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스압) 개드립간 청각장애인 남친썰 읽고 생각나서..

그냥 개드립에 청각장애인 남친 썰 올라온거 보고... 나도 그냥 추억하나 꺼내보려고..

유아교육과 2학년까지다니다가 군입대를 하고 집 사정이 어려워서 직업군인이 돼버린 굉이야.

자세히 소개하면 알아보는연놈들 혹시나 있을까 해서 경기도 소재 대학교 라고만 설명할게.

나도 대학입학하기 전에 흔히들 아다새끼들이 상상하듯이 연애도 하고 술마시고 놀고 즐기면서 캠퍼스 라이프를 즐길 줄 알았어.

아까 말한것처럼 유아교육과에 입학했어.
비율은 40명중에 남자 5명.
(청일점 그딴 개소리 하는 사람은 훗날 꼭 노예로 태어나길 바람.)

입학하자마자 가뜩이나 수가 없는 남자들끼리는 바로 친해졌는데 여자애들이랑은 친해지기가 좀 힘들었어.
두가지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했지.

완벽한 다크템플러가 되거나 졸라 나대서 여자애들이랑 골고루 다 친해지거나...
아는놈들은 알겠지만 여자애들이 많으면 무리가 존나 많아서 한무리랑만 어울리면 나머지랑은 은연중에 적이 되는거여...

아무튼 난 후자를 택했지.

후회는 안해.

다만 그때 그냥 조용히 지냈으면 지금은 어쩌고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거지.

뭐 어무튼 과제도 나서서 도와주고 교수님한테 대표로 가서 나대기도 하고 무슨 데이 무슨데이에 과 애들 전체에 사탕이니 초콜렛이니 뭐니 돌리기도 했고.

1학기에 거의 대부분 애들한테 호감형인간이 됐어.

그렇게 1학기를 지내고 성적도 빡세게 관리하면서 교수님 ass hole 도 열심히 빨아재끼고 애들이랑도 친해졌어.
그덕인지 2학기에 과대로 추천을 받았어.

근데 그때 좀 겁을 먹었어.
사실은 아다에 존나 쫄리는거 숨기려고 나댄건데.
그게 애들 눈엔 리더십있고 애들 잘챙겨주고 성적관리까지 잘하는걸로 보였나봐.

솔직히 얘기하기엔 만화주인공도 아니고 쪽팔리기도하고 지금이미지를 지키면서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하고 고민했지.

그러다가 '다음학기부터는 봉사활동 동아리 하나를 설립해서 봉사활동을 해보고싶다. 그래서 학과일에 집중할 수 없을것같다. 내가 과대가 되면 나에게도 너희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 될것같다 .' 라고 그럴듯하게 핑계를 댔지.

근데 그게 화근이었다.

여자애들 수근대던게 교수님 귀에 들어간거여 ㅋㅋㅋㅋㅋ 시밬ㅋㅋㅋㅋ..

교수님이 2학기 시작하자마자 지원금이고 뭐고 걱정할거 없게 해준다고 담당교수
해준다고 당장에 준비하라고 하시더랔ㅋㅋㅋㅋ...

시벌 이걸 핑계라고 댄건지 아오... 하고 후회하다가 어쩔 수 없이 동아리 설ㅋ립ㅋ.

같은과 남자놈 네명 꼬셔서 일단 인원수 채우고 pc방 열시간씩 찔러주니까 군말 없이 도와주더랔ㅋㅋㅋㅋㅋ...

동아리를 만들긴 만들었는데.....
동아리 회의 핑계로 주말마다 스타2욬ㅋㅋㅋㅋㅋ
나 시티 존나 열심히함 ㅋㅋㅋㅋㅋㅋㅋ
유즈맵 존나 많이해씅 ㅋㅋㅋㅋㅋ

뭐 아무튼.

그러다가 2학기 다지나고 2학년이 됨.
다행히 성적관리 빡세게 해서 성적은 좋았으나 동아리 실적이 없으니까 교수님이 좀 빡치신거같았어.

2학년 1학기 초에 교수실에서 말씀하시더라.

'그래도 내가 담당하는 동아리인데 활동
포트폴리오라도 하나 제출해야 지원금걱정도 없고 하지 않겠니.. 이번학기 과대는 내가 보기에 영 시원치 않던데...'

