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아빠와 갑작스런 필리핀으로의 출국 - 3

1편 링크 http://www.dogdrip.net/6957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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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아침이 됐다. 늦잠을 잤다. 수요일 이였고 할 일이 없었다. 책을 읽었고 아빠가 니콜과의 통역을 도와달라고 할 때가 있어서 도와드렸다.

아빠가 이제 별로 일이 없을거 같으니 다이빙을 하지 않겠냐고 물으셨다. 사실 난 스쿠버 다이빙을 아주 즐기지는 않기 때문에(수영은 좋아한다), 더군다나 엄연히 비용이 들지만 아빠 대 주셔서 하는 것 도 맘에 항상 걸려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이왕 왔는데 하는게 어떠냐고 하셔서 했다. 한번 다이빙을 하고 점심을 먹고 쉬고 있었다. 온다고 연락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홍콩다이빙협회 사람 두 명이 왔다. 그들은 조지와 아빠에게 질의를 하고 싶어 했었고 둘 다 응했다.


그들은 미리 준비한 양식을 꺼냈다. 질문을 하기 앞서 말하길 자신들은 공권력이 있는 집단은 아니고 민간 협회이기 때문에 협조를 바라는 것이고 대답하길 원하지 않는 질문에 대해선 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들은 단지 협회의 일원인 찰리가 사망한 경위에 대해 보고를 해야할 뿐 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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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나를 통해 본인은 실제 일이 있었을 때 없었다는 것을 그들에게 명시해 달라고 했고, 조지 역시 그런 의사를 분명하게 말 했다. 그들이 질문을 시작했다. 아주 기본적인, 몇 명이서 출발 했느냐? 그들이 몇 시에 배를 타고 갔느냐 에서부터, 물속에서 무슨일이 있었냐 몇 미터에서 상승을 시작했냐 누가 처음 패닉을 일으켰냐 등....... 우리 쪽은 할 수 있는 대답은 해 줬다. 직접 겪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조지는 대답을 많이 꺼려했지만 아빠는 그랬었던거 같다는 식으로 대답을 잘 해주셨다. 성심 성의껏 대답을 해 줬지만 힘들었다. 홍콩식 영인데다가 잘 모르는 단어가 섞인 대화를 통역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질문이 너무 많고 오래 걸렸다.




그리고 당시 사건에 직접적인 당사자인 다이빙을 나간 배의 선장과도 대화를 원한다고 해서 같이 임했다. 선장이 원해서 장소를 실내로 바꾸고 대화를 했다. 물어보는 내용은 별게 없었다. 선장도 대답할 수 있는 것은 대답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와의 질문과는 비교적 짧은 선장과의 질문을 마치고 홍콩다이빙협회 인들은 그들이 필요한 모든 질문을 마쳤다고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얘기를 하자면 찰리에 대해 말 하고 싶다고 했다. 정말 훌륭한 사람 이였고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고 했다. 그의 죽음이 너무나도 슬프다고 했다. 쉴새없는 질문으로 날 힘들게 했던 조사관이 이제야 슬픔을 머금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빠와 조지도 같이 슬퍼했다. 그때 아빠가 처음 얘기해 주셨다. 찰리는 홍콩 다이빙 협회 간부였고, 그쪽 다이빙 계에서 영향력을 많이 끼치는 사람 이였다고. 난 몰랐었던 사실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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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갔다. 조지는 마저 할 일이 있었고 아빠는 이제 바쁜일은 없다며 나랑 같이 로비 테라스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아빠는 말이 없으시다 몇 마디 하셨다. 사실 아까 조사관들이 너무 공격적으로 조사를 해서 기분이 나빠 자리에서 일어나실 뻔 했다는 말, 그리고 찰리에 대한 말 이였다. 아빠는 그가 항상 친절했으며 신사였다고 했다. 아빠샵에서 자주 술을 마셔서 친해졌다고 했다. 그는 자기의 친한 친구였다고 말 했다. 조지한테는 미안하지만 찰리의 죽음으로서 당신이 느끼는 조지가 느끼는 감정이랑은 다를 것 이라고 말 했다.




 

밤이 되고 앤드류가 찾아왔다. 예정돼 있는 것 이였다. 카운터에 맡긴 귀중품과 방에 남아 있는 짐, 그리고 다이빙 장비를 가지러 온 것이다. 그와 악수를 했다. 그가 자기소개를 했는데 난 내 소개를 안해서 그가 나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물은 뒤에야 내 이름을 말 해줬다. 조금 민망했다.


조지와 니콜의 입회하에 귀중품이 담긴 상자를 열고 확인한 후 앤드류에게 건냈다. 사실 그 상자는 아빠가 도착한 첫날 확인 했었다. 거기엔 그들의 여권, 지갑, 고가의 다이빙 시계 그리고 약 2000달러 등이 있었다. 확인할 때 여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었고 안에 들어있는 물품을 나열하고 사진을 찍은 뒤 다시 원상태로 넣었었다.


앤드류는 확인 후 문제없다고 하였고 나, 아빠, 조지를 앞에 두고 그가 본 사고의 정황을 말 해줬다.


