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펌] 뇌사 (3)

그렇게 하루가 또 흘러갔다..

 

믿음이 크신 분들께는 여러모로 송구스럽지만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사는한 "보지않고 믿는다"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사람의 정신이란 그 육체적 건강성과 비례관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아무리 정신이 강고하고 신념이 확고한 사람도,

 

뇌의 일부분에 손상을 입거나, 신체의 다른 부분의 질병으로 뇌로가는 영양이나 혈액 공급이 줄어들면 금새 의식이 옅어지거나, 퇴행하게 된다.

 

영육이 분리된 것이라면 우리는 머리를 다친 사람의 퇴행적 모습에. 혹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일탈적 사고에,

 

혹은 나이가 들어 점점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노인이나, 치매 환자의 그것을 어떻게 설명 할 수 있단 말인가..

 

정말 사람의 정신은 몸의 전기신호가 만들어 내는 스파크의 결과물이라면, 우리의 의식도,정신도,철학도, 신념도,소신도,욕망도,꿈도,희망도,절망도,

 

그 모든것이 전원을 꺼버리면 그즉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컴퓨터상의 전자오락처럼 하나의 부호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의사로서 그런일을 경험 할 때마다. 내 무의식을 지배하는 신앙의 그림자를 벗어나려는 유혹을 종종 받곤한다.

......................

....

 

불과 며칠전까지만해도 학교 농구서클과 산악부로 활동하던 튼튼하고 건장한 친구가 하루아침에 뇌사자가 되어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만해도 이 판단은 그리쉽지 않은 일이었다.

 

명백하게 심장이 뛰고, 소화기관이 작동하고 손발이 따뜻한 사람을 가슴을 걸개하고 배를 갈라 장기를 적출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일까?

 

때문에 우리는 그를 공여자로 삼기전에, 우리는 좀 더 가능성 있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해,

 

가능성이적은 사람의 생명을 양보한다는 명제가 옳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것이다.

 

다음날 노선배와 회의실에서 다시 마주 앉았다.

 

우리 주임과장님과 동기인데다, 다른 스텝들에게도 대선배가 되지만, 오히려 그때문에 스텝들은 이 문제에 간여하려들지 않았고,

 

이 문제에 대한 의사교환은 의국에서 치프가 창구가 되어야했다.

 

(물론 이식담당 스텝 역시 본인은 제 3자로 빠지고, 의국에는 빨리 장기공여 각서를 받으라고 압력을 가했다)

...............

....

 

노선배가 어렵사리 말씀을 꺼냈다

 

" 박선생,, 병원측의 제안대로 장기공여를 하기로 했네. 어제 밤새 집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무래도 집사람이야 의사도 아니고,

 

또 여자니까 이 문제에 쉽게 동의 할 수는 없었네.. 아무리 나도 의사고 또 내 아이의 죽음이 다른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지만,

 

그래도 그것이 막상 내문제가 되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네.. 그래도 그나마 그자리에서 죽지않고 자기가 십슬하던 모교병원까지 와서

 

이렇게 이식이라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쩌면 그것도 하늘의 뜻이 아니겠나..."

 

하늘의 뜻...

 

그렇다, 내가 병원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도저히 자신들이 받아 들일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결과물 대해 대개 " 하늘의 뜻" 이라는

 

체념적 의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그 하늘의 뜻으로 장기 공여를 하거나, 하늘의 뜻으로 "좋은 사람은 하늘에서 쓰려고 일찍 하늘로 데려간다.."는

 

생각들이야 말로, 슬픔에 빠진 사람들이 그순간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녀석은 "자신의 뜻"이 아닌 "하늘의 뜻"으로 생체이식을 위한 장기공여자가 되었다.

 

나는 상황이 내키지 않았지만, 가능한한 다른 생각들을 접어버리고 내가 해야 할 임무에만 충실했다.

 

녀석의 양친 모두에게 장기기증 동의서를 받고 각서를 받았다, 각서에 서명을 하는 순간, 노선배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녀석의 어머니는 서명후 많은 사람들의 위로와 부축을 필요로 했다.

 

기증 날짜는 가능하면 빨리 잡아야했다..

 

기증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몰라도, 이왕 기증을 할 것이라면, 최대한 서둘러야 했다.