직역하면 '너 실적없으면 과ㅋ대ㅋ'

속으로는 '시발ㅋㅋㅋㅋ교수님ㅋㅋㅋㅋ 나 시키면 과 망해욬ㅋㅋㅋㅋ 나 개드리펔ㅋㅋㅋ' 하고 울었지만 겉으로는

"저번학기는 기관이나 센터 알아보느라 제대로 활동을 못했지만 올해부터는 선정한 기관에서 아동관련 봉사활동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하면서 있지도 않은 계획 설명했엌ㅋㅋ..

그리고 3일만에 찾은곳이 학교 근처에 있는 아동센터였어.
맞벌이나 편부, 편모가정이고 방과후에 학원 보낼 여력이 안돼서 애들이 혼자지내는 가정에 방과후 교육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 돌봐주는 곳이었어.

처음엔 3월 중순쯤부터 나 혼자 일주일에 두세번쯤 갔었는데 한달쯤 지나니까 소문이 났는지 후배들이 동아리에 들어서 봉사활동
같이 하더라고.

교수님도 긍정적으로 호의적으로 버시고 봉사활동 시간 인정해주시니까 동아리원 급ㅋ증ㅋ

사범학과에서 꽤 많이 가입을 하다보니 회비도 걷기 시작했고.

회비는 술마시는데 절반, 아동센터에서 애들한테 절반 사용했어.

2주에 한번정도 상영회겸 다과회도 했어 ㅋㅋ

빔프로젝터로 영화틀어주고 미리 파악한 영화 줄거리로 애들한테 퀴즈내서 답맞추면 선물주고. 뭐 이런거 ㅋㅋ..

나름 다과회도 겸해서 해서 그런지 반응이 좋았어.
(원장쌤 기준이 비폭력에 교육적효과라서 영화 구하기는 빡셌어 ㅡㅜ... 애들 만족도도 높아야하니까...)

두달쯤 선생님 소리 들었더니 애들한테 자연스레 관심도 가고 관찰도 하다보니 한명.
관호라는 애가 은따를 당하는것 같더라고.

원장쌤한테 물어보니까 10살짜리 관호가 12살짜리 형 하나 18살짜리 누나 하나가 있는데 형 관영이가 자폐증이 있더래...

그러다보니 더 관심가고, 한번더 쳐다보고 하게 되더라.

4월 넷째주 주말에 상영회를 했거든?
근데 관호 어머니가 야근이 있어서 관호를 데리러 못가니까 집에좀 데려다줄 수 있냐고 묻더라고.
머침 원장쌤이 집에 일찍 가서 내가 전화받고 알았다고 했어.

원장쌤한테 물어보니까 집도 나 자취하는 원룸이랑 가깝더라.

버스타고 관호 손 꼭 붙잡고 집에 갔어

근데 집앞에 왠 여자애가 관호 닮은 코흘리개 애 손을 잡고 있었어.

얘가 희영이었어.
키는 153... 엄청 작았어.
내 키가 184니까 상대적으로 더 작아보였어.

근데 웃긴게 내가 아청이 눈에 씌었는지 아니면 동정심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청순하고 귀염직한게 이쁘더라.
허허허허....

철★컹★철★컹

뭐 아무튼 처음엔 동생 손잡고 나타나니까 경계하다가 사정 설명하니까 조금 눈매가 순해지더라고..
(째려볼때 졸 무섭 ㅡㅡ..)

그리고나서 센터 애들 데리고 동네 공원에서 소퓽마냥 노는걸 준비하느라 애들 집 다 찾아가서 부모님한테 일일이 말씀드리고 동의를 구하러 다녔어.

관호 어머니가 '아 학생이 저번에 관호 데려다준 그 학생이야? 키도 훤칠하고 잘샹겼네 ㅎㅎㅎㅎ' 하면서

입애 발린 거짓말 해주시더라... ㅋ....
아무튼 대부분 애들 부모님한테 동의를 얻었어.
근데 애들 대부분 편모가정이더라.
좀 슬펐어.

소풍날에 관호 어머니가 김밥싸는거 새벽에 도와주시기로 하고 관호네 집에 과 후배애들 몇명이랑 해서 모여서 김밥 싸기로 했다 ㅋ...

갔는데 아침부터 희영이랑 관호 어머니랑 먼저 김밥 싸고 있더라고.

