 토지재산권(土地財産權)의 핵(核)이 되는 실질적(實質的) 요소(要素) 내지 근본요소(根本要素)를 뜻한다.

 

3. 국토이용관리법(國土利用管理法) 제21조의3 제1항의 토지거래허가제(土地去來許可制)는 사유재산제도(私有財産制度)의 부정이 아니라 그 제한(制限)의 한 형태이고 토지(土地)의 투기적(投機的) 거래(去來)의 억제를 위하여 그 처분(處分)을 제한(制限)함은 부득이한 것이므로 재산권(財産權)의 본질적인 침해(侵害)가 아니며, 헌법상(憲法上)의 경제조항에도 위배(違背)되지 아니하고 현재의 상황에서 이러한 제한수단(制限手段)의 선택(選擇)이 헌법상(憲法上)의 비례(比例)의 원칙(原則)이나 과잉금지(過剩禁止)의 원칙(原則)에 위배(違背)된다고 할 수도 없다.

 

라고 판시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재판관 이시윤은

 

1. 국토이용관리법(國土利用管理法) 제21조의2 내지 4의 토지거래허가제(土地去來許可制)는 공공복리의 해당성이 있고 또 재산권(財産權)의 본질적(本質的) 내용(內容)의 침해금지원칙(侵害禁止原則)에 저촉(抵觸)되지 아니하여 헌법(憲法)에 위반(違反)되지 아니하고, 같은 법률(法律) 제21조의15는 헌법(憲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리(正當補償原理)에 저촉(抵觸)되나 이 사건(事件) 재판(裁判)의 전제성(前提性)이 없어 주문(主文)에 밝힐 필요까지는 없고 보완입법(補完立法)을 촉구(促求)한다.

 

라는 보충의견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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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ksgemeinschaft

30년전 판결이나, 현시점에서 읽어도 어색하지 않음은 분명 토지재산권에 대해 정확하게 정의해주는 명판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선생님이 인용해주신 판결덕분에 토지재산권에 대해서 좀더 명확하게 정의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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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3
@힐과행복을드려요

빈말이 아니라 정말 분석력이 대단하십니다. 이 판결은 2005헌바14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등 위헌소원에 대한 판결에서

 

이와 같은 명확성의 원칙은 특히 처벌법규에 있어서 엄격히 요구되는데, 그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입법권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자의를 허용하지 않는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더라도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그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며,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다만, 그 명확성 여부의 판단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을 기준으로 일의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며 이 참조조문으로 인용했을 정도로 법관이 내릴 수 있는 정확한 정의의 본보기로 삼을 법한 판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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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2
@힐과행복을드려요

참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도움을 받으시는 것 같아 보람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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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7
@Volksgemeinsch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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