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아픈 사람들에게 써보는 글

 

 

대략 어제 저녁의 이야기다.

퇴근한 여자친구와 매트리스 위에 누워있었고, 이래저래 서로 쿡쿡찌르는 시덥잖은 장난이 오고갔다.
서로 볼을 꼬집고 이마 위에 약한 꿀밤을 튕기고 그냥 그런 흔한 커플들의 장난이었다.

장난으로 목 주변을 간지럽히며 살살 올라가다가 볼과 코 주변을 간지럽혔더니,

여자친구가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미묘한 발작을 일으키며 반응했다.

"어?"
나는 그 반응을 초근접에서 감지해버렸고, 뭔가 심하게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1년 가까이 사귀면서 지금까지는 코 주변을 만지는 것을 경계하길래,
그냥 코가 많이 민감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무심코 닿고보니 그게 아니었나보다.

단도직입적으로 어떤 문제인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여자친구는 조심스럽게 유년기 시절에 혼절 직전까지 숨이 막혔던 경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자신의 코 주변에 닿으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털어 놓았다.

이야기를 듣고, 우선 천천히 이야기했다.

"잘 들어봐. 내가 지금 너의 코를 만질테니까, 혹시라도 바로 못버틸 것 같으면 신호해줘. 괜찮을까?"
여자친구는 해보자고 고개를 끄덕였다.

"입으로 숨 쉬면서, 날 봐. 괜찮으니까 우리 이대로 2분만 버텨보자."

"알았어."

머리를 아랫목까지 쓰다듬으면서 안정시키고, 눈을 똑바로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숫자를 세면서 천천히 코를 잡았다.

"입으로 숨 쉬어. 나 보고. 1, 2, 3, -"

정확히 120초까지 세고나서, 여자친구의 코에서 손을 풀었다.

"자, 아무 일 없었지?"
"응."


그리고 기습적으로 코를 다시 만졌다.

"어?"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혔던 공황 반응이 없자, 여자친구가 몹시 당황했다.

"멀쩡하네?"
"이제 네 몸이 내가 너의 코를 만져도 아무 일이 없다는 걸 아니까 아무 반응 없는거야. 앞으로도 괜찮을거고."

난 건조하게 대답했다.

그 뒤 네번 정도 더 반복해보았다.
거짓말같을 정도로 아무 일도 없었다.

약간 어리벙벙해진 여자친구는 나에게 물었다.

"어디서 따로 배우기라도 한거야?"
"아니, 그냥 해본거야."

이론적으로 적절한 방법이었는지는 잘 모른다.
난 정신과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니까.

다만 나는 여자친구에게서 고통받던 과거의 나를 조금 보았다.

고통에 대한 연민은, 타인에게 나를 전사하고 이해하는 행위라고 한다.

신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서 정면으로 바라보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놓치지 않게,

그리고 심리적인 임계점을 넘을 수 있게 그 과정을 돕는다.

그냥 거기에 충실하기로 생각했고, 실행했다.
네발자전거에서 두발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는 아이의 뒤를 받쳐주는 느낌을 머리로 그렸다.

난 그게 너무나 절실했는데, 그 누구도 뛰어와준 사람이 없었으니까.

나와 여자친구는 동갑이고, 20대 중반이다. 여자친구는 최소 20년 동안 이 정신적 벽을 가지고 살아온거다.
그리고 나는 1년 동안 사귀면서 놀라울 만큼 눈치채지 못했다.

아마 계속 몰랐다면 당연히 나의 여자친구는 모든 게 정상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생각이 저물 무렵 강남에서 버스로 집에 돌아온 시간은 정오12시였다.

 

 

 

 


우리가 겪는 고통의 본질은 다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의 성향은 대체로 비슷하다.

그걸 알면, 문제는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다.
그걸 길들이면,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

 

 

 

 

//

 

 

 

 

나는 하루하루 꾸역꾸역 버티며 살았다.

 

20살 이전까지는 설명하기엔 너무 구구절절한거같으니 상투적인 "불우했습니다."로 퉁쳤으면 한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암을 선고받았다.

그래도 어머니가 완치판정을 받고나서, 몇 년은 그 지옥이 지나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또 거짓말같이 어머니에게 암이 재발하였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진심으로 가족이나 친구 중에 암 환자가 없기를 빈다.

 

암 환자에게 주어지는 치료법이라는 것은,

매일매일 일정주기로 생세포를 죽이는 치료요법으로 몸을 죽이는 과정이다.

사실 상 당신을 칼로 난자질하는 것을 치료라고 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 과정에서 환자의 탈모, 구토, 신체손상, 여러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중환자실의 증상이 비극적으로 반복된다.

그리고 그런 지옥같은 날짜들을 넘기고 대형병원을 방문하고, 또 기다리면 우편으로 굉장히 냉정하게 수치화된 숫자가 통보된다.

 

"저번보다 암 수치가 조금 감소했네."

"저번보다 암 수치가 더 올랐으니 반감시키려면 한번 더 치료받아야 해."

 

암수치는 아주 민감하고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반응한다.

항암치료를 받는동안에는 면역이 아예 없기 때문에, 감기만 걸려도 치명적이다.

 

암치료는 '치료'이지만 그것도 결국은 사람을 죽인다.

그래서 그 암치료의 횟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무렵, 나는 사람들 사이에 끼이고 치어서 대접 못받고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강하게 나가고 빠져나왔을 수렁인데, 그게 그럴 수가 없었다.

 

어머니를 보고있으면 모두가 내 얼굴에 침을 뱉어도 어머니가 모르도록 버텨야 했다.

내가 큰 일을 맞서서 벌이면 부모님인 어머님이 알게될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정말로 작은 스트레스로도 어머니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백치인 척 호구인 척 그냥 그렇게 자존심이 넝마가 되든 말든 일단 어머니 치료하시는 동안은 버텨보자는 악밖에 안남았다.

