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BGM) 김수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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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웃음은 자기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면 그것은 얼마나 서러운 것일까

푸른 목

귀여운 눈동자

진정 나는 기계주의적 판단을 잊고 시들어갑니다.

마차를 타고 가는 사람이 좋지 않아요

웃고 있어요

그것은 그림

토막방 안에서 나는 우주를 잡을 듯이 날뛰고 있지요

고운 神(신)이 이 자리에 있다면

나에게 무엇이라고 하겠나요

아마 잘 있으라고 손을 휘두르고 가지요

문턱에서.

이보다 더 추운 날처럼 나는 여기서 겨울을 맞이하다가

오랜 시간이 경과된 후에도

이 웃음만은 흔적을 남기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

시간에 달린 기이다란 시간을 보시오

내가 어리다고 한탄하지 마시오

나는 내 가슴에

또 하나의 종지부를 찍어야 합니다.

 

 

 

 

 

아버지의 사진

 

아버지의 사진을 보지 않아도

비참은 일찍이 있었던 것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에는

안경이 걸려 있고

내가 떳떳이 내다볼 수 없는 현실처럼

그의 눈은 깊이 파지어서

그래도 그것은

돌아가신 그날의 푸른 눈은 아니오

나의 飢餓(기아)처럼 그는 서서 나를 보고

나는 모오든 사람을 또한

나의 妻(처)를 피하여

그의 얼굴을 숨어 보는 것이오

 

詠嘆(영탄)이 아닌 그의 키와

저주가 아닌 나의 얼굴에서

오오 나는 그의 얼굴을 따라

왜 이리 조바심하는 것이오

 

조바심도 습관이 되고

그의 얼굴도 습관이 되며

나의 無理(무리)하는 生(생)에서

그의 사진도 무리가 아닐 수 없이

 

그의 사진은 이 맑고 넓은 아침에서

또 하나 나의 팔이 될 수 없는 비참이오

행길에 얼어붙은 유리창들같이

시계의 열두시같이

재차는 다시 보지 않을 편력의 역사......

 

나는 모든 사람을 피하여

그의 얼굴을 숨어 보는 버릇이 있소

 

 

 

 

 

달나라의 장난

 

팽이가 돈다

어린아해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 앞에서

아해가 팽이를 돌린다

살림을 사는 아해들도 아름다웁듯이

노는 아해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손님으로 온 나는 이 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어버리고

또 한번 팽이를 돌려주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이다

도회 안에서 쫓겨다니는 듯이 사는

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정말 속임 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누구 집을 가보아도 나 사는 곳보다는 여유가 있고

바쁘지도 않으니

마치 別世界(별세계)같이 보인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팽이 밑바닥에 끈을 돌려 매이니 이상하고

손가락 사이에 끈을 한끝 잡고 방바닥에 내어던지니

소리없이 회색빛으로 도는 것이

오래 보지 못한 달나라의 장난 같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 벽화 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 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조차 하여서는 아니 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이 멀고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팽이는 지금 수천 년 전의 聖人(성인)과 같이

내 앞에서 돈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모리배(謨利輩)

 

 

언어(言語)는 나의 가슴에 있다

나는 모리배(謨利輩)들한테서

언어(言語)의 단련을 받는다

그들은 나의 팔을 지배(支配)하고 나의

밥을 지배(支配)하고 나의 욕심(慾心)을 지배한다

 

 

그래서 나는 우둔(愚鈍)한 그들을 사랑한다

나는 그들을 생각하면서 하이덱거를

읽고 또 그들을 사랑한다

생활(生活)과 언어(言語)가 이렇게까지 나에게

밀접(密接)해진 일은 없다

 

 

언어(言語)는 원래가 유치한 것이다

나도 그렇게 유치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아 모리배(謨利輩)여 모리배(謨利輩)

나의 화신(化身)이여

 

 

 

 

 

 

愛情遲鈍(애정지둔)

 

조용한 시절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대신 사랑이 생기었다

굵다란 사랑

누가 있어 나를 본다면은

이것은 확실히 우스운 이야깃거리다

다리 밑에 물이 흐르고 

나의 시절은 좁다

사랑은 고독이라고 내가 나에게

재긍정하는 것이

또한 우스운 일일 것이다

 

