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2ch 아내가 망가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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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들어서 상태가 점차 나아지기 시작했거든.
그 동안 아무 한테도 못 했던 이야기인데...
부디 들어주면 고맙겠어.






3

자기 소개부터 할까.

스펙


20대
평범남.
IT 업계 종사자.
삼시 세끼 밥보다 동물을 좋아한다.


아내
20대
미인은 아니지만 내가 보기엔 귀여워.
비정규직 사원.
성격은 조금 제멋대로지만 허용할 수 있는 범위.







7

4월.

아내가 비정규직으로 취직을 했다.
친구가 많이 생겨서 즐겁다고 말했다.
아내는 회사 회식 같은 걸 참 좋아했는데,
회사 취직 이후 회식에 참석하는 비율이 잦았다.

우리 회사는 회식 보다는 퇴근이나 할 수 있을지...
그런 걸 걱정해야 될 정도로 잔업이 많은 회사.







10

5월.

아내가 해주는 회사 이야기 중에 특정 이름이
자주 언급 되기 시작했다.
30세 남자 동료 S
34세 여자 동료 T
이번 휴일에는 세명이서 어디 어디에 갈 거라면서
즐겁게 말하곤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아...그 날은 편히 쉴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 밖에 안 들었다.
고양이랑 함께 낮잠을 잘 때 느끼는 행복감은 정말 최고야.






14

나도 그 두 사람과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S는 조금 가벼워 보이는 인상의 남성이었고,
T는 누가 봐도 된장녀라고 생각할 만한 여성이었다.

아내는 그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마다,

아내 [T는 정말 대단해. 존경스러워.]

자주 그런 소리를 했다.

T는 내 앞에서조차,

T [얼른 돈 많은 남자 하나 잡아서 결혼이나 하고 싶네.]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난 아내의 교우 관계에 말참견을 하진 않았다.
이상한 영향을 받지 않으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만 했을 뿐이다.







17

6월.

아내가 짜증을 부리는 때가 늘어났다.
지금까지 집안 일은 서로 분담해서 했는데,

아내 [나도 바쁜데 왜 집안 일을 절반이나 떠맡아야 하는 거야!]

나는 너보다 잔업을 10배 이상하는데...
아무튼 아내를 달랜 뒤 집안 일 비율을 7대3으로 나누기로 했다.
아내가 억지를 부리는 건 평소에도 자주 있는 일 이었고,
직장 생활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인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나는 집안 일을 좋아하는 편이었으니까.







24

7월.

아내가 갑자기 별거를 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농담 그만 해. wwwwwwwww
그런데 아내는 생각보다 진지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일을 좀 더 열심히 하고 싶다.
그런데 자신은 가정 주부 취급을 받기 때문에
잔업이나 야근을 시켜주지 않는다.

또한 남편이 있으니까, 회사 회식이나
친구들과 놀러가는 것도 꺼려진다.

내가 낮잠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나는 아내가 회식에 참석하거나
친구들과 놀러가는 걸 막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리고 낮잠은 내 유일한 취미이자, 생명줄이다.
휴일에 잠을 자두지 않으면 1주일을 버틸 수 없어.






26

그래서 기간을 정해두고 잠시 별거를 하기로 했다.
기간은 2달.
물론 몇 가지 조건을 달았다.

병이 나거나 사고가 생기면 반드시 연락할 것.
별거 기간 동안 생활비는 각자 스스로 마련할 것.
2달이 지나면 어떤 결론을 내던 간에 일단 집에 한 번 돌아올 것.

이런 조건으로 아내가 따로 나가 사는 걸 허락했다.
처음에는 외로워서 정말 괴로웠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니까 독신 생활이 쾌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집안 일은 주말에 몰아서 했지만.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소중한 거라고 생각했다.







29

8월.

이따금 아내의 근황을 알기 위해 전화를 하기도 했지만
연락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가끔 아내가 사는 아파트에 찾아 간 적도 있지만,
거의 집에 붙어 있질 않았다.

여러 가지로 할 말이 많았지만 건강하면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에 
필요 이상으로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하진 않았다.