발바닥 밑까지 토악질하고, 스트레스에 발작을 몇 번이나 했지만, 어머니 앞에서는 죽어도 태연한 척했다.

 

 

그러다보니 나도 내가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살면서 명심해야할 것은 악재라는 것은 반드시 우리가 방어가 느슨해지고 약해진 틈을 타서 몰아쳐온다.

 

 

 

 

 

같은 시기 스토커와 우울증에 시달리던 전여자친구와는 여러가지 의미로 헤어지게 되었다.

 

근데 그 직후 어머니마저 같은 시기에 시한부판정을 받고 돌아가셨다.

 

 

 

 

 

그 시기는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날 것으로 보였던 바로 그 문턱끝이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기까지의 과정도 막장이었지만, 사람 못볼 꼴을 굳이 말로 옮기고 싶지않다.

 

난 친척들과 왕래가 없었는데, 어머니 장례식에 모인 양가 친척들이 알고보니 전과자, 종교사기꾼들이었다.

진짜 무슨 막장 소설이나 SBS드라마여도 이정도로 막 나가는 설정을 끌어오지는 않을 것 같았는데 진짜로 모두 실화다.
 

고모네는 기복신앙 사이비교회의 사기꾼을 하는 집안이었다.

 

고모부는 그 바람잡이였다. 서울에 부동산이나마 가진게 있단 소문은 또 잘 물어서 우리집안에 작업을 쳤다.

그래도 설마 내 친척들이고 설마 이게 진짜인건가 혼란스러웠다.

 

사실을 파악해보려고 계속 어벙한 척 연기했는데, 진짜 만만하게 행동해주니 바닥을 다 보였다.

씨알도 안먹힐 '음이온'같은 소리를, 사기꾼들이 온수장판팔때 한다는 뜬구름같은 작업멘트를 진짜로 하더라.

 

난 그런 족속이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그게 내 친척이라서 놀랐고,

진짜로 대학교수같이 안 당할 사람들, 종교에 빠져서 그런거에 당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모양이었다.

그 집, 자존감 낮은 사람을 부려서 집의 하인처럼 써먹고, 천장높고 좋은 집에서 살고, 그 자식내미는 외제차를 몰고다닌다.

환장할 노릇이다.

 

내 고모되는 본인의 와이프가 치유의 은사를 받았다는 둥, 근데 공짜로는 못해준다는 둥.

미친 헛소리를 늘어놓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니 싹 영업질을 거둬들이며 "범사에 감사해야한다."만 나불거렸다.

 

당시에 내가,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 있었는데,

참,

여러가지 생각이 오고 갔다.

 

그런 어이없는 상황들이 반복되었고 나는 병원 바깥 마당에 아버지를,

세상 살면서 처음으로 아버지의 가슴을 밀치고 멱살을 잡았다.

그 멱살을 잡아흔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돼지저금통에서 덩그러니 흘러나오는 10원처럼 힘없는 소리로,

"부끄러운 형제자매를 둔 너의 엄마랑 나는 그래서 너희가 바르게 자랐으면 했었다"라고 말했다.

어렸을 적에는 늘 짐승면상을 했던 싸이코패스같은 아버지의 입에서 도저히 나올 소리가 아니였다.

 

그건 그것대로 불행 중에 발견하게 된 엄청난 대반전이었다.

 

사소한 잘못 하나하나에 패대기를 쳐맞으며, 아이는 이해조차 할 수 없던 잣대들로 학대받던 이유가 있었다니 헛웃음만 나왔다.

결국 돌고돌다보니 너 하나는 바르게 자랐으면 했다는 말은 진짜로 사실이었던거다.

 

공황장애에 발작에 불면증, 자살시도 다섯 번.

그런데 이상하게 자살시도를 해도 죽을 수가 없었다.

 

왜 죽을 수 없는지 고민하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가족 중 멀쩡한 사람들이 없었다.

결국, 적어도 그 사실 자체를 먼저 상기한 것은 나 혼자 뿐이었다.

 

결국은 내가 일을 해야했다.

 

테라피를 받았어야하는 것 아니냐고?

그곳엔 진짜로 나 밖에 없었다.

 

정말 웃기는게, 대학을 중퇴하고도 면접은 정말 잘 봤다.

이력도 없는데 단칼에 나름대로 당장 벌이는 적당한 직장에 붙어줬다.

 

근데 정말 그것 뿐이다.

 

불면증에 시달려서 하루에 3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직장일터의 모든 기물들이 어머니가 생전에 쓰시던 것과 똑같이 생겨서 화장실에서 남 몰래 구토와 발작을 반복했다.

식사때에는 젓가락을 잡는 것조차 손이 떨렸다. 급성장애가 와서 직장동료 식사자리 앞에서 그릇을 엎은 적도 있었다.


쓸데없이 눈만 좋아서, 멀리서 입술만 바라봐도 날 욕하는 글자들이 눈앞에 선명하게 보였다.

차마 내 사정 일일히 고할 수는 없고, 말한다고 남들이 날 이해해줘야하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에 대한 험담이 돌았고, 그 가운데에서 오해도 많이 생겨났다.

 

 

 

 

실제로 난 그 세월간 큰 인간성의 덩어리들이 말소된 상태였고, 모든 행위들이 비참할 정도로 어색했다.

 

"이럴 때 어떤게 적절한 행동이었더라?"
진짜로 사람으로서의 판단기제가 크게 망가져서 저런걸로 5분 이상 동안 고민하고 있었다.


나의 표정이 굳어있으면 사람들은 수상하게 여기거나 무서워하거나 같이 있기 힘들어했다.

당연한거지. 그래서 아무 말 안했다. 그걸 일일히 모른 채하고 삼키는게 참 힘들었다.

 

일이라도 잘하면 모르는데 남들하고 티키타카도 드럽게 안 맞았다.