조용한 시절 대신

나의 백골이 생기었다

생활의 백골

누가 있어 나를 본다면은

이것은 확실히 무서운 이야깃거리다

다리 밑에 물이 마르고

나의 몸도 없어지고

나의 그림자도 달아난다

나는 나에게 대답할 것이 없어져도

쓸쓸하지 않았다

 

生活無限(생활무한)

苦難突起(고난돌기)

白骨衣服(백골의복)

三伏炎天去來(삼복염천거래)

나의 시절은 태양 속에
나의 사랑도 태양 속에

日蝕(일식)을 하고

첩첩이 무서운 晝夜(주야)

애정은 나뭇잎처럼

기어코 떨어졌으면서

나의 손 우에서 신음한다

가야만 하는 사람의 이별을

기다리는 것처럼

생활은 熱度(열도)를 측량할 수 없고

나의 노래는 물방울처럼

땅속으로 향하여 들어갈 것

애정지둔

 

 

 

 

 

풍뎅이

 

너의 앞에서는 우둔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좋았다

백년이나 천년이 결코 긴 세월이 아니라는 것은

내가 사랑의 테두리 속에 끼여 있기 때문이 아니리라

추한 나의 발밑에서 풍뎅이처럼 너는 하늘을 보고 운다

그 넓은 등판으로 땅을 쓸어가면서

늬가 부르는 노래가 어디서 오는 것을

너보다는 내가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추악하고 우둔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너도 우둔한 얼굴을 만들 줄 안다

너의 이름과 너와 나와의 관계가 무엇인지 알아질 때까지

소금 같은 이 세계가 존속할 것이며

의심할 것인데

등 등판 광택 거대한 여울

미끄러져가는 나의 의지

나의 의지보다 더 빠른 너의 노래

너의 노래보다 더한층 신축성이 있는 

너의 사랑

 

 

 

 

 

부탁

 

자라나는 竹筍(죽순) 모양으로

부탁만이 늘어간다

 

귀치않은 부탁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갖다 주는 것으로 연명을 하고 보니

거절할 수도 없는

 

캄캄한 사무실 한복판에서

나는 눈 먼 암소나 다름없이 선량한데

이 공간의 넓이를 가리키면서

한꺼번에 구겨지자 없어지는 벼락과 천둥

이것이 또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는지

 

여미지 못하는 생각 위에

여밀 수 없는 부탁이여

차라리 죽순같이 자라는 대로 맡겨두련다

 

일찍이 현실의 출발을 하지 못한 것을 뉘우치며

오늘밤도 보아야 할 죽순의 거치러운

꿈은

 

완전히 무시를 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는

부끄러움이 없는

부끄러움을 더한층 뜻있게 하기 위하여

있으리라는 믿음에서

 

만만치 않은 부탁

내가 너의 머리 위에

너를 대신하여

벼락과 천둥을 때리는 날까지

터전이 없으면 나의 머리 위에라도

잠시 이고 다니며 길러야 할

너는 불행하기 짝이 없는 죽순이다

 

유일한 시간을 연상시키는

만만하지 않은 부탁과 죽순이 자라노니라

 

 

 

 

 

너를 잃고

 

늬가 없어도 나는 산단다

억만 번 늬가 없어 설워한 끝에

억만 걸음 떨어져 있는

너는 억만 개의 모욕이다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꽃들

그리고 별과도 등지고 앉아서

모래알 사이에 너의 얼굴을 찾고 있는 나는 인제

늬가 없이도 산단다

 

늬가 없이 사는 삶이 보람있기 위하여 나는 돈을 벌지 않고

늬가 주는 모욕의 억만 배의 모욕을 사기를 좋아하고

억만 인의 여자를 보지 않고 산다

 

나의 생활의 圓周(원주) 위에 어느 날이고

늬가 서기를 바라고

나의 애정의 원주가 진정으로 위대하여지기 바라고

 

그리하여 이 공허한 원주가 가장 찬란하여지는 무렵

나는 또 하나 다른 유성을 향하여 달아날 것을 알고

이 영원한 숨바꼭질 속에서

나는 또한 영원히 늬가 없어도 살 수 있는 날을 기다려야 하겠다

나는 億萬無慮(억만무려)의 모욕인 까닭에.