 

펑과 앤드류의 교육과정의 하나로 100미터 다이빙을 들어갔다. 선생은 찰리였고, 최강사님은 가이드였다.

총 네명이 100미터 까지 들어가는 것 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올라올 때가 문제였다.


상승중 50미터 부근에서 너무나도 거센 조류를 만나서 절벽에 기대서 벽을 타고 천천히 상승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펑이 패닉을 일으켰다. 패닉을 일으키면 사람마다 다르지만 상황파악을 못하게 되고 호흡이 가빠지며 무조건 상승하려고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50미터 깊이의 거친 바다속 에서 그는 자기의 BCD(부력장치)에 공기를 주입하고 올라가려고 했다. 이미 그들은 100미터까지 다녀온 상태여서 절대로 즉각 상승할 수가 없었다.


30미터에서 급상승도 아니고 50미터였다. 올라가는데 한시간 가까이를 들여야만 했었다. 급상을 하면 반드시 죽는 상황 이였다. 찰리는 그런 펑을 끌어내리려고 갖은 애를 썼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패닉을 일으킨 사람의 힘은 제정신인 사람이 다룰수 있는게 아니고 공기가 가득 차버린 BCD 의 부력은 핀으로 찬다고 거슬러 지지가 않는다. 이럴땐 아쉽지만, 올라가는 사람을 따라가도 의미가 없다. 패닉을 일으킨 사람을 붙잡아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찰리는 펑을 따라 올라갔다. 당연히 최강사님이 말렸다. 하지만 그를 말릴수 없다고 했다. 나중에 최강사님이 말씀 해 주셨지만 물속이여서 말은 못하는 상황이여도 찰리의 눈이 단호하게 말했다고 한다. 자신의 학생은 자기가 책임진다는 것 이였다. 그러자 최강사님도 앤드류에게는 아래에 있으라고 하는 신호를 주고 찰리와 같이 올라갔다.

 여기까지가 앤드류가 본 상황이다. 그는 그후 물 아래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40분에 걸쳐 서서히 상승했다.



그 후 상황은 앤드류도 알고 있었겠지만 그들은 거기서 대화를 이어갔다.

찰리와 최강사님은 결국 펑을 진정시키는데 실패했다.


수면으로 올라왔을 때 펑은 이미 죽어있었다. 과호흡, 혈관수축, 심장마비........ 사인은 많을 것이다. 찰리 이미 하반신 마비가 있었다. 최강사님은 마비가 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 둘은 배에 올라가기 위해 장비를 바다에 버렸다. 펑의 장비를 벗기고 배에 있는 사람들이 그를 올렸다. 그리고 최강사님과 브라이언을 올렸다. 이제 몸 전체에 마비가 온 상태에서 찰리는 펑부터 챙기라고 했다. 최강사님은 펑에게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배의 선장이 지나가는 배에게 앞으로 30분 후에 올라올 앤드류에 대해 말 하고 장비 회수를 부탁했다. 샵쪽에 있는 선착장으로 향했다. 모든게 긴박했었다. 이미 시체가 된 펑은 엠뷸런스를 타고 시내 병원으로 갔고 다이빙 때 쓴 배는 작았기에 큰 배를 빨리 빌려 부르고스로 향했다.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로 찰리는 이미 의식이 없었고 최강사님은 희미한 의식으로 챔버.......챔버........;를 되뇌었다고 한다. 병원에 그 둘은 도착했지만 감압챔버는 이미 사용중이였다. 챔버는 한번 가동하면 도중에 중지 할 수 없었다. 한시가 바쁜 상황이였지만 어쩔수 없이 4시간이나 기다린 후 들어갔다. 결국 찰리는 감압챔버 안에서 쇼크를 일으켜 죽었다.



길지 않은 대화가 끝났다. 침묵했다 다들. 조지가 말을 꺼냈다. 찰리는 정말 진정한 다이버였다고, 아빠도 같은 말을 하셨다. 정말 그렇다고, 그리고 최강사님도 천성 다이버라고.

 

앤드류가 방에 올라가겠다고 했다. 아빠가 다른 방에서 자길 그에게 권했지만 그는 괜찮다고 했다. 그는 원래 그의 친구들이랑 같이 묵었었던 방에서 그날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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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침이 됐다. 대체로 필리핀에서는 조금 먹는다. 밥맛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타지 음식이 맞지 않아선지.


앤드류가 내려왔다. 벌써부터 그는 갈 준비가 된 모습 이였다. 아빠가 그가 방에 있는 짐을 갖고 내려오는 것을 도우라고 하셨다. 그를 따라 2층에 있는 그의 방, 그가 그의 친구들과 머물렀던 방에 들어갔다.


그가 펑과 찰리의 짐을 싸는걸 봤다. 큰 캐리어에 면세점에서 산듯한 중국술과

가족들에게 줄 것인듯 했던 화장품들이 들어갔다. 옆에 플라스틱 박스에 그들이 썼던 다이빙 장비가 있었다. , 레귤레이터, 비시디 등등, 그리고 옷걸이엔 펑이 입고있었던 다이빙 옷이 걸려있었다.