 

그런데 모두가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해도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들은 몇 십명중에 꼭 한명은 꼭 있다는 게 정말로 신기했다.

날 안믿어도 좋고 내 욕을 해도 좋으니, 손길 내밀다가 찔렸던 소중한 사람들은 그 이타심을 버리지 않았기를 빌면서 잠을 청했었다.




//

 

 

 

KakaoTalk_20210115_013554890.jpgKakaoTalk_20210115_013554890_01.jpg

 

 

떠나보낸 어머니는 가족의 징검다리였다.

 

이제는 그게 없었다.

유치했지만 나름대로 진지하게 결혼을 약속했던 전 여자친구도 없었다.

 

중요했던 사람 둘이 내 인생에서 사라져 있는 느낌은 벼랑 위에 갑자기 홀로 서있는 느낌정도가 아니라 교수대 앞에 서있는 기분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여전히 싫은 사람이었다.

 

여전히 나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거친 언행 밖에 나오지않았고, 두 번정도 불화로 인해 경찰이 방문한 적도 있었다.

(가정관련 신고는 무조건 경찰이 해당 가정에 방문해야한다.)

 

사실 상 집안에 있어도 생산적인 대화가 오고 갈 리가 없었다.

집이 집이 아니었으니까. 부대낌의 연속이었다.

 

아버지가 싫은 사람이지만, 어머니가 자긴 죽어도 아버지를 걱정하는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

그렇게 나의 정신건강상태와는 별개로 억하심정은 화약을 가득담아두긴 했지만 도화선에 불을 붙이지는 않은 상태로 그렇게 방치했다.

 

소음이나 닫힌 방문, 그리고 어딘가 어지러운 탁자와 공허한 느낌이 그냥 가족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이따금 가스점검으로 사람이 올때쯤이면 영혼빠진 동태눈깔같은 아빠아들을 번갈아 보며 뭐하는 집일까하고 뒤통수로 두리번거리며 나가곤 했다.

 

집에 와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보통 컴퓨터 앞이었고, 보통은 바깥에서 몇 안되는 친구들을 만났다.
나의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이해해주는 사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교때 친구들은 정말 잘 사귀었다.)

 

몇 달이 지날 때 쯤, 이런저런 허무한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말이 돌부리에 걸렸다.

 

"너 사람을 좀 만나봐야할 것 같아."

"무슨 소리야, 넌 사람아니냐?"

지금 생각해보면 제법 가시박힌 말투로 대꾸했다.

 

"나만 만날게 아니라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을 더 더 더 만나봐."

"나 지금 친구 너 밖에 없어서 이렇게 골골거리는거 안보이냐?"

 

"솔직히 말해도 돼?"


제법 긴장되었다.

"너랑 있어도 즐겁지가 않아. 난 기본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건 즐거워야한다고 생각해.

널 쳐내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넌 자꾸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너 자신을 깎아내리는 모습이 안타까워.
내가 너가 얼마나 슬픈지는 솔직히 헤아릴 수 없어.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거 내가 꼭 알아야 해? 나 평생가도 이해 못해.

일단 그건 친구인데 미안해.

근데 다 재껴놓고 난 원래 널 잘 알고있고 원래 어떤 사람이고, 어떤 부분에서 충실하고 세심한 사람인지 너무 잘 아니까 그게 엄청 괴로워."


생각해보면 그 때 들었던 생각이 두가지였다.
 

1. 내가 얘 군대가기 전까지는 얘가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서 조언해주던 입장인데, 내가 지금 얘한테 조언을 받고 있구나.

2. 고등학교때 친구랑 있을 때에 더이상 편한 욕도 감정도 안 섞으면서 눈도 껌뻑안하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20대중반에 허리를 차올린 내 나이대의 친구들이 품위 비슷한걸 찾을 나이대가 되어버린거구나.

 

사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건데!"라고 뻗질러나가면서 일단 현실도피를 하고 싶었던 심리도 살짝 치고 올라올 뻔했지만,

머리가 2번째 생각에 머물렀을 때쯤, 난 내가 내 주변 친구들에게 뒤쳐지기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 때에 내 손에 쥐어진 것은 병따개로 딴 초록 칠성사이다병이었고 친구의 손에는 코젤 흑맥주 잔 위에 시나몬을 쳐놨었다.

(맞나? 술을 잘 안 마셔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기억하기론 맞는것 같다.)

 

"그러고보니, 나 친구들이랑 술마시는 법도 모르는구나."

혼자 생각하고 자조하고 뱉은 말이라 대화 맥락과는 조금 어긋났는데 친구는 "그래 그런거지."하고 대답했다.

 

그러더니 테이블 왼쪽에 붙은 주문벨로 안주를 하나 더 주문한다.
"야, 먹을 것좀 더 시켜도되지? 그래도 더치페이다?"

그러면서 살짝 웃었다.


"어 어 시켜."

"같이 먹을거니까 우리 둘 다 좋아하는 거로 하자."
 

코팅된 메뉴판을 두세페이지 넘기다가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돌아가는걸 잠시 바라보다가, 탁상아래로 시선을 꽂고 흑맥주를 조금 홀짝이며 말했다.

 

"너, 원망할 대상을 잘못 골랐어."

"누굴 원망해."

"어머니 암걸린게 너탓이냐?"
"아니. 그건."

"너 전 여자친구 스토킹당하고 고통받았던 게 너 탓이야?"

"내가 더 잘할 수도 있었잖아."

"아니 너 아무 것도 못해. 내가 그 상황이어도 아무 것도 못해."

"아니, 그래도."

"내가 사실 지금까지 너한테 말을 안한게 있는데, 너 지금 이 테이블 위에서 나랑 있으면서 '그래도'라는 말을 9번이나 했어. '그건'은 안세서 모르겠고."

"그걸 다 세고있었냐. 소름끼치게."

" 그래, 그러니까 '그래도' 같은 소리 하지말고 생각 잘 해줘. "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로 걱정해주는 말투였다.