아침부터 후배애들이랑 나랑 가서 시끌시끌했는지 관영이랑 관호도 깨서 막 놀고 있었는뎈ㅋㅋㅋ

관호어머니가 나보고 남자는 요리하면 꼬추 떨어지니까 애들이나 돌보고 있으랰ㅋㅋㅋㅋ

아앜 내꼬춬ㅋㅋㅋ

후배들 앞에서 얼굴 엄청 뻘개져갖고 관호랑 관영이 델고 방에 갔어 ㅋㅋ..

문열고 놀았는데 후배들 눈빛이 '사스가 유아교육과 선배오빠' 였고 희영이는 '? 저새끼 쫌 하네?' 하는 눈빛이더라 ㅋㅋㅋㅋㅋㅋ
뭐 아무튼 김밥 유부초밥 막 이런거 챙겨서 소풍가는데 관호어머니게서 말씀하시길

'관영이랑 희영이도 데려가 학생 ㅋ...ㅋㅋ'

어휴 김밥 준비 일등공신이신 어머니 말씀이신데 아무렴 허허허..

하면서 데려갔어.

그날 희영이랑 대화를 많이 했어.
동생 둘 있으면 힘들지 않냐로 시작해서 애들 놀아주는법 교육법 막 이런거 가르쳐주는 얘기로.

알고보니까 중등특수교육과 희망하고 있더라고.
수화도 열심히 배우고 있었고.
무엇보다 동생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이뻤어.

그날 이후로 관호 데려다준다는 핑계로 관호네 집에 정말 자주 갔어.

한달중에 거의 25일이 넘게 갔으니.
뭐. 자취방서 관호네까지 걸어서 5분내지 10분거리였으니까..

얘기도 많이 하고 내가 이리저리 잘 챙겨주고 하다보니까 자연스레 희영이랑 친해졌어.

방학에도 봉사활동이랑 실습 핑계로 자취방에 남았어.

역시 거의 매일 관호네집에 관호데려다주러(가면서 희영이 보러) 갔지 ㅋㅋㅋ

그러다 하루는 내가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아동센터도 못나가고 앓아누웠거든.

졸랭 아팠는데 어떻게 알고 희영이가 우리집에 온거야.

원장쌤한테 물어보니 음흉하게 웃으면서 가르쳐줬댘ㅋㅋㅋㅋㅋ
(이아줌마갘ㅋㅋㅋㅋ 사랑해욬ㅋㅋ♥)

와...혼자 생활해본사람은 알거야.
몸아픈데 돌봐줄사람 없으면 얼마나 서러운지.
여름감기는 개도 안걸린다는뎈ㅋㅋㅋㅋㅋ
8월에 ㅋㅋㅋㅋㅋ

방학인데 ㅋㅋㅋㅋ

너무 서러운거야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난데없이 희영이가 와서 죽쒀주고 얼굴이랑 팔다리 닦아주고...

관영이가 어릴때 고열로 앓아누운적이 많아서 숙달됐다고 얘기 시작하다가 얘가 안경을 쓰고 온게 보여서 물어봤어.

근데 눈이 요즘 잘 안보인다고 하더라.

"안경 맞췄다 오빠 ㅋㅋ
그래서 한달 버스비를 다 써서 학교에 걸어가야돼 ㅠㅠ.. 다리 굵어지겠다 ㅋㅋㅋㅋ"

내가 미쳤는지 너무 귀여운거야.

아파서 정신도 못차리는 와중에
"괜찮아 다리 두꺼워져도 이뻐 ㅋㅋㅋㅋ..."
하면서 벌떡 일어나서 키스해버렸어.
만약에 나만 좋아하고 있었으면 내 발목에 악세하나 차고 있었겠지 ㅋ

블링블링 ㅋㅋ..

나도 참 짐승인게.

...ㅋ....ㅋㅋㅋㅋㅋㅋ 아 시밬ㅋㅋㅋㅋ 부끄럽다.

그날 초야치룸.

아다새끼가 말이야 ㅡㅡㅋ..

근데 내가 책임감 하나는 쩔어서 다음날 관호어머니한테 말씀드림.
(한거 말고 내가 얘를 좋아합니다... 하고..)

그랬더니 나보다 더 좋아하시더라.
희영이가 복터졌다고. 훤칠하고 잘생긴 학생이 희영이처럼 키작은애를 다 좋아한다고 하시면서...

