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비열한 배신을 회상하다

 한 사람의 자아가 온전히 완성되는 시기는 언제일까? 혹자는 사람이 가장 더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건 역설적이게도 가장 순수할 시절이라고 한다.


나 역시 공감가는 점이 있다면, 순수할 때는 오염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이다.


어렸을 적 나는 대인관계에 대한 감이 없었다. 생일파티에 초대받았을 때 나로썬 최선이 편지를 써주면 되는 거라 생각했지만 그 치한테는 그거로는 부족했나보다.


 구체적으로 회상해보자면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편지를 건네주자마자 대놓고 "이 딴 게 무슨 선물이야." 내 앞에서 그런 소릴 했다.


정성들여 쓴 편지였는 데 무안했다. 게다가 그 때 난 나름의 자존감도 없었고 물렁했기 때문에 아무런 한 마디도 못 했다.


자존감이 뚜렷하고 내 나름의 철학이 있었다면, 난 그 자리에서 내 진심을 무시했다고 소리치고 일갈하고 정말 귀싸대기라도 한 대 시원하게 때리고


친구고 뭐고 확실하게 더러운 관계를 청소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 했다. 찌질하고 치졸했기 때문에... 지금 그 치하곤 어차피 연락 안 하는 사이다.


 항상 이런 일이 터지면 내 탓이라고 혼을 냈다기보단 그냥 비난조로 몰던 부모는 그 때 내 기억에 있어 최악이었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크게 바뀐 건 없다. 팔자가 사나워서 원래 독고다이 인생을 살기로 예약되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정신적으로 철저히 외톨이로 공감받지 못하고 크면서 오히려 그로 인해 성숙하게 되었고 그 때 일을 회상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부모가 눈치가 있었다면 이런 점에서 날 케어해줬을 지 모르지만, 지금 회고해 볼 때 부모는 나에게 있어서 필요할 때는 뒤늦게 도착하고 세금은 내라고 닦달하는


공권력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부모한테 털어놓지도 못 했던 이야기를 속 시원히 어디다 쓰고 싶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어렸을 적 행하기도 했고 역으로 당하기도 했던 배신의 역사를 써보려고 한다.


  초등학생 때 나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입만 산 개념없는 배불뚝이 꼬마아이


남이 나를 괴롭히고 상처줄 순 있어도 내가 혹시 내 편이 되 줄지도 모르는 다른 사람한테까지 똑같이 하면 안 되는 데도 불구하고


나는 똑같이 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같이 청소하던 친구를 버리고 나 혼자 집에 빨리 가고 싶어서 그 친구를 버리고 내가 다 청소했다고 말하고 집으로 냅따


가 버린 게 내가 행한 처음 배신일 것이다. 처음 배신치곤 굉장히 속이 좁고 치졸했다.


 그 후 내 초등학교 기억 속에 딱히 굵직한 배신의 관한 기억은 없다. 항상 무료함의 연속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조금만 노력하면 바로 옆에 있는 토끼같은 여자애와 친해질 수도 있었고 가능성은 충분히 산재해 있었던 걸로 기억되지만


난 찌질이 중에서도 좁밥킹이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던 것 같고, 남자아이로서의 매력도 0점을 넘어서서 디옵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유치원 동창을 만났다. 찌질이끼린 통한다고 했던가, 매일 피시방 게임 얘기로 하루종일 이야기하고 지내던 와중


학교 복도에 학생들 가지고 놀라고 한 이유였는지, 컴퓨터가 놓아졌다.


 당연히 나와 그 유치원 동창 친구는 신이 나서 컴퓨터 키고 쉬는 시간마다 놀았는 데 어느 날 중요한 사건이 터진다.


 같은 반에서 나름 잘 나간다고 하던 애가 찌질이 투톱인 나와 그 친구가 하는 컴퓨터 전원 코드를 일부러 빼고 노골적으로 즐겁단 표정을 짓는 것이다.


난 도대체 왜 이러냐고 했었고 돌아온 대답으론 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역시나 입만 살았던 나와 그리고 같이 어울리던 친구답게 입만 산 친구는 치사한 새끼네, 입장바꿔 니가 재밌는 게임 끝판까지 깨다 이런 일 당하면 좋냐


졸렬한 새끼(웃기는 건 이 말한 쪽이 더 졸렬에 가까웠다)라고 일갈했다.