 

"너 지금 너가 제일 부족한게 뭐라고 생각해?"

"그러게."

"그걸 알아봐. 일단 지금은 기분좋게 마시고 먹자. 그래야 나도 속 편해."

"미안하네."

"괜찮아."

 

그러고는 친구는 자기가 계산을 하고 갔다. 더치페이라며.

다음에 적어도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기분이 괜찮아질 때 계산해달라며 나에게 숙제를 남기고, 유유히 자기 대학으로 돌아갔다.

 

 

 

매마른 사람의 천성은 대부분 후천적이다.
"무엇이 날 이렇게 만들었는가?"라는 생각은 분명하게 소모적이다.

 

 

 

저녁7-8시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앉아서 대화를 떠올렸다.


"너 사람을 좀 만나봐야할 것 같아."

"너랑 있어도 즐겁지가 않아."

"나만 만날게 아니라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을 더 더 더 만나봐."

"너 지금 너가 제일 부족한게 뭐라고 생각해?"

 

 

날개없이 위로넘기는 노랑연습장을 꺼내들어서 마인드맵을 그렸다.


사람을 만나려면 필요한 것.

- 자신감 - 외적요소.
            -내적요소.

 

객관적인 나. - 부정적임. - 자존감이 없음. - 타인에게 설명하기 어려움.

                 - 표정이 안 좋음.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 영어

- 글재주

- 사진찍기


내가 '못하고' 있는 것

- 타인에게서 호감을 얻기

- 남들과 어울리기

- 할 말 제대로 하기

- 내 업무에 집중하기

 

 

.

.

.

 

 

너무 자세하게가면 힘들지만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마인드맵들의 가지를 넓히다가 제도샤프 은색꼭지를 잘근잘근 씹으며 한 10분정도 응시하고나니

딱히 적어놓은 결론이 난 상황은 아니었는데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

 

 

집에서 대충 7분정도 뱀처럼 구불구불꺾어서 나가면 5평쯤되는 화장품 매장이 있었는데,

피부톤을 좀 밝게하거나 아니면 아예 잡티를 없애고 짙게 눌러서 예쁘게 하고싶다고 했더니

종업원이 무슨 '남자를 위한'이 밑에 꾸덕하게 적혀있는 피부보정 화장품을 추천해줬다.

 

그리고 머리를 바꿨다. 아주머니에게 눈썹을 면도하는 방법에 대해서 짧게 배웠다.

 

그 다음날은 일을 쉬는 날이었고,

서울 어느 구마다 하나씩 있는 20대초반에서 중반 사람들이 자주가는 옷가게를 검색해서 들렀다.

 

검은 보브머리에 셔츠자락은 무릎까지 내려오고 은색 목걸이에 크롬하츠 두개정도낀 영업원친구가
"형님, 뭐찾으세요?"하며 대문문에 반쯤걸치며 살짝 나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귀찮아서 "좀 꾸미려고요."라고 했는데,

"아아~ 혹시 옷 입는 방법같은거는 어떻게, 익숙하세요? 도와드릴수도있어요?"

미묘하게 껄떡거리는 말투지만 기묘할 정도로 기분상하진 않았다.


솔직히 겉멋이 심해서 조금 미덥지 않았는데, 셔츠위에 멘투멘, 배색조합, 아우터를 어떻게 입는지등등
옷을 입는 것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데도 굉장히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줬다.

 

솔직히 완전히 문외한이고 많이 살 것같은 인상을 준 것도 아닌데 진짜로 열일하면서 설명해줬다.

"제가 지디는 아니지만요 형님, 제가 얼굴은 못생겼지만, 제가 또 몸도 호리호리 비실비실하지만 그래도 남 옷입히는건 잘해요?"
"그렇네요."
"어떻게, 혹시 쁠렉스 하심니까 형님? 쁠렉-쓰- 하시죠."

 

적응 안되는 말투지만 그래도 사람에게 어떻게 영업하는지에 대해서 나름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대충 그 자리에서 나름대로 15만원정도를 털고 옷을 여러벌 샀다.

 

 

KakaoTalk_20210115_040215906.jpg

 

<나중에 입은 옷이다. 뒤에 반쪽짜리 사람은 위의 그 친구다.>

 

 

 

//

 

 

 

아는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왜, 이젠 좀 괜찮아?"

 

그간 폐를 많이 끼쳤구나 생각했다.
 

"형, 세상 살면서 가장 중요한게 뭐라고 생각해?"
"갑자기?"
"그냥."

"어어...잠시만...글쎄 그르캐 물어보니까 나도 씨"
-"자세."

 

"'자세'요?"

"어. 그냥 거창한거 말고. 자세."

"허리피고 뭐 이런거?"
"응 그거."

"너무 단순한거 아니야?"

"사람은 동물이라서 자세 신경 엄청쓴다. 키커도 구부정하게 다니면 사람들이 칼같이 알아봐."
-"무엇보다, 너 꾸부정해."

 

집에 대충 내 키보다 조금 안되는 전신거울이 하나 있었는데, 진짜로 옆을 돌아보니 구부정했다.

내가 진짜로 쭈구리였구나. 허리를 펴니 꾸두두둑하고 허릿속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집에 와서 내 기억엔 눈썹을 한번 조금 다듬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 새삼스럽게 정말 신기했던 것은, 머리가게 원장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미간 사이를 정리하고 다듬고,

내가 눈썹을 그린다고 생각하고 남는 잔털 부분만 선을 정리해줘도 인상이 훨씬 달라보였다.

말하고보면 당연한건데, 이게 막상 실제로 해보면 느낌이 다르다.

 

요령만 파악하면 남자나 여자던 간에,

엄청나게 극적으로 잘생기고 예뻐지지는 않을지라도 호감을 살 수 있는 인상을 주는건 생각보다는 어렵지는 않았다.