어느 날은 전화로 잡담을 나누던 중,
아내가 돈이 떨어져서 옷을 살 수 없다는 소리를 했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할인점에도 좋은 옷이 많다며,
즐겁게 이야기하던 사람이었는데...







30

너 진짜 호구 구나. wwwwwwwwwwwwwwwwwwww






35

>>30

그런 소리 자주 들어. wwwww
난 기본적으로 집이 있고 식사를 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하는 성품이라서...







9월.

미친 듯이 몰아닥치던 일거리가 줄어들었다.
덕분에 친구들을 만날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친구들 몇 명을 모아 오랜만에 동창회 기분을 냈다.
정말 즐거웠다.

내가 일이 바빠서 집에 못 들어갈 때가 잦은데다
아내까지 집을 나갔기 때문에 고양이가 좀 적적해 보였다.
그래서 갈색 줄무늬 고양이를 한 마리 더 분양 받았다.

이 시기에 아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전화는 커녕 집에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았으니까.







37

10월.

약속했던 2달이 지났다.
아내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애초에 연락도 취할 수 없었다.
문득, 이혼 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쳤다.
나는 고양이를 끌어 안고 말했다.

나 [이제 안 올 건가 봐. 나비야, 우리끼리 행복하게 살자?]

고양이가 내 말에 화답 하듯 야옹하고 울었다.
그 소리에 눈물이 벅차 올랐다.







42

아내한테서 연락이 왔다.
현재 사는 싸구려 아파트보다 좋은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으니까
보증인이 되달라는 이야기와 함께.
갑자기 연락을 해서 보증인이라니...
무슨 생각을 하는가 싶었지만, 우선 승낙했다.

승낙한 이유는 어찌됐든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보증인이 될 생각은 죽어도 없었지만.







54

이래 저래 해서 아파트 보증인은 장인이 해주기로 했다.

일단 아내를 만나서 향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은?
뭐 당연하지만, 이혼하기로 했다.

저금해둔 돈이나 가재도구를 반으로 나누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했다.
이혼신고 서류도 썼다.
서류를 쓰는 도중 조금씩 손이 떨렸다.

사무적인 이야기를 끝내고 잡담을 나누던 중이었다.

아내 [나 우울증 생겼어.]

이번에는 정말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이혼하는 와중에 그런 짖궂은 농담이라니...
울컥하는 마음에, 자해 행위만 하지 말라고 말했다.







63

아내는 피식 웃으면서 양쪽 소매를 걷어 올렸다.

아내 [사실 벌써 했어. wwwwww]

아내는 정말 명랑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자해 흔적을 보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등골에 소름이 돋으면서 식은땀이 멈추지 않았다.

아내는 병원에 다니면서 약도 먹고 있으니까 괜찮다는 말을 덧붙였다.
약을 먹는다고 나을리가 없잖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입밖으로 꺼내놓진 않았다.
이제 서로 관계없는 인생을 살 테니까.

나 [어서 완치되면 좋을텐데. 의사가 하는 말 꼭 들어, 알았지?]

나는 그 말만 남긴 채 아내와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 우울증에 걸린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을 알아보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아무 관계도 없는데...






65

>>1

장인이나 장모은?
아무 반응 없었어?






71

11월.

이혼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아내한테서 빈빈하게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런 적 없었는데.

2ch에서 흔히 언급되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여성들이
보이는 행태와 흡사했다.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표현할 길 없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65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화된 이후에도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어.






74

아내가 전화를 거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오전, 오후, 심야.
밤낮을 가리지 전화가 왔다.
그리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털어놨다.

약을 많이 먹어서 그런 건지, 발음이 명확하질 않았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죽고 싶다는 소리를 할 때
어떻게 하면 좋냐는 글을 볼 때마다, 
그냥 뒈지라고 말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런 소리를 들으면 간단하게 죽으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죽지 않는 다는 걸 알아도, 죽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75

지금까지 당연히 있었던 것이 사라진다는 것.
정말 슬픈 일이지.






80

아내가 된장녀가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망가지는 이야기였어...

우울하다.






84

약을 적게 먹은 날은 대화가 성립될 때도 있었다.
물론 그런 때조차 죽고 싶다던가 사라지고 싶다는 말만 반복했다.

약을 많이 먹은 날은 아예 대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솔직히 아내가 이상한 소리를 할 때마다 무서웠다.