 

 

 

 

 

九羅重花(구라중화)

 

- 어느 소녀에게 물어보니

너의 이름은 글라디올러스라고

 

저것이야말로 꽃이 아닐 것이다

저것이야말로 물도 아닐 것이다

 

눈에 걸리는 마지막 물건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듯

영롱한 꽃송이는 나의 마지막 인내를 부숴버리려고 한다

 

나의 마음을 딛고 가는 거룩한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

지금 나는 마지막 붓을 든다

 

누가 무엇이라 하든 나의 붓은 이 시대를 진지하게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치욕

 

물소리 빗소리 바람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곳에

나란히 옆으로 가로 세로 위로 아래로 놓여 있는 무수한 꽃송이와 그 그림자

그것을 그리려고 하는 나의 붓은 말할 수 없이 깊은 치욕

 

이것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글이기에

(아아 그러한 시대가 온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냐)

나의 동요 없는 마음으로

너를 다시 한번 치어다보고 혹은 내려다보면서 無量(무량)의 환희에 젖는다

 

꽃 꽃 꽃

부끄러움을 모르는 꽃들

누구의 것도 아닌 꽃들

너는 늬가 먹고사는 물의 것도 아니며

나의 것도 아니고 누구의 것도 아니기에

지금 마음 놓고 고즈넉이 날개를 펴라

마음대로 뛰놀 수 있는 마당은 아닐지나

(그것은 「골고다」의 언덕이 아닌

현대의 가시철망 옆에 피어 있는 꽃이기에)

물도 아니며 꽃도 아닌 꽃일지나

너의 숨어 있는 인내와 용기를 다하여 날개를 펴라

 

물이 아닌 꽃

물같이 엷은 날개를 펴며

너의 무게를 안고 날아가려는 듯

 

늬가 끊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생사의 線條(선조)뿐

그러나 그 비애에 찬 선조도 하나가 아니기에

너는 다시 부끄러움과 躊躇(주저)를 품고 숨 가빠하는가

 

결합된 색깔은 모두가 엷은 것이지만

설움이 힘찬 미소와 더불어 관용과 자비로 통하는 곳에서

늬가 사는 엷은 세계는 자유로운 것이기에

생기와 신중을 한 몸에 지니고

 

사실은 벌써 滅(멸)하여 있을 너의 꽃잎 위에

이중의 봉오리를 맺고 날개를 펴고

죽음 위에 죽음 위에 죽음을 거듭하리

구라중화

 

 

 

 

 

도취의 피안

 

내가 사는 지붕 위를 흘러가는 날짐승들이

울고 가는 울음소리에도

나는 취하지 않으련다

 

사람이야 말할 수 없이 애처로운 것이지만

내가 부끄러운 것은 사람보다도

저 날짐승이라 할까

내가 있는 방 위에 와서 앉거나

또는 그의 그림자가 혹시나 떨어질까 보아 두려워하는 것도

나는 아무것에도 취하여 살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번씩 찾아오는

수치와 고민의 순간을 너에게 보이거나

들키거나 하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나의 얇은 지붕 위에서 솔개미 같은

사나운 놈이 약한 날짐승들이 오기를 노리면서 기다리고

더운 날과 추운 날을 가리지 않고

늙은 버섯처럼 숨어 있기 때문에도 아니다

 

날짐승의 가는 발가락 사이에라도 잠겨 있을 운명 --

그것이 사람의 발자욱 소리보다도

나에게 시간을 가르쳐주는 것이 나는 싫다

 

나야 늙어가는 몸 위에 하잘것없이 앉아 있으면 고만이고

너는 날아가면 고만이지만

잠시라도 나는 취하는 것이 싫다는 말이다

 

나의 초라한 검은 지붕에

너의 날개 소리를 남기지 말고

네가 던지는 조그마한 그림자가 무서워

벌벌 떨고 있는

나의 귀에다 너의 엷은 울음소리를 남기지 말아라

 