 

아무튼 그랬다.

 

 

 

 

 

 

 

그리고, 뭔가 결과까지의 말이 편하게 흘러간 것 같아서 한번 더 뒤돌아 이야기해보자면,

 

사실 나는 좀처럼 무언가를 할 용기가 나지않았고,

너무 구체적인 결론까지 도달하게되면 나는 내가 또 다른 핑계를 찾아 내가 변하는 것을 막을 것이다.

뭐 그런 반복적인 쭈그러짐을 반사적으로 튕겨냈던 것이 아무래도 가장 컸다.

 

언제까지고 마음이 빈곤해질 수는 없다.

 

여기서 이야기를 한번 더 뻗어보자면, 지론이지만 사람은 마음이 빈곤하면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믿지않는다.


자신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싶다는 생각은 드문드문하지만, 결정적으로 거기서 박차고 나가고싶다는 생각이 그렇게 크게 들지는 않는다.

왜냐면 내가 우울하고 힘들고 남들이 이해를 못해줄 것같이 위태위태하고 나른한 그 정서상태로 기준점이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너는 "좋은 말 해주는 친구가 있었네. 난 없는데.", "난 a가 없는데." "난 b가 없는데." "다 없는데."라고 생각하고있다면 바로 그거다.

내가 없는 결핍상태에 주목하면서 나의 심리적인 저점을 유지하는 태도가 완강해지는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익숙해져서 모른다.
 

지금 뒤돌아보면, 이 때 "날 도와주려던 사람들을 참 많이 쳐내고 상처입혔구나, 난 정말 이기적이었구나." 생각한다.

깨닫고나면 늦는다.

 

 

 

 

//

 

 

 

 

KakaoTalk_20210115_022426309.jpg

 

<그냥 몇번 만났던 스페인에서 온 여자애. 지금도 서로의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칭찬하며 안부는 주고받는다.

나중에 내 첫인상이 어땠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얘도 내 첫인상은 차가웠댄다.>

 

 

 

어리숙한 마음에 회사에서 친구를 만들려고 시도해봤지만 여전히 안 되었다.

 

그동안 인사쪽에서도 이상하게 사람을 자꾸 돌려서, 뭐 말한마디하면 표정 찡그리는 사람들만 고이기 시작했었다.

아니, 처음엔 생각을 못했는데 나도 생각해보니 회사에서 친구만들 생각은 안하는게 나은 것 같다.

 

그럼 뭐 별거 있나. 방법을 찾아야지.

 

술자리까진 자신없고, 건전한 취미 가진 사람들 동호회니 오프라인이니 여기저기 인터넷으로 찾아서 찔러보고,

만남 어플리케이션도 깔아보고 별의 별 짓을 다했다.

 

 

 

 

근데 프로필에다가 뭐라고 적어야하지.

 

뭔가 "제가 - 해서 -하고 그래서 -합니다. -하니까 -했으면 좋겠어요."형태까지 써내렸다가, 쓱 지웠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어서.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습니다. 제가 하고싶은 취미를 늘려보려고해요."

쓰고보니 좀 괜찮았다.

 

한번은 위의 저 친구놈이 다니는 S대학까지 여사친을 만나러 갔다.

기다리면서 남는 시간 동안 친구를 만났다.

 

"좋아졌네."

"어, 좋아졌어."

 

그냥 별말 없이 웃으며 말했다.

"밥쏴."

 

그러곤 대학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이래저래 칭찬해주며 금방 사람이 좋게 보이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그날 빚졌던 식사값을 갚았다.

 

S대 주변 식당가는 별볼일 없지만 나름 재미났던 가을날이다.

 

 

이후 온 오프라인할 것 없이 그럭저럭 여러 시도를 했고 인연이 닿았다.

 

그리고 이야기의 물꼬가 트면, 그냥 솔직하고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제가 사실은 이러이러합니다. 그래서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곤혹스러워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참 말이 한줄기 차이더라.

 

"제가 사실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좀 마음이 안좋아서 사람만나보면서 극복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잘부탁드려요."

그러면 사람들이 예의 상 한번 되물어주었고, 여기에서 너무 과하지않고 공손하게 설명하면 담백하게 이해해주었다.

 

 

 

 

 

 

하루는 그렇게 만든 친구의 인연으로 닿게 된 자리에 갔는데,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적, 날 엿먹였던 놈이 있었다.

보자마자 "아. 서울바닥 존나 좁구나." 그 생각만 했다.

 

난 그냥 반사적으로 이름을 불렀는데, 의자에서 앉아서 날 물끄러미 올려다보더니 내가 놀란 것보다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어??"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는 그 당시 나름 옷은 멀끔하게 입고 행색도 단정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놈은 비교적 편한 후드차림이었다. 그때쯤 깨달은게 있다면, 양아치들은 외양이 전부란 것이다.

그래서 통쾌하게 복수해줬냐고 묻는다면, 아니. 아무 것도 안했다.

이미 그 부분에서 순전히 우연이긴해도 어이없게 굴러들어온 주도권이 나에게 있단 것을 깨달아서 신경도 안 썼다.

그때의 나였다면 죽이고 싶었겠지만, 뭔가 벽을 하나 넘어선 기분이었다.

 

나름대로 통쾌했다.

 

근데 걔 딴에서는 엄청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사람을 두고 자대고 긋는 견적놀이가 얼마나 얄팍한지 느꼈다.

그걸 생각하고나니, 날 억눌러왔던 숨통이 트였다.

 

 

 

 

 

//

 

 

 

 

지금의 여자친구도 이때쯤 만났다.

 

아마 만난지 일주일쯤 지나서, 영화 '조커'를 대형 극장에서 같이 봤을 때 쯤이었던 것 같다.

영화 조커를 제법 무덤덤하게 영화관에서 보고나온 뒤의 기분이 유쾌할린 없겠지만 그렇다고 불쾌하지도 않았다.