이 때쯤해서 아내는 회사에 거의 출근을 하지 못 하는 상태였다.



>>75

그 당시에는 꽤 힘들었어.
살도 쪽 빠졌으니까.






83

분명 그 T 라는 여자한테 세뇌당한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89

>>83

나도 이혼을 할 때쯤해서 그런 생각을 했어.
그 사람, 내 얼굴이나 연봉이 평범한 수준이라면서
남자로서 실격이라는 소리를 공공연하게 떠들었던 거 같아.
이것도 훗날 알게 된 거지만.






92

12월.

아내가 자살을 시도했다.
단순 자해 행위가 아니라 진짜 죽을 생각으로.
며칠 입원이 끝난 뒤, 장인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우리 집에서 요양을 하기로 했다.

장인 부부는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아내를 집에 놔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보세요. 저는 벌써 이혼한 사람이거든요. wwwwww
내 당연한 발언에 장인이 버럭 소리를 쳤다.

장인 [너 그러고도 사람 새끼냐! 불쌍하다는 생각도 안 들어?!!]

나는 동료들에게 배신당한 카이지와 같은 심정으로 아내를 맞아들였다.
일단 우리 집에는 고양이들도 있으니까.
애완동물 세라피라는 것도 있잖아?

고양이라도 만지작 거리고 있으면 낫지 않으려나.
나는 대충 그렇게 낙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나는 집에 거의 없고, 잠만 자러 갈 거니까.
아내는 직장에 장기 휴가 신청을 냈다.







93

당신이야 말로 >>1이 불쌍하다는 생각은 안 듭니까?






107

나는 이 때 S나 T한테도 연락을 해봤다.
그 동안 아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아내가 우울증에 걸린 원인 같은 걸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S는 이미 퇴직해서 회사를 나간 상태였다.
연락도 되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

T는 대화를 나누던 중,

T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난 OO씨 (아내 이름) 싫거든요?]

그렇게 말했다.

여자 무서워.






113

>>107

여자는 수천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니까...






120

확실히 원인이 신경쓰이는데아무리생각해도T가원인입니다.






132

그 동안 매달려 있던 프로젝트가 끝났기 때문에
12월 동안은 꽤 자주 정시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집에 오니 집안이 난장판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아내가 쓰러져 있었다.

강도가 들었다는 생각에 서둘러 아내에게 달려가보니
아내는 그 자리에 웅크린 채 자고 있었다.
나는 아내를 깨워서 사정을 물어봤다.

아내 [햄버거가 집안을 돌아다니길래 찾아다녔어.]

나는 그 말을 듣고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나중에 생각을 해보니 [햄버거]라고 하니까 웃기는 거지
아내가 [난쟁이]라거나 [요정]이라고 말했으면
무서워서 소름이 돋았을 지도 모른다.





내가 상냥하다고 생각하는 녀석들이 많은데...
난 상냥한 게 아냐.
그저 무관심했던 것 뿐이지.






135

햄버거. wwwwwwwwwwwwwwwwwwwwww






136

햄버거라면 별 수 없네.







138

>>132

햄버거도 충분히 무서워. wwwwwwwwwww






150

그리고 나서부터 아내의 상태는 점점 더 심각해졌다.
아내는 밤낮이 역전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내가 퇴근해서 집에 오면 언제나 자고 있었다.
나는 아내를 깨우면 귀찮아 질 것 같아서 언제나

옆방에 재워둔 채 거실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내의 방에서 이야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잠꼬대인가 싶어서 방을 들여다 보니 아내가 뭔가를 하고 있었다.

나 [뭐 하는 거야?]

그러자 아내는,

아내 [요리.]

그렇게 답했다.







158

그건 좀 심각한데...
애초에 햄버거를 뒤쫓는 시점에서 입원 시켰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164

>>158

지금와서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정말 바보짓을 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 때 나도 어쩌면 좋을지 몰라 허둥 지둥대던 때 였으니까.
아내를 떠맡은 것도 그런 맥락이야.







169

아내가 그렇게 망가진 이유는...뭐라고 생각해?