 돌아온 대답은 지금 자기가 한 일이 맘에 안 들면 맞짱 한 판 뜨던가란 대답이었다.


 그 때 당시 분위기로는 2:1로 맞짱을 뜰 거 같았다. 어차피 2:1로 싸워도 1한테 돈을 더 걸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 1은 나름 잘 나갔고, 뭐... 초등학생 얼라들 싸움이 얼마나 대단하겠느냐만은 적어도 우리 시점에선 굉~장~한 TOP10 안에 드는 싸움꾼이랑 붙어서도


비등비등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점심시간 끝나고 2:1 맞짱을 뜨기로 결의하는 거 같았는데, 졸렬한 한 쌍의 쌍쌍바 답게 내 친구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게임친구는 자기는


중립이라 안 싸운다고 개뜬금없는 헛소리를 지껄였다. 그 소릴 듣고도 난 병신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행동이나 조처도 취하지 못 했다.


지금 마인드같으면 우선 그 녀석부터 후드리게 팼을 것이다. 니가 그러고도 남자새끼냐고 꼬추 떼고 나가뒤지라고, 어디가서 내 친구라고 하면 죽여버린다고...


하지만 그 말은 지금 회고하면서 키보드로 두들기는거지 그 때의 입만산 개념없는 초딩인 나는 어이없는 표정만 짓고 말았다...


아마 내가 당한 배신 중 가장 굵직하고 내 정신에 영향을 크게 끼쳐 아직도 회고하게 되는 사건인 것 같았다.


 결국 대망의 맞짱은 1:1이 되었고, 그 때 난 정말 점심시간에 먹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귓구녕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숟가락이 내려오고 올라왔던 것만 기억하고 주변에 있는 애들이 말로만이라도 화이팅을 주입해주는 것 정도만 기억나고...


책걸상을 모두 테두리로 치운 채 그 힘쎄다는 친구와 주먹을 쥐고 싸웠다.


 으레 시선을 내리깔고 주먹을 빙빙 돌리는... 말 그대로 어릴 적부터 쪼다같은 포즈로 싸웠다고 부모한테 비난받아왔던 나지만


(사실 이쯤되면 부모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헷갈린다)


 그 때 너무 긴장해서 기억은 잘 안 난다. 결과는 다행히 비겼던 걸로 기억난다.


초등학교 6학년끼리 싸움인데 얼마나 대단할까? 좁밥 찌질 킹과 그래도 초등학교 6학년 중에 치기있는 놈이래봤자 그냥 열정적인 개싸움이 고작 아니었을까 싶었다.


여튼 그 이후 비열한 게임친구하곤 상종하기가 싫었다. 그리고 그 때 대인관계에 대한 내 고민과 자기성찰이 시작됐을 것으로 조용히 회고한다.


 흔히 배신은 인생이란 긴 징검다리 사이에 있는 함정이라고들 한다. 함정에 빠져놓고 함정 탓을 할 순 없고 함정을 잘 피하는 사람만이 인생의 고수라고 하니


아직 나 역시 내공이 부족한고로 그 이후로도 사람이 칠칠맞고 어수룩해서 잘잘한 배신을 많이 당했다.


 하지만 배신을 당한 이면엔, 그 함정을 제대로 보지 못 하고 방어를 못 한 내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3개의 댓글

2013.06.05
존나 잘썼는데 마무리가 급했네 중학생이라 쓸게 거기까지밖에 없는거 아니면 더 써봐 책내도 되겠다
0
2013.06.05
@밥아저씨
초등학교 시절까지만 회상해서 쓰려고 했는데... 글 잘 안 쓰다보니까 아직 후달리는 거 같음. 밥아저씨 신천지 설명할 정도의 필력 정도면 좋을텐데 ㅋㅋㅋ
0
2013.06.05
@재미인곡
내 필력이 더 병맛인데 고도의 까기 ㄷㄷ해 ㅋㅋ
뭔가 책읽는듯한 필력이여서 좋았음 문학책 읽는거 같았어. 좀더 쓰고 다듬으면 책낼수준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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