그저 아서 플렉처럼 좀 더 늙거나, 범죄자가 될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조금 감사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나서 뒤돌아보며 감상평들을 이야기하다보니, 어색하지 않게 나의 생각들을 전달할 기회가 생겼다.

생각 이상으로 마음이 맞았다.

 

그래서 전여친의 봉변으로 인했던 상처가 굉장히 빨리 아물었다.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다.

 

현재는 400일째이다.

 

 

 

 

//

 

 

 

여기까지가 코로나 직전의 이야기다.

 

 

 

최근엔 아는 사람이 죽고 싶단 이야기를 했다.

그냥 웃으면서 "그거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지말아주라."라고 했다.

 

 

내가 자살을 하면 내 몸뚱이는 누가 치워주나 이런 고민을 했다. 나는 그렇게 버텼다.

내가 살면서 남들 눈살을 찌푸리더라도 극복해나가는게 누군가가 치워야할 단백질폐기물로 전락하는 것보단 낫다.

정말 인생은 내 의지로 태어나는 것도 아닌데 남들한테 폐 안끼치고 죽을 방법도 없다.


 

정말로 오래 무던히 깎아내려온 생각이 하나 있다.

 

세상에 몇명이나 나를 이해해줄 수 있을까?

혼자가 되어버린 내게 특별한 사람이 다시 와줄까.

 

저 주제를 윗줄로 남겨놓고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으로 비문만 가득하게 휘갈기며 써내리다가 싹 지워버렸다.

머리와 감정이 정말로 딱딱하게 굳어버렸구나하는 자신에 대한 재고는 덤이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좀 더 밝게 살아보라고 한다.

걱정해주셨다면 마음은 감사하다.
 

사람의 감정이 그렇게 3분카레 마냥 적절하게 뽑아낼 수 있다면 이런 걱정도 안하고있겠지.

생각을 더듬다보니 도저히 삶이 이해되지가 않아서 미친 척하고 저질렀던 우행들도 생각난다.

 

내가 가진 남은 관계를 존중하려면 나 자신을 잘 통제해야한다.

잔인해도 결국 한 사람의 불행의 몫은 그 당사자의 몫이다.

말하고보니 당장 쓸 곳은 없어도 가오잡기엔 꽤 그럴 듯한 말이다.

 

갑자기 거기서 생각이 사로잡혀 에너지 드링크 한캔에 맥주 한 잔, 그리고 기억을 더듬으며 몇시간을 붙잡아 쓰게 되었다.

 

 

 

//

 

 

 

이 모든 과정은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한번은 친하게 지냈던 여동생으로부터 주변 언니들의 귓바람 탓에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 순간에 스토킹을 당해서 화를 입었던 전 여친이 생각났다.

굳이 내가 자신을 방어하려는 사람에게 한 사람의 예외가 되어 그 사람의 방어에 구멍을 만들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엔 내가 너무 특이하고 조잡한 사람이었으니까.

굳이 구태여 논리적인 구구절절함까지 끌어들여 내 진심을 더 설명하는 것도 힘들다.

연예인 될 것도 아닌데 뭐 그냥 그러려니 하지 뭐.

 

날 경계하는 상황에 미묘하게 넌 괜찮겠구나하고 안심감을 느끼는 나도 참 더럽게 인생꼬였구나 하면서 제 갈 길을 갔다.

이 이야기를 여자친구에게 했더니 나름대로 의미있게 잘 선택한 것 같다고 한다.

 

어차피 다시 친하게 지낼 것도 아닌데.

 

뒤돌아보면 드는 생각이 많다.

 

이것이 당신들이 나에게 팍팍한 이유구나.
이것이 당신들이 나의 호의를 경계하던 이유구나.
이것이 당신들이 나를 어딘가 수상한 사람으로 여기는 이유구나.

 

가치관이 본질적으로 다르더라도 어쩌면 어제의 너는 만나볼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을까.

뭐 그런 생각으로 그냥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내 마음만 약간 고쳐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떻게 버텼는지 생각을 더듬어봤는데 여전히 스스로도 이해는 잘 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바닥을 다 보고왔다고 생각했던 순간,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든 가치관이 불분명해지고 흐릿해졌다.

마치 학창 시절 0.5샤프심으로 답안을 썼다가 플라스틱 지우개로 뭉개서 빡빡 지우다보니 헐어버린 재활지 소재의 쪽지시험 답안 같았다.

 

 

한번 남들에게 버림받아보고나니, 또 느끼는게 있다.

의외로 그냥 체면이 깎이고 개쪽팔리더라도 다 질러봐도 괜찮다.

그걸 받아들여주면 내 인연인거고 아니면 갈길 갈 사람인거다.

 

 

나름대로 아버지도 용서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굉장히 간단하게 풀렸다.

아버지는 본인이 굶어도 적어도 남들 등쳐먹은 적은 없었다.

 

 

난 언제나 복잡한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그래도 날 갉아먹는 말들로부터 조금씩 조금씩 편해졌다.

 

겪은 일이 많다보니 남을 위로해줄 여유도 생겼다.

 

코로나로 돈이 많이 증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웃기는 사실은 마음은 몇년 전보다 훨씬 여유롭고 풍족하다.

 

심각한 사태에 비해서, 생각보다는 잘 살고있다.

 

 

37개의 댓글

2021.01.15

술술 읽히네. 덕분에 잘읽었고 침울한 나도 정신 차릴 계기가 된거 같다. 고맙다

1
2021.01.15
@아침밥

읽어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0

잘읽고 간당

1

글을 잘쓰네, 책내도 될 거 같아. 우울한 이야기 안좋아해서 솔직히 다 읽을 생각은 없었는데 표현력이 좋아서 잘읽힌다.

사람은 고통의 시간을 겪는만큼 성숙해지는게 맞는 것 같아.