차라리 앉아 있는 기계와 같이

취하지 않고 늙어가는

나와 나의 겨울을 한층 더 무거운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나의 눈이랑 한층 더 맑게 하여다오

짐승이여 짐승이여 날짐승이여

도취의 彼岸(피안)에서 날아온 무수한 날짐승들이여

 

 

 

 

 

방안에서 익어가는 설움

 

비가 그친 후 어느 날 --

나의 방안에 설움이 충만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오고 가는 것이 직선으로 혹은 대각선으로 맞닥뜨리는 것 같은 속에서

나의 설움은 유유히 자기의 시간을 찾아갔다

 

설움을 역류하는 야릇한 것만을 구태여 찾아 헤매는 것은

우둔한 일인 줄 알면서

그것의 나의 생활이며 생명이며 정신이며 시대이며 밑바닥이라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 --

아아 그러나 지금 이 방안에는

오직 시간만이 있지 않으냐

 

흐르는 시간 속에 이를테면 푸른 옷이 걸리고 그 위에

반짝이는 별같이 흰 단추가 달려 있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자꾸 뻐근하여만 가는 목을 돌려

시간과 함께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것

그것은 혹시 한 자루의 부채

 

-- 그러나 그것은 보일락 말락 나의 시야에서

멀어져가는 것 --

하나의 갸냘픈 물체에 도저히 고정될 수 없는

나의 눈이며 나의 정신이며

 

이 밤이 기다리는 고요한 思想(사상)마저

나는 초연히 이것을 시간 위에 얹고

어려운 몇 고비를 넘어가는 기술을 알고 있나니

누구의 생활도 아닌 이것은 확실한 나의 생활

 

마지막 설움마저 보낸 뒤

빈 방안에 나는 홀로이 머물러 앉아

어떠한 내용의 책을 열어보려 하는가

 

 

 

 

 

나의 가족

 

고색이 창연한 우리집에도

어느덧 물결과 바람이

신선한 기운을 가지고 쏟아져 들어왔다

 

이렇게 많은 식구들이

아침이면 눈을 부비고 나가서

저녁에 들어올 때마다

먼지처럼 인색하게 묻혀가지고 들어온 것

 

얼마나 장구한 세월이 흘러갔던가

파도처럼 옆으로

혹은 세대를 가리키는 지층의 단면처럼 억세고도 아름다운 색깔 --

 

누구 한 사람의 입김이 아니라

모든 가족의 입김이 합치어진 것

그것은 저 넓은 문창호의 수많은

틈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겨울바람보다도 나의 눈을 밝게 한다

 

조용하고 늠름한 불빛 아래

가족들이 저마다 떠드는 소리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全靈(전령)을 맡긴 탓인가

내가 지금 순한 고개를 숙이고

온 마음을 다하여 즐기고 있는 서책은

위대한 고대 조각의 사진

 

그렇지만

구차한 나의 미래에

성스러운 鄕愁(향수)와 우주의 위대감을 담아주는 삽시간의 자극을

나의 가족들의 기미 많은 얼굴에 비하여 보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제각각 자기 생각에 빠져 있으면서

그래도 조금이나 부자연한 곳이 없는

이 가족의 조화와 통일을

나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냐

 

차라리 위대한 것을 바라지 말았으면

유순한 가족들이 모여서

죄 없는 말을 주고받는

좁아도 좋고 넓어도 좋은 방안에서

나의 위대의 所在(소재)를 생각하고 더듬어보고 짚어보지 않았으면

 

거칠기 짝이 없는 우리 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 --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거미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더러운 향로

 

길이 끝이 나기 전에는

나의 그림자를 보이지 않으리

적진을 돌격하는 전사와 같이

나무에서 떨어진 새와 같이

적에게나 벗에게나 땅에게나

그리고 모든 것에서부터

나를 감추리

 

검은 철을 깎아 만든

고궁의 흰 지댓돌 위의

더러운 향로 앞으로 걸어가서

잃어버린 愛兒(애아)를 찾은 듯이

너의 거룩한 머리를 만지면서

우는 날이 오더라도

 

철망을 지나가는 비행기의

그림자보다는 훨씬 급하게

스쳐가는 나의 고독을

누가 무슨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잡을 수 있겠느냐

 

향로인가 보다

나는 너와 같이 자기의 그림자를 마시고 있는 향로인가 보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원인을

네가 지니고 있는 긴 역사였다고 생각한 것은 과오였다.