그는 그 장비들을 모두 샵에서 처리해 주길 부탁했다. 그리고 술을 포함한 몇개의 짐도 샵에서 맡아주길 바란다고 했다.그것들은 펑의 가족들이 와서 가져간다고 하였다. 그의 짐들을 갖고 내려와 선착장 까지 같이 가줬다. 당연히 혼자 들수 없는 짐 일 수 밖에 없었다. 그와 한 악수가 기억난다.



다이빙을 한번 하고 시간을 보냈다. 펑의 친척이 왔다. 그의 처남 과 내 또래 혹은 나보다 어린 남자가 왔다. 이번에는 악수를 하며 내 이름을 말 했다. 사진으로 본 펑은 젊었기 때문에 그만한 아들이 있을거라고 생각을 못했지만 그는 펑의 아들이였다. 혹은 그의 표정이 덤덤해서 그랬던 것일수도 있다


그들은 앤드류가 맡긴 짐을 받았다. 샵에 있는 잔을 빌릴수 있냐고 한 뒤 짐 중에 있던 술을 가지고 해변으로 갔다. 그들은 향을 테우고 모래에 꽂은뒤 술을 따라 바다에 뿌렸다. 그리고 거기서 절을 두번 했다. 바다를 향해


난 샵에서 그들을 지켜봤다. 컵을 반납한 후 그들은 돌아갔다. 아들이 펑의 다이빙시계를 두고가겠다고 했다. 다이빙 정보가 기록되는 좋은 시계다. 그 시계의 마지막 기록은 사고 기록이다.

 


그날 드디어 펑의 시신에 대한 처리가 끝났다. 해질무렵에 응급차를 통해 항구에 도착한 그의 시체를 배로 운구했다. 관에 들어가 있지는 않았고 특수해 보이는 비닐과 테이프로 봉해져 있었다. 거의 6명이서 들었었는데 무거웠다. 샵에 돌아와서 돌아갈 비행기를 예약했다. 다음 다음날로.


저녁을 먹고 아빠와 마주앉아 맥주를 마셨다. 앞엔 펑의 시계가 놓여있었다. 아빠는 술을 계속 드셨다. 원래 밤에 술을 많이 드시지만 계속 안드셨었다가 이번엔 평소만큼 드셨다. 아빠는 찰리 얘기를 하셨다. 믿기지 않는다고, 앞에 있는 자리를 가리키며 거기 그 자리에서 그와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셨는지 얘기하셨다


지금도 불편한 어깨를 들어 올리며 이 어깨가 그때 부러진 거라고, 그와 마시다 취해서 저 계단을 올라가다 넘어져 부러진 거라고. 그러더니 정말 보기 힘든 그의 눈물을 보이셨다. 훌쩍거리며 말 하셨다. 친구를 잃은게 너무 오랜만이라고 아빤 아직도 찰리가 죽은거 같지 않다고 정말정말 보고싶다고 하셨다.


 

9. 섬에서 보낼 마지막 날이다. 다이빙을 하고싶진 않았고 떨어져 있는 큰 해변으로 가기로 했다. 마닐라 에서도 관광을 오는 멋진 해변인데 거리가 조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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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여비를 챙겨 주셨다.



책이랑 핸드폰을 들고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서 해변으로 갔다. 사이드카가 달린 트라이시클보단 조금 싸다. 30분 넘게 달려서 해변에 다달았다. 해변의 끝자락에 있는 바에 자리를 잡고 책을 읽었다. 바에 짐을 맡기고 수영을 했다. 오랫동안 했다. 원래 간지럼을 잘 타서 못받았던 마사지도 받았다. 할머니가 힘이 약했다. 샵에 돌아올땐 트라이시클을 타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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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굉장이 북적했다. 다이빙을 하다 친해진 분들과 같이 저녁을 먹고 술을 마셨다. 한국에서 먹거리 다이빙을 하는사람의 무용담을 듣는데 정말 시간가는줄 몰랐다. 그 사람은 필리핀에서 하는 보수적인 다이빙은 처음 한다고 했었다. 맥주를 많이 마셨. 아빠는 손님들과 같이 술을 마시느라 바쁘셨다. 난 먼저 올라가서 잤다.



 

아침이 됐고 어제 마지막 다이빙을 했다. 오후가 되고 전날 같이 술을 마신 분들과 같이 한국에 들어가게 됐다 가는 길에 최강사님이 계시는 병원에 들려 그분들이 소정의 기부를 하셨다. 그분들이랑 같이 점심을 먹고 찢어져서 나는 에어아시아를 타러 좀 먼 터미널로 갔다. 차에서 내리니 더웠다. 오래 기다렸다. 비행기는 늦게 출발 했다.





 

집에 도착하고 어머니께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다. 학교에 가서 동기들에겐 간단하게만 얘기했었다.



- 끝- 

2개의 댓글

2015.04.27
잘읽었다. 추천하고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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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7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올라왔구나. 마치 단편 소설 한 편 읽은 기분이다. 잘 읽고 간다. 추천 하나는 내 몫으로 주고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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