너의 글을 보니, 힘들었겠지만 삶의 의미를 잘 찾아가는 것 같아서 앞으로의 네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똑똑한 친구 같으니 앞으로도 잘할거라 믿어.

 

 

2
2021.01.15
@년째강아지없음

말씀하신 것 처럼 조금씩 생각을 정리하면서 작가 쪽을 준비중입니다.

응원말씀 남겨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모쪼록, 좋은 아침되세요.

0
@LOGIE

필명이 있으면 알려줄래?

0
2021.01.15
@년째강아지없음

그냥 이름으로 연수진이예요 :)

0

그리고 하나 더, 고모들처럼 악독함만 가득한 것이 아닌, 그러한 틈에서도 삶을 이겨내는 너 같은 사람이 있으니 세상이 아직 아수라가 아닌 것이다.

부디 꼿꼿하게 너만의 꽃을 피워내길 바래.

1
2021.01.15

글도 잘쓰는데 결이 나랑 맞는사람이라 쉽게 읽혀지는구나 힘내야겠다 너도 힘내

1
2021.01.15

다들 생각하는게 비슷하구나. 정말 긴 글인데도 몰입되면서 뭐 하나 빠지지 않게 읽혀진다

고생 많이 한 것 같아서 힘들었겠지만, 앞으로 더 어려운 일이 있어도 왠지 모르겠지만 그 누구보다도 잘 헤쳐나갈 사람인 것 같다고도 생각이 드네

진짜 힘내라

0
2021.01.15

많은 것을 느끼고 반성했지만 그런 감정을 글로 쓸 수 없어 그저 추천을 누르고 간다

1
2021.01.15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게 만드는건 역시 사람의 이야기뿐이네

1

글 어떻게 그렇게 잘 써? 형만큼은 힘들었던건 아니지만 나도 언제부턴가 서서히 사회부적응자가 되었어. 그 전에는 완전 정반대의 사람이었고 말잘하고 논리적인 사람이었는데. 지난 몇년간 정말 신기하게도 완전 정반대의 사람이 됐어. 말주변도 없고 자주 어버버해. 행동거지도 칠칠맞지못해지고. 생각정리도 잘 안 돼. 어떻게 하면 그렇게 논리적으로 글쓰고 할 수 있어? 팁 좀 줄 수 있을까

0
2021.01.15
@뜨끈한김치찜쫀득한족발필라이트

조금 답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남의 일이다보니 가볍게 조언하거나 서툴게 답변할 댓글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조금 생각할 시간도 필요했고,

제가 쓴 글도 세네 번 다시 훑어보았네요.

 

우선 저는 아직까지 제가 글을 잘쓰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좋게 평가하고 말씀해주신 점 감사합니다.

사실 털어놓기 힘든 일이었던 만큼 글 쓰는데에는 술 기운을 빌리는 용기가 많이 필요했는데 저에게도 위로가 되네요.

 

제가 쓰는 글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한 시기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대충 두 달 정도된 것 같아요.

그 이전까지는 저 자신에게 자문자답하는 식으로 생각을 좀 넓혀보려고 많이 노력한 것 같습니다.

자의이든 타의이든 남들하고 다른 길을 걷게 되어버린 탓도 있구요.

 

1.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는 것인데, 댓글 남겨주신 이 님께서는 이미 그 사실을 잘 인지하고 계세요.

이미 그 시점에서 이미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전에 썼던 글중에 짧게 이런 생각을 언급했던 적이 있습니다.)

 

2. 어찌되었건 부딪히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 이건 하면 안되겠지."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내가 망가져 있다면,

당장 깨닫지 못하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그 얼개를 파악해야하는데, 그러려면 가장 바깥 쪽에서부터 좁혀나가야합니다.

 

말씀하시는 이야기를 제 나름대로 느낌대로 축약해보자면 위축되는 나 자신을 극복하는 방법이 어떻게 되는가-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제가 잘못이해해서 아니라면 말씀해주세요.)

그게 마법처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정말 좋을텐데, 쉽지가 않고, 시간이 정말 많이 들어갑니다.

내가 가진 가치관을 지탱하는 것을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더더욱 힘든 일이고요.

 

제 개인 블로그에 작년에 읽었던 책들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둔 글이 있는데,

장례식을 다룬 책이 있어요. 롤란트 슐츠라는 독일 작가가 쓴 '죽음의 에티켓'이었던 것 같아요.

 

제 기억이 지속적으로 상기되는 것을 감수해가며 읽어나갔는데, 거기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의 슬픔을 적절하게 옮겨담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장례식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소 무관해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위의 본문에도 적어두었던 제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한 번 더 인용해보자면,

본질은 다 다를 수 있어도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의 성향은 대체로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정말로 어렵긴 한데, 또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걸 길들이고 내 것으로 만들면 남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자산도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걸 해내지 못하면 자신의 경험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못난 어른이 되는거겠죠.

문득 저 자신에게도 그런 모습을 찾을까봐 내심 무섭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저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언젠가 도움이 되길 빌면서 지속적으로 상기했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부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1

글 정말 잘쓴다 공감해 같이 화이팅하자!

0
2021.01.15

글 써줘서 고마워. 힘들때 이렇게 딱 극복했습니다! 는 많지만 그건 남의 나라 이야기 같더라고. 항상 중간과정을 알고싶었거든. 뭔가 어떻게 조금씩 채워나가는지 약간 알거같아. 써줘서 고마워

0
2021.01.15
@보의응력집중

친절하게 쓴 글은 아닌데 그렇게 읽어주시니 정말 다행입니다.

좋게 여기고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0
2021.01.15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글이네

 

정말 감당할 수 없는 큰일이 닥쳤을 때

제일 정신적으로 힘들었던게 원망할 대상이 없다는 거더라.

 

나도 스스로를 원망도 해보고, 먼저 가버린 사람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답은 결국 누구도 잘못한게 없다는 거였음.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피할 수 없는 악재가 하필이면 나한테

들이닥쳤다는 게 안타까운거지.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상황

정신적으로 점점 몰리게 되더라.