 

공여자의 인공호흡기 부착시간이 길어 질 수록 폐기능이 악화되고, 그로인해 산소포화도가 나빠지면

 

신장과 심장의 세포조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것은 다시 이식장기의 생착율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된다,

 

이왕 이식을 할 것이라면 녀석의 몸이 다른사람의 생명으로라도 남아야하는 것이다.

 

우리는 신속하게 수혜자를 찾았다, 지금은 국립장기이식센터가 있지만, 그때만해도 모든것이 주먹구구였다.

 

우리로서는 두번째 간이식 수술이었고, ( 첫번째 수술은 대외적으로는 수술성공으로 발표되었지만,

 

내용상으로는 실패였다, 우선 수술의 성공과 수술받은 사람이 얼마나 오래사는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신장은 이미 많은 대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병원내에서는 간경화로 상황이 좋지 않았던 간이식 대기자 세 분과 신장이식 대기환자, 각막 대기환자들에게 연락이 취해지고,

 

심장과 췌장은 다른병원에서 애타게 공여자를 찾는 중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적출한 심장을 그쪽병원으로 가져가서 이식을 하기로 했다.

 

이식팀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직적합성검사를 위해 대기 환자 세분과 녀석의 조직을 매치해서 그중에서 가장 적합한 분중에 우선순위를 두어

 

이식을 하게 될 것이다, 다른 장기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중에서 간과 신장은 특히 조직적합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병리팀에서 수혜자들에 대한 체크가 이루어지고 우리과에서는 이식수술팀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 동안 ,

 

다른 한편으로는 뇌사판정위원회가 소집되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외사판정위원회에는 우리 외과팀은 들어 갈 수 없다.

 

이식 공여자를 빨리구하려는 외과 의사들의 조급함이 자칫하면 0.00001%의 생존 가능성을 덮어 버릴 수도 있음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당시만해도 우리나라에는 뇌사판정기준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외국의 사례를 참조해서, 내과,신경과,를 주축으로 한 뇌사판정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그 다음날 오후 뇌사판정 위원들이 각자의 임무대로 녀석의 몸을 하나하나 정밀하게 체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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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뇌사판정 기준은 이렇다,

 

① 외부자극에 전혀 반응이 없는 깊은 혼수상태

 

② 회복 불가능한 자기호흡의 소실

 

③ 양쪽 눈 동공의 확대와 고정 - 빛 반사 소실증거

 

④ 뇌간반사의 완전소실 - 무의식적인 반사의 소실. 빛 반사 소실 ·각막 반사 소실. 안구 - 머리 반사 소실 ·전정 - 안구 반사 소실 모양체 - 척수 반사 소실 ·기침반사 소실

 

⑤ 자발적인 운동이나 제뇌강직, 체피질강직에 의한 경련 등이 일어나지 않는다.

 

⑥ 무호흡검사 - 자발호흡이 소실된 이후 자발호흡의 회복가능 여부를 판정하는 검사, 100%산소 또는 95%산소를 10분간 인공호흡기로 흡인시킨 후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100% 산소를 기관내관을 통해 6ℓ/분으로 공급하면서 10분 이내에 혈압을 관찰하고 혈액내 CO2 분압이 50 torr이상 오르는 것을 확인한다.

 

이 방법으로도 자발호흡이 돌아오지 않으면 호흡정지가 비가역적이라고 판정한다.

 

이상 6가지의 검사를 6시간 경과 후에 재확인한다.

 

⑦ 뇌파검사 : 앞의 6가지 검사기준을 재확인한 후 뇌파검사를 하여 뇌파가 평탄(뇌 활동정지 의미)하게 30분 이상 계속되는 지를 확인한다.

 

⑧ 소아에서 뇌사판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생후 2개월에서 1살 사이의 아기는 48시간 간격으로 2회의 판정기준검사와 2회의 뇌파검사를 24시간 간격으로 한다.

 

·1살에서 5살 사이는 어른에서와 같이 2회의 판정기준검사와 1회의 뇌파검사를 하되 24시간 간격을 두고 한다.

