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수필) 외길이길

어릴 적 할아버지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천국에는 아픈 사람이 없냐 고

할아버지는 천국에는 뭐든지 고치는 병원이 있다고

그 병원에만 가면 어떤 병도 상처도 낫는다고 하셨다.

 

태어나자 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나에게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빠와 엄마였다

할아버지는 행상인이셨다

방향제를 가방과 손수레에 담아 팔러 다니신 할아버지는 어떤 곳으로 가는 길이든 알고 계셨다.

새벽 일찍 나가는 할아버지를 나는 항상 아침마다 눈을 비비며 배웅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 많았다

무거운 짐을 들고 돌아다니는 70대 노인에게 사이다와 빵을 나눠주는 좋은 사람들이

할아버지는 그 빵을 방향제 가방에 넣고 하루 종일 배를 곯으시며 집에 가져와 나에게 주셨다

 

할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시면 나는 신나서 방향제 냄새에 범벅이 된 빵을 먹고

그런 나를 할아버지는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그런 빵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 내가 고등학생이 되고

해가 유난히 일찍 떨어진 것 같은 여름

한통의 전화가 왔다

 

“여기 파출소인데요 은행 앞에서 길 잃은 할아버지를 보호하고 있어요…"

 

파출소에서 돌아오는 경찰차안에서 할아버지는 나를 보고 다른 사람 이름을 부르셨다.

그날부로 이 세상에 방향제 냄새나는 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

이듬해 가을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천국의 병원에 대기환자가 너무 많았던 탓일까?

할아버지의 직업도

방향제 냄새 나던 빵도

천국으로 가는 길 조차도 잃게 만드는 병에

할아버지가 걸려버린 이유는...

 

부디 잘 도착하셨기를...

천국으로 가는 길은 꼭 외길이길...

8개의 댓글

2021.03.28

ㅠㅠ

0
2021.03.28

아..ㅠㅠ

0
2021.03.29

찡하다..

0
2021.03.29

약속대로 만화로 만들어줬어 형.

1
2021.03.29

방향제 가방이 뭐야?

0

성지순례 왔읍니다...

0

그래서 닌자는 어디잇죠?

1
2021.03.29

좋은글이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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