 

개붕이 행복하길 바란다

3
2021.01.15
@언젠간고국에

그리고 자살이라는 걸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도 항상 전하는 말이지만, 정작 자살하는 사람들을 상처입힌 사람들은

그 것에 대해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음.

 

자살로 가장 상처입고 괴로워하게 되는건 자살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꼈던

가장 그 사람에게 중요한 사람들이라는거

정말 자살을 하고 싶으면 네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봐라 그 사람들 중 분명히 누군가는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더 상처받고 괴로워할거라고

자신을 위해 살 수 없다면 당신을 사랑해주고 당신의 아픔에 괴로워하는 타인을 위해 살아보려고

노력하라고

0
2021.01.15

아따 글 잘쓰네잉

0
2021.01.15

과하게 구체적이고 바로 와닿지 않는 표현이 있어서 흐름이 뚝 끊기는 부분이 좀 있는 것 같다. 글 잘봤다 너의 이야기가 단지 우울하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설득력을 갖는게 아닐 수 있기를

0
2021.01.15

와 읽을 거리 판은 처음들어오는데 좋은 글 많네 ㄱㅅㄱㅅ

0
2021.01.15

와 진짜 숨도 안쉬고 읽었다. 흡입력 장난아님 ㄷㄷ

1
2021.01.15
@dipdipdep

작년에 직장 그만두고 1년 허송 세월 보내다가 이제와 정신차릴려고 보니 눈앞이 캄캄한데 뭔가 쓴글에서 힌트를 얻은것 같아서 기분좋게 글 읽었습니다.

0
2021.01.15

담담하게 본인의 인생을 풀어낸 글...정말 잘 읽었습니다. 힘내세요 응원하겠습니다

0
2021.01.15
@신구선생

지금은 매우 잘 살고 있습니다. :> 모두 힘내세요.

0
2021.01.15

너 글 존나 잘쓰는거 같은데

친구랑 나눈 카톡 내용도 그렇고

좀 뭔가 배우로치면 배우병 걸린 사람가틈 뭔가

2
2021.01.16
@달콤짭잘

Dramatic speech 라고 하지

0
2021.01.16

당신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사람입니다.

힘을 받았습니다. 응원합니다.

1
2021.01.16

모든 걸 하든 관찰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명상수행에서도 그렇듯이.

0
2021.01.16

잠수하는 기분으로 읽었음.

 

누가 언제 나를 물 속에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수면 위보다 물속을 지켜보는게 더 즐겁기도 하더라고.

 

언제부턴고 하고 돌이켜보면

파도에 부딪혀 금방 없어질것만 같았던 바위가

수면 밑으로는 크고 단단한 뿌리를 가지고 있단걸 알았을 때부터였나.

1
2021.01.17

글 ㄹㅇ 술술 읽힌다 두고두고 읽어야겠어

0
2021.01.17

근데 진짜 싱각 복잡하게 산다

나는 저정도 생각 하면서 살았으면 진작에 자살하러갔다

0
2021.01.18

진짜 글 잘쓴다...

0
2021.01.18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도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 객관적으로 되돌아보고 고쳐봐야겠네요

0
2021.01.19

댓글은 처음 남깁니다. 글솜씨가 좋으시네요.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의 총합이다.'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과거의 안좋은 것들을 포함한 모든 경험들이 현재의 당신과 당신의 글이 된게 아닐까 싶습니다. 응원합니다. 이름 기억해두고 책이 나온다면 읽어보고 팔겠습니다. 서점을 운영하거든요.

2
2021.01.24

사람은 겪은 고통의 시간만큼 성숙해 지는게 맞는걸까? 그 기간만큼 침전되어 다시는 날아오를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신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준다지만, 되려 나란 인간이 잠식되어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껍데기밖에 남지 않는 것이 아닐까? 난 그게 가장 두렵다. 제발 내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죽어있지만 죽을때까지 죽어있고 싶지는 않다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감동] 나로부터의 시작 2 지극히미묘 1 23 일 전
[감동] 진정한 친구관계의 기준 4 지극히미묘 4 27 일 전
[감동] 젊은이에게는 실패라는 말은 없다 2 지극히미묘 2 28 일 전
[감동] 그게 무슨 사랑이요? 2 지극히미묘 3 2021.02.07
[감동] 스님의 주례사 8 지극히미묘 8 2021.02.06
[감동] 평등은 같음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 13 지극히미묘 6 2021.02.05
[감동] 남을 나쁘게 생각하는 건 자신을 학대하는 사고방식 9 지극히미묘 19 2021.02.02
[감동] 누구나 다 행복할 권리가 있다 25 지극히미묘 17 2021.02.01
[감동] 열등감에 우는 아이 눈물 멈추게한 진리 18 지극히미묘 22 2021.01.28
[감동] 이 시국 종교쟁이들 줘패는 필독서 21 개구Li 2 2021.01.28
[감동] 너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니? 1 지극히미묘 3 2021.01.27
[감동] 어느날 제자가 물었다. 7 지극히미묘 4 2021.01.25
[감동] 경험의 테두리에 대한 단상(斷想) 5 LOGIE 3 2021.01.23
[감동] 편쥐 자두자두 0 2021.01.22
[감동] 성공하고 싶다면 습관화 해야 할 행동 베스트 10 [펌] 10 전설의호우호우 2 2021.01.18
[감동] 아픈 사람들에게 써보는 글 37 LOGIE 33 2021.01.15
[감동]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18 LOGIE 15 2021.01.13
[감동] 개(강아지) 안키우게된 계기 21 자두자두 11 2020.12.25
[감동] 100만원으로 결혼해서 1억모으기 32 다시여친만남ㅋㅋ 21 2020.12.13
[감동] 전문직을 준비하는 장수생들에게 62 00x 26 2020.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