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단편소설 - 첫사랑

 

 

그녀는 군 전역후에 처음으로 만난 여자였다.

막 대학교에 입학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흔히 볼 수 있는 여대생이였고,

나는 흔하디 흔한 전역 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복학 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저 그런 남자였다.  흔히 21개월이라는 군 복무 기간동안 여자를 만나고 연애 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고, 막상 전역을 하고 나니 허탈함과 이런 욕구를 주체하지 못해서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여자를 멀리하다 싶이 하였고 그저 알바를 하고 집에 가고 거기까지 였던 내 인생에서 그녀와 주말 알바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흥미와 연애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빠 이거 크림맥주 잘 따르는 법이 뭐에요? "

 

그녀는 긴 생머리에 매혹적인 눈을 가진 여자였다.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비해 생각이 깊고, 쾌활하였으며 매사에 긍정적이고 웃음이 많아서 같이 일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고, 장난끼 많은 그녀와 말 한마디 더 하고 싶은, 한마디 농담이라도 더 던져보고 싶은 그런 여자 였다.

 

 

 그렇게 같이 알바를 하면서, 그녀를 바래다주고, 이야기를 나누고, 장난을 치고, 그렇게자연스럽게 연애를 하게 되었고, 

연애라곤 해보지 못해서 무식하고, 표현도 못하는 나를 바뀌게 만들어주었고, 생전 처음으로 선물을 해보고, 처음으로 여행도 같이 가본 여자가 그녀가 되었다.

 

행복했고, 언제나 행복 할 줄 알았고, 한결같이 서로만을 좋아할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듯이, 그렇게 우리둘은 헤어졌고, 서로의 길을 걸어갔다.

 

그녀와 헤어지던 날,

지방대학교에 복학했던 나는  지방에서 2시간이 걸려서 그녀를 만나러 올라왔었고, 우리의 인연과 만남은, 카페에서의 30분남짓에 모든걸 끝내고 말았다.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참아가며 묵묵히 이야기 했지만, 가슴이 뛰는건 어찌 할 수가 없었다.

 

"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자주 전화하고, 주말마다 내가 올라오면은, 우리가 힘들더라도, 극복 할 수 있지 않을까?

 

" 맞아.. 그렇지..그렇지만 나도 학교 생활하면서 바쁘고.. 오빠도 주말마다 올라오기 힘들고..."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고, 장거리 연애라는게 쉽지 않을거라는 걸 알고 있었고 나도 어느 정도 지쳐가고 있는 중이였지만.

이렇게 이별이 코앞에 다가오니 그녀를 잃고 싶지 않았다.

 

" 나는 아직도 너를 많이 좋아하고 너를 놓치고 싶지 않지만, 이게 우리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면은 어쩔수가 없지 "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서,  한참 좋은 나이에,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서로 감정 소모를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를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  너가 후회하지 않는다면.. 그만하자. "

 

후회는 사실 내가 많이했다. 이런 말 한 마디 보다, 더 진심으로 내가 더 노력할테니 잘해보자는 이야기를 왜 하지 못했을까라고.

 

" 오빠 미안해.. "

 

마치 죄인이 된거처럼 내 눈치를 보면서 어찌할줄 모르는 그녀를 보니

마음 한켠이 답답하고, 몇 주전 까지만 해도 서로 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던게 생각이 나곤하는데 어디서 부터 이렇게 잘못 된걸까라고 생각을 해보지만,

너무 많이 와버린걸까, 아니면 내 자신도 지쳐서 포기하고 싶은걸까.

 

 

" 그러면 그만 가자. "

 

그녀와 카페에서 나와서 눈물이 왈칵 나올거 같은 마음을 애써 추스리며 길을 가는데 뒤에서 그녀가 나를 불렀다.

 

" 오빠. 이제 집에 가는거야 ?

 

" 응. 집에 가야지, 너 만나러 올라 온거였으니 다시 내려가야지. "

 

애써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한 걸음 한걸음 가는 순간에도, 내 마음속에서는

 

' 가지마, 다시 한번이라도 잡아, 너, 후회해, 이러면 안되는거야.. '

 

'아니야, 너도 할 만큼 했어. 이제 그만하자.'

 

24살이라는 나이를 먹고도 내 마음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미련한 새끼라는 생각을 하면서 길을 걷다가,

이대로 헤어지면 모든 걸 잃어버릴거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뒤 돌아서 그녀와 헤어졌던, 그녀가 버스를 타던 곳으로 뛰어갔다.

