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펌] 어떤 이별 (1)

권지예의 "폭소"에 등장하는 "어머니"처럼, 그 환자의 얼굴도 그렇게 얽어 있었다.

 

아마 어린시절 마마를 앓았던 탓일 것이다. 원래 자태가 고왔던 듯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마치 분화구처럼 곳곳이 얽은 마마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인상은 그 소설의 주인공처럼 어떤 범접할 수 없는 기품과 우아함 같은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스님역시 마찬가지였다

 

대개 그렇듯이 성직에 계시는 분들은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려운데, 특히 비구니 스님이나 수녀님들은 더욱 그렇다.

 

사람이란 마음이 표정을 만들고, 표정이 마음을 만든다. 그래서 관상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건지,

 

사람이 관상을 바꿔나가는건지의 문제에서 나는 항상 후자쪽을 지지한다.

 

유영철의 얼굴에 증오가 보이고, 교황의 얼굴에 자비심을 발견 할 수 있듯이. 보리심을 품은 스님이나, 큰 사랑을 품에 안은 수녀님들을 자세히 보면

 

정말 후광같은 것을 보게 될 때가 있다. (혹시 그것이 안보이신다면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를 떠올려보셔도 좋다,)

 

하여간 속인의 호기심은 환자분과 항상 손을 꼭잡고 병원에 같이 오시는 비구니 스님의 정체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일설에는 비구니 스님이 환자분의 딸이라기도 하고, 또 다른 일설에는 두분이 자매라기도 하고, 또 다른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환자분이 스님이 계시는 사찰의 실제 소유주라기도 하고, 하여간 두분의 "관계"에서 풍기는 특별한 느낌은 여느 사람들의 그것과는 다른 어떤 특별한 것이 있었다.

 

비록 얼굴에 곰보 자국이 있지만, 자태가 우아하고 범접하기 어려울 만큼 몸짓과 걸음 하나하나에 기품이 묻어나는 중년의 여자분과,

 

세속의 눈으로는 바라보는이의 마음이 처연해질 만큼 곱고 아름다운..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삭발한 머리카락과 잿빛 승복뒤에 감춘 곱디고운 비구니 스님.,

 

이 두분의 등장은 항상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도 남음이 있었다.

 

환자분의 병력은 좀 까다로운데가 있었다.

 

우선 심장파트에서 2년전에 심장판막 수술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심장은 아시다시피 심방과 심실로 나뉘고,

 

그것은 다시 우측과 좌측으로 나뉘어진다. 사람의 몸에 신선한 산소를 담은 피가 공급이 되려면 좌심실에서 강력한 힘으로 펌핑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그 펌핑하는 좌심실의 압력으로 뿜어진 피는 동맥을 타고 몸의 구석구석 곳곳에 이르게된다.

 

이때 몸의 세포 구석구석에 이른 신선한 붉은피는 사람의 몸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해준다.

 

그리고는 이제 산소대신 이산화탄소를 가득 담은 검붉은색의 정맥혈이 되어 정맥을 타고 심장으로 돌아온다.

 

이때 돌아온 피가 모이는 곳이 우심방이다.

 

우심방에 피가 모이면, 그것을 우심실로 다시 보내고, 이번에는 우심실이 펑핑을 하게된다.

 

우심실의 펌핑은 좌심실과 달라서 펑핌한 피를 폐조직을로 내보내고 이산화탄소를 가득 실은 정맥피들은 폐조직을 거치면서

 

이산화탄소를 다시 뿜어내고 신선한 산소를 공급받아, 다시 붉은 선홍색의 신선한 동맥피로 바뀌게된다.

 

이렇게 동맥피로 바뀐 신선한 혈액은 폐에서 나와 이번에는 좌심방에 모였다가, 좌심방이 가득차면, 좌심실로 내려보내고,

 

좌심실로 내려온 피는 다시 좌심실의 펌핑으로 온몸으로 퍼지게 된다.

 

이때 심실의 수축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특히 좌심실은 그 작은 심장 주머니에서 강력한 압력으로 분당 80회 내외의 속도로 심방에서 흘러들어오는 피를 짜서 온몸으로 공급하는데,

 

그것을 일생동안 계속해도 이 튼튼하고 대단한 기관은 어지간해서는 지치는 법도 없고, 멈추는 법도 없다.

 

그런데 이 심장의 심방과 심실에는 물탱크의 수도꼭지처럼 피가 들고나는 입구가 있다.