176

그리고 플레이 스테이션 2에 CD 넣는 곳 있잖아?
거기 뚜껑을 딱 부러뜨린 적도 있어.
우유를 마루 바닥 전체에 흔건하게 뿌려둔 적도 있고.
플레이 스테이션을 수리해왔는데 나중에 또 부셔버리기도...

아무튼 나중에 아내가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물어보면,
자신도 어째서 그랬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거야.

아내는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연달아 이상한 말을 늘어 놓았어.
내가 시간이 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져서 정말 다행이야.


>>163

솔직히 확실한 건 아직도 몰라.
아내도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지 않으니까.

내 예상으로는 T씨가 아내를 꼬득여서
이혼도 하고 바람도 폈지만 그걸 빌미로
직장에서 왕따를 당한 게 아닐까 싶은데...

물론 어디까지나 내 예상일 뿐이야.







177

>>1이 이렇게 불쌍한 스레는 정말 오랜만이야.







178

장인, 장모가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걸?
병을 앓고 있는 친딸을 이혼한 전남편한테 강요할 정도면...






182

나라면 도망쳤을지도 몰라.
>>1은 정말 굉장하네.






186

>>178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건 아무리 봐도 입원 치료를 해야될 수준인데.
아마 아내가 이상해진 건 부모 책임도 있을 거 같아.






197

연말이 가까워질 때쯤.
아내는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일상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 있는 일이 잦았다.
목욕을 하거나 옷을 갈아 입는 것도 혼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몸을 씻겨 주거나 옷을 입혀 주기도 했다.
물론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200

요양 간호사입니까. wwwwwwwwwwwwwwwwwwwwww






205

>>1의 정신도 슬슬 위험해지는 레벨.






206

어째서 그런 상태인데도 입원시키지 않은 거야?






208

아내가 바람 핀 건 어떻게 알았어?






209

아내가 PC 모니터를 부셔놨을 때는 정말 화났지만...
다른 건 어떻게든 참을 수 있었어. ww


>>208

별거 하고 나서 아내 집에 갔을 때, 콘돔 상자를 발견했거든.
그래서 바람 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
실제로 바람을 폈는지 아닌지, 그건 확인할 수 없었지만.







211

혼자 사는 여자 집에 콘돔 상자면 확정이잖아. www






214

별거 중에 바람을 핀 시점에서 저는 무리입니다.






215

이 시기에 아내는 환각을 자주 봤던 것 같다.
아내가 방에 혼자 있을 때 이야기 소리가 들리곤 했으니까.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 싶어 몰래 엿들었는데,
아내는 나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용은 역시나 제멋대로 였지만 아내는 즐거운 것 같았다.
아내가 웃는 소리는 굉장히 오랜만에 들었다.

황폐한 집안에서 아내는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나]와 생활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환경 속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221

이거 굉장히 위험해.
>>1은 햄버거를 본 시점에서 아내를 병원에 데려갔어야 했어.






223

여러가지 후회의 감정이 뒤섞여서 괴로웠던 걸 테지.






232

우리 가족이 이렇게 된다고 생각하니까...우와, 무서워.






248

1월.

아내가 가끔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때가 늘었다.
내가 퇴근해서 집에서 왔을 때, 저녁 식사를 만들어 준 적도 있다.

그저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할 뿐인데.
아주 당연한 상황인데도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제 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는 미안하다는 말 이외에
다른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269

그러다 아내가 또 다시 자살을 시도했다.
평소에 먹던 약을 조금씩 모아뒀다가
술이랑 함께 단번에 삼켜 버린 것이다.

내가 집에 왔을 때는 이미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그저 자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지만, 혹여 아내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구급차를 불러서 병원에 갔다.
그리고 그대로 입원.

입원하고 나서부터 아내는 조금씩 건강을 되찾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입원 시킬 걸...

입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적인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정말 다행이었다.







273

그런데 이거 몇 년 전 이야기?






289

>>273

작년부터 시작해서 현재 진행형이야.



2월.

아내는 결국 회사에서 퇴직 처분을 당했다.
지금까지 계속 쉬었으니까 아무튼 당연한 일이지만...
자해 행위는 더 이상 하지 않았지만, 가끔 불안해할 때가 있었다.