 

길을 걸으면서 생각하여 보는

향로가 이러하고

내가 그 향로와 같이 있을 때

살아 있는 향로

소생하는 나

덧없는 나

 

이 길로 마냥 가면

이 길로 마냥 가면 어디인지 아는가

 

티끌도 아까운

더러운 것을수록 더한층 아까운

이 길로 마냥 가면 어디인지 아는가

 

더러운 것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썩은 것을 찾으면서

비로소 마음 취하여 보는

이 더러운 길.

 

 

 

 

 

수난로

 

견고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팔을 고이고 앉아서 창을 내다보는

水煖爐(수난로)는 문명의 廢物(폐물)

 

3월도 되기 전에

그의 내부에서는 더운 물이 없어지고

어둠이 들어앉는다

 

나는 이 어둠을 神(신)이라고 생각한다

 

이 어두운 신은 밤에도 외출을 못하고 자기의 영토를 지킨다

-- 유일한 희망은 겨울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의 가치는

왼손으로 글을 쓰는 소녀만이 알고 있다

그것은 그의 둥근 호흡기가 언제나 왼쪽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디를 가보나

그의 머리 위에 반드시 窓(창)이 달려 있는 것은

죄악이 아니겠느냐

 

공원이나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여름이면 그의 곁에 와서

곧잘 팔을 고이고 앉아 있으니까

 

그는 인간의 비극을 안다

 

그래서 그는 낮에도 밤에도

어둠을 지니고 있으면서

어둠과는 타협하는 법이 없다

 

 

 

 

 

꽃2

 

꽃은 과거와 또 과거를 향하여

피어나는 것

나는 결코 그의 種子(종자)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설움의 귀결을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설움이 없기 때문에 꽃은 피어나고

 

꽃이 피어나는 순간

푸르고 연하고 길기만 한 가지와 줄기의 내면은

완전한 공허를 끝마치고 있었던 것이다

 

중단과 계속과 해학이 일치되듯이

어지러운 가지에 꽃이 피어오른다

과거와 미래에 통하는 꽃

견고한 꽃이

공허의 말단에서 마음껏 찬란하게 피어오른다

 

 

 

 

 

死靈(사령)

 

......活字(활자)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靈(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아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아라

이 황혼도 저 돌벽 아래 잡초도

담장의 푸른 페인트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도

행동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아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靈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파밭 가에서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사랑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먼지 앉은 석경 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 있듯이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푸른 하늘을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사랑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배웠다 너로 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

 

 

 

 

 

여편네의 방에 와서

-新歸去來(신귀거래)1

 

여편네의 방에 와서 기거를 같이해도

나는 이렇듯 소년처럼 되었다

흥분해도 소년

계산해도 소년

애무해도 소년

어린 놈 너야

네가 성을 내지 않게 해주마

네가 무어라 보채도

나는 너와 함께 성을 내지 않는 소년

 

바다의 물결 작년의 나무의 체취

그래 우리 이 盛夏(성하)에

온갖 나무의 추억과

물의 체취라도

다해서

어린 놈 너야

죽음이 오더라도

이제 성을 내지 않는 법을 배워주마

 

여편네의 방에 와서 기거를 같이해도

나는 점점 어린애

나는 점점 어린애

태양 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죽음 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언덕 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애정 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사유 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間斷(간단) 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點(점)의 어린애

베개의 어린애

고민의 어린애

 

여편네의 방에 와서 기거를 같이해도

나는 점점 어린애

너를 더 사랑하고

오히려 너를 더 사랑하고

너는 내 눈을 알고

어린 놈도 내 눈을 안다

 

 

 

 

 

절망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사랑의 변주곡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도시의 끝에