 

·6살 이상의 소아는 어른과 판정기준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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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뇌사의 찬반 양론의 요점은 대개 이렇다,,

 

1,찬성론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자는 의견이 나오게 된 배경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이미 소생 가망이 전혀 없는 뇌사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인공적인 소생술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환자나 그 가족들,

 

그리고 병원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소생술에 의존하여 뇌사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환자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이 된다.

 

그리고, 뇌사 환자들이 병상을 차지하고 있게되면 만성적인 병상 부족에 시달리는 병원은 다른 긴급한 환자들을 제때에 치료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이미 지적 능력을 영원히 상실한 뇌사 환자 의 생명을 인공적으로 지연시키는 것이 그 환자의 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환자에게나 그 가족들에게나 신체적, 정신적으로 대단히 고통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만약 뇌사 환자가 정말로 죽은 것이라면, 인공적 생명유지는 사체를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취급하는 것이 되며

 

그것은 사체에 대한 모독이 될 위험마저 있다.

 

둘째, 만약 우리가 뇌사를 인정하게 되면 이식(transplantation)을 위한 장기를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되고 그리하여 장기이식을 통해

 

죽어 가는 많은 생명들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 있는 사실은, 뇌사의 인정이 전통적인 종교인의 교리나 주장에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는(카톨릭과 개신교를 막론하고)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양하는 것이며,

 

장기이식을 통해 자기를 희생하는 것을 사랑의 행위로 파악하면서 신자들에게 장기이식을 권유하고 있다.

 

뇌사가 죽음으로 통하는 사회에서는 생전에 장기공여를 유언으로 남긴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된다.

 

장기이식을 위해 신장이나 골수는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의 적출이 가능하고, 뼈, 혈관, 각막은 사체의 장기를 이용할 수 있지만,

 

심장, 간, 폐, 췌장과 같은 중요한 장기들은 뇌사상태에 빠진 사람들로부터 취하는 것이 현재로선 유일한 방법이다.

 

따라서, 뇌사 찬성론자들은 뇌사가 인정되면 장기이식 수술을 위한 장기의 만성적인 공급부족이 해소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에서

 

뇌사를 사망의 판정기준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한다.

 

2.반대론

 

첫째, 비록 의사들이 환자의 뇌사를 진단하고 확인했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사문제에는 종교적, 철학적, 사회적 이해가 고려되어야만 한다.

 

즉, 죽음의 진단 및 확인과 죽음의 정의는 구분되어져야만 하며, 뇌사는 죽음의 정의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함으로써 장기이식의 이득이 생긴다는 생각과 뇌사가 곧 인간의 죽음이라고 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뇌사상태의 환자가 인공소생장치에 의하여 심장과 폐의 기능을 유지하는 경우, 그의 간장, 신장 등은 살아서 기능하고 있다.

 

만약 죽음이 어떤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면 뇌사는 죽어 가는 과정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따라서 뇌사는 죽음의 필요조건일지언정 죽음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뇌사 반대론자들의 나머지 논거들은 현실적인 문제들과 관련되어 있다.

 

셋째, 죽음을 확정하는 데에는 의사의 판정 이외에도 실제로 사회적, 문화적 관행이나 여론, 그리고 가족들의 소원을 무시할 수 없다.

 

즉, 설령 뇌의 기능이 완전히 소실되었다고 하더라도, 맥박이 아직 뛰고 있고 따뜻한 체온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죽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가족 중의 한 사람인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또한,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산모의 경우,

 

그녀의 생명을 인공적으로 연장시켜 태아를 출산시키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넷째, 의사들이 오진을 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죽은 사람을 여전히 살아있는 사람으로 진단하는 오진에 비해, 엄연히 살아있는 사람을 죽은 것으로 진단하는 오진은 용서받기 훨씬 더 어렵다.

 

더군다나, 뇌사판정 후에 곧이어 장기적출을 하게 되면 이때의 오진은 바로 살인으로 이어지므로,

 

죽음의 진단에 있어서 임상적 절차의 신뢰성과 확실성이 거의 완벽에 가깝지 않다면 그것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덧붙여, 전문가 집단으로서 의사들은 이식용 장기를 확보하고자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뇌사판정에 있어서는 의사들의 높은 도덕성이 특별히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

 

 

[출처]  blog.naver.com/donodon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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