그땐 엄청 기분 좋았어.
나도 인정받았다는 그런 느낌.
특히 좋아하는 사람 어머니의 인정을 받았다...
하는 그런 느낌.

그 다음부터는 행복한 나날이 연속이었지.
둘이 손잡고 걷기만 해도 행복하고.
자취방에서 같이 밥해먹고 영화 다운받아보고.

서로 로맨스영화 좋아해서 되게 많이 함께봤어.

그러다가 이프온리...라는 영화를 보게됐어.

안경이 갑자기 잘 안맞아서 바꾼지 일주일이었거든.

근데 또 잘 안보인다는거야.

안경 바꾼지 얼마 안됐는데... 하면서 좀 이상해서 안과로 찾아갔지.

그리고 검사했는데 ㅋㅋㅋㅋㅋ

시팔...그 뭐냐 ㅋㅋㅋㅋㅋㅋ
시력이 점점 빠른 속도로 줄어가고 결국엔 실명할거래.

보호자 되시냐고 해서 얘랑 결혼할 사람이라고.
막 그렇게 얘기했지.
근데 의사가 나만 따로 불러서 하는 소리가 시발 검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이게 각막이나 뭐 이딴게 문제가 아니라 시신경이 문제라서 수술도 못한다는거야.

나 진짜 그 의사 바짓가랑이 잡고 무릎꿇고 울면서 얘기했어.

희영이 눈 안멀게 해달라고.
왜 하필이면 희영이냐고.
수술해달라고. 돈이라면 내가 노가다를 하던 장기를 팔아서라던 내겠다고.
평생 노예로 살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근데 의사도 당황했는지 아직 결과가 나와봐야 아는거라고 이러지 말라데.

근데 느낌이라는게 있잖아.
사람이.
꼭 안좋은 예감은 잘 맞는거.

며칠후에 관호어머니가 따로 자취방으로 찾아오셨어.

나는 맞아도 할말없다는 각오로 앉아있었어.
왜냐면 다 내잘못인거같았거든.
내가 희영이 좋아해서. 눈이 안좋아진거라고.
내탓이라고.
그냥 그땐 누구라도 원망하고 싶었던것같아.
근데 그럴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 내가 나를 미워했어.

그런데 관호어머니가 하는말이 나를 더 자책하게 하더라.

"아들.. 미안하다.. 우리 희영이.. 어쩔 수 가 없다네.. 희영이가 많이 부족한애라.. 미안해."

눈물나더라.
아니. 그냥 눈에서 뭐가 자꾸 비집고 나오더라.
왜 씨발 나만 나는 왜 이러지. 내가 잘못인것 같았어.
나만 아니면 희영이도 안아프고 나만 아니었으면 희영이도 행복했을거라는 생각이 막 들었어.

울었어. 진짜 그냥 막 울었어.
몇시간울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울었어.
눈이 팅팅 붓도록.
이미 2학년이 끝나가는 시기에 다음학기 휴학 신청을 했어.

군대도 준비해야됐고.

입대전에 희영이랑 추억이라도 쌓아두려고.

몇달내내 주말제외하고 노가다해서 돈모으고 그렇게 지낸거같아.

아침 4시에 택시타고 용역업소 나가서 저녁 6시에 집들와서 씻고 희영이랑 노래듣다가 안고 잠들고.

새벽에 아침밥해놓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또 희영이랑 얘기하다가 껴안고 잠들고.

그렇게 두달쯤 지냈을까.

노가다 갔다왔는데 집안이 어질러져있는거야.
도둑이라도 들었나 싶다가 희영이 생각이 나는거야.

아차 싶어서 존나 큰소리로 불렀어.
다행히 침대쪽에서 목소리 들리더라.

이불 뒤집어쓰고 집안에 불 다 끄고 울고있었어.

"오빠. 나 안보여. 앞이 안보여. 오빠얼굴도 안보이면 어떻게해. 나 어떡해."

그렇게 울더라. 계속 울더라.
나는 차마 울지도 못하고 희영이 품에 안고 그냥 안고있었어.

그냥 그렇게.
계속.
그러다가 아침에 관호어머니한테 얘기했다.

"어머니 희영이 눈 아예 안보이기전에.. 여행한번.. 다녀와도 될까요. 제가 잘 챙겨서 데려갔다 올게요."