아내의 재활을 돕기 위해 집안 일과 고양이 사육을 맡겼다.
식재료를 사려면 우선 외출을 해야 되는데다,
생물을 기르는 건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니까.
나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었다.

세걸음 나아가서 두걸음 돌아오는 생활이었지만,
아내는 조금씩 평온을 되찾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심정으로 아내를 지켜봤다.







303

진짜 완치 되는 거야?
원인이 된 기억이 떠올릴 때마다 우울증이 재발할 거 같은데.






309

부디 해피 엔딩이 되길.






310

>>1의 자비심을 배우고 싶습니다.






325

3월.

그리고 바로 지금.

아내의 상태는 상당히 좋아졌어.
말하는 거나 발음도 똑바르고, 예전처럼 웃기도 해.

사회 복귀 첫걸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켜보기로 했어.
음식점 점원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은 게 어제.
축하 할 겸 오늘은 불고기 파티를 할 생각이야.





그리고 무슨 운명의 장난인 건지...
다다음주가 우리 결혼 기념일이거든.
벌써 이혼했지만...

그 날, 한 번 더 프로포즈를 해볼 생각이야.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끝까지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






335

>>325

장렬한 이야기 쓰느라 수고했어.






336

프로포즈 끝나면 한 번 더 스레 세워!!






337

>>325

야, 이 호구야!!!!!!






340

진짜 수고했어!!!

그런데 정말 한 번 더 프로포즈 하게?
완치까지 가려면 최소한 몇 년 단위로 고생할 텐데?






349
VIP 주제에 왜 이렇게 좋은 이야기인 거야. wwwwwwwww






367

앞으로도 고생할 테지만...>>1이라면 헤쳐나갈 수 있을 거야.






375

>>340

시간이 걸릴 거라는 건 나도 알아.
그래서 불안하기도 해.

하지만 망가져 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한 번 더 내 진심으로 표현할 생각이야.






376

햄버거 시점에서 입원시켰다면 
2번째 자살 미수는 없었을 지도 몰라.
미수로 끝난 건 정말 운이 좋았던 거야.
자칫하면 진짜 죽었을지도 모르니까.






417

>>376

위에도 썼지만 그때 나는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그걸 생각하느라 머리속이 꽉 차있었어.
물론 꽤 빠른 시점에서 입원시키는 발상도 생각했지만,
그 때는 내가 함께 있어주는 게 더 좋을 거라 여겼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바보짓이었지만...
지금은 나도 후회하고 있어.







442

지금와서 가능성의 이야기를 해도 어쩔 수 없어.
일단 중요한 건 아내가 회복되가고 있는 거니까.
우선 지금을 자축하자구.






480

비판 하는 녀석도 있고, 긍정하는 녀석도 있지만...
우선은 두 사람의 앞날에 축복을 빌어주자!!






476

언젠가 다시 올 때는 좋은 소식과 함께 와 줘!!

10개의 댓글

2013.11.23
브금있는게좋음? 없는게좋음?
0
2013.11.23
@게드립초보
있는게좋지
뭐 다른노래듣고있는상태면 브금끄면되니까
0
2013.11.23
@게드립초보
있는게 좋은데 글쓴 새끼는 병신이네 왜 저러고 사는지 이해가 안됨
0
2013.11.24
@고래밥
결말만 좋다면 이런일에서는 좋은거 아니겟어? 난 좋은데
0
2013.11.24
@파스텔고양이
글쎄. 나름 해피엔딩이긴 한데 좋게 생각되진 않는걸.
0
2013.11.24
음..
0
2013.11.24
아마도 남편몰래 바람피고 하다가 t가 알고 금전을 요구한 협박한듯

전화나 수시로 그런거같아

근데 아내는 남편이 알면 안되니까 별거 하자고 한거 같고

암튼 회사에 알린다고 ㅈㄴ 협박당해서 스트레스 엄청 심해진듯?

거기에 따른 우울증과 정신착란 단기기억상실등 정신병 얻은듯
0
2013.11.24
ㅠㅠ
0
2013.11.24
우울증은 안고 감내하며 살아도
바람핀건 용서안됨
0
2013.11.26
진짜 개호구새끼다 나같으면 콘돔상자 보는순간 이혼하자하고 다시는 안만난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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