 

심실이 피를 짜내면 동맥으로 흘러들어가는 동맥입구와, 심방에서 심실로 흘러 들어오는 입구의 두군데인데.이 입구에는 두껑이 달려있다.

 

상식적으로 만약 심방에서 심실로 흘러들어오는 입구가 그냥 열려있으면, 심실이 몸으로 피를 보내기 위해 강력한 압력으로 피를 짜낼때,

 

피가 동맥으로 뿐만 아니라, 심방으로 거꾸로 역류하게 될 것이고, 또 동맥으로 가는 입구에도 두껑이 없으면

 

일단 심실에서 강한 압력으로 피를 짜내어도, 동맥으로 흘러가던 피가, 심실이 쉬는동안 도로 심실로 역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심실과 심방에는 각 두개의 입구에 소리나는 주전자의 입구 두껑같은 두껑이 달려 있는데, 이것을 가리켜 심장판막이라고 한다.

 

그래서 심장 판막이 탈이나면, 동맥쪽 판막이 탈이나면 심장으로 피가 거꾸로 흘러들고, 심방쪽 판막이 탈이나면 피가 거꾸로 흐르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심장이 지나친 부담을 얻어서 심장이 부어버리는 심부전이 오거나, 혹은 폐쪽의 압력이 높아져서 폐부종등의 증상이 오기도하고,

 

온몸에 피가 제대로 공급이 안되서 사람의 몸이 견디지 못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심장 판막증이다.

 

환자분은 이 심장 판막에 이상이 생겨서 수술을 받은 분이다.

 

이년전 받은 판막수술 이후에 코마딘과 같은 항 응고제를 평생 복용하고 계시는데. 원래 판막 수술후 항 응고제를 복용하는 이유는

 

판막이란 원래 인체조직과는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심장 내부에 원래 나의 판막대신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판막을 끼우게 되면 ,

 

그것이 아무리 좋은 재료로 만들어 졌다고해도, 원래의 인체와는 다른것이어서 그 판막자리에 피가 엉겨붙게되고

 

그 엉겨붙은 피가 혈전 덩어리가되면서 색전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막 수술을 하신분들은 항상 피가 덩 엉기게하는 항 응고제를 복용해야한다.

 

그런데 이 경우 다른 병이 걸리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판막 수술후 응고기능을 억지로 낮게 유지하기 때문에, 만약 교통사고같은 외상을 당하거나, 수술을 필요로하는 병에 걸리게되면 응고기능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조절해서 할 수는 있지만 ( 심장에는 엉키지 않게하고 수술한 부위에는 피가 멈추기는 할 정도 수준)

 

그것이 응급수술이거나, 대수술 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분이 그랬다.

 

작년에 흉부외과에서 심장 수술을 하고 방사선과에서 이런저런 체크를 하던중에 당낭에 용종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담낭 용종은 작을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크기가 1센티 내외를 넘거나, 용종의 개수가 많거나 할 경우에는 그것이 암으로 발전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

 

특히 담낭암은 발생하면 몇개월내에 사망하는 초악성에 속하므로 용종이 발견된 환자는 정기적으로 관찰하면서 용종이 자라는지를 유심히 체크하게된다.

 

그리고 일년이 지나서 이번에 다시 체크했더니 불과 일년사이에 두배 이상으로 자라 크기가 1.2 센티 정도가 되었고,

 

더욱 곤란한 것은 총담관에 결석까지 있어서, 검사상 황달 수치가 정상의 두배를 가리키고 있었다.

 

흉부외과에서 환자를 관찰하던, 심장 담당 스텝이 우리과로 환자를 의뢰했다.

 

컨설트 쉬트와 함께 따라온 환자의 진료기록부와 수술기록을 검토하는데만 몇십분이 걸릴정도로 병력이 복잡했다.

 

흉부외과 스텝은 심장 부분은 약간의 문제가 있지만, 우선은 당장 더 해줄게 없으니 외과에서 알아서 하라고 했고,

 

우리 외과에서는 담낭을 절제하는것이 문제가 아니라, 수술 후 출혈을 어떻게 감당 할 것이며, 아울러 심장 수술을 한 환자를

 

전신마취를 다시해서 끌고 가는것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 그자체였다.

 

내가 스님을 처음 뵌 것은 그때였다.

 

 

 

[출처]blog.naver.com/donodon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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