통장에는 노가다해서 생활비 방세 제외하고 꾸준히 넣어놓은돈이 한 300정도 있었어.

사실 반년정도 노가다 한거치고는 별로 못모은거같지만 원룸을 희영이랑 나랑 같이 꾸미다보니까 돈이 좀 많이 들더라 ㅋㅋ..
가구도 사고... 같이 영화보는 컴퓨터랑 모니터도 샀고...노래 같이 듣는 스피커도 샀고..

희영이랑 나랑 커플티도 사고..

밥그릇도 커플로 맞추고..

같이 덮는 이불도 샀어. ㅋㅋ...
그때 뭐때문인지 몰라도 뽀로로 이불 샀었어 ㅋㅋㅋㅋ...

원룸 곳곳이 다 희영이랑 나랑 생활하는 증거로 가득 차있었으니까..

거기에 돈쓴건 후회 안해.

그리고 당장에 기차표예매랑 숙박같은거 알아봤어.

잘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동진에서 해뜨는것도 같이 봤고.
바닷가도 같이 걸었고.
경포대에서 돗자리펴고 술도 마셔보고 ㅋㅋ...
고등학생은 안된다고 끝까지 우겼었는데...
그날은 허락해줬었어.

둘이 비싼 호텔도 가서 잠도 자보고..
(존나 얼탔었어. 지금 생각해도 레얼 창피 ㅋㅋㅋ)

둘이 밤새 이런저런 얘기도 했어. 나는 아들하나 딸하나. 희영이는 아들 둘 딸하나.

그렇게 애기 갖고싶다고.

"그럼 까짓거 하나 더 낳지 뭐 ㅋㅋ..." 하면서 서로 손잡고 꼭 껴안고 그랬어.

생각해보니까 잘때도 화장실 갈때도 어디 돌아다닐때도.
심지어는 밥먹을때까지도 손을 안놨었네.
나도 참 순정남인듯 ㅋㅋㅋㅋ...

씻을때도 가..같이 씻었엌ㅋㅋㅋㅋ...

아무튼 여행으르 이주 했어.
돈이 모자른다 싶었는데 관호어머니가 희영이 시집보낼때 쓰려고 했던돈 일부라고 120인가 보태주셨어..
안받겠다고 했는데 희영이가 뽀뽀해주면서 모처럼이니까 받아도 된다고 해서.... ㅋㅋ...

여행 갔다와서는 희영이 눈도 거의 멀어서 눈은 깜빡이는데 시선이 어딘지 모를 그런 상태가 됐어.

노가다 다녀오면 희영이가 내 얼굴 만지다가
"오빠얼굴 생각 안나면 어떡하지?" 하는 얘기로 시작해서 펑펑울면 나는 위로해주다가 분위기타서 ㅍㅍ....뭐 아무튼 그.. 니들이 생각하는 그거.

그렇게 지냈어.
하루하루가 정말 뭐랄까 아쉽더라.

잊을 수 가 없는 날짜. 9월 6일. 화요일..
희영이 생일.

노가다 끝나고 데이트 하기로 했어.
공원에서 걷고, 집에 들어가서 노래 같이 듣다가 생일선물 주고.. 또 밤세고. 하려고 했어.

그런데 궂이 희영이가 퇴근하면 자취방 근처 버스정류장에 온다는거야.
오지말라고. 내가 집으로 간다고 했는데.

..

그때 오지말라고 더 말했어야 했는데 나도 보고싶어서... 알았다고.

조심해서 오라고.



그리고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는데 희영이가 없는거야.

전화도 안받아.

불안해서 자취방쪽으로 막 뛰었어.

막 뛰는데.

언덕하나만 넘으면 되는데 언덕을 뛰올라가는게 너무 힘들더라.

그렇게 높은 언덕도 아니었어.
그냥 얕은. 정말 그냥 딱 언덕너머만
안보일정도라고 해야하나.

근데 너무 힘들었어. 그날따라.

언덕을 넘어가는데.

시팔.

엠뷸한대 있고.

사람들 웅성거리고.

설마.

아니겠지.

아닐거야 하면서.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지나가는데.

익숙한 지팡이가 보이더라.

그거 알지.

흰색에 접이식으로 시각장애인들이 들고다니는거.
그거..

설마.

설마.

하는데.

눈물이 멈추지가 않더라.