제발 그 자리에 서 있기를,  말을 걸지 못하더라도, 멀어져가는 그녀 뒷 모습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녀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많은 사람들과, 무엇이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팔짱을 끼며 웃으며 돌아다니는 커플들, 바쁘게 움직이는 차량과 버스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녀만 보이지 않았다.

 

 

눈물이 왈칵 나오고, 전화를 걸고 싶은 욕구가 들었지만..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며, 전화를 걸지 못했다.

단지 단축번호 한번만 누르면 그녀 목소리를 들을수있을텐데,

 

내가 잘못했다고, 서로 한번만 이해하고 노력해보자고, 그 한 마디를 할 수 있었을텐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미 완성되고, 미 성숙한 나의 젊은 시절 연애는 그렇게 끝났고,   그렇게 우리는 이별을 했다.

 

 

그리고, 너는 나의 첫사랑이 되었고,  언제까지나 내 추억속에 너를 남기겠지.

 

한번쯤은 생각나는 사람,

 

내 연애의 가치관이 되어준 사람,

그 당시는 몰랐지만, 시간이 흐르게 되면 될수록 더 짙어지는 사람. 그게 바로 너 였다는걸. 너는 절대 모르겠지.

 

 

우리가 헤어지고 우연히 만난 너에게 나는 말했어.

 

" 헤어지고 나서 보니 너가 내 첫사랑이였고,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너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싱숭생숭한게.. 나도 잘 모르겠어. "

 

" 오빠, 나라서 그런게 아니라, 오빠는 다른 여자를 만났어도, 그런 감정이 들었을 거야.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야. "

 

자신있게 너의 말이 틀렸다고,

나는 그 당시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애써 다른 사람을 만나며 잊어보려, 노력했고, 잊었다고 생각 했었지만 그게 아닌거 같다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제와서 이야기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냐라는 생각으로 그저 웃으며 대답한다.

 

" 음.. 그런건가? 하긴 다른 여자를 만나고 헤어져도 똑같지. "

 

널 만나서 이야기를 할때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될지 몰라서,

흔들리는 내 눈동자와, 잘 지냈냐고, 반갑다고, 그 동안 너의 소식이 궁금했다고, 보고 싶었다고, 너는 예전과 똑같다고,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미련하고,

우습다고 생각하며 그녀와 다음에 밥이나 한끼 먹자며 이야기 하고 헤어져서 집에 오는 길은 왜이리도 추울까.

 

시간이 흘러서 , 아무런 감정없이 내가 너를 다시 만나는 날이 오면 , 그때는 웃으며 너를 잊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첫사랑을 보냈다.

 

 

 

 

 - 끝 -

 

 

 

 

 

 

 

 

 ---

 

술 마시고 옛날 생각이 나서 그냥 끄적여봤습니다.

그냥 한풀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개의 댓글

2018.02.01
http://www.dogdrip.net/47470715

술먹었으니까 지능이 떨어지는건 이해합니다
0
2018.02.02
남일이 아니라 너무 와닿는다.
늦은 나이에 어린 후배와 첫 만남을 가지면서 서로 다투기도 하면서 1년 3개월 동안 잘 만나왔고,
3개월은 후배가 교환학생으로 멀리 떠나면서 연락문제로 많이 다투다가 결국 헤어졌는데,
헤어지고 두달이 넘어가는 와중에도 아직 미련이 남고...
지난주에는 다시 매달려보기도 했고...
3개월간의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그 사람의 이기적인 면을 너무 많이 봤는데,
나도 이렇게 힘들게 기다릴바에 헤어지는게 낫지 싶어 헤어지자 말하고,
말 하자마자 후회하고, 붙잡는 그녀에 흔들려서 다시 잡고...
그럼에도 바뀌는건 없었고 결국 헤어졌지만 아직도 마음이 힘들다.
0
2018.02.02
오늘은 첫사랑 그녀를 생각하며.. 한발..
0
2018.02.03
모든 여자는 이기적이고 자기방어적임. 감당 할 수 없을때 포기함.
헤어짐은 포기함의 일종이다.
0
2018.02.04
0
2018.02.05
ㅠㅠ
0
2018.02.06
진짜 잘썻다 필력 지리네
0
2018.02.07
보고싶다
0
2018.02.07
하 ... 나도 첫사랑이 있었지 21살때

나중에 읽어야겠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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