사그러져 가는 라디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

강이 흐르고 그 강 건너에 사랑하는

암흑이 있고 3월을 바라보는 마른 나무들이

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

속삭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

산이

 

사랑의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들의

슬픔처럼 자라나고 도야지우리의 밥찌끼

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한다

이제 가시밭, 덩쿨장미의 기나긴 가시가지

까지도 사랑이다

 

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려닥치느냐

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이 아슬

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節度(절도)는

열렬하다

間斷(간단)도 사랑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할머니가 계신 방에서

심부름하는 놈이 있는 방까지 죽음 같은

암흑 속을 고양이의 반짝거리는 푸른 눈망울처럼

사랑이 이어져가는 밤을 안다

그리고 이 사랑을 만드는 기술을 안다

눈을 떴다 감는 기술 -- 불란서혁명의 기술

최근 우리들이 4.19에서 배운 기술

그러나 이제 우리들은 소리 내어 외치지 않는다

 

복사씨와 살구씨와 곶감씨의 아름다운 단단함이여

고요함과 사랑이 이루어놓은 폭풍의 간악한

신념이여

봄베이도 뉴욕도 서울도 마찬가지다

신념보다도 더 큰

내가 묻혀 사는 사랑의 위대한 도시에 비하면

너는 개미이냐

 

아들아 너에게 狂信(광신)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

인류의 종언의 날에

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

미대륙에서 석유가 고갈되는 날에

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

새겨둘 말을 너는 도시의 피로에서

배울 거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거다!

복사씨와 살구씨가

한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 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명상이 아닐 거다

 

 

 

 

여름 밤

 

지상의 소음이 번성하는 날은

하늘의 소음도 번쩍인다

여름은 이래서 좋고 여름밤은

이래서 더욱 좋다

 

소음에 시달린 마당 한구석에

철 늦게 핀 여름 장미의 흰구름

소나기가 지나고 바람이 불듯

하더니 또 안 불고

소음은 더욱 번성해진다

 

사람이 사람을 아끼는 날

소음이 더욱 번성하다 남은 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던 날

소음이 더욱 번성하기 전 날

우리는 언제나 소음의 2층

 

땅의 2층이 하늘인 것처럼

이렇게 人情(인정)의 하늘이 가까워진

일이 없다 남을 불쌍히 생각함은

나를 불쌍히 생각함이라

나와 또 나의 아들까지도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다 남은 날

땅에만 소음이 있는 줄만 알았더니

하늘에도 천둥이, 우리의 귀가

들을 수 없는 더 큰 천둥이 있는 줄

알았다 그것이 먼저 있는 줄 알았다

 

지상의 소음이 번성하는 날은

하늘의 천둥이 번쩍인다

여름밤은 깊을수록

이래서 좋아진다

 

 

 

 

여자

 

 

여자란 집중된 동물이다

그 이마의 힘줄같이 나에게 설움을 가르쳐준다

전란도 서러웠지만

포로수용소 안은 더 서러웠고

그 안의 여자들은 더 서러웠다

고난이 나를 집중시켰고

이런 집중이 여자의 선천적인 집중도와

기적적으로 마주치게 한 것이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전쟁에 축복을 드렸다

 

 

내가 지금 6학년 아이들의 과외공부에서 만난

학부형회의 어떤 어머니에게 느낀 여자의 감각

그 이마의 힘줄

그 힘줄의 집중도(集中度)

이것은 죄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여자의 본성은 에고이스트

뱀과 같은 에고이스트

그러니까 뱀은 선천적인 포로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속죄에 축복을 드렸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출처

9개의 댓글

2018.09.25

죄와벌 ㅇㄷ?

1
2018.09.25
@붕벽붕

출처엔 없어도 담고 싶긴 하지만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담기 좀 그렇네요.

0
2018.09.25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 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

0
2018.09.25
1
2018.09.25
1

개인적으로는 고궁이 원탑

 

좆빡칠때 맘속으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되뇌이면 금방 진정됨

1

봄밤을 제일 좋아하는데 여기 없네

1
2018.09.25

미인, 성, 폭포

시여, 침을 뱉어라

반시론

이 거룩한 속물들

0
2018.09.2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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