눈물 뚝뚝 흘리면서 사람들 막 헤집고 지나가는데.

진짜 머리근처에 피웅덩이가 찰박찰박소리날정도로 고여있고.

내가 아는 얼굴이. 질리도록 봤던 얼굴이 거기 있는거야.

구급차에 싣기잔에 그 바퀴달린 침대같은거에 싣고 있는데 막 욕이 나오더라.

울면서 막 욕했어.

"손대지마 씨발! 손대지 말라고 개새끼들아!"
지금 생각하면 구조대원분들한테 미안하지...
욕먹을짓한것도 아닌데.

그때는 그사람들이 데려가면 희영이는 진짜 죽는다. 뭐 그런 생각이었어.

너무 무섭더라.

진짜 막 눈물이 앞을 가리는 그 상황에서 희영이를 껴안았는데 아직 따뜻한거야.

살아있구나.

그래서 막 눈물흘리면서 막 욕하다가 구조대원한테 그랬어.

살려달라고.

우리 희영이 살려주세요.

제발이요.



그리고 몇일있다가 난생처음으로 정장이란걸
입어봤다.



검은색이라는거. 참... 그때만큼 뵈기 싫은때도 없더라.

그리고 12년 1월에 병사로 입대했고.

집안 형편도 어려워졌고.
사회나가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13년 1월에 부사관으로 임관했어.

아직도 관호어머니랑은 종종 연락하는데.

내가 나름 공무원이라고 하니까 우리 어머니보다 더 기뻐하시더라.

그리고 말씀하시는데.

마침 얼마전에 그러시더라고.

희영이 다 잊고 좋은사람 만나면 자기한테 두번째로 소개시켜달라고.
첫번째는 울엄마래 ㅋㅋㅋㅋㅋ...

시팔...

내가 어떻게 잊겠냐 ㅋㅋㅋㅋㅋㅋㅋㅋ....

두서도 없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쓰긴 했지만
믿을 사람은 믿고 아닌 사람은 아니어도 좋아.

그냥 털어놓고 싶었고.

이쁘고 착하고 꿈많던 아이가 하나 있었다. 하는거 말하고 싶었으니까.

내가 좋아하던 사람이랑 이런 추억 갖고 있다. 라고. 자랑하고 싶었으니까.

그걸로 족해.



있지. 얘들아.

희영이는.. 가명이지만 희영이는.

수화배우면서 특수아동들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되는게 꿈이었는데.
결국엔 눈을 잃었고

그냥 나랑 알콩달콩 살고싶었는데.
나 좀 빨리 보러오려다가 짧았던 인생을 마쳤어.

나한테 추억이라고 하는 그런것들만 남기고.

있을때 잘해라.

그냥 뭐 그냥 하는말이지만.

있을때 잘하고. 건강한 눈 코 입 몸 갖고 있다는거. 그거 감사해.

감정이 격해지니까 막 글 두서도 없고 쓰잘떼기 없는것도 많이 썼다. ㅋㅋ...

그냥 뭐... 그래...

글 마칠게 얘들아.

잘자.

잘자 희연애기야.

34개의 댓글

2013.08.03
덥긴덥나봐요
눈에서땀도나고
0
2013.08.03
여긴. 창판도 아니고 일기장도 아닌데
0
2013.08.03
@아오빡쳐요
경험담이니까 창작은 아니고.
읽으라고 쓴거니까 일기도 아닌데 ㅎㅎ
0
2013.08.03
개드립굉이한테 이런 사연이 있을줄은 몰랐넹
0
2013.08.03
고생많겄다 ; 제 3자인데다가 넷상이라 이런 말 해도 될진 모르겠다만 힘내라.
아이씨 웃으러 읽판 왔다가 이게 머야 ㅠ
0
2013.08.03
@호눌룰루
왜그래 ㅋㅋ 나 이젠 아무렇...지도 않으면 거짓말이지만 ㅋㅋㅋ...

