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자작] 히토리카쿠렌보 (1/3)

히토리카쿠렌보 (1/3)

 

 

무더운 여름. 
천장에 달린 에어컨 소리만 들리는 교실에서
여름방학 기간인데도 학교에 나와 자습 중인
고3 수험생들은 점심을 먹고 나서
떠들 기운도 부족한 듯 절반 이상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나는 복도에 나와 절친인 상원이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와. 우리 가족 오늘부터 4박 5일 동안 동남아 여행갔다.
 어차피 고3이라 안간다고 하려 했는데 아예 물어보지도 않더라. 
 진짜 되게 서운하네."

 

상원이가 어차피 5일 쯤 공부 안한다고 성적이 변할거 같지도 않은데
가지 그랬냐면서 나를 놀리는데 등 뒤에서 

 

"히토리카쿠렌보."

 

라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 보니 음침한 것을 좋아하는 경태였다.
평소 PC방이나 갈 때 같이 어울리는 친구였는데
오컬트, 미스터리, 심령, 호러 같은 말이 붙은 것을 좋아해서
나와 관심사가 맞진 않았었다.

 

"히토리 뭐? 그게 뭔 소리야?"

 

내가 다시 묻자 경태는 "히토리카쿠렌보." 라고 다시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살짝 짜증내 듯이 그게 뭐냐고 다시 물어보자 경태는

 

"혼자 숨바꼭질이야."
라고 답했다.

 

"야. 혼숨 유행한지가 언젠데 이제와서 뒷북이냐?"

 

상원이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다.
경태는 웃음기를 싹 거둔 진지한 얼굴로

 

"혼자 숨바꼭질은 원래 일본 관서지방에서 넘어온 건데
 이번에 알아낸 방법은 흔히 알고 있는 방법과 달라."

 

역시나 관심없는 주제여서 대충 어떻게 다르냐고 묻자

 

"혼숨의 본질은 강령술이 아니야. 인형에다가 영혼을 불어 넣어서
 숨바꼭질을 한다는데 무당 같은 매개나 적절한 의식도 제물도 없이
 강령이 그렇게 쉽게 되겠어?"

 

"강령술이 뭔진 모르겠지만 그러면 혼숨의 본질이 뭔데?"

 

경태는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자. 기. 저. 주."

 

웃긴 내용은 아니었지만 경태의 쓸데없이 진지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내가 웃는 것을 보고 경태는 자신이 무시받았다고 생각했는지
한층 더 격양되어 열변을 토했다.

 

"혼숨이 성공해서 인형이 원래 두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 놓여 있었다느니 하는 말들은 거짓말이야.
 애초에 강령술도 아닌데 영혼을 불러오려 해봤자 뭐 제대로 됐겠어?
 혼숨, 그러니까 히토리카쿠렌보는 원래 자기 자신에게 저주를 거는 행위야.
 그것도 무당도 아닌 일반인이 하려면 반드시 절차대로 해야만 효과가 있어!"

 

나는 열변을 토하는 경태를 진정시키려 했다.

 

"아니, 알겠어. 알겠는데... 자기 자신한테 왜 쓸데없이 저주를 거는거야?"

 

진정시키려는 내 의도는 '쓸데없이'라는 말을 넣는 바람에 오히려 경태를 더 부추긴 셈이 되었다.

 

"쓸데 없다니! 초자연적인 현상을 실. 제. 로. 겪는 거잖아.
 이보다 가치 있는 일이 어딨겠어!"

 

'고3이니까 최소한 공부가 가장 가치있다고 해야지. 그게 본분이잖아.'

 

다행히 나는 경태를 더 분발하게 만들지 않을 자각과 분별력이 있었다.
하지만 경태는 초자연인가 뭔가에 이미 인생이라도 걸었는지
꺼지지 않는 불처럼 화끈하게 나를 몰아 붙였다.

 

"안 믿는거 같으니까 이렇게 하자.
 내가 시키는 대로 다했는데도 아무 일이 없으면 내가 내일 5만원 줄게."

 

당시 5만원은 엄청나게 큰 돈까지는 아닐지라도 
내기로 걸기에는 상당히 큰 금액이었다.
나는 5만원에 혹해서 흔쾌히 내기에 응했다.

 

"그런데 내가 시키는 대로 했는지 안했는지 너가 어떻게 알아?"

 

경태는 친구를 초자연(?)의 세계로 초대한 것에 기뻤는지 생글생글 웃으며

 

"그것까지 고려해서 지시사항을 작성할 거니까 걱정하지마."

 

라고 말했다.

갑자기 불안한 마음에

 

"설마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겠지?"

라고 묻자

 

경태는 당연하다는 듯이

 

"너가 좀 노력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들이야."

라고 말하곤 덧 붙여

 

"내가 말한 지시사항은 꼭 잘 읽고 그대로 따라야돼.
 만약 생략하거나, 다른 걸로 대체하거나, 중간에 중단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괜히 겁주려는 것 같아 지지 않기 위해 웃으며
오늘 바로 할거니까 하교 전까지는 지시사항을 작성해서 달라고 말할 때 
점심시간 종료 종이 울렸다.

2개의 댓글

2021.07.13

자.기.저.주. 이렇게 점찍는거 좀 오글거린당 ㅎㅎ 그래도 화이팅!

0
2021.07.1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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