시...신경쓰지말라고하면 개소리겠짘ㅋㅋㅋ
0
쿠닌
2013.08.03
다사다난 러브스토리네 순정남새끼ㅋㅋ군인새끼가 이렇게 맘이 약해서 쓰냐ㅋㅋ
0
나도구닌
2013.08.04
@쿠닌
왜 쿠닌은 맘도 약하면 안되냐 쿠닌도 사람인데 !!
전투만 잘하면 되지
0
dogdripcat
2013.08.04
@쿠닌
그래도 지오피에서 나라는 열심히 지키고 이씅 ㅋㅋㅋㅋ
0
2013.08.04
나두 중등특수교사될려고 준비중인데...
관심분야랑 겹치면서 되게... 짠하네...
뭐.. 힘내셔..ㅎ
0
2013.08.04
@오니지랄
힘내 ㅎㅎ.. 열심히 해서 좋은 선생님 되라 ㅎㅎ
0
2013.08.04
아씨발이런걸 여기다올리면 눈에서 땀나잔아...하...ㅜㅜㅜㅜㅠㅠ진짜 ㅠㅠㅠㅠ시바ㅠㅠㅠㅠㅠㅠ
0
2013.08.04
@박뽀영
미...미안 ㅋㅋㅋ .

그냥 개드립글 보고 생각나서 추억에 잠겨 쓴글인데 ㅋ
0
2013.08.04
힘내 으허읗으으허으 ㅠㅠㅠㅠㅠㅠㅠㅠ

눈에서 땀나잖아 시바 ㅠㅠㅠㅠㅠ
0
2013.08.04
@딸쟁이
올디망 ㅠㅠ
0
2013.08.04
다음 사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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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4
평범한 이야기인데 평범해서 더 슬프다 시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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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비가 많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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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4
헐..
0
있을 때 잘하긴 ..
있어야 잘하지 ..
개새끼 ㅜ 잘 읽었다
이렇게 오늘도 나의 연애세포를 하루 더 연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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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4
@한대만때려도되냐
애인뿐만이 아냐. 주변에 있는 사람들. 엄마. 아빠. 형제. 자매. 친구.

다들 소중해.
떠나면 다신 못돌아와.

12년 1월 입대 며칠전엔 동아리 후배놈 빈소에 갔었고.
저번달에는 사회복지과 친구놈이 자다가 심장마비로 긎사했대.

사람일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야 ㅎㅎ..

잘해. 있을때.

그리고 너 자신한테도 충실해.
아무리 잘해도 나중엔 왜 더 잘하지 못했을까. 하고 후회하는게 사람인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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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5
자기전에 읽판 들려봤는데 덕분에 잠자리가 불편해지겠네
물론 불쾌해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기분이 뭐..그렇다고 껄껄
덕분에 너도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겠구나
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네 가슴속에 있는 사람들도
너의 성장한 모습을 보고 다들 뿌듯해하고 좋아할거야
특히나 가슴속에 있는 사람들은 영원히 살아있다고 볼수도 있지
나도 나한테 큰 뇌리를 주고 지금은 내 가슴속에 묻어둔 동생이 하나 생각난다
확실히 소중한 사람들한테는 있을때 항상 잘해줘야해
덕분에 나도 잠시 잊고 있었던 이 부분에 대해서 다시 일깨웠다
항상 잊지 말아야지 그래야 훗날 재회할때 덜 부끄러울테니까
그리고 우리도 소중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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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5
@쥬쥬쥬쥬쟉
시간내서 글 읽어줘서 고맙고
긴 덧글 달아줘서 고맙다.

힘내라!!
좋은일도 있을거고 때로는 힘든일도 있는법이라고 생각하면서.
좋은일은 그대로 즐기면 되는거고.
힘든일은 경험치라고 생각하면서 ㅋㅋㅋㅋㅋ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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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5
드라마냐? 존나 드라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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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5
@석sec스
그렇게 느꼈다니 뭐랄까 부끄럽네.
나는 사람이 사람 좋아하고 멀리 보내는 그런일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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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5
감성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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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6
@논개
딱히 판건 아니지만 감성은 뭐라 할말이 없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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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6
밖에 비도오네.....
내가 원하는 건 하나 제발 자작이라고 말해주라 너무 슬프자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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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7
@피엘
미안. 자작이었으면 나도 좋겠지만 지금 gop에서 군복부 멸심히하는 하사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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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0
@개드립굉이
눈에서 땀이나자나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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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7
@피엘
소설쓰는데는 재주가 없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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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0
@개드립굉이
눈에서 땀나 슈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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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9
주작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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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4
@어그로임
생각난김에 왔는데 댓글 하나 늘어있네.

나도 주작이었으면 좋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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